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449
34.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대뜸 호기심이 들어 이삭 형에게 나률 왜 이렇게 밀어주냐 물어보니 형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
“옆에서 이틀을 지켜봤습니다.”
침을 삼킨 형이 말을 이었다.
“이틀 동안 제가 본 건, 이 팀이 생각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겁니다. 어지간한 소수 정예 팀보다도 더.”
이삭 형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구장옥도, 구스타프도, 로니도.
셋 다 능력이 탁월한 수준이라는 소리였다.
아무렴 전부 내 눈으로 뽑은 애들인데.
“무엇보다 리더, 온신 씨가 능력을 제대로 발동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그때, 팀 레드 울프에서 보인 정도의 능력도 보지 못했으니까요.”
이삭 형이 눈웃음을 보이며 말을 끝냈다.
생각보다 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나시네.
이삭 형에게 이름을 들으니 기억이 났다. 팀 레드 울프, 첫 번째 체험단에서 나와 함께 했던 변신족 팀이다.
말 그대로 빨간 털 늑대 변신체가 리더라 레드 울프였다. 전원 변신족으로 구성된 이레이즈, 소거팀이다.
새삼 그들이 떠오르며 난 뇌안으로 특수종의 레벨을 보는 걸 재편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초능을 각성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암페어로, 이후에는 내가 임의로 레벨을 측정했는데.
그게 단위가 너무 들쭉날쭉했다.
레드 울프 때는 전원을 레벨 10 이상이라고 표현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단위가 맞지 않는다.
오십, 육십, 칠십으로 세기에는 단위가 너무 커지고. 딱 한 자릿수, 그것도 단계로 나누면 될 것 같았다.
기초 육체 능력과 초능 또는 특수종이 특수 능력의 합을 기준으로 봐서 프로 수준이라면 5단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내가 볼 때 구스타프는 4단 끝자락이었다. 돌아가서 훈련을 거듭하면 5단에 돌입할 것이다.
로니는 4단 초입.
로니의 4단은 재생력과 육체 능력의 합이었다.
그녀의 능력이 불멸자의 감각에 있고, 그건 뇌안으로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걸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능력 수치였다.
장옥은 5단.
그것도 모든 능력을 괴력 하나에 집중한 특이 타입이다.
누가 가르쳐서 그렇게 된 게 아닌 걸 보면 타고난 재능이라고 봐야 할 듯했다.
이삭 형은 3단.
능력 자체가 특별하기에 이 정도면 훌륭하다 하겠다.
눈앞에 있는 혼혈 불멸자는 전부 1단이다.
일반인 수준을 간신히 넘은 것이다.
그리고 원숭이는 3단,
내가 볼 때 4단만 되도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이자, 노력가라고 봐도 좋을 듯싶었다.
프로가 5단이라고 하지만, 그건 정말 상급 전투원의 기준이라고 봐야 옳다.
그러니까 내 기준이 높은 것이다.
컨퀘스트 미션의 뱅가드 팀을 기준으로 삼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걷는 와중이었다.
“정말 왜 도와주는 거야?”
옆에서 로니가 물었다. 장옥과 구스타프도 궁금했는지, 귀를 기울인다. 이삭 형만은 무덤덤했다.
왜라니, 이게 이유를 물을 일인가.
“내가 볼 땐.”
구스타프가 끼어들었다. 오스트리아가 호적에서 파낸 자식이 앞에 선 여자 불멸자를 눈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맞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얼굴에 주먹을 꽃아 주고 싶었다.
“아닌데.”
황당한 물음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장옥이 끼어들었다.
“제가 생각했을 땐, 싸우고 싶은 겁니다. 피가 끓는 거잖아요. 기회를 봐서 원숭이를 후려칠 거죠?”
얘는 또 왜 이래.
“그것도 아닌데.”
다들 답을 기다리기에 입을 열었다.
“사람 구하려고. 살아 있다잖아.”
내 대답이 정말 너무 의외였나 보다. 다들 표정이 이상해졌다.
구스타프가 눈가를 떨었다.
“여자가 아니라고?”
아니라고 했다. 이 오스트리아가 버린 자식아.
“싸우고 싶어서가 아니라요?”
내가 변신족이냐? 투쟁 본능이 끓어 넘치게?
“으흠.”
로니는 턱을 당기고 의미심장한 눈빚만 보냈다. 가면 안에 있던 로니의 눈을 보자, 그녀가 나만 들리게 중얼거렸다.
“좋아.”
어째, 지금 보니까 기분이 좀 풀린 것 같았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요.”
이삭 형이 마무리로 정리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사람을 구하려는 내가 이상한 것 같이 보이네.
걷다가 그 얘기를 주제로 말을 꺼내 보니. 날 이상하게 보는 게 잘못된 건 아니었다.
“요즘 세상에 일반인이 크리쳐와 만날 일이 없잖아. 그러니까 여기 온 사람은 다들 위험한 걸 알고 들어온 거고.”
구스타프가 의외로 딱 부러지게 제 생각을 피력했다.
“위험한 수준도 다 표기해서 말해 뒀어. 제 수준에 넘는 곳을 가지 말라고 권유도 하지. 각자 안전한 이계 탐험을 위한 지침서도 무료로 나눠 주고. 그럼에도 각서 쓰고 들어온 거잖아.”
맞는 말이다. 우리도 들어올 때, 이계에서 일어난 어떤 사고에도 협회 책임이 아니라는 각서에 동의했다.
“만약 저들이 욕심내지 않고 세이프티 존 안쪽에 캠프를 차렸으면 과연 실종자가 생겼을까? 내가 볼 때 저 사람들 보험도 안 들었어. 구조 보험이라도 들었다면 저렇게 직접 들어올 생각은 안 했을걸?”
들어온 본인의 실수란 것이다.
나라에서, 단체에서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말했는데도 자신의 신념 또는 이득에 따라 움직였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특수종 세상에는 이 답이 명확했다.
책임은 개인에게.
내가 생각한 책임은 ‘개인에게’라는 문화가 팀을 구성해서 이계를 공략하는 형태를 만들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팀은 효율적인 형태이나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니까.
구스타프의 말은 타당했고. 다들 동의했다.
거기에 난 내 의견을 붙였다.
“그래도 난 하고 싶은 대로 할 건데.”
“……그럼 할 말 없지.”
이계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라는 법은 없다.
이레귤러적인 상황에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모를까.
이런 경우라면 더욱더 손을 댈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보험을 들었다면 또 우리가 나설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올드 포스, 단군 그룹, 협회, 연맹.
네 곳은 전부 보험 사업을 한다.
이계 너머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구조팀도 파견하고 구원 요청하면 구하러도 온다.
그런데 그런 보험조차 안 들었다?
나도 안다.
저들은 실수했고 욕심을 부렸으며 이계를 얕잡아 봤다. 크리쳐를 무시했다.
그 결과가 이거인가? 맞나?
난 아니라고 보는데.
당장 눈앞에 저 투명한 구조물만 봐도 아니잖아.
무슨 수작이 있는 거잖아.
저들은 그저 희생당한 거잖아.
그런데 외면하기에는 내 양심이 운다.
정미랑을 공략하기도 바쁜 인생이지만, 어릴 때부터 배우고 익혀 온 내 양심의 가락이 이걸 그냥 놔두고 넘어가게 두지 않았다.
그렇게 수다를 떨며 가는데, 구조물과 거리가 좁혀지자, 내 뇌안에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내 뇌안은 기어에 머무는 에너지를 측정하지 못한다. 발동되기 전까지의 기어를 무기물의 형태로 인지했다.
“어?”
앞에서 걷던 누군가의 당황함이 섞인 한 마디.
동시에 퉁 하고 주변에 사이오닉 에너지가 미쳐 날뛰었다.
내 눈에 사방으로 뻗치는 뇌전 줄기가 날아다니더니, 눈앞에 투명한 벽이 생겼다.
“벽이 생겼어. 안 보이니까 다가가지 마.”
나보다 먼저 로니가 말했다. 예민한 불멸자의 감이었다.
그녀는 미간을 한껏 찌푸리더니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내 불길함의 원인이 이쪽인 것 같은데?”
불멸자의 직감은 때로는 예언가의 그것과 같았다.
나는 로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건 무슨 구조지?
그제야 바닥에 박힌 동그란 장치가 눈에 띄었다.
“사이오닉 기어야.”
구스타프도 발견했는지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이오닉 기어로 보였다. 염동 방벽을 만든 데다가, 기어에서 쏟아진 에너지는 전부 사이오닉 에너지니까.
“레베카.”
“네.”
사람 능력을 스캔할 수는 없어도 내 앞에서 발동한 기어를 확인해 어떤 종류인지는 말해 줄 수 있다.
아무리 내 AI가 헛소리를 잘해도 지금은 아니다.
진짜 아니다. 기계의 직감 같은 소리를 하면 진짜 포맷해 버릴것이다.
“제조사 확인 불가. 연식 확인 불가. 제조자 확인 불가. 언아이덴 기어입니다. 효과는 염력 장벽 유지 장치로 추정, 추정 에너지 보유량 A급 축능석 기준 스무 개입니다.”
언아이덴 기어.
풀어서 말하면 언아이덴티파이드 기어.
정체불명이란 거다.
한국에서는 정불기어라고도 한다.
가끔 저런 불법 기어가 시장에 나돈다고 들었는데.
이건 완성도가 높았다.
무엇보다 갑자기 눈앞을 가로막은 게 인상적이며 방벽을 앞으로 뿌리는 형태라 눈앞에 보이는 기어를 부수기도 힘들었다.
무엇보다 축적된 에너지가 A급 스무 개라면 완성도가 꽤 있는 기어라고 볼 수 있었다.
“부술까요?”
옆에서 장옥이 물었다.
얘는 뭐 마음에 안 들면 다 때려 부수고 누가 막으면 패고 그리 살았나 보다.
그래도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저 앞에 막는 사람이 없다면 말이다.
뇌안에 보이는 장벽 너머 누군가 걸어오더니. 기계를 조작해 사람 하나 나올 틈을 만들더니, 툭 하고 나섰다.
파지지직.
와우.
몸에 지닌 에너지는 6단이다. 그것도 6단 중급은 된다.
엘리트 기준이 5단이라고 했으니, 6단 정도면 어지간한 팀의 에이스 수준은 된다고 봐야 했다.
나온 남자는 로브 같은 걸 뒤집어썼는데, 그 또한 기어의 일종인지 널따란 로브 안쪽이 까말게만 보였다.
“별일이 다 있군.”
남자의 말투는 태연했다. 이후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 손짓에 에너지가 어린 게 보였다.
태도가 마치 집 앞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남자의 손짓에 그가 열어 둔 구멍에서부터 크리쳐가 나오기 시작했다.
“큰데.”
로니가 말했다.
“그러네.”
나도 뇌안으로 보고 있기에 답했다.
이제까지 해치운 카멜레온 울프가 일반인이었다면, 지금 나온 건 운동 빡세게 한 헬스클럽 죽돌이 늑대 같았다.
덩치가 다들 컸다.
두 배가 되는 놈도 있었고 그보다 더 큰 놈도 보였다. 근육의 갈라짐도 더 선명했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줄줄이 나오는데 줄 맞춰 나오는 것도 신기했고.
나오는 숫자가 많은 것도 신기했다.
쉰 마리가 넘는다.
마지막에 나온 놈은 장벽 구멍이 작았는지 몸이 끼었다.
늑대는 낑낑거리지도 않고 몸을 뒤틀더니 우드득 하고 장벽 일부를 깨고 나왔다.
이놈은 덩치가 더 컸다.
그러니까 보통의 다섯 배가 넘는다.
“……예상치 못한 위기군요.”
이삭 형이 말했다.
지금, 이 상황을 완전히 파악한 건 누가 있을까.
나도 상황 파악이 안 된다.
확실한 건 하나였다.
지금 눈앞의 남자가 저 늑대 무리를 조종한다는 것.
남자의 손과 정수리 위로 내 눈에만 보이는 번개의 줄이 늑대 전부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마지막에 나온 가장 큰 놈의 목에는 아예 굵고 긴 줄이 엉키듯 얽혀 있는 것도 보였다.
“죽여라.”
남자가 말했다. 곧 늑대 무리가 달려들었다. 잘 훈련받은 사냥개처럼 진형을 만들고 퍼지며 달려든다.
“흐익!”
전면에 섰던 불멸자가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발을 헛디뎌 쿵 하고 궁둥이로 바닥을 찍었다.
아플 법도 한데 너무 놀랐는지, 그대로 눈만 크게 뜨고 비명도 내지르지 못했다.
늑대는 빨랐다. 쿵쿵하고 바닥을 박차고 달려드는데, 본래 카멜레온 울프의 특성은 어디다 갖다 버렸는지, 금세 흉흉한 모습이 그대로 다 보였다.
“막아.”
구스타프에게 말하고 난 로브로 몸을 감싼 늑대 주인을 바라봤다.
여기서 드는 의문.
저 남자는 내 능력을 알까?
대뜸 죽이라고 했으니, 저 작자는 적일 것이다.
그럼 봐주고 말고 할 게 없겠지?
난 곧바로 신속을 발동했다.
파지지지직.
내 눈에만 보이는 뇌전이 발끝부터 시작해서 하체, 배, 상체로 올라와 몸을 감싼다.
신속은 육체 강화 형태의 초능.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능력이니.
난 사이오닉 에너지를 한껏 모아서 땅을 찼다.
퉁.
가벼이 찬 발걸음에 내 몸이 공간을 찢고 주변 사물과 땅이 한순간에 뒤로 밀렸다.
늑대 사이를 꿰뚫는 한 줄기 선이 되어 나아갔다.
소리가 뒤를 따르고 눈앞에 남자가 확대된다. 로브 안쪽이 보이지 않아 놀랐는지는 모르겠다.
난 그대로 염력을 발동, 가까이 붙은 채로 위에서 밑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 손짓에 따라 이미지를 구현, 무형의 망치가 놈의 머리 위를 때렸다.
꽝!
폭음이 터졌다.
로브를 감싼 위쪽으로 무형의 장막이 생겼다.
능력 발동 흔적이 뇌안에 잡히지 않는 걸 보니 이것도 기어일 것이다.
“이 새끼가.”
남자가 중얼거리며 옆으로 움직였다. 그대로 따라가려고 하자, 마지막에 나온 리더 늑대가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었다.
“입에서 냄새나, 새끼야.”
난 달려드는 늑대의 머리통 위로 무형의 압력을 형성해서 눌렀다.
늑대가 달려드는 타이밍을 정확히 노린 한 방이었다. 늑대는 제 머리를 짓누르는 염력의 압력에 눌려 고개를 푹 숙였다가 화가 났는지 콧김을 뿜었다.
곧바로 목에 힘을 줘 염력을 벗어나려 하는 걸 보니 오래는 못 버티겠다만, 시간은 벌었다.
늑대를 일견한 나는 다시 남자를 보며 염동력을 발동했다. 다시 주먹을 쥐고 내리는 시늉을 하자, 염동력 덩어리가 놈의 방벽을 후려쳤다.
펑!
타이어 터지는 소리 따위가 났다.
염동 방벽은 내구도가 존재한다. 특히 기어로 만들었다면 더더욱 그 내구도가 명확할 것이다.
기어가 의지나, 기합으로 버틸 수는 없을 테니까.
두어 번 더 때리자, 염동 방벽이 깨진다. 그 사이 뒤에서 늑대가 달려들어 내 허벅지를 물려고 했다.
난 무형의 방벽을 만들어 늑대를 막으면서 염동력으로 만든 망치를 다시 또 떨어뜨렸다.
내가 해 보니까 알겠는데. 멀리서 염동력 쓰는 거랑 붙어서 쓰는 거랑 힘 차이가 나더라고.
가까울수록 염력의 힘은 배가 된다.
그게 내 결론이다.
훅.
염동력의 뭉치가 떨어진다. 내 눈에는 선명했던 무형의 방패가 희미해진 게 보였다.
난 상대가 숨겨 둔 한 수가 더 있으리라 생각했다.
무려 6단의 능력자 아닌가.
펑!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어디에선가는 계산이 틀리는 법이다.
이번에는 내가 틀렸다.
“……이걸 못 막네.”
로브 안쪽, 피가 팍 튀더니, 깨진 뼛조각이 후두둑 떨어졌다.
한 방에 상대가 죽었다.
그와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늑대 무리가 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