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234
약먹는 천재마법사 234화
여운(1)
콰아아아아아!!
빌딩의 옥상에서 낙하하고 있던 순간에 전개되었던 맥퀸의 자성영역 백라찰포사.
그 고산의 사원 안쪽에서 전개된 레녹의 새로운 자성영역.
분기점 관측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팔련뇌이궁의 새로운 절기가 구름의 바다 아래 쪽에서 솟아올라 그대로 맥퀸을 씹어 삼킨다.
그 순간 레녹의 자성영역이 동시에 유리창처럼 깨져나가면서 집채만 한 고래가 고산의 하늘로 솟아오른다.
살이 있는 인간을 단번에 태워버리고도 남는 막대한 화력이 하나의 생명처럼 화해 꿈틀거리며 맥퀸을 불태웠다.
맥퀸은 그 와중에도 본신의 술식을 전력으로 사용해서 저항했으나, 영역 안에서 또다시 영역을 그려내는 레녹의 신기 앞에서 이미 그 힘은 의미를 잃었다.
한시적인 젊음을 되찾은 몸이 파도처럼 내리치는 화력에 서서히 좀먹혀 불타올랐다.
백색의 화염 속에서 처절한 절규가 울려 퍼졌다.
“아아아아아아!!!”
레녹의 영역 밖으로 뛰쳐나온 백색의 고래가 그대로 하늘을 유영하며 새하얀 뇌광을 번뜩이고, 이내 수백 갈래의 뇌전이 되어 푸른 하늘 너머로 산산이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흩날리던 눈밭과 고산의 모습이 그대로 무너져내리며 사라지고.
맥퀸의 영역이 해제되면서 밖으로 떨어져나온 레녹도 속절없이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린다.
“……!!”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수인을 맺은 뒤 부유마법을 영창.
간신히 두 다리로 지상을 밟고 선 레녹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땅에 머리를 처박았다.
쿠웅!
“후으으읍…….!!”
원래라면 간단히 마력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가능했을 부유마법을 수인까지 사용해서 영창해야 한다는 것.
두 마법사의 전투가 어느 수준까지 치달았는지 증명하는 격전이다.
하지만 레녹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면서도 입가에 쓴웃음이 걸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멍청했어…….’
맥퀸에게 들려주었던 말에는 어떤 거짓도 없다.
레녹은 정말로 자신의 심상을 미래의 시점으로 앞당기는 것과 동시에, 평행세계를 관측하고 구현해 낸다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을 현실에 불러냈으니.
한발 앞서나간 시점으로 뒤를 돌아보며, 존재할 수도 있었던 분기점을 과거의 시점으로 간주하여 구현한다.
단순한 발상의 전환이나 말장난 수준에서 그쳐야 하는 일을 직접 자신의 심상 내에서 구현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레녹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바로 그런 심상을 선택함으로써 레녹이 영역을 전개할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말도 안 되게 늘어났다는 것.
매 순간마다 갈라지는 수많은 분기점들을 미래의 시점에서 관측하고 자성영역 내에 각인한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용량을 필요로 한다.
미리 준비했던 수억 셀 어치의 약으로 온몸을 도핑해서 억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그리샤의 어깨너머로 배운 기아스와 트리거로 여러 가지 제약들을 걸어서 술식의 위력을 높이지 않았다면 레녹이 미리 준비했던 마력노심 하나만으로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터.
맥퀸이 자성영역을 시전한 뒤 한참 뒤에야 영역을 전개했던 것, 그에게 직접 자신의 영역에 관한 능력을 설명해 주었던 것 역시 여러 가지 기아스로 제약을 걸고 술식발현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하고도 조금만 더 늦었다면 제대로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을 테니, 레녹이 결정한 심상을 영역 내부에 전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영역을 전개하지 않고서도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던 순간이 몇 번이나 있던 것을 생각하면 실로 오만하기 그지없는 행위.
[멍청한 짓이었어요.]품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다비가 레녹의 머리 위에 올라타서 말했다.
[마스터다운 행동도 아니었구요.]“알아,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레녹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백 갈래의 뇌전이 모여 만들어진 고래가 흩어져 사라진 하늘에서, 그 모든 화력을 온전히 받아낸 무언가가 떨어져 내린다.
쿠우우우우웅!!
수백 미터 상공에서 그대로 금이 간 도로에 처박힌 그것은 놀랍게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흐으, 흐으으……!!”
“…….”
전신의 피부가 모조리 뒤집힌 흉측한 몰골.
말라붙은 피가 얼굴에 달라붙어서 원래 형상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다 타버린 성대로는 제대로 된 언어조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파르덴 맥퀸은 여전히 살아서 레녹을 향해 몸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었다.
“나, 아은……아이익…….”
이미 모든 승기와 생명을 손안에서 흘려보낸 뒤에도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나간 젊음과 흘러간 명예. 얼마 남지 않은 여생에 대한 미련.
그리고 레녹에 대한 지독할 정도로 집요한 적의.
이 정도로 생에 대한 집착이 넘치는 상대이기에, 레녹은 비로소 자신의 전력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평범한 술사였다면 레녹이 영역을 전개한 시점에서 전투의욕을 잃고 말았을 터.
그러나 상식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이적을 눈앞에 두고도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 치는 맥퀸이 적이었기 때문에, 레녹은 온전히 자신이 만들어낸 영역을 시험해 볼 수 있었다.
평행세계를 비추는 만화경.
그중 하나의 분기점을 관측해서 영역 내부에 구현한 뒤 새로운 자성영역을 이중으로 전개.
아직 제대로 된 이름조차 정해내지 못했지만, 이것으로 충분했다.
이것은 레녹이 지금보다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으니.
자신이 낼 수 있는 전력을 온전하게 쏟아붓고, 스스로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를 알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법이다.
7레벨의 고위술사.
비록 오랜 세월로 인해 녹이 슬고 빛바랜 실력을 가졌다고는 하더라도, 레녹이 가진 전력을 부딪치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고.
이렇게라도 레녹은 자신의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을 합리화해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까지 지켜왔던 자신의 가치관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으니.
“위험하군…….”
이제까지와는 다르다.
레녹은 자신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계속해서 변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더할 나위 없이 독보적인 그의 재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위로 올라갈수록 그 재능이 얼마나 위험하고 치명적인지 실감하면서, 레녹의 가치관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자신과 마법사로서의 자신.
어디까지를 레녹 본인이라고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을까.
애초에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레녹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이런 고민조차 살아남은 승자의 사치일 뿐.
덜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난 레녹이 품 안에서 메릴다의 송곳니를 꺼내 움켜쥐었다.
느릿하게 레녹을 다가오는 맥퀸의 가슴팍을 향해, 그 날카로운 이빨을 힘껏 밀어 넣는다.
푸욱!!
“……아.”
인간의 형상조차 아닌 무언가로 변한 맥퀸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피부가 뒤집힌 얼굴로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본 그가 느릿한 한숨을 내쉬고,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미 온몸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장기들이 모두 망가져 있었을 텐데.
생을 향한 집념으로 만들어진 잔여마력이, 메릴다의 송곳니에 담긴 마력내성에 모두 흩어져 사라진다.
카르텔의 첫번째 사장이자, 올리비에라 론 메이즈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했던 창업공신.
수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하세계의 세력가로 군림하던 거물의 마지막 순간은 실로 공허했다.
레녹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털썩!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레녹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걸로 일이 모두 끝난다면 좋을 텐데…….”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남은 것은 카르텔의 회장과 제니의 만남에 달려 있었다.
되도록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맥퀸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술집에 깔아둔 결계의 파손을 감지했다.
그가 해놓았던 조치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랄 수밖에.
그의 가슴팍에 올라타서 똬리를 튼 다비가 말했다.
[…….드레이 크림갈에게 연락을 넣었어요. 아마 2분 내로 마스터를 찾아올 거예요.]다비의 차가운 대답에 레녹이 피식 웃었다.
“고마워. 혹시 품 안에서 연초도 꺼내줄 수 있을까?”
[…….]여우정령은 대답하는 대신 파직 거리는 꼬리로 레녹의 머리칼을 태워 먹었다.
레녹이 할 수 있는 건, 코끝을 맴도는 탄내를 맡으며 헛웃음을 짓는 것뿐이었다.
* * *
[끝난 모양이구나.]올리비에라는 피식 웃으면서 천천히 바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제니의 불안한 시선이 그녀에게 따라붙었다.
“그럼……!”
[나는 수십 년을 함께한 친구를 잃었군.]그녀의 말에 화색을 띠던 제니가 입을 꾹 다물었다.
올리비에라는 그런 제니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일곱 가지 광채가 담긴 마안이 천천히 제니를 향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과부하된 정보량에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터.
하지만 제니는 안색이 창백해지기는 했지만, 그녀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날개가 달린 지팡이가 마안의 능력에서 그녀를 잠시나마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올리비에라는 대천사의 연민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그 유물이 얼마나 귀한 가치를 지니는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파르덴과의 승부를 앞두고, 저 정도 유물을 네게 빌려주고 가다니…… 반이 너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 알 듯하구나.]“……파트너니까요.”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런 허울뿐인 관계가 아닐 테니까.]“…….”
그녀의 말에 제니가 굳은 안색으로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 드렸을 텐데요.”
[무얼, 그리 추궁할 생각은 없다. 단지 궁금했을 뿐이니까.]“네?”
[50년 전의 카이세가 내렸던 선택에, 어느 정도의 무게가 담겨 있었는지 말이다. 과연 그때 녀석은 정말 모든 것을 알고 그런 결정을 내렸던 걸까?]“…….”
[오랜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나로서는 여전히 알 수 없군. 하지만 오늘은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 가득하구나.]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시선을 돌려서 바 옆에 걸려 있는 인형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허접하기 그지없는 손재주. 하지만 그 인형의 모습은 그녀로서도 꽤 눈에 익은 종류의 것이다.
흘러간 추억을 되새기는 그녀의 눈매가 길쭉하게 휘어졌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했더니, 그 긴 수명을 가지고 대륙을 떠돌아다니는 중인가?]“……무슨 말씀이신지.”
알아듣지 못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아무래도 제니는 이 인형이 누구의 작품인지 잘 모르는 것처럼 보였으니.
그렇다면, 그 구릿빛 피부의 주술사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역시 그 마법사 쪽인가.
재미있는 일이다.
이 바닥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이제 2년을 조금 넘긴 마법사가, 이렇게까지 다양한 이들과 인연을 나누고 여러 비밀에 다가서 있다는 것이.
올리비에라는 그것이 단순한 우연일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제아무리 평범한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특출난 결과가 이어지면 그것은 필연으로 변하기 마련.
지금 이 거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에이전트, 복마전, 삼두령과 사무소…… 이 일이 어디까지 흘러가는지 계속 지켜보고 싶지만, 나는 여기까지구나.]올리비에라는 제니를 보며 우아하게 고개를 까딱이고 천천히 등을 돌렸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그때 또 다른 무대에서 보자꾸나. 카이세의 아이야.]후욱-!!
그와 동시에 그녀의 호리호리한 신형이 술집에서 꺼지듯이 사라졌다.
제니의 불안한 시선을 가볍게 뿌리치고 족히 수 킬로미터 밖의 빌딩 옥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녀가 가만히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마침 시선이 닿는 외진 골목에서는 한참 패싸움이 한창이었다.
무언가 일을 저지르고 돈을 나눠 가지는 과정에서 다툼이 생기기라도 한 걸까.
총격전이 벌어지고 시체가 쌓여가며 사방에서는 피가 흩날린다.
별것도 아닌 광경을 그녀는 한참이나 지켜본다.
그녀가 발칸에 자리를 잡은 지도 50년이 넘게 흘렀지만, 이 혼란의 도시는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다.
한때는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던……. 그런 도시의 추악한 모습까지도 이제 정겹게 느껴졌다.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흩날리는 장포를 손으로 누르며 한참 동안 지상을 관망하던 그녀가 중얼거렸다.
[오래 살고 볼 일이구나. 네가 직접 나서는 것을 보게 될 줄이야.]“외유는 충분히 즐기셨습니까?”
긴 머리를 대충 쓸어넘긴 훤칠한 키의 남자.
흐트러진 정장과 털이 매인 코트.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안타레스가 그녀의 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모습을 드러냈다.
올리비에라는 그런 안타레스의 모습을 보고 씩 웃었다.
[그리도 저 아이가 걱정이 되더냐?]“…….”
[걱정하지 말거라.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으니. 이미 그 마법사가 손을 다 써두었더구나.]짓궂은 그녀의 말에도 안타레스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실 저도 그리 걱정 따위는 하지 않지만……. 그 친구와 약속을 해서 말입니다.”
[…….]“적당히 즐기셨으면 이제 슬슬 돌아가시죠. 아직 ‘연구’가 끝나지 않으신 걸로 압니다만.”
그 말을 꺼낸 순간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일곱 가지 광채가 번뜩이며 회전했지만, 안타레스는 멀뚱히 그 시선을 받아냈다.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몸이시지 않습니까?”
[후후……. 정말 모르는 일이 없구나. 참 건방진 녀석이야.]그녀의 두 눈에서 흘러나온 강렬한 압력이 안타레스를 짓눌렀다.
안타레스는 대응조차 하지 않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던 네가, 고작 이런 일에 직접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저 마법사에게서 도대체 무얼 보았길래 명도, 너도 이렇게 안달을 내는지.]“…….”
올리비에라는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한 손을 들어 스스로 두 눈을 가렸다.
안타레스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그 강렬한 존재감은 씻은 듯이 사라진 뒤였다.
그것은 자신의 모든 술식을 마안을 통해 집대성한 고위술사의 유희.
바라보는 시점을 달리하여 존재하는 공간까지 통째로 잘라 붙이는 이동계 술식의 응용.
직접 보는 것은 수십 년만의 일이지만, 여전히 그 실력이 녹스는 일은 없다.
아마 그녀 역시 때를 기다리며 단 한시도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는 증거.
코트에 손을 꽂은 안타레스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는 위계의 끝에 도달해 있었는데…….”
7레벨 성위마법사.
술식을 정의하는 일곱 가지 위계를 모두 완성했다는 의미로 성위(成位).
인간의 재능과 노력으로 닿을 수 있는 경지는 성위의 경지가 한계.
즉 그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과연 올리비에라 론 메이즈는 위로 올라서기 위해 어디까지 인간을 포기했는가.
지금 그녀는 과연 8레벨의 위계에 도달해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수십 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의 만남은 그렇게 끝났다.
서로 원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다르지만 결국 어디선가 계속해서 그 시간의 궤적이 교차해 오고 있다는 의미.
하지만 다음번의 시간이 교차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으리라.
모든 것이 변해가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틀어박혀 있던 삼두령의 수장들도, 이제 변화의 바람을 피부로 느끼게 될 터.
노을 진 하늘을 올려다보던 안타레스의 그림자 역시, 자연스럽게 그 바람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