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334
331. 이게 뭐냐, 대체 뭐냐, 이 새끼 뭐냐.
화림에서 광익을 두고 도주한 후, 크로커다일은 불덩이가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은 듯했다.
‘죽인다.’
그리 다짐했다. 두고 보자는 말을 증명하고자 했다.
고집이었다. 하지만 그 고집이 그를 한계 너머로 이끌었다.
다만, 그 방법이 정석은 아니었다.
크로커다일은 편법을 썼다. 근육에 주사기를 꽂았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맞듯, 아더 사이드의 소재 일부를 섞은 비약을 근육에 투약했다.
반쯤은 모험에 가까운 실험은 성공했다.
“……대성공이네요.”
촤륵.
크로커다일은 탈피했다.
투두둑.
죽은 비늘이 벗겨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본래 칙칙한 암녹색이었던 비늘이 전부 은색으로 빛났다.
실험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감탄했다.
크로커다일의 비기는 강체.
비늘이 은빛으로 변한 후 제 몸이 몇 배는 단단해졌음을 알았다.
본래도 변신 후에는 대물 저격탄인 50mm 탄이 생채기만 내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강도가 몇 배나 늘었다.
꽝!
눈앞에서 유탄 폭발이 터져도 속눈썹 하나 다치지 않을 수준이었다.
부작용 몇 개가 따라왔지만, 무시했다.
이제 화림 때처럼 작전상 후퇴는 없을 것이다.
세최특을 단숨에 찍어 누르듯 죽이진 못해도 치열한 접전을 벌일 정도는 될 것이다.
은빛 비늘이 그리 만들어 줄 것이다.
거기에 자신의 위험에 처하면 나설 조력자가 일곱이다.
크로커다일은 승리의 향을 맡았다.
그게 주먹을 뻗기 전까지,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크로커다일은 광익과 주먹을 교환했다.
본래 그는 광익이 피하면 곧바로 팔꿈치를 휘두를 작정이었다.
하지만 광익은 피하지 않았다.
자신의 은빛 비늘 주먹과 제 주먹을 맞부딪쳤다.
크로커다일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새로이 얻은 육신을 믿었다.
우드득.
‘음?’
아주 짧은 순간, 크로커다일은 시간이 느려지는 걸 느꼈다.
주먹과 주먹이 맞닿은 게 보인다.
눈앞에서 광익이 헬멧 안쪽에서 무심히 바라보는 눈빛도 보였다.
그리고 맞닿은 주먹이 부서지는 게 보인다. 광익의 주먹 뼈가 깨지며 비틀리고 튀어나온다.
정상이다.
지금 제 주먹은 폭발도 견디는 강도니까.
그런데 왜.
자신의 주먹도 부서지는가?
우드드드드득.
그런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세최특의 주먹은 뼈만 부서졌지만, 자신의 팔은 팔꿈치 밑 쪽 뼈가 조각나 깨졌다. 상완근이 찢어져 터졌다. 어깨뼈가 뒤로 밀렸다. 탈구다.
팔뚝에서 작열감을 느낀 순간, 느려진 시간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훙.
크로커다일은 제 몸이 뒤로 날아가는 걸 느꼈다.
펑!
날아간 크로커다일은 묵직한 흙먼지를 뿌리며 벽에 처박혔다.
‘일격에?’
팔뼈가 박살 났다.
이럴 수가 있나?
하물며 자신은 변신체였다.
아니, 광익도 변했다. 부분 변신이었다.
한쪽 팔만 변했다. 크로커다일은 검은 털이 솟은 손등을 봤다.
그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난 포탄도 견뎌 낼 수 있는데?’
상념은 잠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날아갔다 싶은 순간, 어느새 묵직한 검은 덩어리가 날아오는 게 보였으니까?
‘무릎?’
변신족의 동체 시력이 그 형체를 잡아챘다.
세최특이 재차 쫓아오며 무릎을 치켜세워 찍은 거다.
크로커다일은 한쪽 팔이 아작 난 걸 잊고 반사적으로 팔을 교차해 막으려 했다.
부서진 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남은 팔만 들은 셈이다.
우둑!
다른 쪽 팔도 부러졌다. 팔만 부러진 게 아니었다. 무릎이 가드로 삼은 팔을 뚫고 얼굴을 찍었다.
크로커다일은 생각을 이어 갈 수 없었다. 반격은 당연히 꿈도 못 꿨다.
꽈-앙!
당연했다. 이후 압축 경화 부츠를 신은 광익의 발이 그의 목을 세차게 후려쳤으니까.
묵직한 충격에 부츠가 바람이 꽉 찬 풍선처럼 터졌다.
그리고 크로커다일은 목이 꺾였다.
끄륵.
피거품을 문, 크로커다일은 일어나려 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제 몸은 이대로 부서지지 않는다고 외치려 했다.
하지만 말 대신.
피거품만 두어 번 나오고 말았다.
한때 특수종 세상을 풍미한 고액 현상금 테러범이자, 프로메테우스의 삼흉이라는 작자가 손 한 번 제대로 못 써 보고 죽었다.
이걸 지켜보던 마녀는 눈을 깜빡였다.
마법 연맹 중, 현상금 사냥과 불법적인 일에 매진하는 집단이 있었다.
스위퍼란 곳이다.
암시장을 운영하며 각종 불법적인 일을 겸하는 곳이다.
이들도 당연히 세최특에게 원한이 있었다.
그래서 이 일에 참여했고.
스위퍼 소속 마녀는 굉음만 들었다.
꽝, 펑, 꽝!
그녀의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
일반인에 가까운 동체 시력으로 변신족의 전투를 볼 순 없었다.
그저 세 번의 굉음과 함께 후앙 하고 일어난 후폭풍이 그녀를 뒤로 밀어냈을 뿐이다.
후두두둑.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언제 부서졌는지, 벽이 움푹 파였다. 그 파편이 날아와 발동된 방어 주문에 막혔다.
충격에 자동 반응하는 스펠 기어의 힘이었다.
마녀는 주저 없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크로커다일이 시간을 끌기 시작하면 그 위에 저주를 뿌린다. 약속된 행동이었다.
그리하려고 했다. 다만, 필수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다.
툭툭.
벽이 부서지며 일어난 흙먼지 너머 세최특이 툭툭 허벅지를 털며 걸어 나왔다.
‘저거 왜 혼자 나와? 악어는?’
마녀는 의문을 풀 수 없었다. 상황을 이해하기에 일어난 일은 너무 급작스러웠다.
“일격에?”
옆에 선 흑표범이 말했다.
이시스 소속의 아프리카 초원 출신 변신족이다.
뭐가 일격인데?
“약쟁이 퇴치.”
나온 세최특이 소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쪽 발에는 발등이 터진 신발이 너덜거렸고 오른 주먹에는 뼈가 튀어나온 채였다.
다만, 주먹에 튀어나온 뼈는 빠르게 뒤로 들어가며 재생 중이었다.
“초고속재생?”
옆에 있던 불멸교 사도가 중얼거렸다.
마녀는 머리핀 하나를 뽑았다.
아무래도 상대 전력이 자신들 예상 이상인 듯싶었다.
그렇다면 가진 재주를 다 보여야겠지.
그녀는 뽑은 머리핀을 부러뜨렸다.
그 안 담긴 마력이 퍼지며 몇 가지 수식을 건너뛰게 해 줬다.
비장의 카드였다.
손이 수식을 빚는다.
“돕는다.”
같이 온 동료가 말했다.
그도 수식을 빚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기하학적인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동료는 그 와중에 품에서 단검을 뽑았다.
스펠 기어다. 목표에 꽂힐 때까지 멈추지 않는 스토킹 대거였다.
수식과 마력의 준동.
마녀는 최선을 다했다. 어느새 이마에 땀이 흘렀다.
그만큼 집중했다.
주문을 완성하는 데는 1분이면 충분했다.
충분히 준비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땀이 눈가 위로 흐른다. 흐르는 땀에 마녀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만 깜빡였을 뿐인데.
어?
옆자리에 있던 동료의 머리가 사라졌다.
너 머리 어디 갔니?
황당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웅.
뒤늦게 동료의 방어 마법이 허공에 나타났다.
세 개로 중첩된 헥사곤 필드다.
그 뒤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 마녀는 보이는 풍경이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뭐지?
“재주 좋네.”
세최특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뭐야? 뭐냐고?
그녀는 인지하지 못했다. 인지할 수 없었다. 그녀의 상상 밖의 속도와 힘이었다.
어느새 뭔가 날아와 마녀의 목을 때렸다.
우적.
곧 목이 부러진 마녀가 바닥에 쓰러졌다.
동공에 빛이 사라지기 직전, 마녀는 자신의 방어 주문이 발동했음을 알았다.
캐슬링이란 주문이었다.
단 한 번이지만, 자신 대신 짚단 인형이 나타나고 주문자에게는 공간 이동 주문이 자동 발동하는 것.
마지막 숨을 토하기 직전, 그녀는 반으로 쪼개진 짚단 인형을 봤다.
마법사 둘이 아무것도 못 하고 죽는 걸 본 흑표범은 사자 실험체를 풀었다.
“죽여라!”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흑표범은 살기를 줄기줄기 뿜었다.
어느새 변신도 한 상태였다.
압도적인 상대를 마주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전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시스도 세최특의 능력을 꼼꼼히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급속도로 성장한 그 능력의 정도를 염두에 두기도 했다.
그런데도 계산이 틀렸다. 아니, 망했다.
크허헝!
사자 실험체는 겁을 모른다. 놈은 살육을 위해 키운 실험체였다.
애초에 인간을 모티브로 만든 것도 아니…….
크헝!
사자는 내달렸고 광익은 변했다.
전신 근육이 틀어지며 몸집이 커진다. 털이 자라고 눈빛이 변한다. 몸에 두른 파란 줄무늬가 엠비언트 라이트처럼 은은하게 빛난다.
검은 털의 파란 줄무늬를 가진 흑호다.
삐죽 솟은 송곳니 덕분에 입술이 조금 튀어나오긴 했지만, 송곳니가 밖으로 크게 드러나진 않았다.
그리고 내달린 사자는 앞발을 들어 내리치다 말고 세최특의 내민 손에 제 발을 살포시 얹었다. 그 일련의 행동이 무척 자연스러웠다.
마치 손을 내밀라는 발에 발을 내미는 강아지 같았다.
‘저게 미쳤나.’
흑표범은 당황했다.
실험체, 매드 라이언은 다루기가 심히 까다로웠다.
그냥 두면 자신한테도 덤볐다. 다가오는 누구라도 물어뜯으려 했다.
실제 실험실 직원 다섯과 변신족 둘이 물어뜯겨 죽은 사고도 있었다.
최면술과 금제를 있는 대로 걸어야 간신히 말을 들었다.
그것도 정말 간신히.
이렇게 하고도 적을 특정하고 덤비게 하는 게 전부였다.
전술 이행은커녕 제자리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도 힘겨운 놈인데, 그런 놈이었는데, 그랬는데.
발랑.
사자가 배를 보였다.
뒤집힌 채로 버둥거렸다.
“우쭈주, 착하지. 애가 순하네.”
세최특이 사자의 배를 쓰다듬었다.
크릉.
사자가 기분 좋은 코웃음을 흘렸다.
그러며 눈깔을 휙휙 돌리는 걸 보니.
‘저거 겁먹었나?’
그런 것 같았다.
세최특은 사자의 배를 긁다가 뒤를 향해 말했다.
“말 잘 들으면 간식 줄게, 저거 물어, 가.”
세최특이 탁하고 사자의 궁둥이를 때렸다.
크헝.
사자는 다시금 제 모습을 찾았다.
평소의 광포하고 위험한 그 모습 그대로다.
그리고는 불멸교 사도를 향해 내달렸다.
사도는 급히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 직사각형의 불투명한 방어막이 생겼다.
텅!
사자의 앞발이 방어막을 후렸다.
잠깐 시선을 뺏긴 사이다.
흑표범은 상대를 놓쳤다.
‘어디?’
파지직.
그와 동시에 스파크 소리가 울렸다.
흑표범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초원을 달렸고 동물 사이에서 자랐다.
현대판 모글리와 같았다.
그가 변신족으로 각성한 건 그에게는 필연이었다.
덕분에 그는 변신족 답지 않은 예민한 촉이 있었다.
불길함을 느낀 흑표범은 발로 땅을 밀어냈다. 그의 몸이 뒤로 훅 밀려났다.
속도라면 자신도 뒤처지지 않는다.
아무리 세최특이 빨라도 아프리카 초원에서 그는 가장 빨랐다.
모든 동물과 변신족을 통틀어서 그랬으므로 그는 자신 있었다.
꽈릉!
거기에 저 새끼도 있었다.
프로메테우스 삼흉 중 하나, 뇌전술사.
손에서 파란 번개를 뿜고 전신에 뇌전을 두른 채로 날뛰는 초능 특수종.
변신족이 아님에도 번개의 힘을 빌려 허공을 날고 움직이는 놈이다.
실제 벼락의 속도로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전신 뇌전 인간의 움직임은 예측하기도 어렵고 빠르기도 더럽게 빨랐다.
그가 뿜어낸 뇌전이 땅을 후렸다.
세최특은 그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유추되는 상황을 봤을 때, 뇌전을 피한 것일 테지.
뇌전이 후려친 자리가 까맣게 그을렸다.
“피카츄야?”
세최특이 물었다. 그 물어보는 태도가 천진난만해 순진한 아이의 모습 같았다.
흑표범은 자세를 낮췄다.
여기서 잡아야 했다.
속도로 이겨야 했다. 놓치면 다 죽는다.
매드 라이언이 덤비지도 않고 배를 까발리는 놈이다.
세최특은 힐끗, 뇌전술사를 보고 눈을 돌려 흑표범을 바라봤다.
그리고 움직였다.
다가온다. 느꼈기에 흑표범은 몸을 휘돌렸다.
그러며 발톱을 세워 그었다.
느껴지는 기척에 반응하는 훌륭한 반격이었다.
그리고 그는 목이 잡혔다.
‘뭐?’
이게 뭐냐? 어떻게 된 거냐?
뿌드득.
흑호의 손톱이 제 목을 파고든다.
“크아아악!”
흑표범이 바둥거렸다. 전광이 번쩍이며 뇌전 줄기 하나가 날아왔다.
“얍.”
다가오는 게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그 틈에 야무지게 기합까지 넣은 세최특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몽둥이를 휘둘렀다.
떵!
뇌전이 맞고 튕겨 나갔다.
‘이게 뭐냐, 대체 뭐냐, 이 새끼 뭐냐.’
목에 손톱이 파고들고 있어서 생각을 이어 가기 힘들었다.
목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바둥거리며 몇 대 때렸지만,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퍽!
그나마 힘을 모아 발로 배를 후려 차긴 했지만, 뱃가죽이 강체의 크로커다일만큼 단단했다.
발끝에 느껴지는 복근 강도에 흑표범은 절망했다.
그리고 절망은 곧 끝을 의미했다.
눈을 감기 전, 세최특은 허공을 굽이치며 나는 뇌전술사를 떨어뜨렸다.
바닥에 쿵 하고 떨어진 뇌전술사의 머리통에 구멍이 뚫린 게 보였다.
‘핸드 불릿이다.’
그게 끝이었다. 흑표범은 줄줄 피를 흘리며 손톱에 꿰여 죽었다.
환상안, 세 개의 동공을 가진 이시스의 간부는 흑표범이 죽는 걸 봤다.
‘실패하면 죽는다.’
그는 초능 특수종이었다. 그의 눈은 어떤 것도 최면에 빠지게 할 수 있었다.
매드 라이언을 이만큼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도 90% 그의 몫이었다.
몇 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참상이다. 그는 일단 매드 라이언부터 컨트롤 했다.
놈과 눈을 마주쳤다.
세 개의 동공이 빙글빙글 돌며 상대를 트랜스 상태로 몰았다.
“잠들어라.”
환상안은 힘이 빠지는 걸 느끼며 사자를 재웠다.
방어막을 후리던 사자는 방어막에 손톱을 세운 채로 앞으로 미끄러졌다.
끼기기기기긱.
손톱이 방어막을 긁으며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불쾌한 소리를 냈다.
“내가 한다.”
환상안은 말하고 세최특을 찾았다.
그의 눈은 환상을 심는다. 최면을 만든다. 그리고 이 힘은 이제까지 실패를 한 적이 없었다.
“내 눈을 바라봐라!”
무엇보다 그의 두 번째 능력이 그걸 가능케 했다.
언령이다.
하루에 한 번이지만, 그의 말은 상대의 행동을 강제한다.
물론 자살이나 그딴 걸 유도할 순 없다.
자신의 몸에 피해가 가지 않는 한에서 그 행동을 제약하는 거다.
환상안은 기력이 쑥 빠지는 걸 느꼈다.
곧 세최특이 자신을 바라봤다.
눈을 마주친 세최특이 멍하니 자신을 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