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riter in the Corner of the Room RAW novel - Chapter 3
03. 방구석 무직 백수. 작가 되다? (3).
김시우는 더블유 필름 제작 팀장 김동수와 전화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약속 장소인 한 카페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김시우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김시우 작가님. 더블유 필름 제작 팀장 김동수입니다.”
인사를 나누고 김동수가 명함을 건넸지만, 이제 막 작가가 된 방구석 백수는 명함을 가지고 있을 리 없었다.
“하하···. 제가 명함이 없어서···.”
“괜찮습니다. 앉으시죠. 음료는 어떤 거로 드시겠습니까? 제가 사는 거니 비싼 거로 시키셔도 됩니다.”
“아···. 그럼 블루베리 스무디 마시겠습니다. 제가 커피를 마시면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김시우는 과도한 김동수의 친절에 조금 당황하며 자리에 앉았고 김동수는 반대로 혹여나 김시우가 다른 제작사에서 연락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다.
“저기, 블루베리 스무디 하나 주세요.”
김동수의 주문에 곧바로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드는 직원의 모습에 그는 사람이 적은 카페로 오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블루베리 스무디를 받고 자리로 돌아온 김동수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김시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본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 말고도 제작팀의 다른 직원이나 사장님도 동의하셨고요.”
“감사합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조건 확인 후 바로 계약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야···. 좋죠.”
“여기 계약서 한 번 읽어보시고 모르시는 부분은 저에게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김동수가 가방에서 꺼낸 계약서를 받은 김시우는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계약금을 보니 500만 원이라 적혀있었다.
영화에 투자되는 돈이나 배우들이 받는 돈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돈.
하지만 김동수의 입장에선 큰돈이었다.
두 달 만에 쓴 대본이 500만 원에 팔리다니.
한 달에 250. 최저시급보다 더 많이 받는 금액이다.
아니 그보다 계약금이 10%니까···. 영화제작이 무산되지만 않으면 5천만 원이 손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었다.
신인 작가 쓴 대본이 이 정도면 비싸게 팔린 것이리라 생각했다.
팔리지 않는 대본도 산더미 같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김시우는 그런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속에서 작은 불꽃이 튀었다.
꼭 존나 성공해서 그땐 내가 다른 제작사랑 경쟁시킨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은 자신이 철저한 을.
그냥 주는 대로 받고 일단은 경력을 쌓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후 계약서엔 딱히 이상한 부분, 작품의 저작권이나 2차 저작물의 권리를 가져가겠다는 이야기 같은 것도 없었다.
이제 사인을 앞둔 상황.
김동수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김시우의 볼펜은 계약서로 가지 않았고, 김동수에게 말을 건넸다.
“저 혹시 하나만 여쭈어봐도 될까요?”
“네!”
“그 계약금 말인데요···.”
계약금 이야기가 나오자 김동수의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혹시 마음에 안 드시나요? 신인 작가들 평균 금액이긴 한데···.”
“아···. 그건 저도 알고 있지만 혹시 수익 지분율을 올려도 될까요?”
김시우의 입에서 수익 지분율 이야기가 나오자 김동수는 더욱 많은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수익 지분율보다 이야기를 꺼내는 김시우의 눈빛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설마? 다른 곳에서 이미 연락이 온 건가? 그것도 수익 지분율을 높게 준다고?
혼자 다른 착각을 한 김동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요. 사장님께 연락 좀 해보고 와도 되겠습니까?”
“아···. 네.”
김동수의 표정이 굳자 김시우는 수익 지분율 이야기를 괜히 꺼냈나 싶었다.
“형! 아니 사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전화를 받은 박찬영과 김동수는 서둘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시우가 다른 곳에서 좋은 제안을 받았을 수도 있는 상황.
회사가 아슬아슬한 만큼 그들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작품을 놓쳐서는 안 됐다.
적어도 자신들이 영화쟁이라면 말이다.
둘의 대화 끝에 박찬영이 결단을 내렸다.
-5퍼센트···. 아니, 최대 7퍼센트. 그 이상은 안 돼.
“알겠습니다. 사장님.”
수익 지분율을 높여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김동수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김시우에게 다가갔다.
“얼마나 원하시나요?”
김시우는 김동수의 웃는 모습이 진짜 미소가 아니란 것을 알았다.
어찌 되었든 이것도 사업의 일종.
자신이 가져가는 게 있으면 누군가는 덜 가져간다는 뜻이었다.
여기서부턴 협상의 시간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부르냐에 따라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질 수도 난감해질 수도 있었다.
분명 자신이 인터넷을 봤을 땐 평균적으로 5퍼센트에서 10퍼센트였다.
그렇다면···.
“5퍼센트. 안 될까요?”
“알겠습니다.”
“네? 아···. 네.”
단번에 될 줄은 몰랐는지 김시우가 얼떨떨해하며 계약서에 수익 지분율을 1%에서 5%로 수정한 뒤 사인을 했다.
영화 순수익의 5퍼센트.
영화가 망한다면 없는 돈이나 마찬가지지만 성공한다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도 있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만 믿으세요.”
“아! 그리고 혹시 이건 개인적인 부탁인데···.”
“네, 말씀하세요.”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마쳤기 때문에 김동수는 거리낄 게 없었다.
“현장 참관도 가능할까요?”
“현장이요? 흐음···.”
“그냥 어떤 식으로 촬영되는지 궁금해서요. 부담이시면 괜찮습니다.”
김동수의 떨떠름한 반응에 곧바로 말을 물리자 그는 그런 뜻이 아니라며 정정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참관이야 하시고 싶으시면 가능하죠. 아니 오히려 여기저기 많이 참관하셔야 할 거예요.”
“아···. 네.”
“다음에 그럼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김동수와 헤어지고 김시우는 마음 한구석이 뻐근했다.
“영화제작은 되겠지? 왜 이렇게 찝찝하지. 수익 지분율은 괜히 말했나···. 아니야, 이 험난한 세상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내 밥그릇도 빼앗긴다고.”
서로의 오해 끝에 신인 작가치고 엄청난 계약이 성사가 되었다.
***
2주 뒤.
집에서 웹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김시우는 최근 더 많이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니···. 원래 많이 빠지긴 해도 이렇게 많이 빠지진 않았는데···.”
의자에 앉아 글을 쓰다 보니 수면 패턴이 바뀌었던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머리카락이 빠지는 악순환에 빠져버린 것일까?
김시우는 전보다 더욱 들어가 보이는 자신의 M자 이마를 보고 한숨을 내뱉었다.
가족 중에 탈모인은 없지만 이마는 확실히 M자였지···.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타자를 두드렸다.
그렇게 웹소설의 비축분도 슬슬 20화 정도 쌓였기에 슬슬 연재 준비를 하려던 그때, 김시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뭐야?”
앞에 서울 지역번호가 붙은 전화번호였기에 제작사일 수도 있다고 생각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혹시 김시우 작가님이신가요?
“아···. 네.”
-스튜디오 타이거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리벤져에 대해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그게···. 이미 다른 곳과 계약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후 김시우는 추가로 10번 정도의 전화를 더 받아 이미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뭐야···.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왔네? 다음부터는 더 기다려봐야 하나?”
첫 작품이라 조급함에 섣불리 계약한 건 아닐까?
“아니야, 그래도 내 글을 처음으로 알아봐 주셨는데. 글이나 쓰자.”
매일매일 5천 자를 채우는 것은 3달이 넘어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다.
타자기를 치는 것보다 글의 흐름이나 줄거리를 떠올리는 시간이 더욱 오래 걸렸으니깐.
현재 쓰고 있는 웹소설은 남들이 다 쓰는 회빙환. 회귀, 빙의, 환생 중 하나인 현대 판타지 회귀물이었다.
주인공의 성격은 자신의 괴팍한 부분을 더해 이야기에 시원한 부분을 섞었다.
“사람들도 재미있어하겠지?”
큰마음을 먹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접속한다는 시간 9시와 11시 사이에 5편을 차례로 올렸다.
하지만 글은 어째서인지 하루가 지나도 조회수가 1에서 전혀 올라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유입 때문이었다.
시작부터 유입이라는 벽에 가로막혔다.
엄청나게 올라오는 수많은 글은 둘째치고 자신은 작가 타이틀이나 전작이 없기에 유입은 더더욱 처참했다.
작품이 있으면 올릴 수 있는 작가연재란, 최소 15화 이상 연재하면 바뀌는 일반연재란, 그리고 현재 5화만 올린 자신은 자유연재란이었다.
작가들의 작품만 해도 하루에 수백 개가 올라오는데 언제 연재중단이 될지도 모르고 재미가 보장되어 있지도 않은 글을 읽을 필요가 없었다.
“뭐···. 일반연재로 가면 점점 늘어나겠지. 아니 그래도 하루 조회수가 1이냐···.”
그렇게 웹소설의 벽을 느끼며 하루하루 글을 올리고 있었다.
***
“작가님. 잘 지내셨습니까?”
“뭐 이것저것 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네? 벌써 차기작을 쓰고 계신 건가요?”
글을 쓴다는 말에 김동수의 눈이 다시 반짝거렸다.
만약 다음 작품도 이처럼 좋은 작품으로 나온다면···.
한번은 우연일 수 있어도 두 번부터는 실력이었다.
만약···. 두 번째까지 대본이 좋다면 김시우와 최대한 친분을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도 그는 아직 이쪽 방면에 인맥이 없는 신인 작가였으니까.
“아···. 차기작은 아니고 웹소설 쓰고 있습니다.”
“웹소설이요?”
영화 대본이 아니라는 말에 약간 실망한 듯한 김동수였지만 이내 표정을 바꾸고 말을 이어갔다.
“아···. 하하하. 요즘은 또 웹소설이 대세이긴 하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보다 오늘은 무슨 일로···.”
현재 김시우가 있는 곳은 더블유 필름 회사 건물의 응접실이었다.
“현장 참관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잖아요? 오늘 조연 배우들 오디션 보는데 같이 심사하실 겁니다.”
“네? 갑자기 그런···.”
작품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불러놓고 갑자기 오디션 심사위원이라니···.
참관 정도가 아니라 이건 참여인데.
갑작스러운 오디션 심사에 당황하는 김시우가 재미있는지 김동수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부담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자주인공 박민혜 역만 제외하고 주연 배우들은 이미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로 투자사랑 협의해서 결정했고, 오늘은 주로 조연 배우들을 뽑는 오디션이니까요. 책상에 있는 종이를 보시면 주연 배우들 정보하고 오늘 오디션 볼 배역들이 나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작가인 자신을 빼고 정한 것이라 무례하게 보일 수 있었지만, 김시우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영화가 제작되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으니까.
어차피 계약서에 자기들이 정한다고 쓰여있기도 했었고, 불만을 품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힘없는 신인 작가인 내가 어떻게 자기 마음대로 주연 배우를 고를 수 있겠어.’
뭐···. 그래도 나중에는 배우를 고를 수 있는 유명 작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찬 생각을 하며 기다리는 사이.
어느새 방에 들어온 직원들이 평범해 보였던 응접실을 순식간에 오디션 현장으로 바꾸었고 바깥에도 오디션 간판이 생겼다.
오디션 시작 10분 전.
수염이 덥수룩한 한 남자가 들어오더니 김동수와 티격태격한 뒤 김시우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김시우 작가님. 더블유 필름 사장 박찬영입니다.”
그는 바로 이 더블유 필름의 사장 박찬영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대본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 친구도 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대본을 가지고 영상을 못 뽑아내면 어쩌지 하면서 말입니다. 하하하.”
박찬영의 첫인상은 딱 동네 푸근한 아저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척 보아도 자신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었다.
“아무튼, 다음 대본 리딩 때, 괜찮으시면 오시겠습니까?”
“저야 불러주시면 가야죠.”
그렇게 박찬영과의 대화가 끝나갈 때쯤 드디어 오디션 시작 시간이 되었고, 심사위원 자리에는 박찬영과 김동수 그리고 김시우가 자리를 잡았다.
“자, 그럼 첫 번째 여자주인공부터 봅시다.”
“네.”
직원이 박찬영의 말에 문을 열고 1번 참가자를 불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