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4
4. 자살 훈련
덜컥.
줄 하나가 내 무게를 온전히 견뎠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의 장력이 느껴지며 내 목에 몸무게가 실렸다.
잘못하면 목뼈 부러진다.
난 그걸 힘으로 버텼다.
빗장 근육이 몸무게가 주는 부하를 버틴 이후에야, 편안해졌다.
목을 조이는 힘과 버티는 힘이 평행을 이룬다.
변신족의 육체를 가진 나에게는 이건 자살이 아니라 진짜 훈련이 될 수 있었다.
물론 불멸자에게는 아니다.
미친 훈련 같으니라고.
그래도 버텼다.
체감하기로 5분이 넘어가자 슬슬 한계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까 신기록이 몇 분이라고 했더라?
8분? 그럼 이제 풀어 줄 때가 된 거 같은데?
이게 가만히 물에 들어가서 잠수하는 거랑은 달랐다. 목 근육을 조이는 올가미가 무척 신경 쓰였다.
호흡을 할 수 없다. 움직일 수도 없다. 손을 들어 목을 죄는 줄을 당기려 하자, 과외 선생이 어디서 가져온 회초리로 탁하고 손등을 내리쳤다.
“어딜.”
그러면서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데 정말 신기한 물건을 찾은 눈빛이다.
이런 눈빛 본 적 있다.
마트에 장난감 코너에 자리 잡은 아이의 눈빛이다.
염병, 근데 진짜 안 풀어 줘?
“아직 버틸 만하구나.”
과외 선생이 말했다.
그래, 솔직히 버티긴 하겠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처음부터 쟀다면 알았겠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최소 5분은 진즉에 넘었다.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했다. 목을 죄는 올가미가 피부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런 무식한 훈련을 하겠다고 한 내가 미친놈이지.
버둥거리기 시작하자, 선생이 말한다.
“버둥거리면 더 힘들어, 그냥 깔끔하게 기절 한 번 해.”
저 말을 들으니까 더 오기가 생긴다.
버티고 또 버텼다.
경동맥의 압박으로 뇌에 공급하는 산소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노랗게 변하고 빙글빙글하고 세상이 돌고 돈다.
변신족의 육체가 무적은 아니다.
의식이 끊기는 느낌이 든 순간, 훅하고 중력에 영향을 받은 몸이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쿨럭! 쿨럭!”
거친 기침과 숨을 거듭 들이켜며 바닥에 무릎과 손을 대고 몸이 안정되길 기다렸다.
3초도 걸리지 않았다. 튼튼한 육체는 금세 본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와, 죽을 뻔했다.”
“안 죽어.”
내 말에 과외 선생이 답하는 걸 보는데, 솔직히 한 대 때리고 싶었다.
불멸자는 죽지 않는다.
그거 말하는 거겠지만, 진심으로 얄미운걸.
“기록 12분…….”
스톱워치의 기록을 확인하던 선생이 날 빤히 본다.
그래, 언제까지 비밀을 숨길 순 없겠지.
한계에 다가갈수록 변신족의 육체 특징이 보일 테니.
이런저런 핑계를 생각할 때다.
“오늘은 쉬자. 뭐 좀 먹고.”
과외 선생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래도 밥은 주는군요.”
“굶으면서 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체력도 붙여야 하니까.”
그 눈빛은 어떻게 안 됩니까?
아까부터 분해하고 싶은 조립 로봇을 발견한 여덟 살 아이의 눈빛을 하고 계십니다. 선생님.
그 뒤도 평범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에 나온 생선 대가리 넣은 카레 수준은 아니지만, 선생님은 산에서 얻은 풀이나 버섯으로 전골을 끓였다.
맛은 어땠냐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때 난 제일 살의가 끓어올랐다.
대충 무쇠솥에 지은 밥에선 탄내가 진동했고, 정체 모를 고기는 노린내가 물씬 풍겼다.
자연에 살려면 일단 요리부터 배워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돌아가면 어머니한테 요리를 좀 배워 보자.
그 전에 아버지한테 이 일에 관해 묻고.
먹고 개울가에서 씻고 옷을 팡팡 털고 돌아오니 무척 피곤했다.
어설피 지은 오두막에 들어가니 조명 기구가 없었다. 덕분에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금세 컴컴해졌다.
“전등은 안 달아요?”
“불빛 생기면 벌레 들어와, 크게 불편하지도 않잖아.”
왱.
귓가로 모기가 지나갔다.
쓱, 손을 뻗어 한 손으로 쥐어 터트려 죽이고 선생을 보자, 적당히 자리를 잡고 몸을 눕힌 게 보였다.
나도 눅진한 이불에 몸을 맡겼다.
편하다고는 때려 죽어도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촉각 죽이기 훈련이다. 예민한 촉각은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불쾌한 감각을 느끼게 하지.”
이것도 훈련의 일종이라 이겁니까?
뭐, 난 감각 죽이기는 이미 통달한 상태다.
촉각을 죽이고 피로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들었다.
모기와 각종 벌레가 괴롭혔지만, 괜히 불멸자의 육체가 아니다.
벌레에 물린 작은 상처쯤은 생기자마자 없어지는 법이었다.
그래도 모기 새끼가 좋다는 건 아니었다.
밤새 왱왱거리며 연신 무는 놈이 반가운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가능하다면 지구에서 모기란 놈을 없애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괴로웠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애초에 몸뚱이가 다른 일반 사람과 비교하면 월등히 뛰어난 덕분이었다.
“아침 먹어라.”
이게 제일 괴롭다. 요리, 요리를 배우자.
혹시나 다음에 오게 되면 그때 국자는 내가 잡자.
각오와 함께 나갔다.
아침은 정체 모를 노린내 나는 고기구이였다.
그 옆에 비린내 나는 생선구이도 함께다.
“잘 드시네요.”
“불멸자는 소모하는 에너지가 크다.”
선생은 이론적인 부분도 곧잘 말하긴 했다.
식사 시간이나 중간에 쉬는 시간이 되면 입을 열었고, 뭘 물어봐도 막힘없이 답했다.
“팔다리는 방패다. 일격에 행동 불능을 노리는 상대에겐 팔을 줘.”
불멸자의 훈련이란 이런 건가 싶었다.
머리를 노리면 팔을 내주고 다리를 노려도 팔을 내준다.
불멸자로 훈련받다 보니 왜 그런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불멸자를 잡는 방법은 총 셋이다.
큰 상처로 쇼크를 주거나.
경동맥 압박 등으로 기절시키거나.
다리를 잘라 기동력을 봉인하는 거다.
“그래서 총보다는 칼을 조심해야 하고, 크레모아나 지뢰 같은 것도 유의해야 하지.”
저격보다는 산탄총이 더 위험하다는 거다.
물론 저격으로 머리 터지면 어떤 불멸자라도 정신을 잃고 쓰러지겠지만.
요리 솜씨가 형편없는 과외 선생과 얘기하다 보면 먼 옛날 6·25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 네. 그렇군요.”
“유의해라.”
선생이 재차 말했다.
네, 물론이죠.
강남역 앞에 매설된 지뢰나 어두운 밤 골목길을 지나며 갑자기 터질 크레모아는 유의해야 합죠.
아니,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댄데 이런 폭발물을 걱정하나.
최근 인류의 전쟁은 심플하다.
정부의 ‘올드포스’.
세계적 기업에 ‘엑스큐라시’.
초능단체 ‘사이오닉’.
이상 세 단체와 아더사이드와의 전투다.
아더사이드가 뭐겠나, 홀 너머의 적을 말함이다.
방송에서는 연신 그 적을 우리가 압도한다고 하고.
실제로 아더사이드의 침략자, 흔히 말하길 인베이더의 모습도 몇 번 나왔다.
방송에 적의 모습을 보이는 수준이니 이기는 건 맞겠지, 뭐.
그러니까 이 과외 선생의 과외는 조금 구시대적인 발상이 섞인 듯하다.
인베이더 상대도 아니고 이건 재래 무기 상대하는 법이잖아.
그래도 지금 배우는 처지에서 일일이 따질 건 아니니.
“다음은 절벽 다이빙이다.”
그 뒤로도 자살 훈련은 계속됐다.
겨우 이틀이지만, 총 세 가지 훈련으로 불멸자의 육체 방어법을 빠르게 익힌 셈이다.
칼날 구보에 쇼크를 일으키지 않고 통각을 조절하는 법.
교수형 훈련을 통해 기절로부터 버티는 법.
절벽 다이빙 훈련에서 공중에서 숨 참기, 다가올 충격에 감각 조절하기 등.
이틀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가라.”
심플한 인사에 나도 대강 인사하고 몸을 돌렸다.
그대로 산을 타고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하루에 버스가 달랑 두 대만 오는 곳이다.
시골도 이런 시골이 없다.
그런데 정작 서울까지는 2시간이면 도착이었다.
그렇게 집으로 향하며 꺼놨던 스마트폰 전원을 켜며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오, 아들.”
버스 안이라 크게 외칠 순 없었다.
“아빠, 나 제대로 온 거 맞아?”
“왜? 무슨 일 있었어?”
훈련에 대해 일일이 다 말할 순 없어, 간단하게 표현해야 했다.
“산속에서 다이빙을 시킨다고.”
물론 불만을 섞었다.
“괜찮아. 아들, 넌 불멸자야.”
대답치고는 이상하기에 무슨 소리냐고 묻자.
“넌 쉽게 안 죽으니까, 몸 좀 험하게 굴려도 돼. 그래야 제 몸의 한계를 알지.”
아니요, 아버지.
험하게 굴려서 제 몸이 얼마나 튼튼한지 알았을 뿐입니다.
불멸과 변신의 콜라보레이션은 그 어떤 칵테일보다 환상적인 맛을 품었어요. 아버지.
제 몸 더럽게 튼튼합니다.
“집에 가서 쉬어라.”
“제가 보는 시험은 뭔데요?”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
전화기 너머로 ‘선배, 좀 도와줘요’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전화는 끝이다.
만나자마자 전화를 못 쓰게 한 선생 덕분에 이제야 아버지와 통화했지만, 예상한 대답이다.
애초에 이게 불합리하고 못 할 것 같으면 진즉에 도주했다.
불멸자의 교육 방식은 좀 특이할 뿐이다.
죽지 않으니 아들 몸 상하는 거 걱정하지 않고 막 굴리겠다는 거잖아.
내가 불멸의 피를 이어받지 않았다면 당신 친아버지 맞냐고 수없이 되물을 훈련이었지만, 우습게도 이게 도움은 됐다.
극한, 아니 극한은 아니지.
그래도 평소에 경험해 보지 못한 육체의 내구도 테스트다.
덕분에 난 내 몸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조금 더 깨달았다.
불멸자의 전투법을 조금 익혔다고 해도 좋았다.
“삼겹살 먹고 싶다.”
잘 구운 삼겹살에 김치 한 점 올려서 먹고 싶었다.
아버지와 통화하면 꼭 할 말을 빼먹었다.
염병, 요리는 왜 저렇게 못 하는데.
버스의 덜컹거림과 진동,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에어컨의 찬바람과 밖에서 내리쬐는 햇볕까지.
모든 게 잠들기 좋은 환경이었다.
난 졸면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면 일단 씻고 PL4를 한 뒤에,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맛난 저녁을 먹고, 모기 한 마리 없는 내 방에서 12시간쯤 잠을 잘 예정이었다.
완벽한 휴식 계획이다.
그렇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섰을 때다.
“……아들, 공부하고 온다고 하지 않았니?”
생각해 보니 씻기는 씻었지만, 꽤 험난한 이틀을 보냈다.
깔끔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행색이었다.
옷은 갈아입어서 그나마 낫지만, 피부는 푸석푸석, 아니 푸석푸석하진 않다.
불멸자의 육체는 언제 어느 때든 피부를 지성도 건성도 아닌 중성으로 유지한다.
그러니까, 꿀피부다.
고로 나도 그렇고.
그냥 전체적인 행색이 그럴 뿐이다.
어머니는 야수의 감각으로 그걸 캐치하신 듯하고.
“풀냄새도 나고, 산에서 뒹굴다 왔니?”
정답.
하지만 또 순순히 말할 순 없는 거 아니겠나.
아버지가 비밀이라 그리 당부하셨는데 ‘불멸의 피를 이어서 발목 잘리는 훈련 하다가 왔어요’라고 말할 순 없잖아.
불멸자의 육체 덕분에 몸에 멍 자국 하나 없어서 다행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다툼을 보게 되겠지.
“공부를 산속에서 하더라고요.”
난 양심에 비추어 거짓을 말하지 않는 대신, 진실도 말하지 않았다.
공부나 훈련이나.
나한테는 거기서 거기 아닌가.
이건 내 육체의 신비를 찾는 훈련이기도 했다.
근데 이렇게 말하니까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나르시시스트 같다.
“그래, 뭐든 배워 두면 쓸 만하지.”
네, 그런 듯합니다. 어머니.
그러니 전 좀 일단 씻고 놀고 먹고 싸고의 콤보를 발휘하고 싶은데.
어머니가 움직이지 않으신다.
“엄마?”
“씻게?”
“그럼요?”
나도 내 몸에서 그리 좋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걸 아는데.
“저녁에 씻어.”
아직 해가 중천이다.
무슨 저녁에 씻나.
“네?”
그래서 되물을 수밖에 없는데.
“엄마랑 어디 좀 가자.”
“씻고 가면 안 될까요?”
진짜다. 좀 찝찝하다. 일단 뭘 해도 씻고 생각하고 싶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어머니는 그 뒤 말도 없이 여행용 가방을 끌고 오시더니 말했다.
“아빠한테는 말해 놨어. 그래도 대학 공부는 해야 하지 않냐고.”
“공부는 제가 알아서…….”
“그래서 엄마가 선생님 한 분을 모셨는데 멀지 않아. 바로 옆 동네야.”
뭐지? 이 불길한 예감은?
“이틀씩 숙식하면서 공부하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아.”
공부가 공부로 안 들린다.
어머니의 압박에 움직였다.
씻지도 못하고 나가서 차에 실린 채 간 곳은 8층짜리 오피스텔 건물이다.
지하 주차장이 없는지, 외부에 차를 세운 채로 내렸다.
내려서 건물을 보는데 벽이 참 두껍다고 생각했다.
뭔가 두툼해 보이는 건물이다.
“사람이 머리만 좋으면 뭐 하나, 몸이 튼튼해야지.”
들어가며 어머니가 말했다.
난 그 말에 속으로 답했다.
아니요, 어머니, 저 사실 몸뚱이만 굴리다 왔는데요.
“그럼 이틀 뒤에 데리러 올게.”
승강기에 몸을 싣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소개도 안 해 주세요?”
과외 선생님 만나는 거 아닌가요?
“괜찮아.”
네? 뭐가요?
뭐지? 하는 순간 승강기 문이 닫히고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승강기가 알아서 밑으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