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6
밥만 먹고 레벨업 106화
“…….”
피닉스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민혁을 바라봤다.
그리고 민혁은 아쉬운 사실 하나를 깨닫고 속으로 절망했다.
‘검은빛이 안 보이잖아!?’
피닉스에게선 그 어떠한 색도 보이지 않았다.
검은빛이 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
심지어 피닉스의 상태 또한 주변에 있는 다른 몬스터들과 다를 게 없었다.
그 또한 뼈밖에 남지 않아 앙상하였고 당장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그대가 식신 알렌의 후손인가?”
과거 존재했던 식신의 이름!
그것이 알렌이었던 듯싶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에 피닉스는 조용히 그를 응시했다.
등 뒤에 차고 있는 프라이팬, 그리고 그는 지금도 쪼코파이를 야금야금 먹고 있었다.
“난 이곳 몬스터의 낙원을 지키는 피닉스 로드. 크로니클일세.”
몬스터의 낙원.
하지만 지금 모습만 본다면 몬스터의 낙원처럼 보이지 않았다.
배고픈 자의 낙원이면 모를까.
“혹시 크로니클 님께서 식신님의 부하신가요?”
민혁의 물음에 크로니클은 고개를 저었다.
“그분과 나를 비교하지 마라, 그분은 나의 왕이시다. 또한, 그분께선 영원한 안식에 드셨다.”
“네?”
영원한 안식이라는 말에 민혁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크로니클보다 위에 있다는 그 존재가 신의 요리의 행방에 대해서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그는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분을 깨울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왕께선 자신의 절친했던 친우였던 식신의 후예가 올 날을 기다리고 계셨다. 그에 내게는 왕을 깨울 힘이 남아 있지.”
크로니클은 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때 이 땅은 몬스터들의 낙원이었다. 본래 몬스터들은 모든 족이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자들이지, 하지만 이곳엔 ‘서로를 먹을 수 없는’ 규율이 존재하지, 또한, 씨앗을 이용해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약육강식의 틀을 벗어나 모두가 어울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을 관리했던 이는 바로 식신과 사도였다. 사도는 씨앗을 심고 열매를 맺게 했으며 절벽을 캐면 나오는 영양제를 통해 씨앗을 무럭무럭 자라나게 했지, 그리고 식신은 우리를 위한 ‘50년 동안 배고프지 아니한’요리를 해주었다. 하지만 얼마 전, 그 힘이 다해버렸어. 그 때문에 이 사달이 나고 만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그대가 당도한 것이고.”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50년 동안 배고프지 아니한 요리!
참으로 대단한 요리다.
하지만 식신과 과거의 사도는 죽었다.
그리고 새로운 식신인 자신이 나타났다.
알림이 들려왔다.
[직업 퀘스트: 샐로브의 땅으로 가라 완료.] [경험치 3만을 획득합니다.]띠링!
그와 함께 민혁에게 퀘스트 창이 다시금 떠올랐다.
[직업 퀘스트: 배고픈 필드의 몬스터들을 배불리 먹여라.]등급: ?
제한: 150레벨.
보상: 몬스터 알, 신의 요리에 대해 알고 있는 식신의 부하와의 만남.
실패 시 패널티: 식신의 유물을 진행할 수 없음.
설명: 필드에 갇혀 나갈 수도 없게 된 몬스터들! 그들은 지독한 배고픔에 뼈만 앙상히 남았다. 과거의 식신을 대신하여 당신이 몬스터들을 먹여라!
그에 민혁은 예상했던 것이 현실이 되자 다소 경악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나 먹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에 크로니클은 예상했다는 듯 말했다.
“식신께서 말씀하시길 ‘자기 먹기도 바빠 죽을 것 같은 녀석일 게 분명해’라고 하셨다고 하는군.”
“역시 저를 이해해 주는 분은 그분뿐이군요.”
민혁은 자신과 공감하는 사람이 있어 참으로 기뻤다.
“하지만 식신께선 배불리 먹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남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서 즐거워하는 기쁨 또한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알고 있다네. 그리고 지금 그 기쁨을 자네가 얻을 기회가 생긴 것이지 않겠는가? 또한, 그들을 먹인다면 자네가 만족할 만한 것도 얻을 수 있을 것이야.”
“만족할 거요?”
크로니클은 침묵으로 답했다.
민혁은 알아챘다.
‘요리재료가 나오는 거구나!’
그리고 이어 크로니클이 말했다.
“나의 왕께선 살아생전에 식신과 한 번 크게 싸웠다고 하시더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식신의 비보를 접하셨지. 그때 많이 슬퍼하셨어.”
“두 분은 꽤 각별하셨나 보군요? 그런데 어째서 두 분은 다투신 건가요?”
그에 크로니클의 표정이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분노로 가득찼다.
뼈만 앙상해서 힘조차 제대로 쓰지 못해 보이는 그의 몸이 강렬한 화염에 휩싸였다.
화르르르르륵!
“식신이 내가 낳은 알들을 훔쳐갔거든.”
민혁은 그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그리고 나의 왕께서 노발대발하며 묻자 말하길 ‘어, 나 그거 장조림 해 먹었는데, 맛있더라!’라고 하셨다더군. 내 만약 식신을 지옥에서라도 만난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민혁은 이마에서 땀이 비오듯 비질비질 흐르는 걸 느꼈다.
“하, 하하하.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알을 이용해 장조림을 해 먹다니…… 그, 그것참…… 나쁜 사람!”
“역시 자네도 이해하는군. 세상에, 내 알을 가져다가 장조림을 해 먹는 미친놈이라니, 자넨 전대 식신보다는 나아(?) 보이는군.”
“헤, 헤헤…….”
민혁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잘못했다가는 퀘스트고 뭐고 크노니클에게 강제 로그아웃 당하리라!
피닉스 로드 크로니클은 레벨 450대의 몬스터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피닉스 로드는 전설 몬스터라는 사실이었다.
이제까지 국내에서는 사람들이 발견한 적이 없는 몬스터다.
“보면 알겠지만 지금 굶어 죽으려는 몬스터들이 한둘이 아니야, 자네에게 줄 수 있는 기간은 딱 이주일 뿐이네. 그 이주 동안 포만도 50%를 채우지 못하면 이 퀘스트는 실패한다는 걸 명심하게. 그리고 식자재는 이곳과 연결된 샐로브의 땅에서만 얻을 수 있고 씨앗을 뿌려 몬스터들이 먹을 식량을 얻을 수도 있다네.”
크로니클은 당부했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크로니클은 말했다.
“이제 자네의 사도에게 이곳의 위치를 알려 몬스터들을 배고픔에서 구출해 주게나.”
“제게 사도는 없습니다.”
민혁은 보르토와 같은 말을 하는 크로니클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 말에 크로니클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 사도가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도 이 낙원에는 사도와 식신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사도는 재료를 얻었으며 식신은 요리를 해주었다.
그 두 사람이 함께 움직여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사도가 없다니?
심지어 사도는 재료를 얻는 능력이 뛰어난 자였지 않은가?
한데, 식신 혼자서 재료를 얻어야 한다?
당장 사도가 옆에 있었어도 이 안의 몬스터들을 먹이는 건 힘든 일이다.
사실상 크로니클은 이 안의 몬스터들 50%만 먹어도 만족했을 것이다.
사도와 식신은 아직 성숙하지 않다.
특히나, 사도는 더욱더 그럴 터.
하지만 곧 민혁이 말했다.
“사도의 능력은 제가 가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 사도의 힘을 가졌다? 어찌 그런 일이……?”
사도도 분명히 뛰어난 자였다.
그런데 사도의 힘을 가졌다?
“자네, 설마……!”
“맞습니다. 전 둘 다 가능한…….”
“사도를 먹었나?”
“사람은 안 먹거든요!”
민혁은 발끈해서 말했다.
하지만 크로니클은 여전히 믿음이 안 가는 표정이었다.
“둘이서 하는 일을 혼자서 해야 하는데…… 아무리 그의 능력을 가졌다 해도…….”
크로니클은 생각했다.
이거 굶어 죽겠구나.
곧 크로니클은 그 거대한 몸을 웅크렸다.
힘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배고프니까, 말 시키지 말게.”
“네, 알겠습니다.”
그에 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보던 중, 크로니클의 배가 요동쳤다.
꼬르르르르륵!
전설 몬스터도 배고픔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였던 것이다.
크로니클은 곧이어 잠에 빠져들었다.
배고픔을 잊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
* * *
지혜와 석태, 지수는 함께 카페에 앉아 있었다.
석태가 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거 절대 못 찾아, 당장 아테네에 프라이팬 등 뒤에 차고 뿔투구 쓴 놈들이 한 둘이 아니야.”
그 말에 지혜와 지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혜는 곧 있으면 윤찬이 도착한다고 했기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로반 님은 최근까지 민혁이와 접촉했던 유일한 분이시지…….’
어쩌면 로반을 통해서 민혁이 오랫동안 사라지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때마침 카페의 문이 열렸다.
딸랑-
안으로 들어오는 이는 윤찬이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로반 님.”
세 사람이 윤찬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들은 현실에서도 몇 번 얼굴을 튼 적이 있었다.
윤찬은 음료 하나를 주문하고 앉았다.
지수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에 석태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봤다.
하지만 곧 한숨을 쉬었다.
그럴 만도 하다.
자신도 지혜가 아니었다면 친구고 뭐고 민혁과 그냥 연을 끊었을 테니.
“되게 충격적이네요. 민혁 님이 저희 길드 간부진들과 친구라니…….”
베르사르의 전설들!
지금 이 자리에 그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테네에선 앞으로 어떤 전설을 쓰게 될지 몰랐다.
“민혁이는 어땠나요? 잘 지내는 것 같나요?”
그 말에 윤찬은 양 팔짱을 끼었다.
관심 없는 듯 보였던 지수도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윤찬을 봤다.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그 말에 세 사람이 집중했다.
“사람이 아닌 것 같았어요…….”
“음?”
“응?”
“네?”
세 사람은 고개를 갸웃했다.
“파티 사냥을 같이하고 있는데, 목이 마르다면서 게또레이 음료수 4개를 꺼내더라고요. 그러더니 그 자리에서 원샷 하고는 ‘아, 이제야 목 좀 축였다’라고 했어요.”
“4캔이요?”
“아니요. 1.5L요.”
“……?”
그 말을 들은 세 사람은 멍하니 로반을 봤다.
“아니, 그게 말이 돼요?”
석태의 말에 윤찬이 끄덕였다.
“심지어 절규의 언덕에 온 이유가 오리 드시고 싶어서라고…….”
“……?”
“마법 오리 있잖아요? 40마리 잡아서 오리 불고기에 밥까지 볶아 먹어놓고는 ‘원래 한 숟가락 아쉬울 때 놓는 법이죠. 과식하면 안 좋아요’라고 하더군요.”
“컥……?”
세 사람은 잠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혁은 예전에도 식탐이 꽤 많았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단 거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지혜는 의문이었다.
“근데 민혁 님 예의도 바르시고 성격도 좋으신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길드 제의했는데…….”
그 말에 지혜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윤찬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세상엔 먹을 게 너무 많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가 좋을 것 같다더라고요.”
“아직도 귓속말 꺼져 있고요?”
“네.”
윤찬이 끄덕였다.
세 사람이 한숨을 쉬었다.
지수도 못내 관심을 가지는 표정이었다.
그도 아닌 척하지만, 그와 다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녀석에게…….”
석태가 중얼거렸다.
네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던 중.
“어? 지혜야, 길드 채팅 봐봐.”
“길챗? 왜?”
휴대폰을 보고 있던 지수의 말에 그녀가 서둘러 휴대폰으로 길드 채팅을 확인했다.
[길드 채팅 아벨: 길마님, 지금 깨시려는 던전 공략할 방법 알아냈습니다^_^ 저밖에 없죠?]“어?”
모두가 관심을 가졌다.
레전드 길드는 그 던전을 공략하고 즐투브에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으로 첫 신호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전설 클래스 ‘정보꾼.’ 유저 아벨이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길드 마스터 지니: 정말이요?] [길드 채팅 아벨: 넵, 쓰담쓰담해 줘요~] [길드 마스터 지니: (쓰담쓰담) 어떤 방법인데요?] [길드 채팅 아벨: 지금 필요한 게 뛰어난 요리 버프잖아요? 세 명만 입장 가능하니까요.]요리 버프가 꼭 필요한 이유는 그 던전은 삼 인 팟만 가능하다.
그런 삼 인 팟에서 한 명이 버프 능력자로 빠지게 되면 던전 자체가 너무 강해 공략이 불가능해진다.
[길드 채팅 지니: 그렇죠, 또 세 명이서 클리어하는 영상을 올려야 사람들이 더 환호할 테니까요.]적은 숫자일수록 사람들은 더 좋아한다.
숫자로 공략을 밀어붙이지 않았다는 말이 되기 때문.
[길드 채팅 아벨: 라벤이라는 마을 아시나요?] [길드 마스터 지니: 요리사의 마을 같은 곳 아닌가요?] [길드 채팅 아벨: 맞아요. 그곳에 히든 퀘스트가 하나 있어요, 그 히든 퀘스트를 깨면 보상으로 주는 게 꽤 오랫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요리 버프래요. 그리고 그 요리 버프 효과가 황혼의 요리사가 A급 재료들로 만든 요리보다도 낫다더군요.]황혼의 요리사가 A급 재료들만 모아서 만든 버프 요리보다도 훨씬 더 낫다?
물론 이는 히든 퀘스트이기에 받는 딱 한 번의 보상일 뿐.
하지만 자신들에겐 딱 안성맞춤이다.
[길드 마스터 지니: 그 퀘스트 누가 주는데요?]그녀가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짓고 길드 채팅을 봤다.
[길드 채팅 아벨: 보르토라는 전 요리사의 탑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