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Crime RAW novel - Chapter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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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고등학교는 규모가 큰 학교답게 체육실과 탈의실이 따로 있었다.
그렇지만 학생의 숫자가 많아지면 그 중에 정해진 룰을 어기는 사람이 등장하는 법이다.
멀리 있는 탈의실까지 가기 귀찮거나, 옷을 갈아입고 바로 특별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이용하는 꼼수가 있었다.
바로 특별활동 교실이 모여 있는 건물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몰카범이 노리는 것은 그것이었다.
탈의실에 비해 경계가 느슨하고. 카메라를 숨길 공간이 많다.
애초에 탈의실이 아닌 장소다. 그런 곳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말하자면 심리의 사각이란 거지.’
태혁은 몇 시간동안 특별활동 교실들을 돌아다니며 몰래카메라를 찾아다녔다.
결국 발견한 것은 30개가 넘는 엄청난 양이었다.
얼마나 고화질로 촬영을 했는지, 용량이 꽉 차서 더 이상 녹화되고 있지 않았다.
다행히 태혁이 카메라를 찾아다니는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
‘이거 이용할 수 있겠는데?’
우선 그것으로 확실해진 사실이 있었다.
‘몰카를 설치한 사람은 학교 내부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
어느 교실을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지.
어디에 카메라를 숨겨야 좋은 각도로 촬영되는지.
그런 것들이 전부 계산이 끝나 있었다.
내부자의 소행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잡아도 문제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오히려 태혁이 외부자였다. 자칫 잘못하다간 역으로 도촬범으로 몰릴 수 있었다.
결국 증거를 모아 폭로하는 것만으로는 상대를 잡을 수 없다.
확실하게 범죄 현장을 포착해야 했다.
평소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그건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투시 스킬이 너무 아까운데.”
그렇지만 투시는 나중에라도 다시 얻을 수 있다.
그것을 위해 거의 2주 가까운 시간을 투자한 모작을 포기 할 수는 없었다.
“……으, 본능에 져서는 안 된다, 서태혁! 지금 당장 필요 한 것은 모작이야!”
빅마마가 가지고 있는 로사리오를 되찾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익힌 모작 스킬이 필요했다.
우선은 몰카범이 언제 활동하는지 그것을 확실하게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카메라는 원거리 전송 기능이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회수해야 하는 물건이었다.
태혁은 카메라들을 원래 위치에 놓고 자신만이 확인 할 수 있는 타이머를 설치했다.
최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건드리면 알림이 울리는 기계장치가 있으면 좋았을 것이다.
물론 태혁에게 그런 물건을 구할 능력은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가진 스킬을 최대한 활용했다.
태혁은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장소 근처에 흔히 볼 수 있는 유리컵이나 책 같은 물건을 놓아두었다.
그렇지만 잘못 건드리면 떨어져 깨지도록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물론 하나 두 개 정도라면 그것들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30개가 넘는다면 적어도 한번 이상은 실수를 할 것이다.
태혁이 노린 것은 그것이었다.
‘그래도 염탐에 이런 기능이 있을 줄은 몰랐어.’
염탐은 타겟으로 정한 상대의 칭호나 능력치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사람뿐 아니라 물건 또한 적용된다.
미리 유리컵을 등록해 둔다면 그 상태를 확인 할 수 있는 것이다.
‘뭐, 만진 것 정도는 알 수 없지만. 파괴되는 것은 다르지.’
바로 조마경을 통해 알림을 받아 볼 수 있다.
[유리컵]이 [깨어진 유리컵]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것을 이용하면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방범장치로 쓸 수 있다.
염탐 스킬의 숨겨진 활용법이었다.
‘자, 설치 완료!’
태혁은 몰래카메라를 회수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건드릴 위치에 트랩들을 설치해 두었다.
이것으로 몰카범이 언제 활동 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이제는 조용히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은영이한테 가 볼까?”
며칠 전에 그녀가 만들어준 시험지로 치른 모의고사에서 평균 80점을 맞았다.
처음과 비교하면 20점 이상 점수가 올라간 것이다.
재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10일.
역전 만루 홈런을 날릴 준비는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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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이 좋았던 것인지 하루 만에 지능 능력치가 세 단계나 올랐다.
어느새 28이나 되었다.
염탐능력을 얻은 직후와 비교하면 거의 7배나 오른 셈.
‘뭐, 그렇다고 머리가 7배 좋아진 것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최근 부쩍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염탐 스킬의 새로운 활용법 또한 지능 능력치가 올라가며 얻게 된 부산물이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도촬범이 몹시 신중한 성격이라 트랩에 걸리지 않는 경우였다.
‘그러면 플랜B로 가야겠지…….’
그렇지만 기우였다.
총 30개의 함정 중에서 6개의 알림이 울렸다.
‘유리컵은 깨졌고. 영수증은 찢어 버렸고. 휴지로는……. 으, 더러워.’
흔하게 볼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이 트랩이 되어 도촬범의 행동을 알려 주었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그저 상대의 활동 시간을 알기 위해 설치해 둔 것이었다.
그런데 덤으로 이동 루트까지 알게 되었다.
‘게다가 방을 움직이는 속도로 봐서 확실하게 내부범이야.’
태혁은 변조 스킬에 필요한 목소리들이 전부 등록 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상대를 낚기 위해 필요한 여학생 A, B, C, D.
토끼몰이에 필요한 수위 아저씨.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강석.
도촬범은 저녁 늦은 시간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태혁은 시간이 될 때까지 그림 그리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이하나에게 배운 것을 생각하며 그리자 빠른 속도로 모작 스킬의 숙련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하나의 풍경화 뿐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베껴 그렸다.
중요한 것은 그림을 그린 사람이 어떤 마음을 담고자 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분명 같은 기술로 그림을 그려도 이해를 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완성도에 차이가 있었다.
태혁은 같은 그림 두 장을 놓고 비교를 해 보았다.
이하나에게 어떤 심정으로 그렸는지 듣고 그린 것과 그 전에 그려둔 것.
분명 동일한 숙련도의 모작 스킬을 사용해 만든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화자의 심정을 이해 한 후 그린 그림에선 묘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마치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았다.
“으허! 어렵다, 어려워!”
심오한 미술의 세계!
태혁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래도 모작 스킬의 숙련도가 50을 넘기자 테크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제는 고등학생 수준의 그림은 거의 완벽하게 베낄 수 있었다.
“……슬슬 준비를 해야겠는데.”
주머니에서 브로마이드 한 장을 꺼냈다.
옷을 갈아입고 있는 소녀의 뒷모습이 아찔한 각도에서 찍혀 있었다.
군인 아저씨들에게 인기 있는 누드잡지에서 부록으로 제공한 물건이다.
태혁은 모작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누드 사진을 베껴 그리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그것 또한 예술품.
그렇지만 사진을 모작하여 그림으로 바꾸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진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4배 정도 크게 그려야 했다.
‘담긴 마음은……. 최대한 야하게! 이것을 보고 흥분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최대한 관능적으로 그린다!’
“와, 완성이다!”
1시간이 넘는 작업 끝에 옷을 갈아입는 소녀의 뒷모습을 그린 등신대의 작품이 탄생했다.
[대작이 완성되었습니다.]
[완벽하게 화자의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모작 스킬의 숙련도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으흠……. 부끄럽구만…….”
태혁은 헛기침을 했다.
사실 어찌 보면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었다. 사실 이런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이란 뻔한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사진을 그대로 옮겨 그린 것 같은 퀄러티는 아니었다.
자세히 보면 그림이라는 것이 티가 나는 수준.
그렇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원본 이상이었다.
요염하다 못해 음란하게 느껴질 정도.
순간 태혁은 얼굴을 붉혔다. 자신의 그림을 보고 흥분한 것이다.
태혁은 코를 막으며 중얼거렸다.
“피, 피그말리온의 기분이 이런 거였나?”
이제는 그의 기분을 이해 할 수 있었다.
“흠흠. 그럼 이걸 도촬범이 지나가는 길목에 설치를 하러 가야되는군.”
생각했던 것 이상의 함정이 탄생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태혁의 계획은 간단했다.
비어있는 교실에 옷을 갈아입는 소녀의 그림을 설치한다. 커튼으로 가려 실루엣만이 보일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한다.
변조 스킬로 여학생의 목소리를 흉내 내 현장감을 살린다.
도촬범이 그냥 지나가기에는 너무나 끝내주는 장면.
자연스럽게 그는 거기에 정신을 쏟을 것이다.
그때 경비원과 강석의 목소리를 이용해 토끼몰이를 시작한다.
복도에는 모조스킬로 벽 그림을 그려 붙여 두었다.
사람이란 당황하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잔뜩 흥분한 상황에서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친다면 도촬범은 깜짝 놀라 도주를 시작할 것이다.
그렇지만 태혁은 특별활동 건물의 구조를 바꾸어 놓았다.
통로에 모조스킬로 벽 그림을 그려 붙여 두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절대 속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급한 상황이라면 다르다.
갑자기 나타난 벽을 보고 태혁이 원하는 루트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특별활동 건물은 방과 후에는 불을 꺼 두거든. 당황한 상태에서는 그림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들 거야.”
태혁은 책상 위에 펼쳐진 건물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어떤 루트로 상대를 몰아야 하는지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럼, 나홀로 학교에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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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