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431
16. 와씨
잭 리필드.
염동력 하나만으로 세계 초능 협회가 뽑은 열 명의 위대한 초인 중 하나가 된 위인이다.
이분은 참고로 아버지보다도 연배가 더 높다.
그러니까 전전대의 인물 되시겠다.
역사 수업에나 나오는 작자지만,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하길 현존하는 모든 염동력자를 통틀어, 올 타임 넘버원이란다.
그러니까 역대 최고의 염동력자란 소리고.
개인적으로는 내 가상의 스승이기도 했다.
이미 죽어서 땅에 묻힌 양반이 어떻게 내 스승이 될 수 있냐고?
그거야, 홀로그램에 그 양반의 훈련 방식이 기가 막히게 잘 되어 있으니까 그렇다.
특수종 사관 학교에서는 원한다면 그들의 전투 장면과 훈련을 홀로그램으로 볼 수 있었다.
이게 그 유명한 사관 학교의 홀로그램 장서관이다.
거기에 난 레베카도 갖고 있다.
입 매운 내 AI는 몇 번이고 잭 리필드의 염동력을 영사 출력해 줬다.
그가 싸우는 모습, 훈련하는 모습.
색을 입혀서 그가 염동력을 쓰는 걸 이미지화시켜 주기도 했다.
그걸 내가 몇 번을 봤더라.
적어도 백 번은 넘게 봤다.
잭 리필드는 독특한 양반이었다.
범용성으로 치자면 초능, 그중에서도 염동력만 한 것이 없는데도.
그는 자신의 능력을 제한했다.
극한의 제한을 통해 위력을 극대화했다.
가히 미친 짓 아닌가.
그런데 그럴 만했다.
잭은 재능이 특출나지 않은 남자였다.
대신 우직했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했다.
우직하게 하나의 기술에 모든 걸 걸었다.
그래서 만든 염동기가 염동탄이다.
난 염동력을 쓸 수 있는 것에 적응하자마자 잭 리필드를 팠다.
그의 모든 걸 익혔다.
이미 선구자가 있는데 무에서 유를 창조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염동탄.’
구슬의 이미지를 그리고 구현한다.
곧 내 눈에만 보이는 구슬이 허공에 뜬다.
이제까지 참 많은 이들이 잭 리필드의 염동탄을 흉내 내고 따라 했다.
그중 성공한 사람이 손에 꼽는다.
잭 리필드의 전성기에 다다른 사람은 아예 없고.
그래서 드는 의문이다.
이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구슬을 뒤로 당기고, 앞으로 뻗는다.
이미지를 구현하고 쏘아 내기 위해, 난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모아 앞으로 뻗었다.
파지지직.
내 눈에만 보이는 뇌전이 손의 움직임에 따라 터지며 퍼진다.
그와 동시다.
퍼버버벅.
달려들던 오크 열댓 마리의 몸에 구멍이 난다.
걸쭉한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총구가 보이면 당연히 피하겠지만, 이건 안 보인다.
뭐, 본래라면 어지간한 염동력으로는 이런 짓을 할 수 없다.
괜히 잭 리필드의 염동기가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
손톱만 한 구슬로 노란 딱지 크리쳐 가죽에 구멍을 내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니까.
근데 난 되더라고.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고.
그리고 초능 레벨 40이면 이런 짓을 열댓 번은 더 할 수 있었다.
난 달려들던 오크 리더도 노렸지만, 놈은 맞기 직전 고개를 돌려 피했다.
그걸 보며 몸통을 향해 두 발을 더 쐈는데.
터덩!
몸통을 노린 건 도끼날로 막는다. 놀라울 정도로 날래고 감이 좋은 놈이었다.그
러면서도 놈은 멈추지 않았다.
돌진하던 오크 중 전면에 나섰던 놈들이 우수수 쓰러졌음에도.
놈은 이 순간에도 제 할 일을 했다.
흔한 고함 한 번 없이 땅을 박차는 허벅지에 힘을 더했을 뿐이다.
꽝!
당황하는 대신 더 빨리 달려드는 걸 택한다. 그 판단은 유효했다.
놀란 레드 울프 팀 중 하나가 멍하니 있다가 도끼에 제 왼팔을 헌납했으니까.
그것도 가까스로 피한 대가였다.
훙! 퍽!
“끅!”
팔이 떨어진 변신족이 옆으로 굴렀다.
그 뒤로 오크 리더의 움직임에 맞춰 나머지 오크가 다시 달려들었다.
보이지 않는 탄환에 멈칫한 건 겨우 1초 내외였다.
“영호야!”
팀장이 외쳤다. 막 쓰러진 변신족 위로 다른 오크가 번쩍하고 몸을 띄우는 게 보였다.
총알을 처맞았으면 더 주춤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새끼들은 왜 놀라지도 않는 건지.
딱!
생각과 동시에 왼 손가락을 튕겼다.
변신족이 아무리 빨라도 염동력을 발현하는 것보다 빠를 순 없다.
뻥.
허공에 구현된 묵직한 무형의 철판이 오크를 밀쳤다.
맞은 놈이 공중에서 몸을 뒤틀더니, 쿵 하고 땅에 떨어졌다.
떨어진 놈이 괴성을 내질렀다.
“크오오오오!”
너 화났니?
누가 봐도 화가 잔뜩 난 것처럼 보였다.
“전부 싸워어어어어!”
팀장이 그 틈에 외친다.
그러면서 홀로 오크 리더를 향해 달려들었다.
쩡!
그녀의 장갑과 도끼날이 허공에서 만났다.
굉음이 울리며 둘을 중심으로 돌풍이 부는 것 같았다.
난 그걸 보며 염동력을 더 끌어올렸다.
자, 해 보자고.
머리털이 삐죽 서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오크의 숫자를 보며 양손을 휘젓는다. 검지와 중지의 지휘에 맞춰 구슬을 쏜다.
염동탄.
사방에서 쏟아지는 탄이다.
퍼버버버벅.
다시 대 여섯 마리가 바닥에 쓰러졌다.
전투가 이어졌다.
후하고 숨을 내쉬는 사이, 쓰러진 놈 중 몇이 터프함을 자랑하듯 몸을 번쩍 일으키더니 앞으로 돌진했다.
어지간한 변신족만큼이나 빠른 움직임이었다.
그러니까 다른 팀원이 막을 틈도 없는 돌격이다.
막는다.
염동의 방패를 세우려고 집중하자, 머리가 뜨거워졌다.
달군 뇌가 염동의 방패를 만들기 직전.
휙, 쩡, 우직!
오크의 측면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구치더니 채찍 같은 발차기가 날아와 한 놈의 목을 부러뜨렸다.
그리고 반대쪽에서도.
펑!
“꾸엑!”
묵직한 압력탄에 오크의 몸에 구멍이 난다.
충격 에너지를 모아서 쏘아 내는 산탄 스틱을 쥔 변신족이 보였다.
저 산탄 스틱은 아버지가 쓰던 임팩트란 기어가 시초라고 들었다 그리고 엄청 비싸다는 것도.
무기의 주인은 명조 아저씨였다.
발차기를 날린 건 내 호위였던 변신족 동생이고.
두 놈을 쓰러뜨린 둘이 내 앞을 막아선다.
“더 할 수 있나? 한계가 오면 얘기해라.”
등을 보인 명조 아저씨가 말했다.
말하는 걸 보니 다른 초능 특수종과 손발을 맞춰 본 추억이 있는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저런 말을 할 이유가 없지.
초능 특수종은, 그것도 능력에 익숙지 않은 초능력자는 쉽게 한계치 이상의 힘을 발휘하다 픽 쓰러지곤 하니까.
나도 훈련할 때 수없이 그러지 않았나.
“아직 멀었습니다.”
난 답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뻑! 퍽!
달려드는 오크와 두 명의 변신족이 싸운다.
그걸 보며 염동탄 두어 발을 더 쏴 주고.
다시 전면에 시선을 돌렸다.
세 번째 염동탄을 준비, 다시 발동했다.
퍼버버벅!
살이 터지고 찢기는 소리가 울린다.
이번에는 노린 놈들의 반만 맞았다.
지금 나타난 놈들은 최소 변신족 수준의 본능을 지닌 크리쳐였다.
보이진 않지만, 본능을 앞세워 피한다.
재주도 좋네, 새끼들.
그럼 뭐.
더 규모를 키워 볼까나.
그래야 했다.
“우아아아!”
달려드는 오크의 숫자가 많아진다. 변신족 팀원 하나가 둘까지는 어찌 막아도 셋이 되면 금세 당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한 명이 머리통을 맞고 뒤로 널브러졌다.
옆에 있던 다른 팀원이 도와서 버티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누군가는 죽는다.
그걸 그냥 두고 볼 생각은 없으니.
픽.
집중력을 끌어 올리자, 코 안에 뜨거운 기운이 휘돌더니 코밑으로 걸쭉한 액체가 흘렀다.
코피가 터진 거다.
무시하고 집중력을 더 끌어 올렸다.
이마 옆으로 혈관이 선 게 느껴졌다.
보통 초능 특수종이 가진 걸 초능 에너지라고 부른다.
난 그 에너지라는 걸 끌어모았다.
그러자 싸우던 오크 놈들이 슬그머니 팔을 당겨 머리 따위를 보호하는 게 보였다.
이번에 염동탄을 쓰면 네 번째.
머리만 안 터지면 괜찮다는 거냐?
응.
잘 막아 봐라.
드드드드드드.
전신이 떨린다. 과도한 염동력의 사용으로 근육이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심장을 손으로 꽉 쥐고 쥐어짜는 것 같다.
뇌가 짜릿하다.
그래도 능력에 기반이 되는 힘을 계속 끌어 올린다. 에너지를 끌어모은다.
이 기술은 구스타프란 녀석에게서 배웠다.
그 친구 참 재주도 좋지.
구스타프의 오리지널 염동기다.
천장 무너뜨리기.
염동의 철판을 만들어 겹치고 또 겹친다. 그리고 그걸 밑으로 내리친다.
방법은 단순하지만, 구현하고 실행하려면 보통의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구스타프가 할 때는 시전 시간이 문제였지만.
주르르륵.
난 코피를 콸콸 흘리며 시전 시간을 단축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머릿속에 이미지를 구현하고 또 구현한다.
그러면서 이미 만든 이미지에 구현한 이미지를 겹친다.
순간 눈앞이 까매지는 것 같았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버텼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인지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앞에 오크 무리가 그대로 보이는 걸 보며 그리 오래 걸린 건 아닐 것이다.
난 전면이 아니라 그 뒤에 남은 오크 무리, 대략 사십 마리가량의 머리 위에 무형의 압력으로 이뤄진 천장을 무너뜨려, 그대로 내리쳤다.
주먹을 쥐고 밑으로.
작은 손짓이나, 내가 만든 염동력 덩어리는 작지 않을 것이니.
꾸-웅!
동시에 내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진다. 어둠이 날 반긴다.
가까스로 정신을 집중했으나, 어느새 난 바닥에 푹 하고 엎어진 채였다.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겨우 한 치 앞만 보였다.
이거 나 무리한 건가?
기술이 먹히긴 했으려나?
* * *
“와씨.”
온신의 호위를 맡았던 지웅은 넋이 나갈 뻔했다.
이게 뭐란 말인가.
유온신은 일반인이었다.
일반인으로 사관 학교에 입학해서 한동안 이슈가 된 사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초능을 발동한다.
그것만으로도 기겁할 정도로 놀랐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놀라는 거로 손발을 멈출 순 없었기에 움직임을 멈추진 않았지만.
“가자, 앞을 지킨다.”
명조 선배의 지시에 따라 갑자기 초능 특수종이 된 온신의 앞을 지킨다.
그렇게 싸우는 와중이었다.
“우,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지웅의 물음에 옆에 선 명조 또한 답을 할 수 없었다.
그조차도 살면서 몇 번 못 본 장관이기에.
‘초능 특수종, 그것도 고레벨이다.’
가끔 있었다. 제 능력을 깨닫자마자 주변을 압살하는 천재라는 놈들이.
‘이게 일반인? 일반인은 무슨.’
명조와 지웅은 봤다.
달려드는 오크 무리 뒤쪽.
마저 돌진을 준비하던 오크 무리가 단숨에 짜부라지는걸.
데굴데굴.
압사로 몸이 터진 오크의 눈알 하나가 명조의 발 앞까지 굴러왔다.
둘은 서로를 마주 봤다가 뒤를 돌아봤다.
“끄르륵.”
거기에는 코피를 바닥에 고일 정도로 흘린 괴물이 보였다.
염동력으로 노란 딱지 크리쳐 수십 마리를 죽인 괴물.
그 외에 무슨 말을 붙일 수 있을까.
‘그런데 이게 맞나?’
이 자의 아버지는 세최특, 어머니는 마녀다.
그런데 아들은 초능 특수종이다.
명조는 곧 머릿속에서 잡생각을 지웠다. 지금은 그딴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챙겨.”
명조는 지웅에게 말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오크의 숫자가 문제였지.
질이 문제가 아니었다.
1:1이라면 다들 너끈히 상대하고도 남았다.
레드 울프 팀은 그렇게 했다.
그리 싸우는 중심에는 명조의 팀장이 있었다.
싸우는 붉은 늑대란 이명의 변신족.
팀장의 앞에 선 오크도 함께 보였다.
도끼와 강화 장갑과 부츠로 신나게 서로를 때리고 패다가 멈춘 둘이다.
그중 오크 리더가 고개를 뒤로 돌리는 게 보였다.
“크륵?”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눈치였다.
팀장의 눈에도 상황이 보였다.
그녀는 이 일의 주체가 누구인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거였다.
“야, 씨발, 시금치 피부 새끼야.”
“크르.”
“너 X됐어, 새끼야.”
팀장이 웃었다. 오크 리더는 다시 팀장을 보고 뒤를 보고, 다시 팀장을 보더니, 도끼를 들었다.
다만, 아까까지, 적어도 염동탄을 맞을 때까지는 의기양양하던 놈의 어깨가 아까보다 현저히 좁아진 느낌이었다.
기세가 꺾였다.
완벽하게.
“뒈져라, 새끼야!”
흥분한 팀장은 1분에 한 번씩 욕설을 뱉으며 오크 리더와 다시 싸우기 시작했고.
나머지 오크 무리를 정리한 팀원이 그들 곁에 모이기 시작했다.정
정당당한 결투? 크리쳐와 싸우는 인류에게 그런 게 어디 있나.
퉁!
빈틈이 보이면 총을 쏘고.
옆에서 끼어들어 길쭉한 칼날을 들이민다.
오크 리더의 도끼가 바빠졌다.
놈은 최소 파란 등급 이상의 변이종으로 보였지만.
이건 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니까.
명조는 거기까지 보고 돌아섰다.
그의 눈에 지웅이 온신을 부축해 일어난 게 보였다.
“상태는?”
“피를 좀 많이 흘리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대답은 온신이 했다.
그만한 능력을 보이고 멀쩡히 말도 한다.
명조는 한참 온신을 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만약 인턴 유온신이 능력을 보이지 않았다면.
그가 그냥 도주에 힘썼다면.
“감사를 표한다.”
최소 여기에서 반은 죽었다.
컨퀘스트 미션, 이세계에 들어가는 건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물론 이번에 일어난 일은 몹시 특이했다.
명조도 처음 겪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누굴 원망할 순 없지 않나.
그러하기에.
목숨을 구해 준 이에게 감사를 표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사이 오크 리더의 머리통을 빠갠 팀장도 다가왔다.
“너, 능력을 숨겼구나.”
나무라는 말투는 아니었다.
“네.”
온신은 부인하지 않았고.
팀장은 푸 하고 웃었다.
언제 맞았는지 볼 밑이 파였으나, 피가 흐르진 않았다.
변신족은 근육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그녀는 볼 근육에 힘을 줘 자체 지혈을 했다.
그 상태에서 그녀도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 인턴.”
* * *
꼭 이런 대우를 받으려고 한 건 아닌데.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무도 안 죽어서 다행이네요.”
그리고 이건 진심이었다.
“나도.”
내 말에 팀장이 배시시 웃는다. 이렇게 보니 꽤 매력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탁.
또 다른 팀원이 어깨를 두드린다.
“덕분에 살았다.”
팀원 여럿이 다가와 고맙다며 툭툭 쳤다.
“뒈질 뻔했네. 후, 내 와이프 과부 만들 뻔했다.”
“너 아직 싱글이잖아.”
“미래의 내 와이프 말이다.”
그리 말하고 낄낄 웃는다.
이런 미친 변신족 같으니라고.
이런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다니.
뭐, 살았으니까.
그러니까 농담도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우리는 전부 살았다.
그리고 이건 우리 팀에만 통용된 얘기였다는 건, 귀환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