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410
약먹는 천재마법사 410화
니드 포 스피드(3)
쿠과과과과!!!!
희미한 불빛을 밝히며 다가오는 육중한 지하철.
어두운 터널 안에서 그 모습은 흐릿하기 그지없지만, 그 크기와 속도를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폐쇄된 역 안쪽에 파묻혀 잊혀져 있던 열차가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는지 궁금해할 시간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
저만한 중량의 열차가 달리는 궤도에 스치기만 하더라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퉁!!
제대로 된 소음조차 나지 않는다.
가장 뒤에서 4륜 구동 승용차를 끌고 달리던 참가자가 열차의 앞부분에 가볍게 스쳐 지나간 순간.
장난감처럼 허공으로 떠오른 차량이 그대로 터널 천장에 처박혀 그대로 폭발했다.
콰아아앙!!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경쟁자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은 당연한 일.
“으에에엑……!!”
“씨발, 씨발……!!”
여력을 아낄 처지가 아니다.
각기 남아 있는 엔진 출력과 마력, 혹은 아티팩트를 꺼내 어떻게든 뒤에서 달려오는 죽음의 신호보다 앞서나가기를 기도할 뿐.
“완전히 미쳤어……!!”
레녹의 바로 옆에서 달리던 정령술사 역시 기겁한 표정으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 저런 물건을 출발시키면, 너도 무사하지는 못할 텐데!!”
지어지다 만 이 터널 안에서는 어디로도 피할 곳은 없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뒤에서 내달리는 지하철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앞으로 속도를 올릴 수밖에.
하지만 레녹은 그런 정령술사를 보며 픽 웃고는 그대로 바이크의 속도를 확 늦춰 버렸다.
입을 쩍 벌린 정령술사를 순식간에 앞으로 보내고 뒤로 처지기 시작하는 몬스터 바이크의 모습.
한 치 앞의 풍경을 예상하기 힘든 어두운 터널 안에서 갑자기 선두권을 이탈한 바이크로 인해, 순식간에 터널 안을 내달리던 대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앞에서 온다!!”
“밀지 마, 밀지 마!!”
“안돼, 균형이 흐트러지면……!!!”
우지지지직!!!
몬스터 바이크의 동체를 아예 가로로 확 틀어서 뒤에서 달려드는 경쟁자들을 가로막는다.
레일 한복판에서 바이크의 스로틀을 휘젓는 것만으로 레이스의 대열이 통째로 흐트러지면서 열차 사이로 무수한 충돌과 폭발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앙!!
뒤에서 달려드는 열차를 향해 오히려 돌진하는 레녹의 모습에, 앞서가던 선두권의 참가자들까지 혀를 내둘렀다.
“미친 새끼……!! 열차랑 같이 자멸할 생각인가!!”
“제정신이 아니야, 최대한 거리를 벌려!!”
상대적으로 대열에서 쳐져 있던 참가자들을 고작 한 번의 휘젓기로 싹 밀어 없애 버린 레녹이 그대로 바이크를 달려오는 열차에 바짝 붙인다.
이미 제대로 속도를 받아 관성을 붙인 열차의 속도는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더 격렬하게 가속하는 상황.
하지만 레녹은 공기를 짓누르고 터져 나오는 막대한 압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바이크의 뒷바퀴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바이크 앞바퀴가 요란하게 회전하며 순식간에 바이크의 속도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철도차량 속도 관측. 가속도 패턴과 마찰계수 측정 완료. 바이크 차체 속도 동기화 준비.]카가가각!!
[안착!]들어 올린 바이크 뒷바퀴가 열차 전면부에 닿는 것과 동시에 거센 파공음이 새어 나왔다.
푸슈우우!!
하지만 실없이 튕겨 날아간 다른 참가자들과는 달리, 오히려 열차의 전면부에 안착한 채로 고스란히 그 속도를 유지한다.
열차가 질주하는 속도에 정확하게 맞춰서 거꾸로 올라타는 말도 안 되는 기예.
인간의 감각으로 가능한지조차 의심스러운 초월적인 속도 유지능력과 균형감각에 다른 이들이 앞을 바라보는 것도 잊고 멍하니 뒤를 바라보는 사이.
열차 전면부를 타고 순식간에 차창 위쪽으로 올라선 레녹이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철컥!!
바이크 앞으로 툭 튀어나올 만큼 길쭉한 총신을 지닌 스나이퍼 라이플, 사이트글래스-992.
사도의 갑각을 사용해서 반동을 조정하고 화력을 강화해서, 이제는 대전차 저격용에 가까울 정도의 위력을 지니게 된 물건이다.
빠르게 탄환을 장전하고 정비를 마친 라이플의 총신을 바이크 위에 걸쳐 편안하게 자세를 잡는다.
그제서야 레녹이 무엇을 노리고 열차에 올라타 자신들의 등을 노리기 시작했는지 알아차린 참가자들이 이를 악물고 마력을 끌어올리고.
[후발대를 처리했으니, 이제 선발대만 남은 셈이군.]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 레녹이 바이저 너머로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얼마나 잘 피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볼까?]“으아아아악!!”
* * *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의 조용한 공사장.
반쯤 지어지다 만 터널의 아래쪽에 깔린 레일은 잔뜩 녹이 슬어 어떤 차량도 그 위로 지나다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조용하다 못해 숨소리마저 메아리칠 것 같은 정적.
그렇기 때문에 귀청을 찢는 듯한 굉음이 오히려 거짓말처럼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크게 울려 퍼진다.
퍼버버벅!!
망가진 석면 벽 사이로 튕겨져 나오는 십수 명의 인영.
차량과 짐승, 혹은 알 수 없는 부유체 위에 올라타 있다는 공통점 하나만 있을 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세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허겁지겁 도망친다.
콰아앙아앙!!
그런 그들을 뒤쫓는 것처럼 무너진 터널의 벽면에서 돌기둥처럼 튀어나와 질주하는 육중한 지하철의 자태.
이미 레일 위를 벗어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그 속도는 줄어드는 일이 없다.
그런 열차의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탄 바이크에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날카로운 발사광.
탕! 탕! 탕!!
도망치지 못한 사람은 열차로 밀어버리고,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자는 라이플로 머리를 쏘아 맞춘다.
발악하면서 어떻게든 레녹의 저격을 피하려는 놈들조차, 굵직한 헬멧째로 관통하는 대구경 탄환에 맥을 추지 못하고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고.
“항복, 항복!! 기권할게!! 살려줘!!”
“포기하면 되잖아, 포기하면!!”
몇몇은 갱단의 보복을 감수하고서라도 당장 살기 위해 목숨을 구걸한다.
“아직 안 끝났어, 이 새끼야!!!”
“X발 이게 무슨 레이스냐고……!!”
타타타탕!!
그 와중에 어떻게든 열차의 폭주를 피해 도망치며 레녹에게 반격을 가해오는 이들까지.
오갈 데 없는 비좁은 터널에서는 속절없이 레녹의 저격과 열차의 추격에 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탁 트인 공사판으로 나온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레녹은 그런 그들의 머릿수를 빠르게 헤아린 뒤 쥐고 있던 바이크 손잡이를 위로 휙 틀어 올렸다.
끼이익!!
레일을 잃고 폭주하는 열차가 레이스 경로를 벗어나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지면에 내려섰다.
육중한 몬스터 바이크의 앞바퀴가 그대로 휙 들렸다가 내려앉으며 가장 앞에서 버티고 있던 짐승의 머리통을 그대로 짓눌러 터트렸다.
형언할 수 없는 소리와 함께 바이크 타이어 그대로 찐득찐득한 무언가가 묻어나오고.
바이저 사이로 타고 올라오는 비린내에 레녹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다 꺼져.]앞바퀴를 들어 올린 그대로 앞으로 질주. 길을 가로막은 장갑차 위로 올라타 그대로 장애물을 타고 넘어간다.
동시에 품 안에서 꺼내든 소형 폭탄 몇 개를 그대로 좌석 안쪽으로 투하.
퍼버버벙!!
불길에 휩싸인 채로 터져나가는 차체와 레이서들을 뒤로한 레녹이 무너지는 철근의 비 사이를 뚫고 순식간에 선두를 다시 탈환했다.
부아앙!!
철근이 무너져 부러지는 소리와 그사이에 깔려 비명을 내지르는 경쟁자들의 고함을 뒤로하고 순식간에 공사판을 벗어나 널찍한 도로 위에 올라탄다.
‘외곡순환도로를 빠져나와 버려진 항만을 돌아 나오면 끝이다, 그 전에 다른 경쟁자들을 전부 털어내고 나면 갱단쪽 수뇌부가 직접 기어 나오겠지.’
레녹이 그렇게 생각하며 더욱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엔진의 열기를 점검하려던 그 순간.
타다다닥!!!
바로 등 뒤에서 두꺼운 아스팔트를 즈려밟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당신이 남을 줄 알았지.”
늠름한 표범 위에 올라탄 구릿빛 전사의 모습.
야성적인 외모가 인상적인 그는 어깨에 길쭉한 창대를 한 자루 걸친 채 바로 옆에서 레녹을 돌아보고 있었다.
[넌…….]가장 처음에 노인에게 질문을 던지던 표범을 탄 전사인가.
지난 회차에 대해 언급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 레이스에 참가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겠지.
푸화악!!
그와 동시에 아스팔트 바닥을 모래먼지를 쓸듯이 헤치고 솟아오른 세 번째 경쟁자.
“우리 셋뿐인가?”
하반신이 뱀의 형태를 한 남성의 모습. 땅 위를 짚고 쉴 새 없이 헤엄치는 뱀의 꼬리는 단단한 강철과 마력회로로 이뤄져 있다.
사이보그. 그것도 하반신을 통째로 개조해 기동력을 끌어올린 케이스인가.
입술 사이로 길쭉한 혀를 날름거리며 미끄러진 사이보그가 씩 웃었다.
“쓸데없이 속도를 내지 않고 페이스를 맞추는데 집중한 게 정답이었군. 설마 그쪽과 경쟁하던 놈들을 모조리 떨궈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레녹은 대답하는 대신 말 없이 라이플을 집어넣고, 충전식 샷건을 꺼내 들었다.
이동식 교량과 비좁은 계단, 지하터널과 철도차량의 추격, 그리고 레녹의 저격까지.
그 모든 방해와 경쟁을 뚫어내고 여기까지 도달했다면 틀림없이 보통 실력자들은 아니겠지.
그리고 세 사람 모두, 여기까지 와서 순위권을 두고 타협을 할 만큼 멍청한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뻥 뚫린 순환도로 한복판에서 서로를 노려보던 세 사람이 동시에 손을 휘둘렀다.
쾅!!
사이보그가 휘두른 하반신의 기계 꼬리가 바이크의 동체와 격돌하는 것과 동시에.
달리는 표범 위에 올라탄 창사가 어깨를 비틀고 날카로운 섬광이 허공을 수놓는다.
카가가가각!!
표범이 질주하는 아스팔트 위쪽으로 수십 갈래가 넘는 상흔이 아로새겨지며 사방의 모든 것을 절단 내기 시작했다.
가로등과 보도블록, 소화전과 표지판은 물론이고, 길거리에 쓰레기처럼 버려 있던 폐차까지 깔끔하게 베어지며 표범의 주위로 튕겨 나간다.
창대의 밑동을 잡고 원을 돌리듯이 회전하는 독특한 창술.
그 강인한 원심력에 맞춰 날카로운 창날이 사방의 모든 것을 갈아버리며 레녹의 바이크를 아작 내기 위해 돌진해 온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마찬가지로 레이저 칼날을 번뜩이며 빠르게 지근거리를 파고드는 반인반수.
뱀의 하체와 결합한 사이보그라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기묘한 동선으로 거리를 좁히며 집요하게 타이어만을 노린다.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목표를 하나로 정했다는 것을 깨달은 레녹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쓸데없는 짓을……!!]이를 악물고 브레이크를 확 당긴다.
끼이이익!!
지금까지 쌓아 올린 속력이 무색할 정도의 급정지.
육중한 동체가 앞으로 휙 쏠리는 것과 동시에 뒷바퀴가 들리면서 아슬아슬하게 양옆에서 찔러 들어오는 맹공을 벗겨낸다.
바이크 시스템 내부에서 상황을 관망하던 다비 역시 곧바로 움직였다.
[전륜구동 전환, 270도 다각 회전. 차체 밸런스 유지.]뒷바퀴를 들어올린 바이크가 그 자리에서 왼쪽으로 회전, 동시에 차체 옆에서 튀어나온 추진기가 작동해 푸르스름한 불꽃을 뿜어냈다.
회전력에 가속을 받은 묵직한 바이크의 타이어가 옆에서 달려들던 반인반수의 남자를 그대로 후려갈긴다.
콰앙!!
허공에 높게 치켜든 바이크의 뒷바퀴가 남자의 관자놀이를 치대고 그대로 내리찍으며 흔들리는 꼬리를 짓눌렀다.
바이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뱀의 꼬리를 밟은 채, 아스팔트 위를 엄청난 속도로 미끄러졌다.
동시에 차체 곳곳에서 튀어나온 부스터가 역방향으로 작동해 그 중량을 한껏 더하고.
콰아아!!
아스팔트 위로 타이어와 강철이 동시에 갈려나가며 무수한 불똥을 튀기고 열기를 끌어올렸다.
카가가각!!
기계로 만들어진 꼬리 접합부가 그대로 뜯겨나가며 전선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순식간에 하반신을 통째로 잃어버린 남자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바이크에 이리저리 얽힌 꼬리가 박살 나는 것과 동시에 아스팔트 한가운데 맥없이 떨어진 상반신이 데굴데굴 굴러 근처 소화전에 처박혔다.
레녹이 그 모습을 돌아보며 어떻게든 바이크 균형을 유지하려 마력을 끌어올린 순간.
“아직 안 끝났어……!!”
오른쪽에서 창대를 꼬나쥔 창사 역시 거침없이 어깨를 비틀었다.
네 발로 게걸스럽게 질주하는 표범의 등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로 묘기를 부리듯 거꾸로 돌아 창대를 회전시키자.
섬뜩한 파공음과 함께 바이크 주위로 십수 갈래의 참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실드가……!!’
갑각방패의 무게 자체가 상당하기 때문에 바이크를 타고 있는 동안에는 쉽게 꺼내 들지 못하는 상황.
그 와중에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실드를 유리처럼 아작 내고 레녹의 급소를 정확하게 찔러 들어온다.
유리처럼 부서져 흩날리는 실드 파편 사이로 창을 휘두르는 창사의 손놀림. 그 손속이 어찌나 빠른지 창대를 쥔 두 팔뚝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쉬이이익!!
육안으로 공격을 확인하는 것을 포기하고 마력감지로 창대의 방향을 확인, 바이크에서 떨어지기 직전까지 고개를 숙인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따라와서 레녹이 뒤집어쓴 바이저 옆면을 긁고 지나가는 창날.
드드득!!
[마스터!!]착용자의 머리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바이저가 깃털처럼 뭉개지며 레녹의 옆머리를 슬쩍 드러낸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창사가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흑발. 두상과 체격으로 보아 20대의 육신을 유지하고 있는 남성이군. 그것만으로 신상정보를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어.”
[…….]“그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체를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부터가 뒤가 구리다는 증거지. 기지는 좋다만 여기까지야. 포기해.”
쉴 새 없이 레녹을 향해 창날을 휘두르면서도 목소리에는 한 줌의 떨림도 없다.
“자의적으로 레이스를 포기하면 갱단에 의해 추살되지. 하지만 이 자리에서 30초 정도 멈춰 있다 결승선에 들어온다면 규정상 문제는 없어.”
[그렇게 말할 시간에 앞쪽이나 신경 쓰는 게 어떻겠나?]당장이라도 땅바닥에 갈릴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몸을 눕힌 채로 레녹이 대답했다.
쐐애애액!!
직후 두 사람이 내달리는 레이스 경로가 시가지 한복판에서 폐허 비슷한 컨테이너 지구로 변한다.
버려진 거리, 곳곳에서 망가진 채 주저앉은 녹이 슨 컨테이너 더미들.
한때는 활발하게 화물운송에 관여했을지도 모르는 외곽구역의 흔하디흔한 폐허.
창사가 그것을 인지하는 것과 동시에 레녹의 양손에서 뻗어나온 마력사가 사방의 컨테이너 사이로 뻗어나가고.
[피차 최선을 다해보자고.]마력사에서 붙들린 바이크가 드디어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동체 옆면으로 지면에 쭉 미끄러졌다.
끼이이익!!
아스팔트 위로 불똥을 튀기면서도 그 속도를 잃지 않는다.
균형과 무게중심을 바이크 차체가 아니라 마력사 위로 의탁하고 가속과 관성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방식.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육중한 바이크의 무게를 얼마나 섬세하게 다뤄야만 이런 마력사 조작이 가능할까.
“조작계열 마법사였나……!! 그렇다면 아까 철도차량을 폭주시킨 것도!!”
카가가각!!!
무게중심 자체를 바이크에 두지 않고 마력사에 의지에 외부로 돌릴 수 있는 시점에서 운신이 한결 편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숨을 한번 내쉴 때마다 기관총처럼 쏘아지는 창사의 찌르기.
레녹은 창사가 뻗어내는 그 모든 공세를 마력사조작과 자동운전 알고리즘을 극한까지 조작해 회피해내고 있었다.
끼리리릭!!
지면과 건물 벽면을 사이에 두고 바이크가 누웠다 일어나고 회전하며 비틀려 쉴새없이 방향을 바꾼다.
쉴 새 없이 깜박이는 부스터의 불꽃을 따라 유려하게 회전한 바이크 차체가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창날의 반경을 빗겨내고.
그러면서도 조금의 속력도 잃지 않은 채 미끄러지듯 컨테이너 사방을 활보했다.
창사 자신이 뻗어내는 그 모든 공방을 완벽하게 읽고 예측하는 것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신기.
그제서야 상대가 평범한 라이더가 아니라, 초월적인 수읽기 능력을 가진 엄청난 실력의 술사라는 것을 직감한 창사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고.
철컥!!
그 잠깐 사이 충전식 샷건을 꺼내든 레녹이 순식간에 장전을 마치고 총구를 겨누었다.
[도착했군.]그대로 방아쇠를 당겨 격발.
타아앙!!
총구 사이로 넓게 퍼져나가는 마력의 포화.
탄알 사이로 스며든 레녹의 날카로운 마력의 파편이 헐떡이는 표범의 몸통을 노리고.
“그건 안 되지……!!”
한 손으로 창을 풍차처럼 돌린 창사가 대번에 그 사격을 연달아 막아낸다.
카가각!!
음속의 속도로 쏘아지는 샷건의 파편을 코앞에서 반응해서 쳐내는 괴물같은 반응속도.
육체적인 능력과 수준급의 창술, 그리고 그에 필적하는 기승능력과 우수한 지성을 가진 표범.
마치 이런 격렬한 기동전을 위해 태어난 것만 같은 완벽한 적성과 능력.
레이스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철저하게 전투와 관련된 훈련과 교육을 거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레녹이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대일 전투가 아니라, 이렇게 바이크에 탄 채로 반응속도의 한계를 실험하는 추격전에서 창사를 떨쳐내기 어려움은 자명한 일.
“그만 포기해!!”
창사 역시 그것을 직감하고 승리를 확신한 단호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창대를 치켜든 그 순간.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뒤를 봐라.]“뭐?”
레녹도 바이저를 고쳐 쓰면서 웃었다.
[그리모어 갱단도 꽤 악질적이군. 마지막 경유지로 고른 곳이 하필…….]쏴아아아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가루 더미들.
거리 곳곳에 자리한 육중한 컨테이너 사이로 구멍이 송송 뚫린 채 알 수 없는 하얀 가루들이 배어 나오고 있다.
레녹이 터트린 샷건의 사격이 단순히 창사를 향한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위치한 컨테이너 곳곳을 박살 내고 내용물을 풀풀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가루의 냄새를 맡은 순간, 군위의 경지를 돌파한 지 한참이 지난 창사조차 머리가 아찔해진다.
순식간에 그것의 정체를 깨달은 창사가 경악한 표정으로 코를 틀어막고 중얼거렸다.
“인공마약…… 칵테일인가!! 이런 위험한 물건을 변두리 컨테이너에 처박아두었다고!!”
[코를 막아야 하는 건 너뿐만이 아닐 텐데.]“이런, 가룸!!”
수준급의 초인인 창사 정도야 억지로 호흡을 조절하면서 전투를 이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도, 그가 타고 있는 표범은 전혀 이야기가 다르다.
실제로 마약의 가루를 달리면서 잔뜩 들이마신 표범의 눈이 점점 헤까닥 돌아가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짐승이라 하더라도 뇌를 직접 자극해서 망가뜨리는 마약에 오래 노출되면 치명적일 터.
혹시 중독되기라고 한다면 그 여파는 감당할 수 없다.
그제서야 기겁한 창사가 빠르게 창대를 사방으로 휘둘러 거센 바람을 일으켜 마약의 가루들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들이마시면 안 돼!! 조금만 참아!”
후우우웅!!
칵테일. 다양한 마약을 조합해서 그 효능을 끌어올린 조합마약을 넓게 일컫는 말.
창사 역시 마약에 대해 지식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부작용이 강한 물건인지는 이해하고 있다.
이런 마약이 대규모로 숨겨져 있는 곳을 마지막 경유지로 골랐다는 것 자체가 그리모어 갱단이 수작을 부렸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 광장에 쌓인 컨테이너의 숫자만 해도 수십. 그 모든 컨테이너 안에 마약이 숨겨져 있다면 그 양은 수백만 명이 동시에 투약하고도 남을 지경이다.
갱단이 마지막 경유지에 이 정도로 많은 마약을 숨겨놓고 있던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 저의를 파악한 창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일이 수틀리면 마약 밀매에 대한 책임을 우리들에게 물 생각인가!! 설마 이 모든 일이 억지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실컷 생각하고 있어라.]끼이이익!!
컨테이너 사방에 걸어둔 마력사가 끊기듯이 풀려나며, 기형적으로 기울어 있던 바이크의 동체가 다시 우뚝 선다.
동시에 차체 뒤쪽으로 난 배기구에서 거세게 터져 나오는 불꽃.
간발의 차로 비틀거리는 표범을 앞지른 레녹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난 먼저 가볼 테니.]철컥!!
동시에 레녹의 왼손에서 한 바퀴 회전한 샷건이 자동으로 재장전을 거쳐 발포.
왼쪽 머리 위에 높게 쌓여 있던 컨테이너의 탑이 그 충격에 기울어 무너져 내렸다.
아작 난 컨테이너 사이로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약이 터져 나오며 일대를 뒤덮고.
가루 사이로 던져진 불꽃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거대한 분진폭발로 변했다.
콰아아아아앙!!!
컨테이너가 쌓인 폐허를 통째로 뒤덮은 폭발이 뒤처진 표범은 물론이고, 한발 늦게 들어온 후발주자들까지 휩쓸고 몰아친다.
그 열기와 광량에 어두웠던 밤하늘이 한순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지며 거리에 빛이 들어오고.
직후 그 폭발조차 인식할 수 없을 만큼 뜨거운 화염으로 변해 모든 것을 휩쓸었다.
* * *
“페이스메이커 12명 모두 연락두절. 참가자 88명 리타이어.”
“…….”
담담한 기색을 유지하려 하지만, 보고하는 목소리가 흔들리는 것 자체는 어떻게 막을수가 없다.
목소리는 한쪽 손으로 관자놀이를 쓱쓱 문지르며 손을 내저었다.
“계속해.”
“레이스 경로로 설정했던 외곽구역 5개 일대의 심각한 파손……. 저희에게 구역의 경로를 임대했던 협력업체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생존자 열두 명 중 여덟은 심각한 중독상태에 있습니다. 칵테일의 중독성을 생각하면 후유증이 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리고 남은 한명이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는 말이군.”
참가자 112명 중 갱단측에 섭외된 페이스메이커 12명과 참가자 100명.
그 중 사전에 갱단과 물자를 나눠갖기로 합의하고 손을 잡은 뒷배는 스물 가까이 된다.
레이스 과정에서 이런 난리가 난 만큼 다른 조직이나 갱단에게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
“마약가루로 만들어진 폭발 때문에 사방이 난리도 아닙니다. 경찰조사를 받는 건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 뒷배가 어디 있는지 잊었어? 그런 이야기는 일단 제쳐두자고.”
그리모어 갱단에게 있어 레이스의 보상으로 걸린 물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레이스의 형태와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유지하는 일.
그것은 당연하지만 갱단의 뒤를 봐주는 거물이 이것을 아주 강력하게 요구하고 또 바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갱단이 시정부 공용물자로 다른 이들에게 생색을 내고, 외곽구역을 두 구역이나 점유한 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바.
그렇기 때문에 방금 저 바이크를 탄 라이더가 한 일은 갱단의 입장에서 도저히 좌시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쿵!!
무거운 몸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목소리가 말했다.
“빅터.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와인회사. 당장 뒷배를 뒤져서 내 앞에 가져와.”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가, 벽면 한쪽에 걸려 있는 카메라로 향했다.
“저놈이 내 앞으로 기어오기 전까지.”
카메라 화면 너머에서 비춰지는 레이스의 결승선.
그리모어 갱단의 본부 앞.
온갖 철조망이 거칠게 휘감긴 철문 앞으로, 한대의 묵직한 바이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