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717
약먹는 천재마법사 717화
빈집털이(10)
화르륵!!
불길로 일렁이는 여성의 형체가 타티아나의 손을 감싸 쥐자, 눈부신 불꽃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마녀의 몸은 타오르기는 커녕, 따스한 온기에 휩싸여 생기를 되찾았다.
힘겹게 시선을 든 타티아나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이내 서글픈 미소로 변했다.
“텟사…….”
[미안해, 타티아나.]텟사라 불린 여성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의 마지막 작전. 결국 실패해 버렸구나.]“……아니야.”
타티아나가 목이 메인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 스승님과 거래를 하는 게 아니었어. 몇 번이고 다짐했는데도, 난…….”
탑의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염주를 그만두겠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타티아나가 그 결정을 다른 마법사들에게 고백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다른 이들과 마음을 모아, 탑주에게 이번 작전을 끝으로 탑을 나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그것조차 결국 성공이 불가능한 임무에 투입되어 무의미한 희생으로 끝나 버렸을 뿐.
전장에서 발을 빼겠다는 타티아나의 소망은 결국 연기처럼 덧없는 바램이었지만, 모든 희망이 무너진 지금도 아직 멈출 수는 없다.
타티아나를 믿고 마지막까지 따라와주었던 마법사들의 죽음마저 농락당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으니까.
필사적으로 다짐하고 되뇌었음에도, 기억에 있는 얼굴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미안하다, 텟사. 계속 사과하고 싶었어.”
불길속에서 투명한 눈물이 떨어져내렸다.
“내가 너희들을 죽게 만들었다. 내 잘못이야…….”
[우리가 직접 결정한 일이야. 탑을 나오기 위해 받아들였으니 난 후회하지 않아.]텟사가 말없이 타티아나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네가 살아 있으면 됐어. 네가 남았으면 괜찮아.]“…….”
[네가 우리의 소망을 대신해 주면 돼.]“……그래.”
타티아나가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었다.
탑의 치부와 배신을 설명하는 것보다, 떠나가는 동료들을 배웅하기 위해 어울리는 대답이 있었으니까.
파앗!! 팟! 팟!!
엔진 동력부에서 핏빛의 광채가 하나둘씩 풀어 헤쳐지더니, 타오르는 인간의 형상으로 변했다.
십수 명에 달하는 마법사들의 형상이 조용히 타티아나의 곁에서 사라졌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
새장 안에서 피안을 건너선 것처럼, 마법사들의 영이 한 줌의 불길로 화해 떠올랐다.
타티아나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타오르는 불길.
동시에 그녀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던 속박이 하나둘씩 불타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심상을 강제로 속박하는 기아스를 태워 없애버리는 영혼의 불길.
휘감기는 염을 따라 손을 들어 올리자, 마녀의 의지를 타고 발사대의 화염이 소화(消火)되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
지상을 타고 흘러넘치던 추진제와 발사대의 불길이 대기 중에 녹아들듯 조용히 소멸한다.
흘러넘치는 불길을 꺼트리고, 위성 발사를 완전히 멈추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타티아나가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생각하지?”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녹이 페이샤에게 물었다.
“인간에게 걸려 있는 심상의 속박은, 저런 식으로 풀려 해제되기도 하는 걸까?”
“웃기지마!!!”
페이샤가 대번에 레녹을 걷어차 뒤로 튕겨 날려 버렸다.
그 충격만으로 대번에 발사대가 무너져내리며 지상에 길쭉한 상흔을 남겼다.
쿠콰콰쾅!!
무너져내린 잔해 사이에서 솟구친 페이샤가, 뒤로 밀려선 레녹을 보며 말했다.
전신이 부러지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도 발휘하는 괴력.
죽음을 각오한 극위급 육체능력자의 유지력은 이미 생명의 경계를 뛰어넘어 있다.
“네놈이 그분의 대변자가 맞다면……!! 이게 얼마나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인지 알고 있을 텐데.”
“…….”
“그걸 알면서도 의미 없는 의미 따위에 집착하고 있는 거냐?”
“맞아. 어쩌면 정답이란 이미 정해져 있을지도 모르지.”
레녹이 희미하게 경련하는 두 팔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전륜축성을 제대로 적중시키기 위해 세 번째로 사용했던 우로보로스 팔경의 부작용.
페이샤의 돌진을 순식간에 반격으로 치환해 낼 만큼 강력하지만,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이 비정상적인 힘으로 인한 부작용은 레녹이 결코 쉽사리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레녹의 육신이 그의 것이 아니게 되어가는 듯한 이질감.
레녹의 정신을 침범하지는 못한 무언가가, 서서히 레녹의 육신을 좀먹어간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감각이 사라져가는 듯한 공허함을 억누르며, 레녹이 말했다.
“다만 내게는 확신이 필요해.”
“…….”
“이성적인 판단과 효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 레녹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나는 아직도 그것을 찾고 있다.”
“누구 마음대로!!”
우우우웅!!!
엉망진창이 된 몸으로, 페이샤가 다시 한번 그녀의 소우주를 전력을 끌어올렸다.
의념의 분출만으로 공간이 짓물러 터져나가며, 등 뒤에서 수십 갈래 혼령들을 빠르게 갈아치웠다.
푸우우!!
페이샤의 몸이 음속을 돌파한 순간, 끊어진 혈관과 근육이 버티지 못하고 사방으로 피를 흩날렸다.
시뻘건 핏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쓴 귀신이 맨손으로 대기를 찢어발기고 레녹을 향해 질주했다.
드드드드득!!
“아아아아아!!!”
보이지 않는 거인이 주먹을 휘두르듯 대지가 으스러진다.
바람이 몰아치고 지형지물이 뒤틀려 소멸하며, 발아래로 용암이 들끓었다.
쿠구구구!!
의념을 쥐고 휘두르는 것만으로 심상이 격렬하게 반응해, 그녀가 지닌 힘을 무차별적으로 터트리고 있는 것.
살아 움직이는 분쇄기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쥐고 휘갈기는 괴력.
레녹 역시 곧바로 마력을 때려 박아가며 대응했다.
수백 갈래 파편이 되어 휘날리는 천둥의 파편을 던져, 페이샤의 눈앞에서 모조리 터트린다.
시계를 물들이는 뇌광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냉기의 숨결을 내리쳐 그녀의 신형을 움켜쥐었다.
[쇄빙주(鎖氷注)] [폭결(瀑結)]화아아아악!!
얼음의 파문 위로 수십 갈래 사슬이 꼬여 페이샤의 다리를 붙들고, 머리 위로 냉기를 폭포처럼 들이부었다.
“같잖은 수작 부리지 마아아아아!!!”
페이샤가 양쪽 어깨를 비틀자 순간 얼음의 사슬이 폭발해 하늘 위로 비산하고.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수백 갈래 쪼개진 얼음 파편이 떠올랐다.
뇌전의 방벽과 냉기의 사슬. 수십 종의 화력마법과 실드 중첩을 돌파해, 철갑날개와 마총의 견제까지 받아내며.
싸늘한 바람을 밟고 레녹의 앞에 내려앉은 페이샤가 피를 토해내며 웃었다.
“그딴 애매한 결심 따위로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
쿠오오오오!!!!
그녀가 손을 까닥이기만 해도 레녹의 간극을 찢어발길 법한 근거리.
하지만 레녹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등 뒤에서 번뜩이는 혼령의 형상을 바라보았다.
특정한 동물이나 괴물의 형상을 띄기보다, 일그러지고 조악하며 쉼 없이 흔들리는 불안정한 형태.
지금껏 그녀가 보여준 완성도 높은 혼령의 형상과 능력과는 다소 이질적인 모습.
레녹은 그 이유를 직감하고 물었다.
“전륜축성의 태상봉인. 강제로 버티거나 봉인을 찢어발기고 도망친 게 아니겠지.”
레녹의 시선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네 혼령과 심상을 대신 봉인 안에 놓아두고 도망친 것 아닌가?”
“…….”
“틀린 방법은 아니야. 그 시점에서는 가장 적합한 판단이었지. 대상자의 인식에 기반하는 태상봉인은 주체가 아니라 심상을 묶는 힘이니까.”
레녹이 페이샤에게 꽂아넣은 전륜축성의 봉인술.
하지만 페이샤는 봉인을 힘으로 찢어발기고 탈출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내면세계 소우주 일부를 찢어 대신 봉인당하게 만들고, 그 틈을 타 억지로 구속에서 벗어났을 뿐.
페이샤의 소우주가 혼령 빙의라는, 심상을 객체로 나누어 발현하는 개념이기에 가능했던 기적.
하지만 혼령이자 심상 일부를 강제로 분리해 낸 여파는 그녀로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소우주 일부가 찢겨나간 여파가 그녀의 육신까지 미치고 있었던 것.
“네 심상 일부를 억지로 찢어놓고 나왔으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렇지 않나?”
레녹이 말했다.
“다룰 수 있는 혼령들 중 절반 이상을 놓고 나왔겠지. 소우주의 반을 갈라놓았으니, 근원에서부터 무너져내리고 있는 거야.”
위계를 초월해 8레벨에 도달했다고 하여, 극위능력자가 하위 레벨의 초인보다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자들이기에, 쌓아 올린 위계가 더욱 불안정해지기도 하는 법.
전륜축성의 봉인을 피하기 위해 소우주의 심상을 쪼개 미끼로 삼은 판단은 과감하고 훌륭했지만.
그 결과 그녀가 쌓아 올린 소우주의 위계가 뿌리부터 흔들리며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페이샤가 쌓아 올린 위계는 무너져 하락하기만 할 터.
귀희는 레녹의 봉인술에서 도망치기 위해, 위계의 하락까지 감수할 작정으로 손을 썼던 것이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하지만 페이샤는 그 사실을 지적당하고도 태연하게 웃었다.
평생에 걸쳐 쌓아올린 위계를 버리고도, 두번다시 그것을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면서도 동요하지 않는다.
“무너진 위계는 다시 쌓아올리면 그만이야. 잃어버린 혼령은 다시 만들어낼 수 있지.”
“…….”
“미래 따위를 생각할 때가 아니야. 널 죽여서 이 모든 일에 마무리를 짓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 것 같아? 나는-”
“그렇겠지.”
레녹이 웃었다.
“또 다른 사람을 죽여서 네 심상과 욕망을 보충하면 될 테니.”
레녹의 냉소에 페이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볍게 어깨를 비틀어, 그 손을 그대로 레녹의 목을 향해 내질렀을 뿐.
쐐액!!
손목을 튕긴 순간 소리를 뛰어넘은 일권.
손아귀째로 가속한 그 손짓에 혼령의 귀기가 담겨 공간을 비틀었다.
사방의 공간을 일순에 제압해 도주와 회피의 가능성을 모조리 막아버리는 필살의 한수.
하지만 그 손길이 레녹의 목을 꿰뚫고 거침없이 그 생명을 거둬들이려던 찰나.
와장창!!
레녹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거울처럼 깨져 나가며, 그 뒤로 텅 빈 폐허만이 내비쳤다.
빛을 이용한 착시.
광원을 굴절시켜 만들어낸 강력한 환술임을 깨달은 페이샤가 퍼뜩 시선을 치켜들었다.
어느새 다시 피어오른 거대한 불새의 날개 위에 올라탄 레녹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신기루? 아니야, 계통이 완전히……!!!”
“광각을 강제로 구부려 만들어낸 착시. 잠깐이면 충분하지.”
전륜축성의 원리를 조합해 임의로 만들어낸 광요계열의 환술.
듀렌이 사용하던 신기루 술식의 묘리를 모방하면, 이 긴박한 상황에서 거리감 정도는 속일 수 있다.
페이샤를 속여 만들어낸 잠깐의 시간을 통해 영창하는 것은, 남은 혼령까지 통째로 소멸시킬 초월적인 합성마법.
“……!!!”
레녹의 머리 위에 떠오른 마력의 응집체를 바라본 페이샤의 표정이 확 변했다.
쿠구구구구!!!
창백한 얼음의 구체 안에서 지옥의 업화가 회오리친다.
냉기 안에 열기를 눌러담은 그 모순을 단단한 중력의 사슬이 억누르고 형상을 존속시켰다.
작은 행성을 창조해 낸 것인 양 아름답게 일그러진 의념의 결정체.
레녹이 그 구체를 의념으로 잡아, 그대로 지상을 가리키는 것과 함께 천지가 진동했다.
창조계열 고유마법 : 연금술 응용
삼중연성(三重鍊成)
[염허(炎噓) : 제위동성(濟僞凍星)]콰아아아!!
지상에 도달하기도 전부터 제위동성의 힘이 땅을 짓누르고 지평선을 구부렸다.
회전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구체 내부의 불꽃을 묶어두던 사슬의 인력을 반대로 전환.
얼음의 구체 안에 담겨 있던 화염이 힘을 부풀리며 천지만상을 집어삼켰다.
작은 행성이 폭발한 중심부에서 회전한 인력이 사방의 공간을 끌어당겨 잡아먹는다.
자색의 사슬이 끊어지며 묶여 있던 중력이 왜곡되고, 담겨 있던 불과 얼음이 춤을 췄다.
쿠과과과과!!!!
“아아아아아아아!!!”
불과 얼음이 날뛰는 지옥의 한복판에서 지상 위를 내달린다.
온몸의 피부가 싹 다 타버린 몰골로, 물을 찾아 헤매는 짐승처럼 무기를 찾는다.
휘오오오!!!
귀곡성을 터트린 혼령의 힘이 그녀의 의지를 대변해 세 번째 팔이 되었다.
망가진 테마파크 외곽. 사방이 뒤집혀 증발하는 와중에도 형태를 유지하던 전망대를 움켜쥔다.
뚜두두두둑!!!
혼령의 팔이 십수 미터짜리 전망대를 휘감고 부러뜨려, 레녹을 향해 무기처럼 겨누었다.
마치 전망대 탑을 창대로 삼으려는 듯한 그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
“카아아아악!!”
제위동성의 업화와 냉기에 죽어나가면서도, 그녀의 몸은 본능에 따라 움직였다.
전망대를 창대로 삼은 창사의 심상이 수십만 번 연습해 온 자세를 무의식중에 재현하고.
죽음을 목전에 둔 그녀의 심상이 본디 존재하지 않는 혼령을 새로이 만들어 띄워 올렸다.
[끄워어어어어!!!!]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은, 온 몸이 새카만 비늘로 뒤덮인 거대한 괴룡(怪龍).
흑색의 비늘을 두른 괴룡이 자신의 형상을 창대에 휘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페이샤 그리스번의 남아 있는 모든 가능성을 그러모아, 창사의 본질을 통째로 던지는 투창(投槍).
불새의 형상 위에 올라탄 레녹이 지친 기색으로 웃었다.
“그래. 여기까지 와서 멈춘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
페이샤는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잃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결전에 임하고 있다.
8레벨에 다다른 육체능력자가 손실을 각오하고 발하는 마음의 힘은, 한번 부러지고 찢어졌음에도 더할 나위 없이 위험했다.
타의로 만들어진 결핍과 여백, 내면의 공허까지 각오로 삼아 끌어낸 이형의 혼령체.
그 위력을 인지한 레녹의 손가락이 희미하게 꿈틀거렸다.
저 기술의 위험함을 직감한 순간 레녹 역시, 자신의 가장 강력한 손패까지 생각이 미친 것.
‘영역은 어렵겠지.’
하지만 레녹은 그 가능성을 생각하자마자 곧바로 포기해 버렸다.
작전 시작과 동시에 쉴 틈 없이 벌어진 전투. 페이샤와의 결전과 전륜축성의 봉인술까지.
연달아서 마력을 사용한 탓에 이제는 정말 여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자성영역을 사용할 생각이었다면 페이샤와 조우한 직후 전개해 전투를 끌고 가야 했을 터.
‘만화경에 한번, 분기점 관측에 두번. 마법 영창에 세 번. 남아 있는 영약이나 표션을 감안하더라도 모자라.’
영역 내부에서만 허락되는 고유마법을 사용하면 승부에서 확실하게 우위에 설 수 있겠지.
하지만 레녹은 그걸 알면서도 영역을 사용할 생각을 접어두었다.
승리하는 것과는 별개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여력을 남겨놓는 선에서 결착을 짓는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빠르게……!!!’
결심을 마친 레녹이 불새의 형상 위에서 뛰어내려, 지상으로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펄럭이는 그림자 코트 사이로 양 손을 가지런히 모아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대라전(帶羅電)] [뇌허공동(雷虛空瞳)] [집뢰편향(輯雷偏向)]빠지지지지지지직!!!!
레녹이 보유하고 있는 전격계통 마법들 중에서도, 속성을 증폭시키고 퍼 올리는 고유마법을 연달아 영창.
수천 갈래 전류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와 어두운 하늘을 푸르게 물들였다.
전류가 튀는 굉음이 수천 번씩 중첩되며 공간이 찢겨나가는 굉음으로 화했다.
[전위공명 : 하모닉스]쩌저저적!!
그렇게 터트린 전류의 흐름을 모조리 잡아다가 손 아래로 응축.
팔을 타고 흘러나온 전격이 단 한줄기도 어긋나는 일 없이 압축되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득!!!
수천 가닥의 전류를 극한까지 압축하고 내리눌러 만들어진 새파란 정사면체의 형상.
시작과 종착점만이 존재하는 불규칙한 전류 수천 가닥을 완벽하게 통제해 만들어낸 의념의 응집체.
부하와 반발, 공명과 확산, 압축과 조형.
여섯 가지 마력의 성질변화를 극한까지 통제해 우레의 염상을 증폭시키고, 다비의 연산력을 빌려 가늠하는 도달점의 하나.
파직, 파직……!!!
동시에 지상에서 준비를 마친 괴룡이 수십미터 전망대를 기둥으로 삼아 레녹을 향해 솟구쳤다.
[귀극 : 신창] [수라회천괴륭(修羅廻天壞隆)]쿠과과과과과!!!
귀가 먹먹해지는 굉음. 용이 포효하는 듯한 처절한 울음소리.
중력을 거슬러 솟구친 빛은 형상과 재질을 뛰어넘어, 대상을 꿰뚫는 필중의 투창이 된다.
조각난 혼령을 이어붙인 괴룡의 혼령이 먹구름이 낀 하늘을 깨부수며 레녹을 향해 입을 쩍 벌리고.
악의로 뭉친 심상의 형태가 마법사의 신형을 송두리째 집어삼켜 부러뜨리려던 찰나.
레녹이 덜덜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심의.
[사상신뢰(沙上申雷)]파앗!!
푸른 빛으로 발광하는 정사면체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떨어져 내렸다.
강력한 힘으로 발사되거나, 빠르게 내리찍히는 일도 없이.
레녹의 손에서 통제를 잃고 떨어지듯 낙하해, 괴룡의 숨결과 마주했다.
그 한 줌의 빛조차 집어삼킨 괴룡이 레녹을 향해 혓바닥을 쭉 뻗은 그 순간.
괴룡의 형상이 그 자리에서 짓눌리듯 찌그러지며, 역으로 그 몸이 처참하게 쪼개지기 시작했다.
콰지지지지직!!!
“……!!!!”
수십 미터 크기의 괴룡이 이빨 하나만도 못한 사상신뢰의 광채를 이기지 못하고 으스러진다.
하늘로 솟구쳐 레녹을 삼키기 위해 발악하면서도, 자그마한 뇌광의 무게를 버틸 수 없다는 듯 몸부림쳤다.
으지지지직!!
괴룡의 발작에도 불구하고, 심의의 뇌광은 처음 떨어지던 속도를 유지하며 투창을 관통하고 헤쳐나갈 뿐.
흑색의 비늘로 뒤덮인 혼령의 내부에서 새파란 광채가 빛나며 떨어져 내리는 위화감.
가로막는 장애물을 막론하고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압축력.
[끄어어어어어!!!!]전망대를 휘감고 발악하던 혼령이 처절한 울음소리를 터트리고, 그 고개를 푹 숙인 순간.
찌유우우웅!!
사상신뢰의 빛이 괴룡의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관통하고 페이샤의 머리 위에 도달했다.
“아…….”
멍하니 선 페이샤의 머리 위로, 그녀의 혼령이 통째로 소멸하며 힘을 잃은 전망대가 떨어져 내린다.
“꽤 오래전에…….”
레녹이 중얼거렸다.
“네 제자를 이런 식으로 보내주었었지.”
그가 시계탑에 묶어 죽였던 그녀의 제자를 떠올리며, 손가락을 튕긴 그 순간.
[개벽(開霹)]먹구름이 활짝 갠 새벽하늘 위로, 또 하나의 개벽이 시작되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