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79
위이이이잉!!
손안에 모여든 전격의 흐름이 너무나도 빠르게 회전하면서 역으로 느릿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작은 항성이 된 것 마냥 시린 빛을 뿜어내며 빛나는 구체를 만족스럽게 응시하던 에덴이 양손을 겹치고 그것을 앞으로 쭉 뻗었다.
[항뢰(沆雷)]섬광으로 변한 전격의 역류가 중력을 거스르고 지평선을 비추고.
[썬더 콜링]그에 맞춰 레녹도 하늘에서 낙뢰를 불러내 눈앞에 내리찍었다.
쩌어어어엉!!
차가운 겨울의 공기속에서 격돌한 두 갈래의 마법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공간을 비틀고 땅을 헤집었다.
그 충격으로 옥상 전경이 흔들리면서 동시에 두 마법사가 비틀거린다.
전격계열 공용마법과 고유마법의 대결.
원래라면 상대조차 되지 않아야 하겠지만, 그가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시켜온 낙뢰의 위력은 이미 공용마법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었다.
잠깐의 격돌끝에 명멸하던 레녹의 낙뢰는 놀랍게도 에덴의 마법과 동수를 이루면서 소멸했다.
쓸려내려가는 전격의 폭풍을 바라보던 에덴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이, 이건 말도 안돼. 어떻게 내 항뢰를 이렇게까지 쉽게…..!!”
경악한 표정으로 레녹을 바라보면서도, 마법사의 이성은 아직 남아있었는지 그의 손이 다시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레녹을 죽이지 못한다면 지금 발전소를 타고 올라오고 있을 그의 일행들에게 포위되어 죽는 길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생을 향한 필사적인 의지가 허공에 흩날리는 전격들을 다시 불러세우고, 다시 한번 현실을 부정하기 위한 이적을 만들어낸다.
레녹도 멈추지 않고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만큼 실력있는 마법사, 그것도 같은 전격계열과 목숨을 걸고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
이빨 사이로 연초를 부서져라 씹어물면서 뻗어낸 마력을 낮게 깔아 던진다.
허공에서 새하얀 냉기로 변한 레녹의 마력이 곧바로 얼음의 뿔이 되어 에덴을 덮치고, 길쭉한 불의 창을 불러내 사선에서 사각을 노렸다.
콰과과광!!
하지만 그에 맞춰 발광하듯이 뿜어낸 원형의 충격파가 레녹의 마법들을 싹 밀어내고, 오히려 역으로 가지를 치듯이 수십갈래로 갈라져 레녹을 끌어당겼다.
레녹은 말없이 발 아래를 향해 마법을 쏘아냈다.
[싱크 홀]콰앙!!
발전소 옥상 바닥이 그대로 부서져내리면서 레녹의 몸이 밑으로 떨어져내렸다.
순식간에 그의 신형을 놓친 전격의 그물이 레녹의 머리 위에서 공허하게 방랑하고.
[플레임 버스터]레녹이 쏘아올린 화염의 기둥이 곧바로 옥상을 불태워버렸다.
콰아아아앙!!
발전소의 옥상이 뚜껑따이듯이 열리고, 발판을 잃어버린 에덴이 어쩔 수 없이 난장판이 되어버린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구질구질하게 때가 낀 낡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두 마법사가 서로를 응시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에덴이었다.
“다양한 속성들을 섞어쓰는군….. 어디 소속이지?”
아까와는 달리 훨씬 신중해진 어조.
방금의 공방으로 레녹이 만만치 않은 마법사라는 것을 에덴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레녹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널 죽이기 직전에 알려주지.”
대답은 없었다. 대신 에덴의 얼굴이 살의로 일그러졌을 뿐.
콰아아앙!!
두 사람이 뻗어낸 전격의 파도가 동시에 허공에서 격돌했다.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통솔하는 지휘자처럼 레녹과 에덴의 두 손이 유려하게 허공을 움직이고.
그에 맞춰서 수십개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사라지며 온갖 굉음이 터져나왔다.
에덴이 쏘아낸 작은 전격의 덩어리가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며 레녹을 덮치고, 실드를 집중시켜 그것을 막아낸 레녹이 부서진 옥상을 충격마법으로 후려갈겨 그 잔해를 에덴의 머리에 떨궜다.
발 밑에 부여해둔 트랩마법 [클레이모어]가 폭발하면서 에덴의 전격 방패를 두드리고, 하늘에서 거대한 번개의 창이 소환되더니 레녹의 머리 위에서 춤을 춘다.
파지지지지직!!!
서로의 파멸을 바라고 노래하는 지저귐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꾸역꾸역 마력을 끌어올린다.
귀를 찢을듯이 울려퍼지는 이명을 견디면서 레녹이 고개를 비틀었다.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날카로운 섬광.
마력감지를 날카롭게 세우고 끝까지 움직임을 살피지 않았다면 한순간에 미간을 관통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그러나 에덴을 바라보는 레녹의 눈에는 알 수 없는 희열이 어려있었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전격계열 고유마법의 진가.
그 모든 정수를 눈앞에서 마주하면 할수록, 레녹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화려하면서도 묵직하고, 은밀하면서도 치명적이다.
당당하면서도 아름답고 또 웅장하다.
무거운 피아노를 두드리는 듯한 힘있는 마력의 움직임과 회전, 그리고 가속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레녹의 가슴을 둔중하게 두들겼다.
‘…..더 보고 싶어.’
한순간이라도 실수하면 그대로 목이 날아갈 치열한 사투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레녹이 떠올린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그 누구에게서도 배울 수 없었던 고유마법의 묘리.
만능을 포기하고 한 우물을 파내려가는 연구자들의 집념이 오롯이 담긴 결실.
에덴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그를 향해 마력을 뻗으면 뻗을수록, 그 안에 담겨있는 심상이 투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동안 본의아니게 억눌려있던 레녹의 재능이, 그 모든 순간에 의미를 담았다.
그래, 이제야 알 것 같다.
그토록 오랫동안 고민해오고, 또 심혈을 기울여 찾아 헤맸던 질문의 해답을.
전격마법이란 무엇인가?
뚫어낸다.
콰아아아앙!!!
쏟아져내리는 푸른 포격 사이로 레녹이 작은 전격을 뽑아 가져다댄다.
시계를 모조리 가리고 짓쳐들어오는 거센 화력에 비교하면 초라하기까지 한 반격.
우지지지지직!!
그러나 레녹의 손에서 쏘아진 작은 전격 한 줄기가 거짓말처럼 에덴의 마법구조를 파고들어가며 그대로 모든 마력의 근원을 끊고 형상을 무너뜨렸다.
방금 전까지 레녹의 목을 물어뜯을것처럼 달려들던 전격의 회오리가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지고 의지만이 남는다.
그 너머에서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에덴의 어깨를 관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초.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인지하고 에덴이 발광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것보다는 훨씬 길었다.
수습
“아, 아니야. 이건 아니야….!!!”
방금 레녹이 무슨 짓을 저지른건지 같은 마법사인 그가 모를리가 없다.
에덴이 전력으로 쏘아낸 마법을, 마치 열쇠로 문을 열어젖히듯이 따고 박살내버린 것이다.
마법이 구성되는 순간부터 완성되는 그 모든 과정을 일일히 관조하고 이해하고 있어도 가능하다 장담하기 어려운 역산.
그렇게까지 한 사람의 마법을 분석하고 까발리는것은 에덴 자신에게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믿고 싶지 않다.
또 믿어서도 안되는 일이었다.
눈앞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저 가증스러운 마법사가,
에덴이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고 또 바라던 천고의 재능을 가진 괴물이라는 사실을.
콰지지지직…!!
증오와 질투의 심상이 뒤섞이며 에덴의 마력과 격렬하게 반응한다.
추악하면서도 노골적이고, 또 적나라한 의지에 그의 마법이 호응했다.
한계를 넘어선 경지. 본래는 엿볼수도 없었던 위계의 마법에 무심코 팔을 뻗었고
에덴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 안에 손을 뻗어 한가지 마법을 꺼내들었다.
하늘을 불사르고 땅에 그 자상을 남긴다는 전격계열 상급 응용마법이 극히 희박한 확률을 뚫고 자격없는 마법사의 손에 강림한다.
[뇌인(雷印)]다섯갈래로 갈라진 전격의 칼날이 한 점으로 수렴하듯이 회전한다.
길쭉하게 비틀린 나선을 그리면서 차가운 대기를 밀고 앞으로 나아가는 은백색의 광선.
지금까지 에덴이 쏘아내던 시리도록 푸른 전격의 폭풍과는 전혀 다른, 기이한 압박감.
구현되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물리법칙에 조금씩 간섭하고 현실을 뒤트는 경지.
진정으로 마법(魔法)이라 부르는 경지의 초입에 도달한 기술이 어두워져가는 하늘을 신비한 광채로 밝히고, 묵직한 파동을 사방에 떨쳐울린다.
우우우우웅!!
이 차가운 현실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이상의 색채. 사람의 강렬한 심상에 마력을 담아 내뻗은 마음의 기적.
그 아름다운 광경을 멍하니 올려다보던 레녹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알겠군.”
그가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가슴속을 간질이던 묘한 감각.
방금의 격돌로 인해 레녹은 답을 얻었다.
그가 전격계열 마법에 대해서 다른 계열보다 깊은 이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임시로 끌어올린 에덴의 마력구조가 평소보다 더욱 허술했기 때문일까.
아리스의 고유마법을 볼 때 느끼던 것보다 몇배는 강렬한 영감이 그의 머리와 오감을 미친듯이 두드리고.
머릿속이 폭발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마침내 문이 열렸다.
무아지경으로 손을 뻗는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속에서도 정확하게 필요한 지식만을 낚아채며 곧바로 마음속에 그리는 그림을 현실에 투영한다.
그 순간, 레녹을 향해 쏘아지던 섬광이 잘게 분해되더니 유선형의 곡선을 그리며 그의 손안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면서도 쉽사리 믿을 수 없을만큼 기이하고도 신비한 풍경.
눈앞에서 본인의 마법이 낱낱히 분해되어 빼앗기는 기분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에덴의 얼굴이 흡사 우는 것처럼 흉측하게 구겨지고.
“아, 안돼…!! 멈춰, 멈추란 말이다!!”
패닉에 빠져서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 처절한 모습을 무시한 레녹이 순식간에 한가지 마법을 조립해낸다.
새로운 심상. 익숙한 영감. 그리고 그 모든것을 망라하는 압도적인 지배감이 오감을 휘감고 그의 정신을 더 높은 곳으로 인도했다.
이 찰나의 순간, 고유마법과 공용마법의 경계를 돌파해서 새로운 묘리에 닿는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스쳐지나가듯 자연스럽게.
레녹의 손안에서 은백색의 나선이 떠오르고.
위이이이이잉!!!
기묘한 회전음과 함께, 레녹의 손안에서 뻗어나간 광선이 발전소의 상층부를 통채로 지워버리며 온 하늘을 은백색으로 물들였다.
메마른 하늘을 헤엄치던 은백색의 마력이 떨어져내리면서 지상에 은빛의 비를 흩뿌리고.
그 압도적인 화력속에 노출된 에덴의 몸이 천천히 한줌의 먼지로 돌아간다.
옥상으로 올라와 막 레녹을 지원하려던 다른 이들이 무심코 감탄할만큼 아름다운 광채.
진정으로 하늘의 끝에 다다를 마법사가 뿜어내는 뇌광(雷光)이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킬리안이 중얼거렸다.
“미쳤군. 이건….. 내 고향에서도 쉽게 볼 수 없던 마법이야.”
“그쪽 늑대들은 애초에 마법을 별로 안좋아할텐데.”
“그래? 우리 일족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딜런의 말에 능청스럽게 대꾸한 그가 침착하게 변신을 풀었다.
늑대의 주둥이가 순식간에 인간의 것으로 돌아오고, 터질듯이 부풀어올라있던 셔츠까지 알맞게 줄어들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저 정도면 볼것도 없겠군. 처음부터 말이 안되는 승부였어.”
점멸까지 사용해서 에덴의 발전기계를 박살내고 정면승부를 이겨낸 레녹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겠지만, 여기서 그 말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레녹이 지금까지 해낸 일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주목받는 신인, 혹은 실력이 유망한 프리랜서의 단계는 한참전에 뛰어넘었다.
49구역 근방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이자, 독보적으로 실력있는 프리랜서.
모든 일이 끝나고 이 결과가 세간에 퍼진다면 레녹의 입지는 비정상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딜런이라고 했지? 반의 상태를 살펴보고 데려와. 난 이 친구들이랑 발전소 안쪽을 살펴보고 있을테니.”
방금 전까지 짐승의 형태를 하고 있던 것치고는 상당히 이성적인 판단이다.
에덴이 발전소 안쪽에 어떤 안배를 남겨놓았을지도 모르고, 또 쓸만한 물건이 있다면 빠르게 수거해서 이곳을 빠져나가는 편이 나을테니.
직전의 전투로 적지 않은 프리랜서들이 죽었음에도 킬리안의 얼굴에는 한줌의 죄책감도 없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