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71
제 목: [연재] 독문무공(72)
“승천검황의 동태를 감시하던 자의 연락에 무적철검과 무상도가 북상중이며 갈 곳이 예상되는 곳은 이곳 검마각이라 사료된다는 보고입니다.”
호법장로의 보고를 듣자 태을자 진유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목표가 이곳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 수가 있소이까?”
“예전에 제가 중원에서 검마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할 때 몇번 무적철검과 부딪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인연을 가지고 저를 설득하러 오는 것이라 사료가 됩니다.부주님에게 대항할 세력을 구축하기 위하여 승천검황의 지시로 움직이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번 기회에 그들을 제거해 버리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호법장로의 말에 태을자 진유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마각은 영웅부의 변신이었다. 호법장로가 만든 세력으로 영웅군부의 인원을 패도롤 추구하는 낭인으로 만들어 모아두었고 그 이대 호법장로가 바로 검마였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영웅군부가 강호에 있으면서도 결코 강호의 패권에 무관한 조직으로 지낼 수가 있었다.
“막부산 자락에 접어들면 저와 팔대호법이 나설까 합니다.”
“무적철검과 무상도는 각 개인의 능력은 떨어지지만 무상문의 절기가 좌도우검이니 둘이 합공을 한다면 가히 무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번 일에는 나도 참여를 할 생각이다. 그리고 그들이 확실한 검마각의 영역에 들어오기 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여야 한다.”
“예, 그럼 계획을 세워 준비를 할 것이오니 부부님도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이번에 그들이 실종된다면은 그들은 나만을 의심할 것이다. 그러니 핵심 고수들을 모두 동원하여 인근에 천라지망을 구축하여 결코 탈출하지 않도록 조치를 해 두어라.”
“예. 부주님.”
호법장로가 나가자 태을자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 올랐다.
‘승천검황, 이번에야 말로 네놈의 수족인 이기를 확실히 제거해 줄 것이다. 네놈의 얼굴을 생각하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태을자의 얼굴은 미소가 한껏 피어 오르고 그의 눈은 악마적인 빛으로 물들어 갔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나하나 너의 수족을 제거해 주마. 우선은 이기가 일착으로 결정되었다. 네 놈을 돕는 것이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것을 만인이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태을자의 뇌리에는 온갖 잔인한 구상이 머리에 떠오르고 있었다.
이기는 지금 검마각이 있는 막부산 자락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그들에게는 막부산에 도착하여 검마각의 위치를 확인하여 이동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자네의 생각에 일이 쉬울 것이라 생각하는가?”
무상도는 내심으로 불안하였기에 물었다.
“검마와는 인연이 다소 있고 몇번 검에 관하여 논의를 해본적이 있네. 그러니 말이 통하지 않을까 싶네.”
무상도는 지난밤의 꿈자리가 뒤숭숭하기에 다소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막 막부산을 접어들었는데 조용한 것이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뭔가 칙칙한 음모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들이 산봉우리를 두개 넘어 계곡으로 접어드는 순간 자신들을 포위하여 움직이는 자들의 기척을 감지하였고 그 순간 전면에 두 명의 인원이 나타났다.
무적철검은 나타난 인물을 보자 실로 두 눈이 찢어질 듯이 놀라고 있었다.
두명은 바로 검마와 태을자였기 때문이었다.
“흐흐, 무적철검 오랜만일세.”
무적철검과 무상도는 그들이 등장하자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든 것을 알았다.
“네놈들이 승천검황과 같이 행동하는 순간 이미 산 목숨이 아니었다. 승천검황을 돕는 자들이 어떤 보복을 받는지 천하인들에게 알리는 일을 너희들이 할 것이다.”
태을자의 말에 들어있는 잔인한 살기와 사악한 기운이 두명에게 오싹 하는 기분이 들게 만들어 주었다.
이미 주변은 물샐 틈 없는 포위망이 구축되어 있었다. 무적철검과 무상도가 무기를 꺼내들자 태을자와 검마가 쇄도해 왔다.
태을자가 쇄도하는 방향은 무적철검이 있는 곳이었고 검마는 무상도가 있는 방향이었다. 그들의 공격을 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은 거리가 벌어졌고 그들은 맹공을 당하기 시작하였다.
무적철검은 최선을 다하여 공격을 막았지만 서너 합을 막다 보니 숨이 차오르고 버겁게 느껴졌다. 반면에 태을자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지고 있었다. 굳어지는 얼굴과 마주친 무적철검은 섬찟 함에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에서 그들은 합공을 하지도 못하고 각개격파되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쓰러지면서 한줄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황영지를 두고 왔다는 안도감에 서로 쓰러지면서 미소를 짓는 것이다. 그들의 혼은 육체를 떠나면서도 자신들이 남긴 황영지가 행복하기를 미소로서 빌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무적철검과 무상도는 다시는 중원에 살아있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였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참혹한 시신의 모습으로 열흘 후에 남경에서 개봉으로 가는 관도상이었다.
지성룡은 영소혜가 보낸 글을 남경을 떠나기 직전에 받을 수 있었다.
동봉된 사마의 글을 일고 지성룡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놀란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째는 사마가 알았다는 사실이고 두번째는 사마가 보낸 글의 내용 때문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내용의 글을 보내었다는 것인가? 설마 나를 사황성의 후게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인가?’
몇 번을 잘못 보았나 다시 읽어 보아도 똑같았다.
‘사마 어른이 나에게 호감이 있었나? 그러나 딸에게 한 것을 생각하면 결코 용서를 하지 못하여야 하는데 오히려 여기에는 나를 용인하는 듯 하지 않은가? 그 딸도 예상 밖의 일을 하더니 아버지도 그러하니 이것 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영소혜가 보낸 글을 읽어볼까?’
지성룡은 영소혜가 보낸 글을 읽어보았다.
영소헤의 서찰을 읽은 지성룡은 사마의 글을 읽었을 영소혜를 생각하자 미소가 떠올랐다.
‘후후, 일단은 나에게 약간의 문제는 있지만 사마어른까지 양해한 이상 사황성은 좀더 나에게 다가온 것인가? 영소혜가 왜 이렇게 변하였지? 설마 나를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란 말인가?’
지성룡은 영소혜가 왜 이렇게 변하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나에게 기세에 져서 이렇게 변하였다는 것인가? 내가 기세로 굴복을 시켰기에 이렇게 변하였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영소혜는 큰 일이 없는 한 나의 명령을 들을 수가 있다는 것이군. 이미 사마까지 아는 마당이니 일이 훨씬 쉬워질 수도 있겠군. 한데 이글을 보낸 사마어른의 의도가 문제이군.’
지성룡은 사마의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도가 이해되지 않기에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는 없었다.
‘결국 영소혜를 말리지 못할 것 같으니까 아예 나를 인정하는 것 같은데 말리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다는 것인가? 그러면 영소혜가 나에게 제압된 것이 심각한 것이란 말인가? 결국 그렇다면 왜 검황어르신에게 발각이 된 것 까지 알면서 검황어르신이 아닌 나에게 이글을 보내었다는 것인가? 검황어르신에게 따져서 검황어르신에게 뭔가 양보를 받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자 오히려 이상하였다.
‘처음 만났을 때 나를 거래 상대로 보지 않으려 하였고 오히려 검황어르신이 나를 거래상대로 내세우려고 하셨다. 그 후로 사마는 나를 거래 상대로 생각하는 듯이 행동하여 검황어르신의 반감을 사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 일을 가지고 검황어르신에게 일언반구의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성룡은 승천검황에게 다지지 않는 자체가 내내 의심스러웠다.
‘설마 나와 비밀스러운 거래관계를 지속하자는 것인가? 이일에 대하여 검황어르신에게는 모르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되자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검황어르신을 배제한 나와의 거래를 하자는 것이다.’
자성룡은 이일에 대하여 승천검황에게 보고를 하여야 하나 만일 다시 보고를 하면 이일에 관하여 다시 모든 것을 이야기하여야 한다고 생각이 들자 다가올 후환이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일행은 남경상림의 고희연이 끝나자 이틀을 더 머물고 천하문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일행과 같이 이동하는 황영지는 내내 여자 혼자라 불편하였고 항상 같이 있던 이기가 옆에 없자 초조해졌고 불안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지성룡이 옆에서 위로해 주어야 함에도 그런 처지가 못되기에 황영지는 내내 의기소침하였다.
이런 황영지의 보호는 지일광과 승천검황이 은연중에 하고 있었지만 둘이 보살펴주어도 무적철검만은 못하였다. 더구나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꿈자리마저도 뒤숭숭하여 내내 밤잠을 제대로 들지 못하기에 눈에 띄게 수척하여 졌다.
그들은 말을 타고 개봉을 향하여 빠르게 이동 중이었고 아무 일이 없이 칠주야 정도 가고 있었다.
그들이 안휘성을 벗어나 하남성으로 접어드는 순간에 그들은 관도에 놓여진 두개의 관을 발견하고 난 후에 일어난 일은 실로 모두를 경악으로 물들게 하였다.
관 안에 들어있는 시체는 이기의 시체였다.
한데 시체의 모양이 실로 흉측하기 짝이 없었다.
머리만이 온전하고 목 아래는 뼈만 남아 있었다. 아마 머리를 그대로 둔 것은 이들이 이기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인 것 같았다.
실로 흉측하기 짝이 없었다.
만일 목이 없다면 이기의 시체라고 생각치도 못할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황영지는 까무러쳤고 후기지수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어렸으며 승천검황이나 오원주의 얼굴에는 어두움이 드리어졌다.
관안에 들어있는 서찰은 실로 섬찟한 시체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실로 무서운 협박이었다.
이기가 이렇게 참변을 당하자 승천검황은 참담한 기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런 협박은 보는 모두를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있었다.
이런 만행을 저질러서 관에 넣어둔 것은 천하문에 대한 경고였다. 승천검황보다는 천하문을 겨냥한 도발이었다. 이런 일에 승천검황이 격분하는 것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천하문의 후기지수를 비롯한 오원주들에게 승천검황과 같이 무리를 지어서 움직인다면 다음 차례는 천하문이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황영지가 까무러치자 결국 안아서 한쪽으로 갔다. 그런 다음 정신을 차리게 하였다.
“사부님들을 누가 저렇게 만든 것입니까? 설마 검마각에서 저렇게 한 것입니까?”
“지매,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시오. 이일은 검마각과 태을자가 이렇게 만든 것이라 생각이 드오. 결국 검마각은 태을자의 수족인 것이 이일로 인하여 판명이 되었소. 이렇게 만든 그들에게 복수를 하려면 지매가 정신을 차려야 하오. 흥분하여 움직인다면 지매마저도 저들에게 당하고 말 것이오.”
지성룡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금언령을 무시하고 황영지를 다독였다.
황영지는 지성룡의 품에 안겨서 그저 울기만 하고 있었다.
“관을 수습하여라.”
승천검황이 말하였지만 누구하나 선뜻 나서서 관을 수습하지 못하였고 결국 지일광이 관의 뚜껑을 덮고 근처에서 부목을 만들어 관을 옮겨놓았다.
“그렇게 하지 말고 빨리 화장을 할 준비를 하시오. 이렇게 손상된 시신을 묻는 다면 구천에서 원혼이 되어 떠돌 것이오.”
승천검황은 이렇게 훼손된 시체를 가지고 이동하는 것은 망자에게도 수치이고 이를 지켜보는 모두에게도 고역이기에 그렇게 말하였다.
그렇게 말하자 지일광을 비롯한 오원주는 즉시 후기지수들을 움직여 화장을 할 준비를 하기시작하였다.
지성룡에게 한참을 기대어 울던 황영지가 조금 정신을 차린듯이 지성룡에게서 떨어졌다.
황영지의 표정은 실로 섬찟하였다. 지성룡은 황영지에게서 뿜어지는 살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부님을 이렇게 만든 원흉은 반드시 내 손으로 끝까지 처단하고 말 것이다.”
혼자 다짐하듯이 말을 하고 관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닫아놓았던 관의 뚜껑을 열고 무섭지도 않은지 두 사람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까의 울음이 그저 놀란 충격이었다면 지금의 통곡은 슬픔과 원한이 사무친 통곡이었다.
“애야 이제 나를 따라 가자.”
다섯살먹은 황영지는 자신을 데리고 간다는 사람을 마주 보았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자신도 옆에 있는 친구들처럼 어디인지 모르지만 떠나 가야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자 이 할아버지가 앞으로 너를 키우기로 하였으니 가자.”
황영지는 다른 아이들이 떠나갈 때면 가지 않으려고 울다가 결국은 끌려가는 것을 보았기에 그 때가 되면 자신은 울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였다. 그리하여 말없이 등뒤에 매달린 자신의 헌 옷이 들어있는 보따리를 만지다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을 키워주던 고아원을 떠나왔다.
그런 기억으로 시작된 이기와의 모든 것이 황영지의 뇌리에 주마등처럼 스쳐가지 시작하였다.
이기와의 모든 기억은 행복한 것 뿐이었다. 그런 기억은 황영지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의 이러한 통곡은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의 눈에 눈물이 흐르게 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런 통곡은 겁에 질려있던 후기지수들에게서 오히려 공포를 없애주고 태을자와 이일을 행한 인물들에게 원한을 키워주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사라지고 이제는 차츰 분노의 빛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지성룡도 차츰 이기를 이렇게 만든 자들에 대한 원한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었다.
황영지의 우는 모습은 너무나도 애처로웠다. 그렇기에 지성룡은 황영지를 위로하려고 하였지만 막상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제 천하에 의지할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에 지성룡은 옆에 조용히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관도 옆에 있는 산 가운데 화장을 하기 위한 두개의 나무 더미가 만들어 졌다.
“영지야, 이제 그만 울어라. 이제 두 분을 보내드려야 할 때이다.”
승천검황은 분노를 삭이면서 황영지에게 관에서 떨어지라고 말하였다.
황영지는 울던 것을 멈추고 관 옆으로 가서 두 사람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입 끝에 걸린 미소의 자락을 볼 수가 있었다. 그 미소의 의미를 알기에 다시 한번 눈물이 솟구쳤다. 두 사람은 죽어가면서도 자신을 두고 온 안도감에 미소를 지은 것이다.
황영지는 반쯤 떠진 망자의 얼굴을 쓰다듬어 눈을 감기고 관을 덮었다.
이런 황영지의 행동은 하나의 흐트러짐이 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황영지가 관을 덮자 승천검황은 허공섭물을 이용하여 관을 화장대(火葬臺)위에 올려 놓았다.
“가서 불을 붙여라.”
지성룡은 황영지를 부축하였다.
황영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허리를 곧게 폈다. 그러더니 지성룡이 잡고 있던 손을 가볍게 뿌리치더니 화장대에 다가가서 부싯돌을 사용하여 불을 붙이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행위는 실로 보는 사람을 비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부싯돌에서 불이 일어나고 황영지는 그 불을 양쪽에 붙였다.
불이 일어나면서 연기가 확 피어 올랐다.
그 옆에서 일장정도 떨어진 곳에서 절을 하기 시작하였다.
일배, 일배, 또 일배 절을 하는 그녀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십여리 떨어진 산 위에는 두 명의 인물이 서 있었다.
“내가 생각을 잘못한 것 같다.”
태을자는 관을 놓아두고 호법장로 검마와 이곳에 몰래숨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 혼비백산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그들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황영지의 대성통곡이 이어지고 난 후에 이루어지는 행동은 겁에 질린 자들의 행동이 아니라 뭔가 장엄한 의식을 준비하는 자들의 것이었다.
더구나 승천검황의 침착한 모습과 지성룡, 황영지의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절제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이기의 후예인 저 여아도 큰 장애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무공 경지가 상당한 수준이옵니다. 일이년만 지나면 사부인 이기를 능가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번에 기회를 보아 제거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하나 이렇게 된 이상 승천검황의 분노는 검마각으로 향할 텐데 그들의 종적을 감추는 것이 문제로다.”
“이미 그들에게 분산하여 잠적하도록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곳에 더 있다가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떠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세.”
떠나는 그들에게는 승자의 기쁨이 아니라 쓸쓸한 비애가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떠난 자리에 석양이 내리고 있었다.
이기의 일은 승천검황과 천하문의 일행을 감시하던 간자들에 의해 천하 곳곳으로 소문이 되어 퍼져나갔고 곧 검마각이 이일을 하였다는 말이 돌았다. 그 소문과 더불어 검마각이 있던 막부산의 근거지는 텅텅비어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여 이일을 검마각에서 하였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었다.
천하는 검마각이 태을자의 수족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이후에 벌어질 일을 제각기 추측하여 써늘해지는 가을 날씨처럼 더욱 사람의 마음을 차갑게 만들고 있었다.
다시 한번 태을자의 악랄한 행위에 분노를 하면서도 마음한구석에 일어나는 태을자에 대한 두려움은 어쩔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