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poon Life White Paper RAW novel - Chapter 316
316. 인도는 어때요.
“오늘은 대박나려나?”
절로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자신감을 얻은 재성은 바로 보상으로 얻은 히든카드 두 장을 까보기로 했다.
물음표가 그려진 첫 번째 히든카드가 빙글빙글 돌아가더니 이내 익숙한 물건이 튀어나왔다.
“토트의 예언서네.”
아주 비싸거나 희귀한 카드는 아니었으나 쏠쏠하게 사용되는 아이템이다.
“나쁘지 않은데? 좋아, 바로 두 번째 가자!”
기세를 몰아 호기롭게 외친 재성의 목소리에 답하듯 환한 빛이 팍 터졌다.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카드의 등장이었다.
효과: 사용한 대상에서 원하는 특정 인물에 대한 불안과 의심을 심어줌.
주의: 상대에 대한 대상자의 신뢰도가 80을 넘기면 효과가 발현되지 않음]
카드 앞면에는 보라색 머리칼을 가진 미녀가 어떤 남자의 귀에 귓속말을 하는 그림이 있었다.
여신이란 이름이 붙은 것치고는 지나치게 요염한 미인이었다.
입가엔 나른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비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카드의 효과를 읽어본 재성은 눈동자를 반짝였다.
“이간질하는 여신? 마침 이런 게 필요했는데 딱 맞춰서 나왔네.”
마치 누군가 타이밍을 맞춘 것처럼 절묘했다.
‘어쩌면 시스템이 날 도우려고 하는 걸지도.’
재성은 항상 똥겜 망겜이라며 욕하던 걸 오늘만 자제하기로 했다.
“아, 그래. 어쩌면 이것도.”
재성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방금 보상으로 나온 토트의 예언서를 사용했다.
[중국 정가를 뒤흔든 천인화, 징역 15년 선고!중국 최대 정치 스캔들인 양위안 사건을 촉발시킨 천인화 전 충칭시 부시장이 재판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천인화는 2011년 11월 발생한 양위안의 아내 화춘잉이 저지른 영국인 사업가 케일럽 독살 사건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상관인 양위안과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권력 핵심들을 상대로 한 도청이 들통나자 천인화를 직위에서 해임하고 책임을 덮어씌우려고 했다.
이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천인화는 그동안 모아둔 양위안의 비리 증거들을 가지고 청두에 있는 미국 대사관으로 도주해 정치적 망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양위안을 실각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사건에 대한 기사였다.
대략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기억할 뿐 구체적인 사건 개요에 대해선 몰랐었는데 이걸로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지.”
재성은 입꼬리를 위로 말아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당한 걸 어떻게 되갚아줄지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서 이 기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완벽한 가이드라인이었다.
신문 기사와 에리스의 속삭임 카드를 번갈아 쳐다보던 재성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잘하면 일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겠는데?”
벌써부터 몇 가지 아이디어가 샘솟듯 튀어나왔다.
“이거 정말로 일부러 준비한 것처럼 딱 필요한 것들이 나왔잖아.”
허공을 바라보는 재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무 잘해주니 오히려 불안하다.
이러다 설마 뒤통수치는 건 아니겠지?
살짝 고민했지만 어쨌든 손안에 확실한 승리패가 들어왔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재성은 팔짱을 끼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차분히 검토했다.
* * *
충칭시 공안 책임자인 추이 국장이 부시장실 집무실 앞에서 잠시 발을 멈춘 채 옷차림을 정리했다.
느슨해진 넥타이 매듭을 고쳐 올린 그는 조심스레 원목으로 만들어진 문을 노크했다.
안으로 들어간 추이 국장은 널찍한 책상 뒤에 앉아 있는 천인화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천인화가 상체를 바로 하며 말했다.
“시킨 일은 어떻게 됐나?”
“사인을 돌연사로 처리하고 시신은 바로 화장시켰습니다.”
“따로 지시한 건 가져왔나?”
“예.”
짧게 대답한 추이 국장은 주머니에서 USB 메모리를 하나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
“사건 당일 호텔 객실 CCTV 영상 복사본입니다.”
“원본은?”
“폐기 처분 시키고 남은 건 이것 하나뿐입니다.”
추이 국장이 천인화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사망자의 시신에서 살점을 일부 떼어내 말씀하신 장소에 보관해 뒀습니다.”
천인화가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
“수고했네.”
“아닙니다.”
책상 서랍에서 두툼한 돈 봉투를 하나 꺼내 앞으로 내밀며 천인화가 말했다.
“행여라도 이번 일이 새어나가지 않게 수사관들 입단속을 시키고 이건 수고비로 나누어주도록 해.”
“알겠습니다.”
추이 국장이 두 손으로 공손하게 돈 봉투를 받아 들었다.
“그럼 나가봐.”
“예.”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천인화는 책상 위에 놓인 USB 메모리를 집어 들었다.
컴퓨터에 꽂고 영상 파일을 재생시키자 CCTV 화면이 나타났다.
사건이 벌어진 객실과 호텔 복도를 비추는 카메라였다.
영상을 빠르게 돌려보던 천인화는 케일럽이 죽은 객실에서 어떤 여자가 나오는 장면이 재생되자 바로 정지 버튼을 눌렀다.
디올의 검은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날씬한 몸매를 가진 여자였다.
선글라스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으나 천인화는 그녀가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바로 양위안의 아내인 화춘잉이었다.
오랫동안 양위안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모든 일을 돌본 입장이니 화춘잉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으음.”
천인화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렀다.
양위안이 왜 이번 사건을 살인이 아닌 돌연사로 처리하고 덮으라고 했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피살자가 케일럽인 걸 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 내 짐작이 맞았군.”
피살된 영국인 사업가 케일럽은 사실 양위안 부부의 비자금을 몰래 국외로 빼돌리는 일을 맡아온 브로커였다.
당연히 천인화는 케일럽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자금 브로커일 뿐만 아니라 케일럽과 화춘잉은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러니 몰래 호텔 객실을 찾은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화춘잉이 객실을 나간 뒤 얼마 있지 않아 케일럽이 죽은 채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현장을 다녀간 유일한 사람이 화춘잉뿐이고 남편인 양위안 서기가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라고 했다……. 결론은 하나뿐이군.”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데다가 아내하고 불륜까지 저지른 케일럽을 양위안 부부가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이었다.
모든 게 명확해지자 천인화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모니터 위엔 방금 사람을 죽여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객실을 나오는 화춘잉의 모습이 여전히 떠올라 있었다.
선글라스 아래에 가려진 얼굴을 떠올리자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제기랄.”
천인화는 차가워진 손끝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양위안 부부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쓸모없어지자 살해당한 것을 보니 어쩐지 남 일 같지가 않았다.
나도 어느 순간 저렇게 버려지는 게 아닐까.
서늘한 공포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 천인화는 복잡한 표정으로 깊은 생각에 빠졌다.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았으나 머릿속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어지럽기만 했다.
최근 들어 선을 완전히 넘은 듯한 양위안의 행동과 이번 사건까지.
옆에서 지켜보기에 너무 아슬아슬했다.
아무리 떨쳐보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불안감이 끈덕지게 그를 따라붙었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는데.”
타들어가는 담배 끝을 바라보며 천인화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그 전에 나도 똑같은 꼴을 당할 수도 있겠어.”
양위안이 그 혼자만 예외로 둘 거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천인화는 CCTV 영상이 저장된 USB 메모리를 컴퓨터에서 빼냈다.
그러곤 사무실 한쪽에 있는 철제 금고에다가 USB 메모리를 넣었다.
양위안은 관련된 증거를 하나도 남겨두지 말고 전부 처분하라고 했지만 이건 일종의 보험이다.
“평생 쓸 일이 없기를 바라야겠군.”
만약 저걸 꺼낼 날이 온다면 그 역시 안전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천인화는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금고문을 닫았다.
* * *
강남역 앞 유니콘 그룹 본사 회장실.
재성은 허인환 대표와 이원중 이사, 그리고 양태정 상무와 함께 소파에 둘러앉아 진지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 게임 서비스를 맡은 테라노트 쪽이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낌새입니다.”
상석에 자리한 재성이 담담하게 말했다.
“권력 실세인 송첸과 양위안이 관여된 일이라는 걸 저들도 모르지 않을 테니 그럴 수밖에 없을 거예요.”
최고위층의 눈 밖에 나면 아무리 1위 업체라도 그날로 회사 문을 닫아야 되는 곳이 중국이었다.
“이번 일이 네오픽스로 불똥이 튀지 않고 이쯤에서 마무리될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던 허인환 대표가 기대 섞인 얼굴로 그를 봤다.
“중국 측과 이야기가 잘 풀린 겁니까?”
“그런 건 아니고 우리한테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
“아무튼 분명한 건 네오픽스의 게임 서비스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거예요.”
명확한 설명은 하지 않았으나 재성이 허튼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허인환 대표와 이원중 이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이제 괜찮을 거라니 한시름 놨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나 보네요.”
“아무래도 매출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오다 보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랬을 거예요.”
만약 중국 시장이 막힌다면 매년 수조 원씩 나오던 수익이 전부 다 날아가 버리는 거였기에 네오픽스로서는 치명적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회사의 매출이 중국 시장 한쪽에 너무 편중되어 있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에요.”
재성의 지적에 허인환 대표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희 역시 그 부분을 인식하고 시장 다각화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좋은 생각이에요. 물론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소홀히 할 필요는 없고요.”
“물론입니다.”
여러 가지 제약이 많으나 중국 시장은 게임 업체들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황금밭이었다.
“다각화 대상 지역은 어디로 생각하고 있죠?”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일본입니다.”
이미 게임 서비스가 진행 중인 데다가 많은 한국 게임사들이 중국 다음으로 노리는 시장이 바로 일본과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크게 흠잡을 데 없이 정석적인 공략 순서였다.
하지만 재성의 생각은 다른 듯 낯선 제안을 내놓았다.
“인도는 어때요?”
전혀 고려 대상에 없던 나라였기에 허인환 대표와 이원중 이사의 얼굴에 어리둥절한 기색이 번졌다.
“인도는 중국 못지않게 인구수가 많은 나라잖아요. 게다가 국민의 75%가 45세 이하의 젊은 세대로 구성되어 있으니 만약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또 다른 황금밭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허인환 대표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것처럼 머리를 흔들었다.
“말씀하신 대로 가능성이 매우 큰 나라긴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 보급률이 떨어지고 경제력도 낮아 수익을 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거야 워낙 인구가 많고 빈부 격차가 크니까 그런 거죠. 세계에서 가장 IT가 발전한 국가 중에 한 곳이 인도예요. 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아직 시장이 작은 만큼 앞으로 성장률이 어마어마할 거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재성은 굳건하게 의견을 앞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허 대표가 지금 지적한 것처럼 인터넷과 PC보급률이 낮으니 반대로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할 거라 예측할 수 있죠. 우리가 모바일 게임에 집중한다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재성은 이미 스마트폰이 앞으로의 모든 시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모바일 분야는 스마트폰 위주로 돌아갈 테고 거의 모든 사람이 하나씩은 들고 있어야 하니 보급률을 따질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아니, 스마트폰이 아닌 핸드폰은 살아남을 수가 없는 시장이 이미 되고 있지.’
사실상 모든 사람들마다 개인 컴퓨터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것이었다.
이런 미래를 알았기에 허인환 대표를 설득하는 말에도 확신이 흘러넘쳤다.
한편 이야기를 듣고 있던 허인환 대표는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줄곧 PC 온라인 게임만 생각했지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은 미처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 말입니까.”
허인환 대표는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확실히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모바일 게임이라면 인도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습니다.”
분야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 역시 IT 업계 종사자였다.
스마트폰의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알고 있는 터라 모바일 중심으로 공략 작전을 펼친다는 재성의 계획에 쉽게 수긍이 갔다.
“좋아요.”
재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먼저 비교적 쉬운 파이어 슈팅을 모바일화 해보죠. 그리고 인도 시장 진출을 진지하게 고려해 봐요.”
“그렇게 한다면 인도뿐만 아니라 중국과 다른 나라에서도 새로운 블루 오션을 개척할 수 있겠습니다.”
허인환 대표는 바로 의욕에 넘치는 자세를 보였다.
방향을 알려주자 금방 뭘 해야 할지 깨닫는 모습에 재성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