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16
밥만 먹고 레벨업 1017화
루브앙 제국.
네르바 세피로스에 의해 통제되어 왔던 곳.
그러나 헬레냐의 조각 사냥 이후, 네르바가 차세대 군신이 되지 못하고 군신의 자리를 내어줌과 동시에 이제까지 숨죽여 왔던 많은 탐욕스러운 자들이 고개를 들었다.
여러 세력은 자신들이 치켜세우는 자들이 새로운 황제가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루브앙 제국 내에서 보이지 않는 싸움이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어떠한 세력의 잔당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나갔고, 어떠한 자들이 지은 죄가 들려온다.
그러한 치열한 싸움 끝에 가장 유력한 후보에 오른 발라만 공작이 있었다.
“네르바시여, 이제 그만 제게 황위를 넘겨주시지요.”
팔 하나를 잃은 네르바 황제.
이제 그는 이빨 빠진 호랑이였다.
물론, 고작 팔 하나가 없다고 이리된 것이 아니다.
그가 루브앙 제국을 이끄는 힘에는 차세대 군신이 되리라는 것에 있었다.
그러나 차세대 군신은 다른 이가 되었다.
네르바는 말없이 찻잔을 기울였다.
“일주일입니다. 그때까지 결정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네르바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대를 지목하지 않으면 죽이기라도 할 겐가?”
“어찌 제가 네르바 님을 해할 수 있겠습니까? 단지 평화로이 보내시려는 노년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네르바의 눈이 꿈틀거렸다.
협박이다.
하지만 네르바는 동요하지 아니했다.
단지, 발라만을 응시했다.
‘발라만이 루브앙 제국의 황제가 되어선 안 된다.’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발라만은 황제가 될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폭군이 될 것이다.
발라만은 분명 공작이었으며, 엄청나게 뛰어난 무력을 가진 자이다.
실제로 별이라 불렸던 공작들보다 강하였으며, 헬레냐의 파편인 아름브 이전의 블라드 공작과 견주는 자다.
그런데도 제국의 별이란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 이유는, 그의 여자와 술, 살생을 즐기는 성격에 기인했다.
이제껏 루브앙 제국은 끊임없이 그가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수습해 왔다.
네르바가 그를 숙청하지 못한 이유?
‘거대한 세력을 등에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제국 하나에 한 명의 황제가 있다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여러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발라만은 나쁘게 말하면 과격했고, 좋게 말하면 호탕했다.
그는 자신이 얻는 많은 것들을 자신을 따르는 자들에게 나눠주었다.
문제는.
‘그것들의 질이다.’
그 질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
“제가 황제가 된다면 눈엣가시 같은 천외제국을 멸망시키겠습니다.”
그것은 결코 거짓된 과장이 아니다.
그는 말 그대로 전쟁을 좋아하는 미치광이.
‘전쟁은 그저 적군을 죽인다고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그저 강하다고 전쟁을 일으켜선 안 된다.’
만약 네르바가 발라만의 논리처럼 움직였다면, 루브앙 제국의 등장과 함께 엄청난 인명을 학살하고 군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루브앙 제국은 지금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강압적인 동맹국이어도 선을 넘지는 말아야 하는 법.
하지만 발라만은 그 정도를 모르는 자.
그로 인해 루브앙 제국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며, 천외제국을 지지하는 많은 국가들이 루브앙을 가만두지 않을 터.
심지어 루브앙과 보여주기식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제국과 왕국 등이 루브앙의 그런 막무가내식 전쟁을 비난할 것이다.
더불어.
‘아르도 제국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루브앙 제국 다음으로 가장 크고 많은 병력을 보유한 아르도 제국은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비록 발라만이 루브앙의 힘으로 그들을 찍어누른다 한들, 오래 지나지 않아 루브앙은 지금의 모습을 잃을 게 분명했다.
“일주일. 그 남은 일주일 동안 다른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시면, 네르바 님께서 굳이 승인하지 않아도, 아마 제가 황제의 자리에 설 겁니다.”
발라만이 조소를 머금고 돌아섰다.
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물론, 어떤 후보가 온다 한들 제 손에 죽겠지만요.”
곧바로 발라만이 나섰다.
그가 나선 후 보좌관이 네르바에게 보고를 올렸다.
“카르딘 황자님의 행방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카르딘 황자. 네르바의 또 다른 자식이며 서자다.
그러나 확실한 건 있었다.
‘카르딘은 지금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을 것이다.’
녀석의 나이가 열두 살일 때 헤어졌다.
그러나 헤어지기 전부터 카르딘은 엄청난 천재였다.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러한 천재.
네르바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카르딘은 영리하다. 또 발라만과 다르게 유연하게 루브앙 제국을 이끌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보다 뛰어나다.’
천하의 네르바가 인정할 정도로 재능이 있던 자였으며, 서자인 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녀석이다.
네르바는 녀석이 황제로서 부족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다.
“우리가 실마리를 잡았다면 발라만도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을 거다.”
네르바는 발라만이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췄음을 눈치챘다.
설령 그를 찾아 데려오려고 하려 한들, 카르딘이 당도하기 전에 죽이려 할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카르딘을 지켜줄 자들이 필요했다.
그 지켜줄 자들에겐 조건이 있다.
‘발라만이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자.’
그리고.
‘블라드 공작과 견줄 수 있는 자.’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네르바에겐 단 한 명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바로 출발하지.”
네르바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 * *
“폐하, 로가든 왕국과 카르단 제국, 아그라 제국 등에서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집무실에 있던 민혁은 헤이즈의 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어제 사마천과 랭커들을 감옥에 모두 넣어버린 그였다.
“오늘까지 총 15개의 왕국과 제국 등에서 많은 것들을 보내왔고, 앞으로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받은 선물들은?”
“총 2천7백만 플래티넘을 비롯해, 신등급 아티팩트 세 개 정도와 신등급 요리재료 한 개가 있습니다.”
“신등급 요리재료 준 왕, 황제한테 더 친하게 지내자고 해.”
흠칫!
헤이즈가 잠깐 놀랐다.
신등급 아티팩트 세 개보다 신등급 요리재료 하나가 더 좋은 남자!
물론 민혁의 작은 웃음에서 그것이 장난인 줄 알았다.
“그보다 말했던 건?”
“찾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민혁은 8기둥 중 하나였던 로카더가 인정한 후보가 되었다.
여기에서 생긴 궁금증이 있었다.
바로 8기둥의 후보들에 대한 궁금증이다.
‘과연 이제까지 기둥의 후보로서 거론된 사람이 나만 존재했을까?’
민혁의 가설에 의하면 아니다였다.
민혁을 제외한 많은 후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때문에 민혁은 오블렌과 대화를 나눴고,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8기둥의 후보들은 꽤 많이 존재해 왔다. 물론 대부분의 8기둥들이 후보로 낙인되자마자 얼마 후 죽었지.]살벌한 이야기다.
[물론 살아남은 극소수의 기둥의 후보들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누군가는 또다시 8기둥이 되고자 할 것이며, 누군가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숨어있겠지.]민혁이 후보들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유.
민혁은 700레벨에 8기둥이 될 수 있는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아테네는 이 땅의 기둥.
크로나드는 성스러운 자들의 기둥.
오블렌은 살생하는 자들의 기둥.
그리고 민혁은, 먹는 자들의 기둥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후보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굉장히 많은 것들이 있겠지.’
700레벨을 차근차근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 오블렌이 말했다.
[8기둥의 후보 중에는 아주 간혹 기둥들과 견줄 정도의 자들도 있게 마련이라는 걸 명심해라. 괜히 그들이 후보의 자격에 오른 게 아니다.]어쩌면 그들이 또 다른 기둥의 요리재료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계속해서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게 노력해 줘.”
“알겠습니다. 폐하.”
민혁은 헤이즈가 나서자마자 기지개를 켜고 일어섰다.
“벌써 시간이…….”
그가 곧바로 나갈 채비를 했다. 그는 곧 천외제국 출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민혁은 눈시울을 붉혔다.
소년 코니르와 청년 헤라클이 허름한 라면가게의 리어카를 등진 채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다.
헤라클이 이마에 두른 띠에는 ‘주봥보조’라고 적혀 있다.
‘맞춤법도 틀렸어.’
그 모습을 보자 민혁의 코끝이 더 찡해졌다.
마치 자식들을 험난한 세상으로 보내는 기분이랄까.
“코니르, 꼭 더 큰 라면의 경지를 이루고 돌아오겠다!”
“헤라클! 코니르의 라면비법을 전수받고 맛있는 김밥을 만들겠다.”
헤라클은 최근 김밥 마는 것을 배우고 있었다.
“코니르, 옷 잘 여미고. 헤라클은 안 추워?”
“헤라클, 하나도 안 춥다!”
상의를 훌러덩 벗어 던진 헤라클의 몸엔 이미 닭살이 돋아 있었다.
역시 허세의 헤라클다웠다.
민혁은 헤라클에게 웃옷을 챙겨줬다.
“나쁜 사람들이 뭐 준다고 하면 따라가지 말고, 알았지?”
가까이서 그 모습을 보는 경비병들이 생각했다.
‘코니르 님과 헤라클 님이 나쁜 사람들 따라가면 나쁜 사람을 걱정해야 할 거 같은데…….’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혁은 더욱더 코끝이 찡해졌다.
그 둘을 꽉 껴안으며 민혁이 강조했다.
“그리고 너희 라면가게에서 라면을 먹고 돈을 안 내려고 하면 꼭 혼내줘야 해. 나중에 주겠다, 다른 걸로 주겠다. 이런 말 믿으면 안 된다. 알았지?”
“코니르, 바보 아니다!”
“헤라클, 그 사람 가만 안 둔다!”
늠름(?)하게 답하는 그들.
곧 그들이 ‘고니르와 헤라끌의 라면과 김밥’의 현수막이 달린 리어카가 출발했다.
민혁은 한참이나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 * *
황자 카르딘.
그의 겉모습은 얼핏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십 년이 넘는 시간, 그는 스승 베라든으로부터 많은 것을 전수받은 바 있다.
또 황자 카르딘은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황제가 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왔다.
그와 함께하기로 한 ‘반란군’이었던 자들은, 네르바 황제의 폐위로 인해 이젠 그를 안전하게 루브앙 제국까지 안내할 길잡이들이 되었다.
또 그들도 수년간 다양한 것을 배우면서 놀라운 경지에 도달한 이들이었다.
카르딘은 그런 그들과 루안도의 언덕에서 집결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십 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황자 카르딘.
꾀죄죄한 머리카락, 허름한 옷과 다르게 굉장한 미남자인 그에게는 유일한 단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엄청난 길치라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벌써 사흘 동안 루안도의 언덕을 찾아 헤매고 있는 중이다.
카르딘은 그 기간 동안 인간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걸음했다.
굉장히 강한 몬스터들이 나왔지만 카르딘도 무술을 익힌바.
비록 지금은 잊혔으나 그의 스승은 한때 세상을 이끌던 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몬스터들과의 전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딱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거라면, 바로 배고픔이었다.
‘……미치겠군.’
힘들어서가 아닌, 배고파서 눈앞이 핑핑 돌 지경인 그였다.
그런 카르딘은 생각했다.
‘어디, 식당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자신이 생각해 놓고도 우습다.
이런 곳에 식당이라?
그런 게 가능한가?
‘어지간한 인간들은 범접하지도 못할 땅에, 그런 게 있을 리…… 있네?’
카르딘의 눈이 번뜩 떠졌다.
습하고 안개가 잔뜩 낀 이곳에 작은 리어카로 운영되는 가게가 있었다.
순간 카르딘은 이성을 잃고 달려갔다.
“처, 첫 손님!”
“며칠 만에 첫 손님이다. 왜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진, 헤라클도 모른다!”
“여, 여기. 가장 맛있는 걸로.”
카르딘의 배가 미친 듯이 아우성쳤다.
아무리 강자라 할지라도 배고픔 앞에선 장사 없는 법.
그의 눈앞이 핑핑 돌았다.
“코니르, 설렌다.”
“헤라클, 김밥 만다!”
그들의 대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어느덧 눈앞에 놓인 뻘건 국물의 정체 모를 무언가와 김에 돌돌 말린 밥이 보일 뿐.
며칠 만의 식사.
카르딘은 친절한 소년, 청년이 알려주는 대로 붉은 국물의 그것을 들이켰다.
“후루루루루루룹!”
입에 넣는 순간 얼큰하면서도 쫄깃한 면발이 그를 놀라게 한다.
‘아, 아니, 이 맛은……!’
깜짝 놀란 카르딘은 이 얼큰하면서도 고깃국물과 같은 것에 감탄했다.
그리고 옆구리가 터져 버린 김에 싸진 밥. 이것의 이름은 김밥이란다.
그것을 입에 넣는 순간, 카르딘은 감탄했다.
‘여러 가지 재료들이 이리 다채로이 뛰어다니다니…….’
황실에서도 먹어본 적 없는 고귀한 음식이로다.
카르딘은 미친 듯이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니르, 서비스 준다! 첫 손님. 찬밥은 서비스!”
해맑은 소년이 쌀밥을 건넸다.
차디찬 식은밥에 미간을 찌푸렸던 카르딘이 그것을 뜨끈한 국물에 말아서 먹어보곤 눈을 번뜩 떴다.
이것 또한 엄청나게 맛있다.
또.
‘어찌 밀가루가 담겼던 국물이, 밥과도 이리 잘 어울리는가?’
이 라면이란 것은 지금의 귀족들이 즐기는 음식이 분명하다.
라면에 찬밥까지 말아 단숨에 먹어치운 카르딘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
이제 살겠다는 표정이다.
그러다 카르딘은 아차 했다.
‘그러고 보니 돈이…….’
하지만 걱정할 건 없어 보였다.
친절하고 착해 보이는 소년과 청년.
그 둘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다.
그리고 청년이 감격에 차오른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해냈다. 첫 손님한테, 김밥 팔았다. 나 돈 벌었다!”
“우와!”
그러면서 청년이 슬그머니 양손을 내밀며 설레한다.
소년과 청년이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에 이 착한 형제들에게 카르딘이 양해를 구한다.
“미안하게도 내가 가진 돈이 없다.”
순간 카르딘은 보았다.
두 형제의 입꼬리가 살짝 내려갔다.
“내가 다음에 줘도 될까?”
더 내려갔다.
“아, 아니면. 다른 걸로 대신하겠다.”
이번에도 더 내려가 이젠 화가 난 표정이다.
심지어 청년이 슬그머니 몽둥이(?)를 쥐더니 자신의 왼손바닥 위로 몽둥이를 내려치며 험상궂게 쳐다봤다.
탁-!
“아, 나와 함께 가자!!”
그리고 카르딘은 몰랐다.
3대 금기어를 꺼냈다는 걸.
나중에 주겠다.
다른 걸로 주겠다.
아저씨랑 같이 가자.
그리고 어색하게 웃던 카르딘은 볼 수 있었다.
그 해맑게 웃던 두 청년이 차가운 시선으로 카르딘을 보았다.
먼저 소년이 물었다.
“너, 라면 끓일 때 스프부터 넣어? 면부터 넣어?”
첫 번째 살인예고다.
그리고 청년이 말한다.
“내 몽둥이, 여덟 번, 견뎌라.
두 번째 살인예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