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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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도대체 소제목은 왜 있어서 이렇게 고민하게 만드는지…~3~)y-~~
라스가 가르반을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있는 사이 발레리아와 스펜서가 가르반의 기병대를 집중 공격해 가르반의 부하들이 희생이 생각 외로 컸다. 발레리아는 난전 중에 가르반의 부장으로 종군하고 있는 고위 기사 두 명과 마주쳤다.
두 명의 고위 기사는 가르반이 라스에게 저지당하자 기병대를 지휘 통솔하며 돌파력을 발휘하려 했지만 발레리아와 마주친 순간 제대로 손발을 놀리지도 못하고 단 칼에 갑옷째 몸이 두 토막이 나서 말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발레리아가 뛰어들어 순식간에 베르트 고위 기사 둘을 베어 넘기자 베르트 기병대의 기세는 크게 저하 되었다. 곧 이어 발레리아를 향해 기사와 기병들이 맹렬히 덤벼들었지만 발레리아가 바가렛사를 휘두르며 닥치는 대로 찍어 넘기니 잠깐 사이 70여기가 말 위에서 굴러 떨어졌다.
결국 그 기세를 타고 루벤 기병대가 맹렬하게 몰아치는 통에 돌파구를 열었다. 돌파구가 열리자 발레리아는 베르트 기병대를 지휘하는 기사 여덟 명을 향해 뛰어 들어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적 지휘관의 목을 연달아 찍어 넘겼다.
사태가 이렇게 되니 이내 제 아무리 가르반이 이끄는 베르트 최정예 기병대라고 해도 루벤 기병에게 압도되기 시작했다. 루벤 기병대가 한창 베르트 기병대를 몰아대고 있을 때 루벤 쪽에 새로운 지원 병력이 도착했다.
바로 암할로브의 지휘를 받는 루벤 무장병과 경무장 보병대 3천이 베르트 용병대를 집중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쯤 되자 베르트 군의 기세는 완전히 꺾였다. 오랜 실전 경험을 토대로 즉시 승산이 없음을 깨닫게 된 베르트 쪽에 소속된 용병대는 전투 의지를 포기하고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용병대가 물러서고 베르트 보병대가 제대로 지원을 하지 못하자 오직 가르반만을 믿고 전쟁터에서 분전하는 것은 기병대뿐이다. 그렇지만 기병대도 차츰 보병대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니 점점 어려운 싸움 속으로 휘말려 들었다.
어렵다고 느끼는 것도 잠시 어느 순간부터는 베르트 기병대는 루벤 기병대와 보병 부대에게 둘러 싸여 마구잡이로 말에서 끌어 내려져 닥치는 대로 목이 잘렸다. 이런 식으로 압도되니 기병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그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정작 전체적인 부대를 지휘하고 이끌어야 할 가르반은 이때 지독하게 따라 붙는 라스에게 붙잡혀 전체적인 전황 파악은 물론 제대로 된 지휘도 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아군이 계속해서 밀리고 있는 모습을 본 베르트군 진영에서는 후퇴를 알리는 종소리를 울렸다.
-땡땡땡땡!-
“제기랄!”
라스와 정신없이 싸우던 가르반은 퍼뜩 철수 신호가 들리자 정신을 차렸다. 한 바탕 맹렬한 기세로 아주 잠깐 동안 라스와의 거리를 벌여 놓은 후 주변을 둘러보며 전체적인 전황을 살폈다. 곧 참담한 현실에 눈에 들었다.
이때 루벤군의 배후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병력이 평지를 가득 메우며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자 이대로는 승산이 없음을 깨달았다. 얼른 부대를 뒤로 빼내 기세가 꺾인 싸움에서 물러나고 앞에 있는 라스가 고함을 지르며 덤벼왔다.
“어딜 한눈을 파느냐!”
-훙! 파창!-
라스가 집요하게 따라 붙으며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니 가르반도 라스를 쉽게 떨쳐 보내지 못했다. 가르반이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자 후퇴를 돕기 위해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요란하게 기세를 올려 달려왔다.
주인을 구하고자 하는 용기는 대단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고 기세가 올라 있어 즉시 라스를 돕기 위해 달려온 루벤 기병들에게 저지되어 정작 가르반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큭!······대단한 놈이다!’
가르반은 마리우스 성에서 직접 얼굴을 보았을 때 이상으로 실력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라스를 보며 내심 불안함을 느꼈다. 불안하기는 했지만 이대로 질 수 없었기 때문에 그도 힘을 내어 라스에게 맞섰다.
이미 자신이 입고 있는 판금 갑옷은 어깨 보호대가 라스의 공격에 날아가고 없다. 자신도 라스가 입고 있는 짐승 가죽 덧옷과 그가 안에 받쳐 입은 미늘 갑옷까지 완전히 뜯어낸 상태니 둘이 서로 비슷하게 공격을 주고받은 것이다.
아쉽게도 라스가 미늘 갑옷의 안에 입고 있는 사슬 갑옷이 생각 외로 고가품인지, 여느 싸구려 사슬 갑옷과는 달리 힘껏 베어도 잘 베어지지 않고 번번이 대검이 미끄러졌다. 물론 상대를 하고 있는 라스가 워낙 잘 피해 겉면만 긁는 정도의 타격만 주어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라스는 짐승 가죽 덧옷을 입고 미늘 갑옷과 사슬 갑옷은 물론 고가의 가죽갑옷까지 겹쳐 입는 괴물 같은 체력을 가진 놈이었기 때문에, 다른 놈들 같으면 벌써 몇 번이고 죽어 나가 떨어졌을 자신의 공격을 버티고 있었다. 아니, 버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맹렬하게 반격까지 해 오고 있다.
‘······정말 굉장한 놈이다!’
물론 놈과 싸우느라 지쳐서 자신의 검의 위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스스로 분발해 더욱 힘을 내어 라스를 몰아 쳤다. 맹렬하게 몰아치니 라스에게 치명적이 될 수 있는 몇 번의 찌르기가 성공하기는 했다.
몇 번의 찌르기 성공도 상대에게 치명상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가르반은 라스가 마슬란의 판금갑옷을 일격에 베어버린 적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라스의 공격으로 여러 군데 부분 갑옷이 떨어져 나간 자신이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어느새 가르반과 라스의 기병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전투는 베르트 쪽에는 가르반과 가르반이 이끄는 기병대와 용병대를 구하기 위해 주력 보병대를 전장에 투입하고, 루벤 쪽에서도 끝장을 보기 위해 무장병과 경무장 보병대 3천과 더불어 징집병 3천 명이 전선으로 투입되는 대규모 전투로 변해 있었다.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의 남쪽 평지는 이내 주변에서 몰려든 군사들로 꽉 들어차 앞을 볼 수없는 지경이 되었고, 그 아래쪽에서는 1년 전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이 루벤에게 함락되어 베르트가 5개성 연합군을 황급히 파견했을 때처럼 정오까지 맹렬한 전투가 다시 벌어졌다.
아직 전날 내린 폭우에 젖은 땅이 다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이 뒤엉키며 핏물을 뿜어대니 대지는 순식간에 피비린내 내는 구역질나는 진흙탕이 되었다. 그렇지만 눈앞에 있는 자신이 아닌 다른 고깃덩이를 쓰러 뜨려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어느새 제 죽을지 모르고 진흙탕 안을 뒹구는 미친개처럼 싸우는 사람들의 싸움은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았다. 운신하기도 쉽지 않은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이성도 없이 무작정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들을 보면 마구잡이로 덤벼들며 이성 따위는 저 멀리 밀려오는 검은 구름 위로 던져 버리고 손에 닥치는 대로 마구 찌르고 베고 후벼대는 중이다.
병사들의 손에 들린 철퇴와 도끼는 진흙과 피와 살점에 젖어 한 없이 무거워지고, 갑옷은 잔뜩 진흙으로 뒤덮여 적과 아군을 구별할 수 없게 되었으며, 칼날은 하도 사람을 찔러대다가 결국에는 부러져 버렸다.
굳세어 보이던 방패는 산산이 깨지고 부서지고 흙속에는 조금 전까지는 사람일 수도 있었을 고깃덩이들이 온갖 형태로 아무도 돌보지 않은 오물 속에 파묻혀 갔다. 일부는 마지막 삶의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마지막 삶의 열기는 어느새 코 속으로 파고드는 자신의 핏물에 사라져 갔고 조금은 몸을 움직여 보려는 시도는 어느새 다시 그 위로 밀려오는 흙과 고깃덩이에 뒤덮여 보다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 하나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본능만이 살아남아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죽여 버리고자 아무 것이나 손에 들고 마구잡이로 상대를 찌르고 베고 있었고, 이것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 혹은 오크나 고블린 같은 족속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우아아아아아아!!!”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이 무작정 외마디 소리와 비명 고함만 질러대며 손에 잡히는 대로 마치 끝도 없이 최후의 한 사람이 죽어야 끝이 날 것 같았던 이 싸움은 이 정오에 가까워지자 되자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았다.
그 아래쪽에 미친 듯이 뒤엉켜 싸우는 사람들의 열기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밤새 낮게 깔린 구름이 진흙탕 속에 뿜어져 나오는 억울한 영혼들을 너무 많이 빨아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정오가 되기 바로 직전에 미친 듯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쏟아진 비는 워낙 거세게 비가 쏟아져 주변은 온통 핏물과 흙탕물로 금새 가득 찼다.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무지막지하게 비가 쏟아지고 더욱이 돌풍까지 세차게 몰아쳤다.
일이 이렇게 되니 양측은 더 이상 싸울 수도 없게 되었고, 그제야 미친개들이 싸우는 것 같던 지독한 싸움을 멈추었다. 무지막지한 폭우와 돌풍 속에서 어느새 라스와 가르반은 서로 아침나절부터 정오까지 700여회 무기를 교차하며 싸우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의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물론 둘은 더 싸울 수 있었지만 돌풍과 폭우까지 겹치는 날씨는 그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더 싸울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무기를 거두었다.
“쳇!”
“아쉽군!”
짧은 탄식도 잠시 말 하나 정도를 사이에 두고 폭우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라스와 가르반은 그냥 말없이 인사만 한 번 한 후 다시 공격하는 것 없이 말을 돌려 각자의 진영으로 되돌아갔다.
성안으로 돌아오니 얼른 성안에 남아 있던 병력들이 라스와 성안으로 들어오는 아군을 맞이했다. 라스는 수적으로 우세한 베르트군이 예비 병력을 투입해 후퇴하는 루벤 군대의 뒤를 들이칠 수 있다는 발레리아의 조언을 받아들여 잔여 기병대와 경무장 보병대로 경계를 세웠지만 다행히도 적들은 폭우를 뚫고 무리하게 행동하지는 않았다.
정오가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거짓말처럼 폭우는 끝이 났다. 라스는 병력을 수습해 정비하게 하고는 못쓰게 된 미늘 갑옷과 짐승 가죽 덧옷을 벗고 사슬 갑옷만 걸친 채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의 남쪽 성벽 위로 올라섰다.
“······”
남쪽 성벽 위에 올라온 라스는 마치 거짓말처럼 해가 떠서 햇살이 무척이나 따가울 정도로 강하게 내리쬐고 있는 가운데 아직 물이 빠지지 않고 있는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 남쪽 평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진흙 개펄이 된 남쪽 성벽 앞의 평지에는 서서히 무수히 많은 진흙인형들이 뒤엉켜 반쯤 잠겨 있었다. 가끔 무엇인가가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보였는데, 그것은 아직까지도 살아남은 조금이라도 살아남고자 자신들의 기어서라도 아군 진영으로 도망치려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들을 구하라! 저들을 저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어서!!”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라스는 500명 정도의 경무장 보병대와 징집병들을 밖으로 내보내 부상자와 미처 도망치지 못한 아군을 구하도록 지시했다. 부상자들을 구하라는 지시와 함께 살아남은 병력을 점고해 달라며 암할로브와 발레리아를 불러 부탁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발레리아와 암할로브가 남아 있는 병력을 파악해 보고해 왔다. 라스가 수성에 들어갔을 때 그는 기병 3,000기, 무장병 2,000명, 경무장 보병 4,000명, 징집병 6,000명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전투가 끝이 나니 기병 2,300기, 무장병 1,300명 경무장 보병 2,700명, 징집병 4,200명이 남아 있었다. 기병은 700기를 잃어버리고 무장병은 700명이 전사했으며, 경무장 보병은 1,300명이 사상했다.
징집병은 무려 2,700명이 돌아오지 못했는데, 대부분 시날이 3천 명의 징집병을 구원 병력으로 투입했을 때 그 전투에 참가했다가 귀환하지 못한 숫자였다. 더욱이 체키스도 라스를 따라 전투에 나섰다가 실종되어 마음이 좋지 못했다.
손실된 병력은 무려 5,400명을 웃도는 숫자로 라스가 장악하고 있는 병력의 1/3에 달할 정도의 궤멸적인 타격이었다. 하지만 베르트 쪽도 만만찮은 손실을 입은 것이 사실이라 오히려 현실적인 손실은 베르트 쪽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었다.
루벤 군대가 약 5,000여 정도의 손실을 입은 것과 마찬가지로 베르트 군 또한 5,000여 기병대 중에서 무려 3,000기 가량을 잃는 피해를 포함해 8,000여 명 이상의 병사들이 꺾이고 다쳤다. 누가 무엇이라 변명을 할 수도 없는 명백한 패배였다.
“허어······. 이렇게나 엄청나게 많은 피해를 입었단 말인가. 이렇게나 말이야.”
정식으로 손실이 집산되어 보고되자 발스토리아는 머리가 아득해 졌다. 지금 자신이 지휘하는 베르트 군이 더 이상 전투를 계속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었음을 인정하고 더 이상 전투를 수행할 능력을 잃었음을 깨달았다.
드리프 발스토리아와 카르두스 루브르 우드, 그리고 가르반 베르그 토렌스 또한 잔여 1만 2천 명이 조금 넘는 병력으로는 도저히 성곽에 의지하고 있는 루벤 군대를 상대로 전투를 벌일 수 없고, 아울러 루벤 쪽에서 대규모 지원 병력이 도착할 첩보가 입수된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는 없었다.
“아직 내 아들놈들의 원수도 갚지 못했건만······”
드리프 발스토리아는 이번 전쟁으로 장남 막시밀리엄과 차남 사이먼을 현재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을 지키고 있는 라스에게 잃어버렸지만 급한 것은 자신의 안전이었다. 자칫 루벤 군대가 비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필립 쉘 성 쪽으로 증원군을 투입하면 근거지를 잃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루벤 군대가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 쪽으로 1만의 지원군을 보내면서 아르니스 협곡에 1천 명을 남겨 두고 1천 명의 병력을 보급선을 차단하는 쪽에 투입시키면서, 상당 기간 보급선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아왔고 그 여파로 현재 보급 문제가 생각 외로 심각했다.
물론 가르반의 군대 때문에 보급선을 차단하려던 1천 군대는 아르니스 협곡 쪽으로 도주해 당장의 보급선이 위협받는 문제는 해결했지만, 문제는 아르니스 협곡에 주둔하고 있는 루벤의 병력이 패잔병들을 수습해 4천 명 정도의 규모를 갖추게 된 이후부터다.
긁어모은 것이지만 4천의 병력을 갖추게 된 이들은 끊임없이 병력을 필립 쉘 성 쪽으로 내보내 보급로를 차단하려 들고 있었고, 덕분에 필립 쉘 성 쪽에서부터 이어지는 보급선이 다시금 위협을 받고 있었다.
가르반이 마슬란에게 청해 은밀히 나탄 다시우스 쪽으로부터 보급품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근거지가 직접적인 위협을 받게 되고 반년 정도의 기간 동안 2만 명에 가까운 전력을 상실했으니 더 이상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긴, 이 정도의 병력으로 저 단단한 성을 깰 수는 없겠지······”
발스토리아의 나직이 남아 있는 기병 2천과 보병 1만으로는 더 이상 성을 함락시킬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인정하며 마지막 남은 자존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이렇게까지 내몰리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발스토리아와 카르두스, 그리고 가르반을 괴롭게 한 것은 하찮은 평민 출신에 무용만 대단하다고 판단되어 얕잡아 보았던 라스가 자신들이 생각과는 반대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라스는 자신들이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 동쪽으로 공격하려던 계획을 미리 눈치 채고 있었다. 물론 섣부른 추격에 나서 한 순간은 역으로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재빨리 자군을 수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오히려 반격을 감행해 아군에게 지독한 피해를 입힌 것만 보아도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라스가 공격을 예상하고 반격해 나왔다는 점이 아니라 라스 개인이 갖고 있는 용맹함이 그 정도일 줄 몰랐다는 사실이다. 라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가르반의 조언으로 혹시나 싶어 공격 부대 뒤쪽에 배치시켰던 기병대 1천여를 포함해 보병 3천의 공격도 자정에서부터 날이 밝을 때까지 훌륭하게 견뎌낸 라스다.
라스는 기습 공격을 미리 기다리고 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끌려 매복을 당했지만 그 매복을 견뎌내고 반격까지 감행해 가르반 베르그가 직접 이끄는 기병대를 완전히 무너뜨리기까지 했다. 베르트군은 이제 더 이상 싸우려 해야 싸울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싸울 여력이 없는 것은 물론 용병들이 보여준 태도는 심상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남아있는 1만의 보병 중 5천 명 이상을 차지하는 용병들이 제대로 급료를 받지 못해 불만이 가득 차 있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것이 지금 발스토리아가 지휘하는 베르트군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고민이었다.
용병들이 급료를 받지 못해 불만에 가득 차게 된다면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 잘 알고 있는 발스토리아는 결국 두 아들의 복수도 하지 못하고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과 휴전 협상을 체결하기로 했다.
발스토리아는 금전으로 안전한 퇴로를 보장하는 문제를 협상하도록 권한을 위임한 문관을 기사 두 사람을 붙여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으로 들여보내기로 결정하며, 결국 더 이상 무리해서 전쟁을 계속해서 수행하는 것을 포기했다.
“이만 끝낼 때가 된 것 같소이다.”
복잡한 생각에 사로 잡혔지만 결론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발스토리아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쓸데없이 고집을 피워 제 한 몸이 어느 진흙탕에서 뒹굴어 썩어가는 것은 피해야 하겠다고 여겼다.
“그렇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위험합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최근 보급부대를 공격하려는 루벤 군의 움직임이 있다는 정보도 입수되었습니다. 어서 물러나야 합니다.”
지휘권을 갖고 있는 발스토리아가 전쟁을 끝내고 후퇴하기를 권하니 가르반이 좋은 말로 가장 먼저 나서 무의미한 싸움을 거두고 휴전을 청한 뒤 병사들을 필립 쉘 성으로 빼내 차후를 기대하기를 권했다.
“뭐? 베르트 놈들이 사자를 보내와?”
라스는 뜻밖에도 베르트 진영에서 안전한 퇴로를 확보해 준다면 더 이상의 전투를 중단할 용의가 있다는 사자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자 깜짝 놀랐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암할로브와 발레리아를 불러 의견을 구했다.
두 사람이 굳이 피할 이유가 없으니 사자를 만나기를 권하니 라스는 즉시 스펜서와 시날에게는 혹시 모를 적의 기습에 대비해 군대를 점고하고 있으라고 지시한 후, 사자를 성안으로 초대해 영주관에서 사자와 만나기로 했다.
발레리아와 암할로브의 조언에 따라 라스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사슬 갑옷 위에는 작년 마슬란으로 부터 선물 받은 은으로 만든 비늘 갑옷을 걸치고 허리에는 막시밀리엄 소드와 페룬 소드를 패용했다.
좌우로는 제법 건장하고 굳세어 보이는 장교들을 벌여 세워 제법 위풍당당하게 꾸민 후 당당한 모습으로 베르트의 사자와 만났다. 라스를 찾아온 베르트의 사자는 문관으로 함께 따라온 두 사람의 호위 기사와 더불어 미리 전령을 통해 라스에게 전해진 것처럼 전쟁을 중단할 것이니 루벤 군이 베르트 군대의 퇴로를 열어줄 것을 청해왔다.
“그렇소? 잠시만 기다리시오.”
물론 라스도 고집을 부려서는 안 될 상황임을 잘 알고 있지만 자칫 언변이 부족한 자신이 문관의 교묘한 말재주에 넘어갈지 몰라 인사만 받고는 모든 정식 외교관으로서의 대화는 암할로브와 발레리아에게 위임 했다.
“두 분의 의견을 듣고 싶소. 한 번 의견을 교환해 보시오.”
공식적인 자리에서 라스가 슬그머니 한 걸음 물러선 이유는 베르트의 문관은 제법 말재주가 있는 사람으로 자칫 라스가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가는 금새 그의 말재주에 넘어가 상대에게 질질 끌려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말 재주가 시원찮은 라스와는 달리 고급 교육을 제대로 받은 발레리아와 아는 것이 많은 암할로브는 능란하게 상대의 대화를 받아 넘겨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암할로브와 발레리아가 사자와 이런 저런 팽팽한 질문을 건네고 답변을 받았다. 결론은 하나였다. 휴전이었다. 마지막으로 사자가 직접 라스를 가리켜 휴전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물어왔다.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게 된 라스는 잠시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베르트와 더 이상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음을 알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베르트 문관이 제안한 휴전에 더럭 승낙을 하려 했다.
“아시겠지만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이 자리에서 바로 답변을 드릴 수는 없겠군요. 내일까지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이때 갑자기 암할로브가 끼어들어 라스의 발언을 막으며 즉시 회답을 할 수 없는 중요한 사항이니 여러 사람들과 상의를 해 보고 결정해 내일 정오까지 사자를 보내 답신을 돌려주겠노라며 베르트의 사자를 성 밖에 있는 자신들의 진채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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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라스와 가르반의 관계는…물과 기름이 아닙니다…숙적이지만 서로에게 감탄하고 있지요.
으음…그나저나 왼쪽 갈비뼈가 왜 이리 아픈지…으윽…
장기쪽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갈비뼈 그 자체에서 통증이 쬐끔 오는군요…
…잠깐 졸았을 때 자세가 구부정해서 그런가…으윽…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92…
엣헷헷…^_^;;
●‘양구리공작’님…으헷헷헷…^_^; 고맙습니다…저 작가넘이야 읽어 주시는 것만 해도 영광이지요…그나저나 날씨가 슬슬 추워집니다…은근히…가을이 지났으니 겨울이 되었다고 이제 11월 이니…겨울 준비하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3~;
●‘작가아님’님…그…그런가요? 본래 아뒤쥔장님 말씀대로 해 보려다가…어딘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이죠…그나저나 라스 녀석…가만히 보면 제 능력 보다는 부하들 잘 만난 탓에 굉장히 성공하는 것 같습니다…^_^;
●‘우유동자’님…에구궁…1타를 놓치셨군요…^_^;; 아쉽습니다…그나저나 가르반 베르그 보통 녀석이 아니랍니다…확실히 크라우프 때 처럼 라스와 가르반의 동시 진행을 기본으로 삼아 보려고 하기는 했지만…그냥 라스 중심으로 빠른 전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답니다…글쿠…가르반을 막을 자는 라스 뿐이고 라스를 막을 자는 가르반 뿐이랍니다…
●‘underworld’님…^_^; 가르반과 라스가 승부가 난다면…큰일입니다…뭐…라스는 쥔공이라서 죽을 위험이 없지만 가르반은 라스 못지 않게 무엇이나 큰 일을 좀 하거든요…그 일을 이루기 전까지 가르반이 죽을 일은 없답니다…^_^;;
●‘야오’님…뭐…가르반을 쥔공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죠…오히려 쥔공으로 따진다면 가르반이 더 쥔공 답다는 생각도 듭니다…하찮은 남작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겨우 기사 작위나 얻게 되면 다행이지만 우연찮게 가문을 계승하게 되고…결국에는 역사에 영웅으로 이름 남게 된답니다…뭐…가르반…대단한 놈이지요…^_^;
●‘Hyperion’님…가르반 외전은 논외랍니다…뭐…애초부터 라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기로 한 이상…하는 수 없지요…그나저나 크라우프의 외전이라…뭐…그 일은 있을 일이 없답니다…그 사이 이야기가 전부 바르디아 쪽의 이야기로 채워진 탓에…~3~; 어쨌든 간에 외전을 쓰는 대신 저 작가넘은…본문이라도 완결을 지으려 한답니다…그래서 크라우프도 완결을 지었고 라스도 완결을 목표로 하고 있구요…^_^;
●‘웅이~’님…아! 일단 귀족인 라스가 잠자리 노예 델쿠 다니는 거요…일단 라스는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리지 않고 있는 중이구요…2부 나이젤은 처음부터 귀족인 관계로 전쟁터에 개인 기병 50기에 남자 노예 100명 여자 노예 40명 마차 25대(짐마차)+지붕 씌운 개인 마차…짐말 90필 전투마 68필…을 델쿠 다닐 정도로 부자가 된답니다…그리고 서비스 장면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자면…저 작가넘도 넣고 싶기는 한데…크라우프와는 달리 라스는 분량이 상당히 적고 나름대로 축약되어 있습니다…더욱이 스토리 진행이 막히지 않으니…서비스 장면을 넣을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크라우프도 저 작가넘이 관심 끌기 전략으로 서비스 장면을 넣었더니…1/3은 독자들의 코멘트에 대한 잡글 1/3은 야설 1/3이 어줍잖은 본래 스토리 진행…한 마디로 분량만 많은 쓰레기 글…이라는 인식이 아예 굳어졌습니다…더욱이 용량 문제에 대해서 이번은 처음부터 아뒤쥔장님이 상당히 개입하신 관계로 그다지 용량이나 스토리 전개에 대해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답니다…~_^;; 글쿠…저 작가넘 자신도 용량 늘리기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구요…아참참…잡설이 너무 길었네요…그나저나 이제 라스 녀석도 자신만의 전쟁을 보는 눈이 조금 생겼다고 보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그렇기 때문에 도망치는 적들을 추격해서 베어 버리는 일도 하지요…^_^; 글쿠…반역 문제…라스가 권력을 잡기 위해 유도한 면이 크답니다…암할로브는 그 사실을 알고 놀라는 것이구요…^_^;; 진실이야 늘 저 너머에 있답니다…아무리 손을 뻗어도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고 있구요…^_=;
●‘호박의정령’님…으헤헤헤…그나저나 날씨가 참 썰렁한 것이 기분이 좀 묘합니다…아! 한 가지 새로 구입한 1.2 칼로스 녀석…예전의 Tico는 에어컨이 엉망이었거든요…~_~; 파워 에어컨 달았더니…춥더군요…한 번 시험해 보니…으헤헤헤…
●‘메리마을’님…캐먼치킨…다른 사람들은 10년 이상 수련해도 실전 나가면 죽을지 모르는데…라스 녀석은…먼치킨 맞습니다…뭐…많은 분들이 스토리에 억지가 많다고 하지만 순리대로 나가면 라스 녀석…아마 이름 없는 산골 사냥꾼 A로 인생 끝났겠지요…
●‘블래스터’님…토닥토닥…기운 내세요…잠시 거구의 남자가 율동까지 겸해서 학생회장 선거에 나섰다는 생각을 해보니…(푸하하하하하하하하)…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그렇지만…그것도 나중을 위해 좋은 경험이 된답니다…살다 보면 더 쪽팔려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블래스터님 기운 내시구요…화팅입니다…
●‘어쩔시구’님…^_^; 4부까지 출현 맞습니다…일단 쥔공이 바뀌는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하지만 라스가 출세하고 위치가 높아지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도 없으니…당연히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위해 쥔공을 바꾸고 위치를 낮추기로 했답니다…전쟁도 실전에서 피터지고 눈알 찢어지는 것이 재미있지 뒤에서 지휘하는 것만 주구장창 나오면…~_=; 일단 지금 열심히 비축분 모으고 있는 중이랍니다…
●‘알리’님…뭐…그런 셈이지요…일단 1부가 끝나고 16년 뒤 2부가 시작된답니다…물론 그 중간의 내용은 공개가 되죠…^_^; 어쨌든 간에 쥔공이 바뀌는 문제는 크라우프 때 크라우프가 하급 사관일 때는 박진감 넘치고 잼나더니 크라우프가 고위 장군이 되니…쓸 이야기도 부족해 지고…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지루해지고 남이야기 같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 것에 주목한 것이랍니다…
●‘i우천i’님…으헷…그나저나 새차를 구입하게 되니…차량의 청소 문제에 굉장히 신경 쓰게 되더라구요…Tico는 일주일에 한 번 세차를 할까 말까 했는데…이 녀석은…심심하면…털이개로 문지르고…닦아 주니…저 작가넘도 어딘지 모르게 Tico에게 미안해지더라구요…~_^;;
●‘soulschaos’님…그…그러신가요? ~3~;; 음흠흠…일단…라스 녀석…혼자만 군대 지휘하며 싸우고 있다가는 분명 수많은 적들 속에서 창칼에 맞아 죽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렇지만 일단 뛰어난 부하들과 협력자들이 많으니…성공이지요…글쿠…라스 녀석…가르반만을 목표로 뛰어든 것은 아주 당연하면서도 정확한 판단입니다…그 이유는 베르트 기병대의 중심이 가르반이기 때문에 가르반이 라스 자신에 의해 봉쇄되면…스펜서와 발레리아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그렇게 되면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베르트 기병대는 라스의 기병대를 이길 수 없거든요…^_^;; 글쿠…장기전이라…2부에서는 수성전이 나오는데…그 수성전에서 말씀하신 내용 비슷한 부분이 나온답니다…
●‘탐관오리’님…그렇습니다…라스 녀석 제딴에는 머리 쓴다고 적이 공격하는 지점에 매복했다가 반격했지만 오히려 역으로 매복당한 것이지요…그렇지만 그 매복을 무너뜨리고 반격까지 가하는 라스 녀석…쥔공이니까 가능한 것이겠지요…^_=;
●‘전륜검’님…알겠습니다…저 작가넘도 시류를 따라 가려다가…슬그머니 우회전 한 것이…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_^;; 말씀대로 명작이고 뭐고 간에 저 작가넘은 그냥 글쓰는 것이 재미있을 뿐이랍니다…^_^; 열심히 쓰겠습니다…ㅇ(^0^)ㅇ 화팅!!
흐음…슬슬 추워지는군요…감기 조심하세요~ ^0^
(4차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