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254)
254화
부산 기지에 소속된 5기동전단 지휘관 정민우 준장이 갑자기 사령관실에 나타났다.
무궁화회 가입을 종용했지만, 끝끝내 거부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장관님께서 전화를 하셨더군요. 사령관 보직은 단 하루도 비워둘 수 없으니 저더러 대행을 맡아 달라고 말입니다.”
“무슨…….”
“며칠에 불과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정민우 준장은 고명남 중장이 사조직을 만들어서 기지 내에서 왕 노릇하는 것을 마땅치 못하게 생각했던 고위급 중 한 명이었다.
“뭐가 그리 급한지 모르겠군.”
“죄송합니다만 바로 비워주셔야겠습니다.”
“선배님!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김 대령! 따지려면 장관님에게 따져. 난 명령대로 하는 거니까.”
“하지만…….”
“됐네. 김 대령도 그만하게. 자리는 한 시간 내로 비워주겠네. 됐나?”
“네. 선배님!”
아직 예편한 것은 아니지만 이 지경이 됐으면 그만 물러나라는 의미였다.
* * *
잠시도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인수인계한다고 시간을 주면 현직에 남아 있는 후배 장성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할 것을 대비해서 정민우 준장을 사령관 대행으로 보내기로 대통령과 합의했는데 그게 지켜진 거였다.
돌아가는 추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비서실장과 박인모 차장을 자주 만났다.
그래야 내게 닥칠 위험이 닥칠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러던 차에 우영수 대표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어쩐 일로 보자고 하신 겁니까?”
“이무혁 대표가 이렇게 빨리 거물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저한테 페이백을 요구하는 사람이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참고로 남재구는 구속 수사 중이다.
혐의는 나를 협박한 건과 방산 비리와 관련된 거였는데 다른 걸 떠나서 사기꾼으로 구속된 거였다.
“사람 사는 세상이 다 비슷한 건데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존대를 하나 싶어서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몇 마디 주고받더니 바로 막말하기 시작했다.
“정치 좀 똑바로 하면 안 됩니까?”
“함부로 지껄이는군.”
“꽤 대범하시네요?”
“뭐가?”
“저한테 이러는 건 결국 대중에게 알려질 겁니다.”
“다 같이 죽자는 건가?”
“제가 왜 죽습니까?”
“내가 혼자 죽을 거 같나?”
“전 잘못한 거 없습니다만?”
전형적인 수법이다.
보통 사람에겐 여당 대표라 하면 꽤나 힘 있는 정치인이겠지만 대통령과도 거래하는 내 입장에서는 거추장스러운 상대일 뿐이다.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판이야.”
“걱정 마세요. 전 제가 알아서 빠져나갈 테니까.”
“그러지 말고 서로 상생하는 건 어떤가?”
“그건 결국 돈을 달라는 거 아닙니까?”
“돈은 우리가 알아서 만드니까 자넨 방해만 하지 않으면 돼. 이번처럼 말이야.”
“죄송하지만 그건 곤란하겠네요. 제가 성질머리가 더러워서요.”
“여당을 상대로 힘겨루기라도 해보자는 건가?”
“굳이 여당을 상대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무슨 뜻이지?”
“의원님만 솎아내면 된다는 뜻이죠. 그만한 위치에 오르기까지 허물은 물론이고 각종 오물이 잔뜩 묻었을 것 같은데 아닙니까?”
이미 어떤 오물이 묻어 있는지 알아냈으니 하는 말이다.
그와 가까이 앉아서 대화하다 보니 그에게 어떤 허물이 있는지 파악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영화에서나 그런 줄 알았는데 결국 우영수 대표도 영화 속 빌런이 하는 짓과 비슷했다.
대한민국을 자기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흔들어 보려는 야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와중에 그것을 지키려고 온갖 짓을 다해 왔다.
차라리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신념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서진관 준장과는 차이가 많은 사람이다.
“말이 심하군.”
“또 언제 만나게 될 줄 모르니 할 말 하는 겁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뜻으로 들리는데 맞나?”
“각자 사는 방법이 있는 거 아닐까요?”
“난 나대로 살기로 했으니 자네 말처럼 모른 척해주면 안 되겠나?”
“그건 곤란하죠. 우 대표님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언젠간 저한테까지 밀려올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자네도 다칠 거야.”
“그럴 시간이 있겠습니까?”
“무슨 소리야?”
“반성하는 기미도 없고 해서 바로 터트리려고 합니다만?”
“…….”
고명남과 김기환을 날리려고 할 때 우영수를 날릴 자료까지 확보해둔 상태였다.
국정원과 CIA가 나섰으니 뭐라도 발견하는 것이 맞는 거다.
실제로도 적지 않은 자료가 발견되어서 내 콜 사인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내가 허락만 하면 전 국민이 알도록 뿌려질 거였다.
“이제라도 제대로 정치해보겠다고 하시면 이번만은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날 감시라도 하겠다는 건가?”
“못할 것도 없죠. 남아나는 게 돈이라서요.”
“어디 마음대로 해보든가.”
“제가 드린 제안을 거부하는 겁니까?”
“나라고 가만있을 것 같은가?”
“상황 돌아가는 거 보면 모르시겠습니까?”
“자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나?”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어쨌든 제안은 거부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유쾌하지 않은 만남이었다.
우영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가면서 나를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어림없는 시도에 불과했다.
“쉽지 않을 거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천천히 일어나서 정중하게 인사한 뒤 뒤돌아 나왔다.
우영수 대표 같은 사람이 주로 이용하는 고급 한식당이라 그런지 복도가 조용하기만 했다.
왠지 모르게 을씨년스럽다는 느낌이 가득했지만, 이런 것을 기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용한다고 생각하니 괴리감도 느껴졌다.
우영수 대표에 대한 비리 자료는 직접 터트리는 방법보다는 야당에 넘기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정치인 공략은 정치인에게 넘겨두고 우린 우리 할 일을 하자는 거다.
그러다가 우영수가 우릴 공격하면 어쩔 거냐고 물었더니 그땐 그때 가서 대응하면 된다는 거다.
어차피 우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으니까.
그래서 정치권 당쟁에 신경 쓰지 않고 하던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연구소, 집 그리고 집 연구소를 왕래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외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오로지 연구에만 매달렸다.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가 연구한 것들이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란 걸 증명하는 거였다.
그 증명을 위해선 시제품이 필요했고, 우리는 그것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가는데 두고 보자던 우영수 대표는 야당의 공격에 맥을 못 추었다.
“재밌지 않아?”
“뭐가 또?”
혼잣말처럼 한 말인데 동재가 지겹다는 표정으로 반응했다.
“야당에 제공한 자료 정도면 우영수 대표는 한 방에 보내 버릴 수 있을텐데 딱 죽지 않을 만큼만 공격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나도 들은 거지만 으르렁거리면서도 기자들 없는 곳에서는 형님 동생 한다더라. 그래서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하는 거고.”
“그런 걸까?”
“잊어버려. 이미 우리 손을 떠난 일이라며.”
“그러는 게 낫겠지?”
“네 일이나 신경 써. 요즘 오만데 다 참견하고 다닌다면서?”
“참견이 아니라 개발이다. 개발!”
“그 개발은 잘되고 있는 거냐?”
“말해 뭐해. 다들 깜짝 놀랄 거다.”
반융합로 발전소가 이미 가동 중이고 여러 기술이 속속 검증되고 있다.
내가 아니더라도 서득영 회장이 세계 여러 나라와 협상 중이고 한국 내에서도 다른 대기업들이 문지방에 불나도록 드나들었다.
그리고 GBL 에너지는 이미 시총 1위를 찍은 지 좀 지났다.
GBL 그룹은 가능성만으로도 한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는 중인데 미국은 그보다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무기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너도 참!”
“내가 왜?”
“갑자기 무기에 미쳐서 이런 일을 벌일 줄 누가 알았겠냐고.”
“순서가 달라졌을 뿐이지 언젠간 해야 할 일들이야.”
“그렇긴 한데 너무 급발진한 건 아닌가 해서 그런다. 반융합로 발전소만 해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건 내가 아니어도 할 사람 많잖아. 너도 알다시피 뭔가를 설계한다는 거 너무 재밌어. 설계도가 실물로 만들어지는 것도 멋지고.”
“다 좋은데 세상에 내놓는 건 조율 좀 해라.”
“조율?”
“그래. 지금 시제품 만드는 것만 해도 모두를 충격에 몰아 넣기에 충분한 것들이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이야.”
“그러지. 뭐!”
동재 말도 틀린 건 없어서 앞으로 개발해내는 것들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발표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새로운 것보다는 하던 일 위주로 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즐겁게 일하고 있었다.
내가 설계한 것들이 조립되는 과정에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고 점점 더 나아지는 것이 보이니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다.
“근데 그거 아냐?”
“또 뭐?”
“이온 플라즈마 엔진을 탑재한 보라매가 만들어지고 반융합로 잠수함이 만들어져도 그것을 운용해야 하는 장교나 부사관들 처우에 문제가 많다는 거야. 특히 초급 간부들일수록 더 심하고.”
“처우 개선이 돼야 한다는 거냐?”
“기껏 잘 만들면 뭐 하겠냐. 그것을 운용해야 할 간부들이 장기 복무를 포기하는데.”
새로운 인력으로 대체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동재가 하는 말은 군에 남아 있을 정도로 처우가 개선 돼야 숙련된 베테랑이 양성된다는 거였다.
“누가 그래?”
“누가 그러긴. 우리 회사 직원들 대부분이 부사관이나 장교 출신들이잖아. 애로사항 없냐고 상담해보면 죄다 한다는 소리가 군시절 처우 때문에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하더라.”
“평생 군인으로 살기엔 처우가 부족하다는 뜻인가?”
“당연하지. 초급 간부들 월급이 2백도 안 된다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에 회의감부터 느끼고 시작하는 거지. 때문에 1차 복무기간 지나면 바로 전역하는 거고.”
“그건 나라가 해야 할 일 아닌가?”
“그건 그런데 미국은 군인들에 대한 복지가 엄청나잖아. 일반 국민들도 군인에 대한 존경심도 가지고 있고.”
“우리가 월급은 어떻게 못 해도 직업군인을 부러워하게는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방법이 있어?”
“새로 만든 군 복지 재단에서 장기 군 복무자에 대한 복지를 제공해주면 되잖아.”
“어떻게?”
“가전제품 할인에 기차나 비행기 삯 반값 할인, 자녀 학비 지원에 주택 자금 융자 같은 거 해주면 어때?”
“그러려면 매년 조 단위로 큰돈이 날아갈지 모르는데 그걸 하겠다고?”
무기가 현대화되고 첨단화 된다고 해서 그것을 다루는 베테랑이 없다면 적군을 압도하기 어렵다.
동재는 제법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고, 듣고 보니 한번쯤 짚어 볼 문제였다.
월급이야 나라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고 복지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몇 가지 혜택을 생각나는 대로 말해 보았다.
“못할 건 또 뭐야. 하면 되지.”
“아깝지 않냐?”
“너도 알잖아. 나 돈 욕심 별로 없는 거.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니고 인생 2회차 살다 보니 돈은 별거 아니더라.”
“뭐? 인생 2회차?”
“응?”
“너 방금 그랬잖아. 인생 2회차라고.”
“큭큭! 장난이야.”
“지랄한다.”
실수했다.
곧이곧대로 말한다고 믿지도 않겠지만, 나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왔다.
그나마 동재니까 장난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끝까지 물고 넘어졌을 것이다.
특히나 내가 무당이라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기에 더 의심했을 것이고 말이다.
“아무튼 복지 혜택은 내가 어떻게 해볼 테니까 넌 장교나 부사관 출신들 상대로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지 좀 알아봐.”
“진짜 하려고?”
“내가 이런 일로 농담하는 거 봤냐? 네 말대로 전투기 잘 만들고 잠수한 잘 만들면 뭐 하겠냐. 그거 운용하는 군인들이 잘해야지. 잘하려면 오래 근무하는 베테랑들이 필요한 거고.”
“일단 알았다.”
“일단이고 이단이고 설문조사 하는 김에 제대로 해봐.”
“알았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