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719
약먹는 천재마법사 719화
빈집털이(12)
휘오오오!!
타티아나를 발사대에 먼저 보낸 사이, 레녹은 품 안에서 연초를 하나 꺼내 들었다.
전투가 끝난 직후부터 줄담배를 연이어 피우고 있지만, 그만큼 녹초가 된 상황.
지금부터 해야 할 이야기를 생각하면 페이샤 앞에서 티를 낼 필요는 없었다.
타티아나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던 레녹이 여전히 먹통인 휴대폰을 두들기다 말했다.
“깨어났지? 지금쯤이면 기본적인 대화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을 거다.”
8레벨의 극위능력자.
그것도 육신을 기반으로 삼아 위계를 초월한 자라면, 그 내구와 회복력은 이미 종의 한계를 넘어선 수준이다.
완전히 목숨을 끊어놓은 게 아닌 이상 어떻게든 생명을 부지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회복하려 할 터.
온몸이 부서져 가사 상태에 빠졌다 해도, 이렇게 의식이 깨어난 이상 의사소통이 될 정도임은 틀림없다.
“듣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말하지.”
고개를 푹 숙인 페이샤의 앞에 레녹이 앉아 시선을 맞췄다.
연초를 문 채로 연기를 흘리면서 생각에 잠긴 레녹이 말했다.
“내가 알고 있기로 카이세 바쥬르의 아들은 이미 죽었다.”
“…….”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레녹이 천천히 기억을 되짚어가며 말했다.
“카이세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역행마력. 그 천성을 애매하게 물려받은 탓에 오래 살지 못했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레녹은 과거의 환상 속에서 겪었던 일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폐쇄구역 25구역에서 벌어졌던 과거의 기억. 그 안에 생생하게 살아 있던 수십 년 전의 초인들.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소멸을 선택했던 카이세의 마지막까지.
그가 남긴 회중시계와, 자성영역의 심상이 여전히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다.
마지막에 카이세가 남긴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있기에.
그가 남긴 유지에 공감할 수 없었으면서도, 그만큼 존중할 가치가 있다 여겼기에.
데드라이즈의 수장이 카이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레녹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카이세는 자신에게 손녀가 있다는 사실도 꽤 늦게서야 알고 있었다. 다른 자식이 있었다면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
“대답해 봐. 너희 군단의 수장은 정말로 그의 아들이 맞나?”
일찍 죽은 아들을 제외한 다른 자식이 있었다면, 카이세의 죽음과 함께 프로젝트가 쉽사리 와해되는 일도 없었을 터.
하물며 제니가 49구역에서 조든의 도움을 받아가며 겨우 브로커 일을 하고 있었을 리도 없다.
만약 데드라이즈의 수장이 정말 카이세의 아들이라면, 그가 바로 제니의 생물학적 아버지라는 의미.
인과의 앞뒤가 테이프처럼 끊어진 듯한 이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기 위해, 레녹은 올리비에라와의 거래가 아니더라도 페이샤를 살려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말없이 레녹의 질문을 듣고 있던 페이샤의 입매가 희미하게 비틀렸다.
“……너, 역시 관계자였군.”
성대가 모조리 불타 쩍쩍 갈라지고 쉬어버린 목소리.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통일 텐데도, 페이샤는 아랑곳하지 않고 낮은 웃음을 흘렸다.
“당시 그분의 사정을 그렇게까지 깊게 이해하고 있는 이는 많지 않지…….”
“…….”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어. 그분께선 언제나 대책을 생각하며, 우리에게도 다음을 예비하라 하셨으니까.”
페이샤가 씁쓸한 듯이 중얼거렸다.
“우리에게 비밀로 하고, 네놈 같은 대안을 따로 마련해 두셨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다.”
“글쎄. 내가 보기에 너희들이 카이세의 생각을 받아들인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군.”
레녹이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내가 기억하는 카이세는 인신공양에 손을 대는 멍청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너희들이 하는 짓은 어떻지?”
“…….”
“결국 교단에 종속되는 것이 당연한 힘을 사용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무엇이 남는 거냐?”
“그래?
페이샤가 고개를 힘겹게 치켜들었다.
엉망으로 불타 버린 그녀의 눈동자는, 숨길 수 없는 냉소로 빛나고 있었다.
“그걸 그렇게 잘 알면서, 올리비에라와 다시 손을 잡았단 말이지?”
“…….”
“너도 다르지 않아. 대체 우리와 무엇이 다르다고, 그분의 유품을 네가 가지고 있는 거지?”
페이샤가 씹어뱉듯이 힘겹게 말했다.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우리에게 어떤 대안도 남지 않았을 때…… 넌 대체 왜 그때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던 거지?”
필사적으로 한마디씩 끊어 토해내는 그녀의 눈동자에, 숨길 수 없는 증오가 타올랐다.
“이제 필요 없어.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분이 소중히 여긴 다른 모든 가치를 저버리더라도…… 하나만은 지켜낼 거다.”
“하나만은 지켜낸다고?”
“바쥬르 님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계셨지. 그거 하나면 충분해.”
페이샤는 그렇게 내뱉은 뒤, 더 이상 미련 없다는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됐으니까 그 개 같은 구속구나 다시 채워. 올리비에라에게 날 데려갈 생각이겠지?”
“…….”
“흐흐흐, 아무래도 좋아. 오랜만에 그 찢어 죽일 여자의 얼굴을 직접 보겠군…….”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할 생각이 없다는 듯, 눈을 감은 채 숨조차 쉬지 않는 페이샤의 모습.
생포당한 시점에서 일이 곱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올리비에라와 엮여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것인가.
그녀의 반응을 생각하면 올리비에라와 오래전부터 악연이 있었다는 정황은 분명해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때의 일을 더 캐묻고 싶지만, 여기서 무리하다간 레녹의 무지만 드러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은 페이샤가 착각하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편이 좋겠지.
“좋아. 그렇게 하지.”
레녹은 그렇게 대답하며 다시 정토신해진언을 꺼내 들었다.
염주를 바라본 페이샤의 눈이 순간 강하게 빛났지만,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그녀를 구속해 공간째로 고정시킨다.
단단하게 묶인 페이샤를 마력사로 옮긴 레녹이, 발사대 앞에 서 있는 타티아나를 발견하고 불러 세웠다.
“타티아나.”
“반, 다 끝난 거야?”
“어느 정도는.”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돌렸다.
“다른 사장단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
타티아나가 곤란한 기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메릴다는 뒤로 빠졌고, 앙헬은 나와 같이 여기까지 왔었는데, 아예 안 보여.”
레녹이 페이샤와 전투를 개시한 직후, 메릴다는 전투 불능에 빠진 스탁턴을 제압하고 킬리안을 챙겨 후퇴.
반대로 타티아나와 앙헬은 역으로 발사대에 진입해 위성 발사를 멈추기 위해 손을 쓰고 있었다.
두 사장단이 목숨을 걸고 작전에서 한몫한 덕분에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풀렸다.
페이샤의 상대를 기대한 건 아니었으니, 작전 진행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으로 도움이 되었다 해야 할 터.
빠르게 마력감지를 돌려본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메릴다는 감각권에 없고, 앙헬은 수도관 아래 기절해 있군.”
“수도관 아래? 왜 거기까지 파고 들어갔대?”
“그걸 설명하려면 속성계열 선천이능자가 본능적으로 환경에 집착한다는 가설을 먼저 이해해야-”
길어지려는 레녹의 말을 타티아나가 단칼에 잘랐다.
“수분이 있을 법한 장소에 머무른다는 거지?”
“……그렇지.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으니 일단 발사대에서 필요한 물건을 수습하는 걸 우선으로 하자.”
연초를 문 레녹이 진통제 앰플을 어깨에 꽂아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희와 싸우는 사이 챙기지 못한 물건들이 몇 가지 있다.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필요하겠지.”
쿠구구!!
저 멀리서 반으로 부러진 채 활활 타오르는 발사대와 공장 파편.
잔해가 뒤섞여 녹아내리며 거의 회생이 불가능할 지경으로 망가지고 있다.
저 안에 자리하고 있던 위성 역시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겠지. 다시 제대로 작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복잡한 표정으로 그 폭발 지점을 바라보는 타티아나의 모습.
카트를 끌고 걷던 레녹이 문득 물었다.
“후회하고 있나?”
“……아니, 전혀.”
레녹의 말에 타티아나가 조용히 대답했다.
“이렇게라도 보내줘야 했어. 오히려 너무 늦었지.”
“…….”
“진작에 했어야 하는 일인데, 내가 모자라서…….”
엔진의 재료가 되어 고통받게 놔두느니, 봉황전의 권한을 빌려 안식을 주는 것이 맞다.
타티아나는 처음부터 레녹에게 그 사실을 분명히 했고, 레녹 역시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의견이 합일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타티아나 역시 이별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레녹이 물끄러미 시선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유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뿐이더군.”
“아니, 네가 마탑의 권한을 이어받지 않았다면, 이런 식의 결말조차 불가능했겠지.”
타티아나의 말에는 한 줌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시선을 돌린 그녀의 어깨가 희미하게 떨렸다.
“고마워. 정말로.”
“…….”
마지막에 좋은 기억으로 남으면, 다 좋은 일이란 말에 레녹은 그리 동의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일도, 좋은 기억조차 불만족스러운 결과인 일도 얼마든지 있다.
결국 그 기준을 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는 일.
그럼에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어그러진 죽음에 안식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에 타티아나는 안도하는 것일까.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감정 역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레녹 역시 자신에게 찾아온 결말의 끝에서, 그녀와 같은 안도를 느낄 수 있을까.
쓴웃음을 지은 레녹은 타티아나와 함께 무너진 발사대 시설 근처로 향했다.
“데드라이즈 잔당이 남아 있을까?”
“감지에 걸리는 기척은 없군.”
레녹과 페이샤의 전투는 테마파크 전체를 순회하며 사방을 갈아버렸던 격전이었다.
운이 좋게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아마 멀쩡한 상태는 아니겠지.
마력감지를 돌리며 구역을 탐색하면 확실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찰칵!!
발사대 아래 으스러진 위성의 잔해.
그 사이에서 아직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위성 엔진을 천천히 추출한다.
“반, 좀 더 힘줘서 고정해 봐……!! 계속 빠져나오잖아.”
“마력조작에 부하가 걸려서 컨트롤이 쉽지 않군.”
“컨트롤 못 하면 내가 깔려 죽는다고……!!”
끼이익……!!
위성 파편 안쪽에서 인간의 상반신만 한 엔진을 타티아나가 힘겹게 끌어냈다.
소질이 없는 육체 강화까지 사용해 필사적으로 엔진을 받쳐 든 타티아나의 머리 위로 레녹이 마력사를 뻗었다.
촤라라락!!
매끈한 구체 엔진 위로 마력사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엔진의 무게를 분담한다.
그제야 간신히 빠져나온 타티아나가 땀을 줄줄 흘리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저, 전쟁터에서도 이렇게 육체강화를 해본 적이 없……!!”
“고생했다.”
위성의 엔진은 강력한 마력내장재로 만들어져, 외부에서 마력을 통한 간섭이 쉽지 않다.
지금처럼 엔진을 물리적으로 추출하는 게 아니라면 손대기도 어려울 정도.
물론 레녹이 작정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페이샤와의 전투로 마력 소모가 커서 섬세한 조작이 어렵다.
그렇기에 레녹이 아니라, 타티아나가 직접 들어가 엔진을 업고 빠져나온 것.
손목을 주무르는 타티아나를 두고 레녹이 곧바로 왼팔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바로 시작하지. 엔진이 예열이 되어 있을 때 성능을 실험해 봐야 할 테니.”
발사대로 돌아와 엔진을 추출한 것은 단순히 전리품을 챙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데드라이즈가 쏘아 올리려던 위성의 능력. 그 진가가 바로 이 엔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대기권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 위성이 망가졌는데, 정작 그 부품으로 내장된 엔진의 형태는 멀쩡하다.
그만큼 데드라이즈 역시 엔진의 설계와 동력부에 대해 아주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의미.
키잉!!
매끈한 엔진의 동체 아래로 직접 마력을 흘려 넣은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반중력 엔진을 상당 부분 차용했군. 거기서 끝나지 않고 수백 번 넘게 술식 조정를 거친 흔적이 보여.”
“아마 봉황전을 동력으로 사용하기 위한 사전준비였을 거야.”
타티아나 역시 레녹의 옆에서 엔진 내부를 살피며 대답했다.
“위성의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열원이 필요할 테니까. 내부에서 열량을 온전히 운용하기 위한 조치겠지.”
“개념을 덮어씌우는 중첩언령(重疊言霊)이 대부분이다. 아마 탑의 개념을 대기권까지 확장하기 위함으로 보이는군.”
봉황전이 강력한 열원이기에 엔진 부품으로 그것을 필요로 했던 것만이 아니다.
마탑의 권한수용체인 봉황전을 중심으로 삼아, 대기권에 마탑의 새로운 지부를 만들어낼 생각이었던 것.
그를 통해 탑의 개념을 하늘 위로 확장시켜, 위성을 보호하고 시야를 개척해 중앙전선을 내다보려는 근본적인 목적.
데드라이즈와 마탑은 서로의 기술과 마법이 필요해 손을 잡고 위성을 제작했던 것이다.
“엔진 내부 구조를 분석해 보면, 봉황전을 어떤 식으로 이용하려 했는지 파악할 수 있겠지.”
타티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네가 새로운 마탑을 세울 때, 이놈들이 만든 결과물을 고스란히 빼먹을 수 있을 거야.”
마탑의 개념을 지상에 묶어두지 않고 하늘 위로 확장시키려 했다면, 그 성과를 없애는 대신 빼먹는 편이 훨씬 유용하지 않겠는가.
레녹과 티타아나는 처음부터 그 사실을 인지하고, 모든 사태가 끝난 뒤 엔진을 회수할 계획까지 세워두었던 것이다.
“어떻게 할까. 여기서 한번 실험해 볼래?”
“그러는 게 좋겠군.”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왼팔을 어루만졌다.
“이쪽은 이미 준비가 된 것 같다.”
쿠르릉……!!
팔뚝을 타고 휘감긴 홍염의 나선이, 레녹의 손길을 따라 뱀처럼 구불거리며 흘러나온다.
[염열계열 고유마법 극위사용자 확인.] [소환자의 의지에 응답해 형상을 구축합니다.]화르륵!!
오른손 위에서 작은 불새의 형상으로 변한 봉황전의 의념이 고개를 치켜들고 파닥파닥 날갯짓을 했다.
[정식승계과정 후보자 인식 완료.] [권한을 지정해 주십시오.]타티아나가 쓴웃음을 짓는 사이, 레녹이 불새를 양손으로 쥐고 엔진 동력부에 올려놓았다.
반으로 갈라진 엔진 최상단, 주먹만 한 무언가가 들어설 법한 작은 방의 형태.
불새는 레녹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폴짝 뛰어 방 안에 내려앉았다.
작은 새가 둥지를 틀듯이 날개를 접고 몸을 동력부 아래 가까이 붙인다.
불새가 눈을 감고 부리를 비비적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 수용체의 출력을 감안했을 때 중상급의 적합도.] [인지했습니다.]그 대답에 레녹과 타티아나가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좋다는 거 맞지?”
“나쁘지 않다는 대답을 길게도 돌려 말하는군.”
[출력 안착 완료. 솔라 시스템 대리 구현.]쾅!!
그 순간, 엔진의 사방으로 길쭉한 불길 수십 갈래가 훅 뿜어져 나오며 그 동체를 허공에 띄워 올렸다.
쿠르르릉!!
묵직한 회전음과 동시에 엔진 내부 출력이 회전하며, 엔진 자체를 허공에 띄워 올리는 신기.
그것 자체는 레녹이 개발해 낸 반중력 엔진과 유사하지만, 엔진의 진짜 능력은 그다음에 벌어진 일에 있었다.
[간이권역 출현 준비. 충격에 대비해 주십시오.]쿠구구구!!!
봉황전의 엔진을 중심으로 휘감긴 붉은 파동이, 순식간에 두 사람이 선 대지를 통째로 뒤흔들었다.
중력을 거꾸로 거스르는 듯한 기묘한 부유감.
화염에 휩싸인 대지가, 지면째로 흔들리다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발사대 인근 대지가 작은 섬처럼 부유하고, 타티아나가 아래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운용이 부드러운걸. 예열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대로면 바로 작동하겠어.”
타티아나가 신기한 듯 중얼거리다 생각났다는 듯 레녹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잘만 하면 정말로 하늘 위에 새로운 마탑을 만들 수도 있겠는데?”
“잘됐군.”
레녹의 담담한 대답에 타티아나가 고개를 내저었다.
“시큰둥하게 말하지 말고. 이건 유례가 없는 사건이라고. 마탑을 세우고 나면 해보고 싶은 일 있어?”
“글쎄…….”
천천히 떠오르는 지면을 바라보며 레녹이 피식 웃었다.
이미 과정과 결과까지 전부 예측이 끝난 성과에 대해 무어라 첨언을 덧붙여야 할까.
아직 마탑을 제대로 세우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봤자 의미 없는 공상일 뿐.
그나마 이 시점에서 막연하게나마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어째서 7대 마탑주의 의념물질을 동력으로 삼았을까.”
“뭐?”
레녹이 타티아나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블레이버 마탑 본성에는 선대 탑주들의 사리가 여럿 있었겠지. 그중에서 하필 봉황전을 선택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
“고도를 초월한 환경. 대기권에서 버틸 동력. 지상을 내려다보는 관측과 유지력. 까다로운 조건과 상황을 만족시킬 동력원이 이것 하나뿐이었다면…….”
[권역 형성으로 인한 의사 전이 구간 구축 완료.]두 사람의 눈앞에서 거대한 불새의 형상이 떠올라, 지면을 떠받치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화르르륵!!
레녹이 그 불새의 눈에 본디 존재하지 않던 선명한 초점이 잡혀 있음을 깨닫고 중얼거렸다.
“7대 마탑주의 마법이 다른 탑주들보다 특이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군.”
[일곱 번째 태양의 전언을 재생합니다.]그 순간, 두 사람의 눈앞에 길쭉한 불꽃의 계단이 펼쳐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