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poon Life White Paper RAW novel - Chapter 373
373. 운이라는 운은 녀석한테 다 몰빵된 것 같구만.
재성은 조효준 사장을 비롯한 스타테크놀로지 임원들과 함께 회장실 소파에 둘러앉아 있었다.
“스페이스 X로부터 올해 11월에 계약한 팰컨9 V1.0 로켓 1호기를 인도받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내년은 되어야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네요.”
“인도가 이루어져야 중도금을 받을 수 있으니까 저희 로켓을 최우선적으로 제작한 모양입니다.”
돈도 돈이었지만 첫 로켓 판매였기에 더욱 서둘러 제작을 해준 거였다.
‘우리가 발사에 성공하면 그걸 가지고 팰컨9 로켓 판촉에 활용하려는 속셈이겠지.’
속마음이 눈에 뻔히 보였지만 그 역시 스페이스 X 지분을 10%나 보유한 대주주였기에 모르는 척 넘어갔다.
“그럼 발사는 언제 할 수 있는 거죠?”
재성의 물음에 국방연구소 출신으로 스타테크놀로지 로켓 발사체 개발 책임자로 스카웃된 나덕규 이사가 대답했다.
“나로우주센터로 옮겨서 기체 점검이 무사히 끝난다면 빠르면 12월 중으로 발사가 가능할 겁니다.”
“나로호 3차 발사가 내년이지 않아요?”
“맞습니다. 1월 30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아 추진된 나로호 프로젝트는 1, 2차 발사가 안타깝게 실패한 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3차 발사를 준비 중이었다.
“나로호는 기존 발사대에서 쏘아 올릴 예정이라 이제 곧 완공될 제2발사대를 이용하는 저희하고 스케줄이 겹칠 일은 없습니다.”
앞으로 대형 로켓을 쏘아 올릴 것에 대비해 나로우주센터 한쪽에 전용 발사대를 짓기로 하고 지금 한창 공사 중이었다.
잠시 고심한 재성은 이내 조효준 사장을 보며 말했다.
“우리는 2월 중순쯤에 발사하도록 합시다.”
그러자 다들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그건 너무 늦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관리를 철저히 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로켓을 보관하는 건 자칫 기계 오류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들 반대하는 가운데 재성이 차분한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했다.
“나 역시 빨리 로켓을 발사하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왜……?”
“한국에서 쏘아 올리는 최초의 우주 발사체라는 타이틀을 빼앗지 않기 위해서예요.”
“……!”
“비록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가져온 거지만 2단 로켓은 순수한 국내 기술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나로호잖아요.”
모든 걸 다 국내에서 개발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필요한 기술을 갖추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대신 나로호 발사를 통해 습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형발사체(KSLV-Ⅱ)로 불리는 3단 우주로켓을 한국 독자 기술로 만들어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비해 팰컨9는 나사 하나 우리가 조이지 않고 스페이스 X에서 사온 우주로켓이죠.”
가만히 듣고 있는 조효준 사장과 임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이제 마지막 도전을 하려는데 우리가 나로호 개발진들의 노력을 헛되이 만들고 싶진 않네요.”
조효준 사장과 스타테크놀로지 임원들의 입에서 아 하고 낮은 탄성이 흘러 나왔다.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라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다들 개발자 출신이었기에 재성이 말한 것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신들도 놓친 걸 재성이 먼저 알아차리고 배려하니 동시에 살짝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무엇보다 재성은 이윤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업가인데도 나로호 개발진들의 마음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이보다 더한 실수가 어딨을까 하며 다들 속으로 민망한 기색을 감췄다.
“그런 깊은 뜻이 계신 줄도 모르고……. 정말 부끄럽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조효준 사장의 말에 재성이 빙긋 웃었다.
“2개월이면 그리 오래 연기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진행하죠. 그사이에 새로 완공될 제2발사대를 철저히 점검한 후에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겁니다. 그럼 더욱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거예요.”
“예. 말씀을 들어보니 급하게 서두르는 것보다 그게 나을 것 같습니다. 첫 발사이니만큼 예행연습과 준비를 확실하게 해두겠습니다.”
다른 임원들도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자 재성은 알겠다고 말했다.
“그럼 2월에 로켓을 발사하는 걸로 결정한 겁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나 싶었을 때 문을 똑똑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권혁재 실장이 조용히 안으로 들어와 재성에게 반으로 접은 쪽지를 전달했다.
무심코 쪽지를 펼쳐서 내용을 확인한 재성은 눈을 크게 뜨면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게 정말이에요?”
그러자 권혁재 실장 역시 들뜬 얼굴로 답했다.
“예. 방금 유니콘 에너지에서 들어온 소식입니다.”
기쁜 표정으로 활짝 웃는 재성의 반응에 조효준 사장이 궁금한 듯 물었다.
“좋은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얼마 전부터 탐사를 진행하던 발해만 29-1 광구에서 대규모 해상 유전이 발견됐다고 하는군요.”
재성이 대답하자 단숨에 주변이 들썩거렸다.
“축하드립니다!”
“해상 유전이라니. 엄청난 경사군요.”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대단한 성과에 조효준 사장과 스타테크놀로지 임원들도 경악과 흥분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엔 텍사스에서도 대규모 셰일 오일을 발견하셨죠.”
“이번에 또 원유를 찾아내시다니 정말 회장님은 행운의 사나이인가 봅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축하의 말에 재성은 싱글벙글 웃으며 화답했다.
하지만 재성은 금방 회의 중이었던 걸 깨닫고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크흠. 다들 고맙군요.”
재성은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내리면서 슬쩍 흐트러진 분위기를 바로잡았다.
“원유는 발견했지만 아직 규모가 얼마나 되고 채산성이 있는 유전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될 겁니다.”
그러니까 마냥 들뜰 때가 아니라고 하면서 재성은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대충 이야기는 다 끝난 것 같으니 오늘 회의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죠.”
“예.”
“알겠습니다.”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난 임원들이 차례대로 회장실을 빠져나갔다.
마지막으로 조효준 사장이 머리를 숙이며 인사하고 물러나자 재성은 곧장 권혁재 실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유니콘 에너지 커밍스 대표한테 전화 연결해요.”
“예.”
권혁재 실장이 연락을 취하는 동안 재성은 손깍지를 끼면서 생각했다.
발해만 광구에서 원유가 발견될 걸 알곤 있었지만 원유 탐사는 워낙 변수가 많은 작업이다.
고유가가 피크를 찍고 급락할 2014년 안에 찾아낼 수 있을지 반반의 확률을 가지고 던진 도박이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원유가 발견되었다.
덕분에 재성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좋아. 일이 술술 잘 풀리는걸.’
그리고 동시에 이걸로 어떻게 해야 가장 큰 이득을 남길 수 있을지 생각하느라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 * *
유니콘 에너지의 초대형 해상 유전 발견 소식은 며칠 뒤 전 세계 주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박재성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유한 유니콘 에너지는 오늘 텐진에서 약 200km 떨어진 발해만 해역에서 추정 매장량 20억 5천만 톤의 초대형 해상 유전을 발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세계 5위 원유 수입국인 한국이 약 18년간 넉넉히 쓸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물량이다.
이번에 발견된 해상 유전은 1,000㎢의 크기에 수면 아래 1,800~2,200m 지점에 묻혀 있어 그리 깊지 않아 채굴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거기다가 원유층의 두께가 90~110m로 두껍고 원유의 품질 역시 아주 뛰어났다고 유니콘 에너지 측이 밝혔다.
얼마 전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며 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초대형 해상 유전 발견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유가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 언론들 역시 이번 발견을 대서특필하며 발해만에서 추가 해상 유전 발견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허어. 역시 세상은 될놈될인가?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 건데. 원래 유전이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거야?
↳그럴 리가 있겠냐. 저기도 원래 중국 석유 회사가 20년 가까이 뒤지고 다녔는데도 원유를 못 찾았는데 유니콘 에너지가 가져가자마자 대박을 터트린 것임.
↳헐…… 중국 애들 엄청 배 아프겠네.
↳그러게 말이야. 근데 왜 이렇게 기부니가 좋은 거지.
↳응. 너 한국 토종 인정.
↳ㅋㅋ. 유전 터졌다니까 제일 그룹 주식 바로 상한가 치네.
↳거긴 왜?
↳??
↳유니콘 그룹 주식이 시장에 풀린 게 거의 없으니까 꿩 대신 닭이라고 제일 그룹 주식을 사는 거지.
↳대선 테마주는 들어봤어도 유니콘 그룹 테마주는 처음이네.
↳말 되네. 유니콘 그룹 테마주. ㅋㅋ
↳요즘 제일 그룹 주식 계속 옆으로 기고 있어서 주주들 울상이던데. 입이 찢어졌겠네.
↳아 쫌 그러니까 유니콘 그룹 주식 상장 좀 하라고!!
↳222
↳진심 상장만 하면 전 재산 몰빵한다!
마포 제일 그룹 본사 회장실.
소파에 앉은 박경수 회장은 측근인 윤경욱 기획본부장의 보고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계열사 주식들이 크게 뛰었는데 그게 재성이 때문이라고?”
시선을 받은 윤경욱 본부장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유니콘 에너지가 중국 발해만에서 초대형 해상 유전을 발견했는데 그 영향인 것 같습니다.”
“원유를 터트린 건 막내 녀석인데 왜 엉뚱하게 우리 그룹 주식이 올라.”
윤경욱 본부장이 슬쩍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상장된 유니콘 그룹 주식이 한국통운 한 곳뿐인데 그나마도 유동 물량이 거의 없다 보니 부자(父子) 그룹인 저희 회사 주식에 매수세가 몰린 걸로 보입니다.”
“꿩 대신 닭이다 이거구만.”
“…….”
툭 내뱉은 말에 윤경욱 본부장은 아무 대답 없이 입을 다물었다.
“이거 좋아해야 될지 화를 내야 될지, 원.”
“그동안 주가가 많이 저조했었는데 어쨌든 올랐으니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지만 꼭 아들놈 덕을 보는 것 같아서 영 기분이 찝찝하단 말일세.”
항상 갑의 위치에 있던 박경수 회장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 저조하게 가라앉았던 주가는 알게 모르게 박경수 회장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었다.
어쨌든 잠시나마 문제가 해결됐으니 좋은 일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일 그룹의 실적이 좋아서 주가가 오른 거면 모를까 재성 덕분에 어부지리로 이득을 본 건 솔직히 크게 기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괜히 제일 그룹이 막내아들의 발목을 잡는 거 아닌지 염려가 된 박경수 회장은 끙 소리를 내면서 팔짱을 꼈다.
“나중에라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이번 해상 유전은 우리 그룹하고 관련이 없다고 공시를 내도록 하게.”
단호한 말투에 윤경욱 본부장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야. 이렇게 주가가 폭등하다가 급락해서 돈을 잃는 사람들이 생기면 괜히 원망만 사게 돼. 그러니까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미리 단속을 해놔야지.”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윤경욱 본부장은 그 속에서 다른 의도를 읽었다.
불필요한 비난을 피하는 것보다 막내아들인 재성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더 큰 게 훤히 보였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박경수 회장은 됐다는 것처럼 한쪽 손을 흔들었다.
“알았으면 지금 바로 발표하게. 늦을수록 곤란해질 테니까 말이야.”
“예.”
윤경욱 실장이 인사하고 나가자 박경수 회장은 푹신한 소파에 반쯤 눕듯이 몸을 파묻었다.
“허 참. 초대형 해상 유전이라니.”
이 놈의 자식은 대체 무슨 행운의 별을 타고났기에 어떻게 운빨이 떨어지지가 않아?
박경수 회장은 재성의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히죽 웃음이 났다.
“정말 우리 집안 운이라는 운은 녀석한테 다 몰빵된 것 같구만.”
자식이 부모를 추월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흐뭇하면서도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었다.
박경수 회장은 오랜만에 재성을 불러 술이나 한잔할까 하다가 이내 녀석도 바쁠 거란 생각에 머리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