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52
50. 통신기는 비싼 걸 써야 한다.
제압 이후.
사수는 둘의 무장부터 해제했다.
총을 빼앗고 방탄복을 벗겼다.
곧 두 놈 다 달라붙는 이너웨어 차림이 됐다.
탄탄한 근육이 옷 위로도 보였다.
꽤 단련한 몸뚱이다.
머리에 두 손을 얹게 하자, 처음 방아쇠를 당겼던 놈이 말했다.
“어디 소속이냐?”
우리가 물을 말이다. 자식아.
사수는 답이 없었다.
뒤에 있던 놈이 연신 눈알을 굴렸다.
째진 눈이 인상적인 친구였다.
“머리 굴리지 마. 친구야. 나 수전증 있어.”
손이 떨려서 방아쇠를 당길 수도 있다고 친구.
“진정하라고.”
째진 눈이 말했다.
난 둘의 뒤로 돌아섰다.
제압한 적은 시야 바깥에서 경계한다.
보이지 않는 총구는 딴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훌륭한 억제력이 된다.
토카레프를 그대로 든 채로 사수는 둘의 몸을 훑었다.
네, 사수 보기 좋은 몸이네요.
그래도 저보다는 허접한데 뭐 그렇게 자세히 보십니까?
“벗어.”
사수가 말했다.
“……이봐, 옷은 왜.”
말보다는 행동이다. 사수는 총구를 놈의 머리에 겨눴다.
“두 번 말 안 한다.”
앞에 놈이 주섬주섬 옷을 벗었다.
난 그사이 두 놈의 장비를 살폈다.
앞에 놈의 자동 소총, 뒤에 놈은 반자동 저격용 총이다.
장비와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생각해 봤을 때.
한 놈은 저격수, 한 놈은 통신병이다.
“저격 포인트?”
내가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뒤의 놈이 옷을 벗다 말고 말했다.
“무슨 소리야, 우린 인베이더 몇 마리 잡아서 용돈 벌이나 하러 들어온 거다.”
개도 안 믿을 거짓말이다.
그래, 프리랜서일 수도 있지. 하지만 타이밍이 구리잖아.
하필 지금? 이 순간에?
거기에 너희 둘만 달랑?
“난 사이오닉 소속이다.”
“응. 난 불멸자고, 네가 낌새를 보이면 수전증이 재발할 거야.”
내가 말했다.
얼굴만 보면 불멸임을 아는 건 당연한 일이니, 말하는 건 무방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니.
“불멸이었나?”
“……야, 얼굴 보면 알잖아.”
사수 얼굴도 드물게 예쁜 편이고.
난 딱 보면 알잖아.
“애매해서.”
두 번째다. 그 테러 단체 놈도 애매하다고 했었지.
내가 응? 불멸 사이에 있어서 그렇지. 일반 사회에 나가면 지나가다 캐스팅 제의를 받는 몸이다.
솔직히 딱 한 번이지만 그런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작자는 일본 쪽 소속이었고, 내 얼굴보다는 몸에 관심이 많은 눈치이긴 했지만, 그래도 캐스팅을 받았다는 거다. 이 새끼야, 애매하긴 뭐가 애매해.
“이상하게 불쾌하네.”
내가 중얼거리자, 사수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무릎 꿇린 놈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댔다.
애매하긴 하네.
내 얼굴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 상황이 말이다.
죽여야 하나?
필요하다면 살인도 해야 한다. 그건 인지하고 있지만.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말에는 거부감이 생겼다.
사수는 주저하지 않았다.
쩍.
총을 겨눈 채, 놈의 목에 미들킥을 먹였다. 왼발을 축으로 허리 회전이 들어간 교본 같은 킥이었다.
놈은 신음 한마디 없이 모로 쓰러지고.
죽이지는 않는구나. 반쯤은 안심했다.
“뭐해?”
사수의 말에 나도 다른 놈의 목 뒤에 수도를 내리꽂으면서 미주신경성 실신을 선물했다.
“잠……!”
뭐라고 말하려던 놈은 코부터 땅에 부딪혔다. 쓰러진 놈의 얼굴 주변으로 피가 흘렀다.
코가 깨져서 코피가 난 듯싶었다.
“아, 미안.”
들리진 않겠지만, 적당히 말하고 사수를 바라보니, 사수는 이미 단단한 케이블 타이로 손가락, 손목, 팔까지 단단히 묶는 작업을 시작했다.
십 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박스를 포장한 달인과도 같은 손놀림이었다.
나도 같은 짓을 반복했다.
“깨어나는 데 하루는 족히 걸릴 겁니다.”
내가 말했다. 이게 또 오리엔테이션 때 수없이 해 본 짓인지라, 나도 기절시키는 건 고수라 이 말이다.
사수는 둘을 굴 안에 던져 놓고 밖으로 나왔다.
“본대는?”
“아직입니다.”
쌍안경으로 주변을 둘러봤지만, 안 보인다.
그래도 명확한 사실은 있었다.
문제가 발생했다.
본래 팀장이 짠 작전은 소란이 이는 틈을 타서 물건을 빼돌리는 건데.
이건 소란 수준이 아닌데.
작정하고 잡자고 저격수를 배치한 거다.
“어떻게 할까요?”
물으니.
“다른 포인트 전부 확인해 보자.”
답했다.
사수의 특기는 포지셔닝이다.
근접 전투에서야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정도로 쓰지만.
이 능력이 진짜 활용되는 건 위치 선정에 있었다.
달리 말하면, 지형을 파악하고 그걸 활용하는 능력이다.
좋은 저격수는 어떤 저격수를 말하는가.
총을 잘 쏘는 거? 그건 기본이다.
지구의 자전과 바람을 계산하는 것?
여긴 이계다. 환경이 수없이 변한다. 크랭크 조정이 끝난 뒤에는 감만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호흡을 조절하고 바람을 계산하고 목표물의 동선을 예측하고.
저격수에게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 자리 선점이다.
상대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게 전투의 우위를 점하는 일이라면.
저격수의 싸움은 해를 등지고 바람을 등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러니까 사수의 특기인 포지셔닝은 백병전이 아니라, 저격 포인트를 잡는 데 특화된 능력이라는 거고.
“가자.”
그건 곧 이 주변 일대의 저격 포인트를 손금 보듯이 알 수 있다는 거였다.
부착형 손목 태블릿 PC에 일대 지도를 펼쳤다.
손목 위에서 홀로그램으로 나온 포인트를 확인한다. 낮게 올라온 구릉, 언덕, 어설프게 파인 구멍까지.
자신을 숨기고 오가는 타깃을 파악할 수 있는 곳.
다음 할 일은 뻔했다.
상대가 포인트를 잡고 준비한다면, 우리는 차례로 그곳에 방문해야 했다.
우의와 기타 장비를 다 정리하고 두 놈을 굴 안에 박아 넣은 뒤 걸음을 옮겼다.
황무지의 먼지를 뚫고 다음 포인트로 향했다.
주변에 자리를 잡는다는 건 곧 이 일대 인베이더를 청소했다는 의미였다.
불시에 만나는 인베이더 따위는 없었다.
“저기.”
사수가 말하고 쌍안경으로 확인한 뒤.
“제압해야죠?”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기다리는 게 아니라, 치고 들어가는 거다.
여유를 부릴 때도 아니었다.
놈들은 통신기를 가졌고 그건 곧 누군가와 연락을 한다는 거다.
할 거라면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겠지.
“가능하면.”
사수의 답에 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척 죽이기로 존재감을 지우고.
걸음 소리를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 사수가 말한 포인트로 접근한다.
낮게 올라온 구릉 위에서 상대의 숫자를 확인했다.
둘, 아까와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한 놈이 불멸 혼혈로 보였다는 것뿐.
구릉 밑을 자세히 관찰하면 보일 것이다.
기척 죽이기는 기감에 걸리지 않게 해 주는 거지, 물리적으로 몸을 숨기는 기예가 아니니까.
난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지금, 이 순간 적절한 모래바람은 내 친구였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적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 나지 않았어?”
혼혈이 말했다.
“인베이더? 소란은 곤란한데.”
동료가 답하며 인베이더 탐지기를 가동했다.
놈은 품에서 레이더를 꺼내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뒤만 돌아보면 서로를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거리였다.
간 떨리네.
보지 마라, 자식들아, 무슨 소리가 났다고.
그래. 내가 아무리 잘났어도 소리를 완벽히 죽일 순 없지.
그리고 기척 죽이기는 만능이 아니다. 평온한 가운데 접근하는 기척은 예민한 불멸이라면 느끼고도 남는다.
그럼 단숨에 덮친다.
몇 가지 상황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가정에 가정을 더해 개인 전술을 점검하는데.
“무슨 소리가 났는데.”
다시 혼혈이 말했다.
음? 의심하면 주변을 확인하고 좀 움직이지 않나? 그런데 그리 말하고 끝이었다.
숨소리에 기척이 섞일까, 숨을 꾹 참은 채, 난 생각했다.
저 새끼는 세상 다시 없는 둔탱이가 아닐까 하고.
아무리 기척 죽이기를 하고 슬금슬금 다가간다지만, 뭐 이렇게 둔해.
그렇게 세 걸음 안쪽에 도달해서야.
“……이런 씨!”
혼혈이 뒤를 돌아보다가 반응했고.
그건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퉁.
땅을 박차고 몸을 밀어 넣는다. 혼혈의 동료가 소총의 총구를 들었다.
반응은 좋다만.
땡! 네 판단은 틀렸다.
이 정도로 가까우면 총구를 겨눌 때가 아니지.
놈이 총구를 드는 사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은 직후. 놈이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내가 먼저 나이프로 놈의 팔뚝을 그었다.
카가각!
놈도 방검방탄복을 입었다. 이 장비는 아무래도 특수종의 세계에서는 기본 장비에 속하는가 보다.
그래도 변신족의 힘과 크롬 합금 나이프는 만족한 성과를 보였다.
놈의 팔이 잘려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놈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려 까딱거렸다.
“끄으으으.”
전완근이 대각선으로 잘렸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갈 리가 없었다.
죽이는 거야 꺼려지지만, 팔뚝 자르는 것쯤이야.
잘리고 썰리고 베이고 타고.
갖은 고통을 다 당해 본 몸이다.
이 정도는 참아, 자식아.
난 더 아파 봤어.
그럴 때마다 우리 과외 선생은 말했지.
“아프니까 불멸자다.”
그걸 당해 보지 않고서 나한테 고통을 논하지 마라.
소총을 든 놈을 제압하는 사이다.
스나이핑 자세를 취하던 혼혈이 몸을 틀었다.
철컥.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토가레프가 놈의 미간을 겨눈다.
“안녕, 친구들?”
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둘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사수는 이 일대 포인트로 총 열한 곳을 확인했고.
우리는 그중 네 곳에서 상대를 만났다.
같은 방식의 전투가 네 번 있었다는 말과 같았다.
혼혈 불멸자나 초능 특수종.
또는 초능 특수종 둘.
그중에 한 팀은 혼혈 불멸자와 혼혈 변신족도 있었다.
참 다양하기도 하지.
특징은 명확했다.
혼혈 불멸자가 있다면 그쪽이 스나이퍼.
나머지는 호위.
초능 특수종 둘이라면, 둘 중 하나는 시력이나 기타 신체 강화 능력자였다. 그러니까 저격 특화 특수종이란 거다.
일반종도 있었는데 그 작자는 특수 제작된 탄환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거 엄청 비싼 거 아닙니까?”
내가 묻자,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광전자기술을 기반으로 해 날씨나 타깃의 움직임을 계산할 필요가 없는 탄이다.
1초에 서른 번 이상 궤도 수정을 하는 기술이 들어가 있는 신무기, 50구경짜리 추미탄이다.
“이거보다 비싸.”
사수가 자신의 탄을 들어 보였다.
캐쉬히포라는 별명을 붙일 만큼 비싼 탄보다 더 비싼 거.
금이네, 금.
여기에 금광이 있다.
놈들의 무기를 고스란히 챙겼다.
그걸 축능석을 챙기기로 약속한 곳으로 옮기고.
열 놈을 다 굴 안에 던져 놓고, 불멸은 다리를 자르고 나머지는 힘줄을 잘랐다.
회복해서 뛰려면 최소 하루는 필요할 거다.
초능 특수종 중에는 염동력자도 있을 것이다. 그 대비도 했다.
단단한 케이블 타이는 한두 군데 묶어 둔 게 아니었다.
염동력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낼 수 있는 근력 이상의 힘을 못 낸다.
그래서 초능 특수종도 불멸자 무리만큼이나 운동과 훈련에 힘쓰는 이들이다.
시간이 있다면 풀기야 하겠지만.
염동력으로 몸에 묶은 끈을 풀어도 당장은 어찌할 수 없게 해 둔 조치가 다리 힘줄을 자른 거다.
잔인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지?”
두더지 머리 때리기도 아니고, 깨어 있는 놈을 계속 기절시킬 수도 없었다.
내가 물으니, 한 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죽이는 것보다야 이게 속이 편하고.
때아닌 노동으로 이마에 땀이 흘렀다.
치지직.
그리 이마에 땀을 훔치는 사이다.
통신기에서 발생하는 노이즈 섞인 소음이 들렸다.
“이제야 확인하는데요?”
내가 말했다.
놈들은 하나 같이 송수신기가 별도로 달린 무전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까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크기는 대충 손바닥 반 정도에 귀 뒤에 고정하는 수신 장치와 송신 장치가 별도로 있는 물건이었다.
선배가 다 처리하고 무시하자고 했지만, 난 생각이 달랐다.
굳이 왜?
난 어릴 때부터 몰래카메라가 좋았다. 너는 모르는 상태로 내가 속이는 상황이라면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코드 제이크, 송신, 이상 없나?”
상대가 묻는다. 본래라면 당황해야 옳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난 이번 일로 깨달은 게 또 있었다.
우리 사수는 상대방에게 원하는 대답을 얻는 기술도 훌륭했다.
다리 힘줄을 자르고 있는데 사수가 뭐라 물으니 줄줄이 답도 잘하더라.
“그만! 이 미친 새끼야. 평생 불구로 살란 말이냐?”
이렇게 묻는 놈이 있기도 했다만.
아까도 말했듯이,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리 힘줄을 자르는 사이, 사수는 원하는 정보를 다 캐냈고.
그건 곧 이 통신에 대답할 사전 정보가 됐다.
이계에 있기에 이 송신 장치에 GPS가 있을 순 없었다.
이들은 오롯이 통신에 대답하는 말을 믿어야 했다.
그리고 이게 거짓이라면 이걸 말한 놈은 힘줄이 아니라 멱줄이 잘릴 거고.
난 힘줄을 자르며 들은 비명과 목소리를 대충 가늠하고 답했다.
“코드 라이팅, 수신, 대기 중.”
적당히 저렴한 통신기는 노이즈가 섞였기에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두근두근, 기대하면 답을 기다렸다.
“코드 제이크, 수신 완료, 코드 랄프.”
속았다.
흠흠, 목소리 좀 가다듬고.
“코드 랄프, 수신, 대기 중.”
그렇게 다섯 군데 통신을 완벽하게 끝낸 뒤다.
“훌륭해. 성대모사.”
선배가 날 칭찬했다. 드문 경우이기에 나도 어깨가 으쓱했다.
이 일대 저격 포인트를 전부 휩쓰는 데 걸린 시간은 3시간.
약속한 사흘에서 반나절쯤 지난 시점이었다.
축능석을 빼돌리는 게 문제가 아니지 않냐는 내 질문과.
맞는 말이라고 사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다.
본대가 귀환을 시작했고.
“습격이네요.”
난 쌍안경으로 본대를 막은 무리를 바라봤다.
잠시간 그 광경을 보자니.
“코드 제이크, 시작해.”
코드 제이크가 명령했다.
“선배님, 시작하시랍니다.”
통신병 역할인 내가 말하고.
사수는 자신의 캐쉬히포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