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125
컴백 전야
프케이의 컴백 전, 테오라의 컴백 소식이 알려졌다. 워낙 프케이의 존재감이 커서 테오라의 컴백 소식이 묻히는 듯하다가 소소하게 화제가 됐다.
어제 TV에서 봤는데 도대체 언제 컴백 준비를 한 거냐고. 얘네 무슨 몸이 두 개냐고. 가혹하게 굴리는 거 아니냐고 소속사를 욕하는 반응도 있었다.
컴백 소식을 기사로 먼저 접한 코티지들에게 라이브 방송으로 우리 뜻이었다고 밝힌 뒤로는 소속사 욕이 쏙 들어갔다. 그 대신 우리의 건강을 걱정하는 채팅으로 넘쳤다.
그동안 일정한 간격으로 개인 뉴튜브 영상까지 업로드 되었으니 팬들의 체감으론 우리는 쉴새 없이 구른 것처럼 느껴질 만하다.
활동이 뜸해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컴백을 한다고 하면, 걱정부터 하게 되겠지.
하지만 힘들긴 해도 적당히 스케줄을 조율해서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멤버들의 상태에 민감한 초록 형이 그렇게 될 때까지 놔둘 리도 없고.
테오라는 아슬아슬한 선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본능적인 감각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지금이 한 계단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걸. 지금 긴장을 놓으면 한 계단 위가 아니라 저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버즈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중이다. 프케이 정도는 아니어도 신인 아이돌 그룹이라고 보기 힘든 엄청난 수준으로.”
매니저 형이 전해준 이야기가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쉬지 않고 꾸준히 얼굴을 비춘 보람이 있다. 테오라의 노력이 쌓여서 천천히 빛을 보게 된 거라 믿는다.
* * *
컴백 일주일 전인 오늘은 티저가 공개되는 날이라 잠깐 회사에 방문했다. 우리는 이미 편집본을 확인한 상태지만, 재검토하는 차원에서 다시 모였다.
대회의실에는 직원분들이 모여계셨다. 자발적으로 모이셨다는데 초록 형은 ‘반’ 자발적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반’ 자발적이면 반은 강제적이라는 뜻인가? 그게 무슨….
“오고 싶은 분들만 오라고 했는데, 이렇게 참여율이 높을 줄이야. 좋습니다!”
뿌듯해하는 대표님을 보고 그 표현에 무슨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 바로 이해했다. 이런 게 바로 사회생활인가?
티저를 공개하기로 한 시간이 되고, 커다란 스크린에 테오라의 티저 첫 장면이 담겼다. 대회의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스크린을 응시했다.
30초 남짓의 짧은 티저에 여기 모인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번 티저를 시청했다.
이번 미니 1집 ‘탈(脫) : Escape or ecdysis’의 타이틀 ‘탈출해(Escape)’ 티저는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박하의 미소로 시작했다.
한계까지 클로즈업한 박하의 얼굴이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모공까지 보일 만큼 근접 촬영을 했는데도 굴욕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무의식적인 감탄사만 들어도 다른 사람들의 감상이 전해졌다. 회사 직원분들은 이미 박하의 외모에 익숙해져서 저런 감탄은 쉽게 나오지 않을 텐데도.
잘생김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면역이 적용되지 않는 걸까?
우리 티저의 길이는 32초. 하이라이트 한 소절만 마지막에 딱 들어갔을 뿐 간주가 대부분이었다.
뮤비에 들어가는 장면들은 조금 과장 보태서 우리 멤버들의 클로즈업 모음이라 뮤비가 어떻게 나올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처음 이 티저를 확인했을 때는 온통 물음표투성이였다.
이래도 되나? 티저라기보다는 화장품 광고 같은데…? 티저가 원래 이렇던가? 이걸로 호기심을 일으킬 수 있나, 하고.
멤버들의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고 나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짧은 티저가 끝나고 대회의실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감독님이 뭘 좀 아시네요! 역시 배운 분은 다른가 봅니다.”
“뮤비 쪽으론 초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상업적인 눈이 뜨이셨네요! 팬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캐치하시네.”
“한 번 더 재생하면 안 되나요? 커다랗고 화질 좋은 화면으로 볼 수 있는 기회 드물어서….”
“테오라한테 미리 사인받아놔야겠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생겼으니까.”
아직 이해가 잘 안 된다. 노래의 분위기나 멜로디를 맛보기로도 못 보여줬다. 화면 가득 우리 얼굴만 채운 게 다인데 왜…?
나만 혼자 아리송해하는 거 같았다. 멤버들이나 다른 직원분들이 흐뭇한 미소로 기분 좋음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두어 번 더 티저를 재생한 후에야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대표님은 연극 투의 인위적인 웃음을 터뜨리더니 우리를 격려한 후 사라지셨다.
“이원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
나를 본 서혼 형이 정곡을 찔렀다. 아닌 것처럼 연기하고 싶었지만 이미 뜨끔한 마음을 들킨 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혼 형 앞에서 연기력을 뽐내면, 굼벵이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라 바로 그만뒀다.
“티저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은 두 가지지. 시각이랑 청각. 그런데 30초 남짓한 티저에서 그 두 가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티저에 들어간 노래 샘플은 프로듀서님과의 상의를 통해 내 주도하에 편집된 것. 그러니 감독님의 재량은 시각적인 면으로만 발휘할 수 있는 제한적인 상황이었던 거구나.
“감독님은 시각으로 대중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를 보여주신 거야. 우리의 장점을 활용해서.”
“그런데 왜 하필 극단적인 클로즈업이야?”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은 바로 여기다. 영상미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맹 감독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우리 이원이는. 박하 잘생겼다고 하는 거나, 오란이 귀엽다고 하는 거 보면 미적 감각은 멀쩡한데?”
걱정된다는 듯 서혼 형이 짙은 눈썹을 모았다.
“…미적 감각? 무슨 소리야?”
“인간은 대부분 아름다운 것에 감정이 휘둘리는데, 이원이는 ‘예쁘다’라는 감상으로 끝이구나.”
“함이원은 아름다운 사람보단 아름다운 음악에 휘둘릴걸? 아니면 맛있는 음식이나?”
중간에 오란이 끼어들어서 덧붙인 말은 어떤 면에선 일리 있다.
예민한 감각에 달린 문제일까? 청각과 미각이 발달한 나와 달리 다른 사람들은 시각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미적 감각은 둔한 거 같아! 어떻게 자기 미모도, 흡!”
박하는 말을 하다 말고 두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무심코 비밀을 발설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다 끊으면 안 되는 규칙 있다던데.”
뚱하게 반박하자, 별 이야기 아니었다고 둘러대는 폼이 수상하기만 하다. 자기 미모도, 그다음 말이 뭐였을지 더 궁금해졌다.
“진짜 별말 아니었어! 이원 형 미모는 비현실적이라고 하려고 했지! 사실 입 다물고 있으면 이게 진짜 사람인가 싶어서 말도 못 걸겠다고! 요정 나라에서 온 요정 왕자님 같다고!”
둘러댈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과장된 찬양을 해대다니. 박하가 말문을 막는 데 숨은 고수였을 줄이야. 화제를 다시 꺼내지 말아야겠다.
우리 멤버들이나 코티지들, 연예계 관계자 전부 호들갑이 심해서 걱정이다. 시각이 예민해지면 다 그렇게 되나?
“컴백 무대만 생각하면 되겠다. 어그로는 잘 끌었으니까.”
서혼 형의 판단이라면 믿을 수 있다.
“Aggro 확실해. 이 face 이길 사람 나와, 하는 느낌?”
“얼굴로 도장깨기야? 으???! 난 자신 있어!”
박하가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진심에서 우러난 웃음을 지었다.
아이돌에게 외모가 중요하다는 점은 귀가 아프게 들었다. 하지만 얼굴 승부는…. 지온이나 박하나 즐기는 수준까지 가버렸다.
나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문제 같아서 ‘원래 그렇구나’하고 순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바로 그 자세야. 이원아.”
“…뭐가?”
“다른 사람 말고 자기 주관대로 해석하는 뚝심?”
“……?”
의미 모를 발언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지만, 흘려넘겼다. 이것도 나를 놀리려는 계략의 일부일 테니까!
초록 형의 말은 한번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 어디에 함정이 숨어있을지 모르니까.
실없는 미소를 짓는 초록 형을 보면 확실하다!
* * *
앨범 발매 날짜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바로 내일로.
쉴 틈 없이 달려온 결실을 내일이면 확인할 수 있다.
앨범 발매는 내일 오후 5시. 컴백 첫 무대는 이틀 후, KBC 음악피크에서 하기로 정해졌다.
“이쯤 되면 테오라 KBC의 아들 아니냐?”
이래저래 KBC와 연이 깊긴 한 것 같다. 우리보다는 하눌 엔터와 연이 깊다고 봐야 하지만.
“PD님이 컴백 무대 신경 써주신다고 했으니까 기대해봐야지. 아마 카메라 워킹 엄청 신경 써주실걸?”
“왜?”
“음방 카감님들끼리 경쟁 붙은 거 같더라고. 음방마다 팬 반응이 갈리다 보니까 경쟁심에 불붙었다나. 우리한테는 잘 됐지.”
킬링 파트를 화면에 얼마나 잘 담느냐에 따라 같은 무대도 팬들은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이번 티저에서 확인했듯, 적절한 클로즈업은 강한 임팩트를 주니까. 무대 마지막 원샷 받을 때 특히.
“오늘 대대적으로 앨범 발매 홍보 올린다고 했어. 내일 앨범 발매 한 시간 후에 라방 하기로 했고. 그 뒤로도 스케줄 꽉 차 있으니까 다들 체력 조절 잘 해.”
초록 형은 뻔하고 필요 없다는 걸 알면서도 리더라서 잔소리를 하는 것 같다. 자기도 서혼 형의 코칭을 알면서….
운동광 서혼 형과 시간을 오래 보내면서 운동을 안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노래와 춤 연습으로 바쁜 와중에도 운동은 꼬박꼬박했다.
게다가 이번 앨범은 여름 컨셉. 건강미를 강조하기도 하고, 팔, 다리를 내놓는 의상이 많아서 근육 제한이 약간 풀어졌다.
우락부락한 근육은 여전히 안 되지만 늘씬한 잔근육은 허용됐다. 옷 때문에 부해 보이지도 않는다면서.
오란이나 나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서 운동을 덜 시켜달라 부탁받긴 했다.
귀여운 인상인 홍오란은 그렇다 쳐도, 내가 근육이 안 어울리는 이미진가? 나 그래도 나름 튼튼한데.
어쨌든 우리 멤버들 체력은 걱정 없다는 소리다. 멤버들 중에 내가 체력이 약한 편인데도 일반인 평균을 웃돌 거라고 확신하니까.
하루쯤 운동 나가고 싶지 않은 날에 뭉그적거리면 서혼 형의 눈망울이 그렇게 구슬퍼질 수가 없었다.
그 처연한 눈빛에 못 이겨 꼬박꼬박 운동하다 보니 이젠 즐기는 지경이 됐다.
이쯤 되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처량한 눈빛도 서혼 형의 PT 스킬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살짝 든다. 취지가 좋아서 다행이다.
방심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멤버들에게서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응원봉 말인데. 우리가 수정 사항 얘기한 대로 반영해서 제품 나왔대.”
응원봉의 액세서리(?)인 호신봉 색이 칙칙한 검은색이라 색 변경을 요청했다.
처음 우리가 요청한 색은 핫핑크. 그런데 너무 눈에 띈다고 조언해주셔서 어두운 자주색이 됐다. 언뜻 보면 나무색 같기도 한.
“우리 앨범 발매일에 맞춰서 응원봉 판매도 개시한다고 하니까 알아두라고.”
우리 컴백 무대를 방청하는 코티지들이 바로 응원봉 쓸 수 있기를 바랐는데 일정이 생각보다 늦어졌다.
그래도 다른 아이돌 그룹에 비해서 응원봉 출시가 빠른 편이라 코티지들에게 깜짝 선물이 될 것 같다.
두 번째 앨범 발매를 앞두고 심장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