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605
약먹는 천재마법사 605화
수상한 엔지니어(3)
집행관.
기계도시에서 가장 강력한 정예병단이자, 마키나를 대표하는 무력의 상징.
그 위명은 다른 도시에서도 유명해, 집행관의 커리큘럼을 배우기 위해 재능 있는 초인들이 연수를 오기도 했을 정도다.
시간이 적지 않게 흐르고, 마키나의 폐쇄성은 더욱 강해졌지만 그럼에도 그 위상이 희미해지는 일은 없다.
레녹이 컨설팅을 빙자한 장인 노릇을 시작하며 닿은 인연이 벌써 여기까지 닿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집행관이 이 공방에 찾아와야 할 다른 이유가 있기라도 했던 걸까.
“…….”
이자벨라는 틀림없이 레녹에게 일부러 집행관의 장갑을 노출하고 보여주었다.
그를 통해 반응을 살펴보려 한 것이라면 레녹은 거기에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만약 반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충분한 심증이나 의혹을 가지고 레녹을 상대하려 온 것이라면 어떨까.
적어도 집행관이라는 초인집단은, 그런 이유만으로 레녹을 찾아오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은 분명했다.
“일단 한번 보고 판단해도 되겠습니까?”
억지로 의혹을 억누르고 이자벨라가 내민 물건을 살폈다.
새카만 흑색으로 빛나는 네 개의 칼날이 가지런히 접혀 들어간 검의 형태.
잡고 휘둘러도 무엇 하나 벨 수 있을지 모를 만큼 칼날이 안쪽으로 접혀 있다.
기능하기 어려울 만큼 망가져 있는 것이 확실한데도, 피어오르는 힘이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레녹은 굳이 그 장비를 더 만져보지 않고도, 이자벨라가 꺼내놓은 장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티팩트였군요.”
“맞아.”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비를 만든 장인은 아티팩트를 직접 제작할 수 있던 마이스터였지.”
마도공학의 기술력을 빌려 제작된 장비와 직접 마력을 머금은 아티팩트.
누군가의 손에 쥐어져 휘둘러진다는 목적 자체는 같지만,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다.
철저하게 형태에 따른 목적에 충실한 장비와는 달리, 아티팩트는 마력을 통해 발현 가능한 능력이나 술식이 깃들어 있는 바.
장비를 만드는 제작자 자신이 심상과 의념을 어느 정도 통제해 다뤄낼 수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
그렇기에 아티팩트의 능력과 방향성을 의도해 만들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이들은 거의 무조건 마이스터의 칭호를 받아왔다.
“듣기로는 총화기 뿐만이 아니라, 날붙이를 비롯한 아티팩트 까지도 취급한다고 하던데.”
“……”
“오르골을 손보는 데 성공했다면 정비실력 자체는 훌륭한 수준이겠지.”
레녹은 대답하는 대신, 조용히 손을 뻗어 손잡이를 천천히 움켜쥐었다.
키잉……!
그 순간, 마치 시동이 걸리는 것처럼 희미하게 진동하며 네 갈래의 칼날이 회전하듯 솟아오르는 모습.
손잡이를 잡는 것과 동시에 작동하며, 전투에 최적화된 형태로 변화하는 아티팩트인가.
레녹이 눈을 감고 마력감지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채, 그대로 마력을 칼날 안에 불어넣은 그 순간.
우웅!!
거대한 미로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환상이 일었다.
아티팩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레녹을 압도한 것이 아니다.
칼날 안에 내장되어 있는 의념과, 장비 내부에서 조립된 부품의 설계도가 조합되며 강력한 이미지로 떠오르고 있을 뿐.
‘사용자의 마력을 네 갈래로 나누어 아티팩트 안쪽에서 자체적으로 증폭시키는 방식이군.’
마력을 삽입했을 때 해당 부품과 의념이 어떻게 움직이며 내장기능을 작동시키는지 빠르게 확인한다.
‘칼날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전투보다는 마력의 기로를 정해주는 역할에 가깝다. 공명과 반발을 억지로 짜내기 위한 설계구조.’
검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외형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아주 강력한 마력증폭장치.
그것도 눈앞의 이자벨라 단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다.
‘내부 마력흐름 제어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원활하게 적용되어 있어. 사용자를 한 명으로 정해두는 대신, 마력의 증폭효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건가.’
이 아티팩트를 만든 장인은 단순히 장비제작과 마력조작, 심상의 응용에만 능했던 것이 아니다.
기아스를 통해 제약을 걸고, 그로 인해 잠재력과 한계를 높이는 것에 대한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혜안.
‘살아 있었다면 틀림없이 고위계 초인에 올라 더 오랜 수명을 손에 넣었을 수도…… 아니, 그게 아니군.’
고위계 초인이 될 수도 있었던 장인이 아니다.
이 장비를 만든 장인은 죽기 직전에도 제작계통의 고위계 초인이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레녹이 칼날을 쓰다듬으며 이자벨라에게 물었다.
“장인의 이름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클라크. 클라크 렌슬릿.”
이자벨라가 말했다.
“아마 한 번쯤은 당신도 들어본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
렌슬릿. 마이야 렌슬릿.
그것이 기계도시 최고의 집행관이었으면서, 이제는 판데모니엄의 범죄자로 전락한 괴물의 성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이자벨라가 들고 왔던 장비를 제작했던 장인은, 바로 마이야 렌슬릿의 혈육이었던 것이다.
레녹은 고민하다가, 이내 들고 있던 아티팩트를 내려놓고 이자벨라에게 공방 안쪽을 가리켰다.
“간단한 정비가 아니라, 아티팩트를 수리하는 거라면 이렇게는 어렵겠지요. 안으로 들어오시죠.”
* * *
레녹은 능숙하게 공방 안으로 이자벨라와 우자트라 불린 청년을 안내했다.
두 사람은 군인 여성처럼 온갖 장비들이 쌓여 있는 공방을 쭉 둘러보았지만, 그에 대한 어떠한 감상이나 내색도 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훈련을 받은 수준이 아니군. 실전을 오랫동안 거듭해 온 베테랑이다.’
일반적인 공방과 다른 환경이라는 걸 알고 주시하면서도, 공간 자체에는 시선을 빼앗기지 않는다.
현장에서 무수한 경험을 쌓아 올려 도달한 신중함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는 무반응.
실력 있는 고위계 초인이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비정상적으로 차분한 태도는 재능과 무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지에 있다.
레녹은 안쪽 작업대가 잘 보이는 의자에 두 사람을 앉혀놓고, 작업대 위에 아티팩트를 내려놓았다.
철컥, 철컥!!
작업대 곳곳에 튀어나온 굵직한 전선들을 그대로 아티팩트 사이에 꽂아 넣는다.
이자벨라가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접합부를 따로 조정하지 않는군. 아티팩트 내부 마력효율 측정도 하지 않고 연결하면 어느 한쪽이 망가지기 쉬울 텐데.”
‘지적이 예리하군.’
아티팩트의 구조나 정비 시 어떤 식으로 공정이 이뤄지는지 잘 알고 있다.
아마 그녀의 연인이었던 클라크 렌슬릿이 뛰어난 마이스터였기에 그쪽으로 지식이 풍부한 것이겠지.
실제로 이자벨라의 지적 자체는 틀리지 않다.
레녹이 아티팩트 곳곳에 보란 듯이 전선을 연결해 넣은 것도, 전선을 사용해서 마력을 공급할 거라는 보여주기에 불과했으니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자벨라의 눈앞에서 그럴듯한 핑계를 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웅……!!
장치를 작동시키는 것과 동시에 작업대에 내장된 간이엔진이 작동, 마력을 뽑아내 그대로 아티팩트에 고스란히 꽂혀 들어가기 시작했다.
새파란 마력광으로 빛나는 얼굴을 슬쩍 돌려 가리면서 레녹이 말했다.
“실시간으로 맞춰 조정해 나갈 생각이니까요.”
“아니, 잠깐만 그게 말이 되는 소리……!!”
당황한 청년, 우자트가 이자벨라 대신 벌떡 일어나 말리려 들었지만, 이자벨라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행동을 멈춰 세웠다.
장비를 맡기기로 결정한 이상 그 과정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일까.
레녹이 그렇게 생각하며 작업대 위로 솟아오르는 마력을 그러모아 아티팩트의 칼날 위로 때려박았다.
파직!!
수백 갈래가 넘는 파편으로 쪼개진 마력입자가 아티팩트 내부 부품 사이로 퍼져 회전하고.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듯 조립된 모든 부품의 표면적을 부드럽게 휩끌고 지나가며, 그 면적을 3차원 모식도로 스캔해 작업대 위에 띄워 올렸다.
파아앗!!
느닷없이 레녹의 머리 위에 떠오른 3차원 홀로그램의 형상.
그 모습이 아티팩트를 낱낱히 분해하여 허공에 띄워올린 이미지라는 것을 깨달은 우자트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찾았군요.”
짧게 눈을 감았다 뜬 레녹이 얇은 바늘처럼 생긴 드라이버를 들어올려 그대로 넓게 벌어진 칼날 사이로 밀어 넣었다.
끼릭, 끼릭……!!
철가면 안쪽의 돋보기로 내부 구조를 확대해 들여다보고, 손에 쥔 드라이버는 레녹의 손이 아니라 마력사로 조작해 섬세하게 어긋난 부품들을 재조립한다.
“부품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고, 구조가 중첩되어 있어 한 부분이 어긋나면 전체 기능이 마비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
“하나의 부품에 여러가지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를 한 탓이겠지요. 물론 그렇게 했기 때문에 증폭장치를 이 정도까지 소형화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레녹이 작게 중얼거리는 말에 이자벨라가 눈을 빛냈다.
“마력증폭장치에 대해 이미 깨닫고 있었군.”
“아티팩트를 수리하겠다는 사람이 장비의 연원과 목적을 알지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마이스터 클라크 렌슬릿은 아마 굉장히 뛰어난 마력사용자이자, 사소한 변화조차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예리한 감각의 보유자였을 것이다.
검의 형태를 한 증폭장치 내부 구조는 마력의 흐름을 극한까지 비틀어려는 설계자의 집착과 노력이 엿보였을 정도.
그 정교함이나 복잡함은 어지간한 살아 있는 마력사용자와 비교해도 결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이 아티팩트를 제작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직접 본 적도 없음에도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지속성과 보완성을 비롯한 여러가지 기능을 포기했죠. 이건 결국 수명이 정해져 있는 물건입니다.”
“……뭐라고?”
마력증폭장치를 소형화해서 무기로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레녹은 잘 알고 있다.
레녹처럼 초월적인 재능을 지닌 마법사가 아니면서도, 다른 초인의 마력을 점진적으로 증폭시켜줄 수 있다는 것.
그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기아스까지 조정해서 아티팩트에 넣었을 정도라면 클라크 렌슬릿의 제작실력은 이미 경지에 도달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닐 터.
하지만 그는 그 기능을 실제로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부품과 잦은 고장, 복잡한 설계를 감내해야 했다.
클라크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 아티팩트를 구성하는 부품들은 끊임없이 마모되고 고장을 일으키게 되었을 터.
그것을 알고 있기에 레녹은 그 복잡한 내부 부품을 수리할 생각을 처음부터 버렸다.
철컥!!
드라이버를 떼는 것과 동시에 아티팩트 안에서 녹아내린 톱니바퀴와 나사의 잔해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아티팩트 주위를 둘러싸듯 접혀들어간 네자루 칼날을 그대로 분해해 떼어내는 레녹의 모습.
우자트가 당장이라도 뛰어나갈듯한 표정으로 움찔거렸지만, 이자벨라는 아직 참을성 있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저 아티팩트의 가치가 저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니까 저렇게……!!”
“참아. 여기가 마지막이다. 결과를 보고 나서 이야기해도 늦지 않아.”
철컥, 철컥!!
아티팩트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완전히 뜯어고치고 외형을 개조하는 수준의 정비.
내부 부품을 고치는게 아니라 덜어내고, 외형자체를 손보는 것도 기가 막힐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작업대 위로 엄청난 양의 마력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는 사이에 그 모든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를 반이라고 소개한 저 장인이 마력을 다루는 실력이 말도 안 될 만큼 섬세하고도 치밀한 솜씨라는 증거.
그것이 이자벨라가 아직까지 인내하며 레녹이 진행하는 공정을 지켜보는 이유였다.
“꽤 오래전부터 이런 설계를 지닌 아티팩트를 볼때마다 생각했던 방식이 있습니다.”
망설임없이 기존의 외형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서 뜯어고치기 시작한 레녹이 말했다.
“이번 기회에 한번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겠군요.”
“…….”
장인이 하는 새로운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체 얼마나 될까.
우자트는 그 사실을 지적하고 싶은 듯 보였지만, 이자벨라의 말을 기억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사이에도 레녹은 연신 기존의 부품을 뜯어내고, 또 구부리고 녹여내 다시 붙여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을 뿐.
아이러니하게도 그 와중에 완전히 기존의 형태를 잃고 해체된 것처럼 보였던 아티팩트가, 처음 그대로의 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찰칵!!
마지막으로 떼어냈던 네갈래 칼날을 접합해 붙여넣자, 이자벨라의 품안에서 꺼냈던 원형에 가깝게 돌아온 아티팩트의 모습.
그와 동시에 작업대 위를 흐르던 막대한 마력의 흐름도 씻은 듯이 잠잠해지며, 진동조차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끝났습니다.”
철가면 반대쪽으로 땀을 훔친 레녹이 아티팩트에 접합되어 있는 전선들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뒤로 돌아 이자벨라가 앉아 있던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그것을 내려놓은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력이나 마력흐름 제어같은 미세한 부분은 추후 조정이 더 필요하겠지만, 작동 자체는 문제없겠죠.”
“좋아.”
망설이지 않고 아티팩트의 손잡이를 움켜쥔 이자벨라가 물었다.
“여기서 바로 사용해 봐도 상관없겠지?”
“물론입니다.”
철컥!!
이자벨라가 아티팩트를 쥐고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네갈래 칼날이 활짝 펼쳐지며 거꾸로 펼친 우산과도 같이 변했다.
한차례 개조와 정비를 거친 뒤에도 본래 주인을 잊지 않은 것처럼, 마력을 불어넣자 빠른 속도로 시동이 걸리는 아티팩트.
하지만 아티팩트에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한 직후, 이자벨라의 표정은 전에 없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지?”
파지지직……!!
이자벨라가 흘려넣은 마력이, 증폭 장치 안으로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아티팩트 표면적을 타고 가감 없이 바깥으로 줄줄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
아티팩트를 고치는게 아니라, 아예 내부에서 작동이 되지 않도록 망가뜨린 수준이 아닌가.
이자벨라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레녹을 돌아보고, 상황을 파악한 우자트가 싸늘한 안색으로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댔다.
스릉!!
얇은 세검을 손에 쥔 우자트가 레녹의 목 끝을 겨누고 그 움직임을 봉쇄했다.
“클라크 렌슬릿의 마력증폭장치는 마이스터의 손을 빌려도 양산이 불가능한, 기계도시에서 단 하나뿐인 고유 아티팩트다.”
아까와는 달리 무표정한 얼굴로 우자트가 레녹을 노려보며 칼날을 목덜미 사이에 그대로 가져다 댔다.
“그걸 네 손으로 완전히 망가뜨린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 세검.”
레녹은 그 말에 대꾸하는 대신, 자신의 목을 겨눈 세검의 형태를 보고 도리어 흥미로운 기색을 보였다.
“그것도 단순한 검이 아니라, 복합적인 기능을 내장하고 있는 아티팩트군요.”
매끈한 칼날의 형상을 띄고 있지만, 칼날 안에서 기계 부품이 돌아가는 소리를 레녹은 놓치지 않았다.
이 상황에도 다른 장비에 흥미를 보이는 레녹의 태도에, 우자트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지금 장난할 기분이 아니……!!”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지만, 장비 안에 기능과 능력을 내장시키는 구조 자체는 필연적으로 불안함을 안고 있습니다.”
“……뭐?”
“부품이 망가지고 외형이 조금만 비틀리는 것만으로 아티팩트의 능력이 망가지고,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일이 허다하죠.”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힐끗 이자벨라를 돌아보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직까지 그녀가 쥐고 있는 마력증폭장치의 형상을.
“그럴 바에는 아티팩트에 내장된 기능을 개념적으로 비틀어 밖으로 빼버리는 편이 더 편리하지 않겠습니까?”
“……설마.”
레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자벨라는 곧바로 이해한 듯, 희미하게 눈썹을 떨었다.
냉막하기 그지없던 그녀의 얼굴에 경악과도 같은 감정이 번지고, 그런 그녀의 태도에 우자트가 어안이 벙벙해진 기색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아티팩트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바깥으로 줄줄 흘러나오던 마력이, 일제히 한 곳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