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75
밥만 먹고 레벨업 1076화
민혁은 무당벌레가 심사관들을 이곳에 보낸 자임을 알았다.
또 저 모습이 본체가 아닌 껍데기에 불과한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
“장난하냐?”
심사관들이 저지른 만행을 보고 그들을 제지하기만 하고 도망치려던 무당이. 민혁이 카오스를 멈춰 세우고 으르렁거렸다.
“저, 저저, 미친놈이!”
“어디 앞이라고 감히! 당장 사지를 찢어……!”
그러나 카오스가 심사관들을 시끄럽다는 듯 돌아보자, 그들은 다시 땅에 고개를 처박았다.
민혁은 카오스의 표정을 조금도 읽을 수 없었다.
어떠한 표정 없이 무당벌레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기에 일순간 위축되었다.
그러나.
“생각해 봤어, 만약 내 신하들이 우리 제국보다 약한 왕국에 무작정 쳐들어가 죄 없는 경비의 팔과 다리를 부러트렸을 때.”
민혁은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내가 잘하는 요리를 바리바리 싸 들고 가서 사죄했을 것이다.”
민혁은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신하의 잘못을 황제가 짊어지겠다! 같은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동료가 잘못된 선택을 하였으니 그들을 일깨우게 하기 위해, 또는 피해를 입힌 것을 사과하기 위해 직접 고개를 숙이는 거다.
그로써 그들은 또 배우는 것이 있을 거고, 피해를 당한 입장은 되려 호탕한 웃음을 터뜨릴 확률이 높다.
그것이 민혁이 황제인 이유다.
그런데 카오스는?
“나 등장 짠, 모든 일 종결. 이제 간다? 장난해? 네가 그런다고 부러진 경비병들의 팔다리가 붙어?”
그 순간, 카오스의 시선이 어느새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한 병사들에게 닿았다.
그러자 씻은 듯이 상처가 나으며 다리뼈와 팔뼈가 붙었다.
‘아…… 붙는구나…….’
아무리 사제들이라도 몇 시간은 걸려야 붙일 수 있다고 하였는데, 아주 잘 붙었다.
“그걸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것은 알 텐데?”
민혁이 바라는 것은 진중한 사과다.
물론 자신이 그렇게 한다고 카오스에게 죄를 묻겠다, 고개를 숙이라 할 생각은 없다.
‘나도 눈치가 있다.’
카오스에게 밉보여서 좋을 건 없다. 단지 그가 바라는 건.
“당신 말고. 저놈들.”
민혁은 땅에 넙죽 엎드린 놈들을 가리켰다.
카오스는 한참이나 말없이 민혁을 바라봤다.
그 진중한 눈빛을 보던 민혁은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이 관조 당하는 것 같아 기분 나빴다.
‘자그마치 8기둥을 관리하는 자다.’
민혁도 긴장되지 않을 순 없었다.
한참이나 그를 바라보던 카오스가 천천히 무당의 얼굴로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그러곤.
[카오스의 축복.] [카오스의 축복이 당신을 한 단계 성장시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하기 막막하기만 했던 경험치가 단숨에 차올랐다.
민혁은 놀랐다.
그것은 카오스의 작은 성의였다.
곧 고개를 돌린 카오스가 몸을 부들부들 떠는 그들에게 말했다.
[엄중히 그에 대해 심사하라.] [이곳에서 벌인 만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라.] [모든 것을 지켜보겠다.] [더 이상 심사관의 이름을 더럽힌다면 소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명 받들겠나이다!”
부들부들 떠는 심사관들의 대답에 카오스가 민혁을 돌아봤다. 한참이나 그를 바라보던 카오스가, 날개를 펼쳐 하늘로 올라갔다.
카오스가 사라지고서도 심사관들은 한참 동안이나 그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었다.
카오스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
그들에게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루바를 비롯한 심사관들은 강한 불길함을 느꼈다.
* * *
카오스가 사라진 후 루바와 심사관들의 태도가 공손해졌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루바가 말했다.
“죄, 죄송…….”
루바를 비롯한 심사관들은 카오스를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여본 적이 없었다.
본드를 붙인 듯 루바의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민혁이 흐끗, 하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무당벌레 님!”
그 외침에 심사관들이 헐레벌떡 민혁의 앞에 달려와 꾸벅 상체를 숙여 보였다.
“죄, 죄송합니다.”
“우리가 너무 오만했습니다.”
“이깟 게 뭐라고.”
아마 심사관들이 어떠한 이인지 알던 이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너무 놀라 거품을 물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심사관들은 오만했고 권위적이었다.
하지만 민혁은 카오스가 그들에게 어떠한 존재인지 알았다.
카오스는 분명히 그들에게 사죄를 하라 말했다.
그랬기에 그들이 그 수치심을 감수하고 꾸벅 고개를 숙이는 거다.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하냐?”
민혁은 솔직히 아쉬웠다. 이들의 사과의 대상이 자신이 아니었으면 했다.
민혁은 아직도 가만히 있다가 봉변을 입은 병사들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았다.
심지어 병사 중 하나인 한슨은 부러졌었던 팔을 붙잡고 여전히 두려움에 질려 벌벌 떨었었다.
그들은 NPC다. 루바에게 맞아 나가떨어지는 순간, ‘아 이대로 죽는구나’ 하는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때문에 그 사과의 대상은 자신이 아니었어야 한다.
‘아쉽네, 마음씨 약한 병사들이 너무 쉽게 용서해 주는 건 아닐지.’
민혁은 천외제국 병사들을 잘 알았다.
착하고 정이 많다.
그런 두 병사에게 루바가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하네. 내 너무 권력에 심취해 자네들에게 막 대했군.”
그에 다리와 팔이 싹 고쳐진 두 병사가 그를 비웃었다.
“말로만요?”
“지금 장난해요?”
‘아, 아닌가?’
순간 민혁은 병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분명 우리 애기 병사들은 착하고 정이 많은데……?
그에 루바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 한 대씩 때리시오!”
루바가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기껏 일개 병사들이 루바를 검으로 공격하거나, 주먹으로 명치를 치는 어떠한 행위를 한다 한들.
조금의 데미지도 입지 않게 된다.
대신에 한 대씩 주고받았다는 명목으로, 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는 명목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카오스에게 증명하는 것이다.
민혁도 얄팍한 루바의 속내를 알아챘다.
하지만 더 이상 관여할 수 없었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한슨이 앞으로 나섰다.
루바는 긴장 따위 조금도 하지 않았다.
‘내 배를 검으로 찌르면 검이 부러질 것이고.’
주먹으로 명치를 때린다면, 그의 손이 더 아플 것이다.
자신의 기가 막힌 잔머리에 루바가 감탄할 때.
“때립니다.”
그리고 한슨은 아주 찰지게, 그리고 기분 나쁘게, 오른쪽 뺨을 때렸다.
짜아아아아악-!
사람을 가장 기분 나쁘게 하고 수치심을 주는 건 주먹으로 때리는 게 아니다.
바로 뺨을 때리는 것.
오른쪽 뺨을 맞고 어안이 벙벙한 루바의 왼쪽 뺨을 곧바로 다른 병사가 더 찰지게, 얄밉게 찰싹-! 하고 때렸다.
“…….”
쌍 싸다구를 맞은 루바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지고 있다.
그 모습을 본 민혁.
‘얘, 얘들아?’
우리 착하고 정 많은 병사들이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방법을 정말 잘 안다는 걸 민혁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 그들은 정이 많고 착하다. 그런데 황제인 민혁을 닮았다.
민혁을 닮았기에 받은 대로 확실히 갚아주는 것.
그 황제에, 그 백성들인 셈이다.
루바가 당장 백성들을 찢어발길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민혁은 루바가 보란 듯이,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 날씨 좋네.”
“…….”
루바가 화를 가라앉혔다.
“이제…… 됐지요……?”
민혁이 가볍게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심사관들이 자리에 돌아온 루바를 보며 눈치를 봤다.
자신들도 살면서 루바 대장이 이토록 큰 수치심을 겪은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그들의 심사는 정직했다. 그분이 보고 있었고, 이미 알샤드는 합격이라고 소리친 바 있다.
“그가 기둥이 되기 위한 이야기 자체도 훌륭하며, 노력, 인내, 고난, 역경. 그 모든 것이 기둥의 자리에 들기 부족하지 않습니다.”
알샤드의 솔직한 평이었다.
말을 추가로 하진 않았지만.
‘카오스 님과 루바 님을 이렇게 주무르는 그 배포도 높게 칠 수 있겠지.’
다른 심사관들이 말했다.
“무위 자체도 훌륭합니다. 비록 현재의 무위는 기둥에 비할 바가 못 되나, 결국 그는 ‘후보’이니 성장한다면 진짜 기둥에 닿을 수도 있겠죠.”
“맞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알샤드가 말했다.
“그런데 그는 ‘먹는 자들의 기둥’이 되고자 하는 자입니다.”
“……!”
“……!”
새삼 그 사실을 깨달은 심사관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 분명 자신들은, 그가 ‘식신’으로서 먹을 것에 대한 기둥이 되고자 하는 정보로 발걸음했다.
근데 그것보다 무위적인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었다는 것.
먹을 것에 관련된 기둥에 대한 점수도 필요했다.
물론, 그는 이미 충분한 점수를 채웠기에 후보로 적격하다는 판단을 받긴 했다.
하지만 절차적으로 그의 요리를 먹어보긴 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민혁에겐 알림이 들려온바.
[심사관들이 만장일치로 당신을 기둥의 후보로 인정하였습니다.]그럼에도 그들이 말했다.
“식사를 대접해 주시겠습니까.”
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미 자신은 알림으로 인정을 받았다 확정된 상태다.
그리고 이런 놈들에게 밥을 대접해야 한다는 게 굉장히 껄끄러웠다.
그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인벤토리에 있던 양푼에 담긴 것들을 던지듯이 줬다.
“그거나 먹어라.”
그들에게 한껏 으르렁거린 민혁. 그는 이젠 어느 정도 그들과의 화는 풀었기에 다시 존대로 말했다.
“다음부턴 진짜 심사관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민혁은 신하들과 함께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후, 한슨이 먹기 편하라고 밥상을 가져와 펼쳐줬다.
‘그래도 이놈은 좀 착하…….’
루바가 그런 생각을 할 때. 한슨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착하게 살아라잉.”
“…….”
천외제국은 참 대단한 곳 같으면서도 황당한 곳이다.
민혁과 백성이 똑 닮았으니 말이다.
심사관들이 초라한 양푼에 담긴 음식을 보았다.
맛깔나게 잘 비벼진 것이 비빔밥이었다.
‘그래도 미리 비벼놨군.’
그들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 * *
비빔밥을 먹은 후 돌아가는 심사관들.
사실 그들도 수천 년 동안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기에 음식이란 것이 그리웠다.
그들이 있는 땅엔 인간 세상처럼 맛좋은 먹거리가 없었으니까.
심지어 맛도 좋았다.
역시, 식신의 손재주는 뛰어나다. 어떠한 요리도 이토록 맛깔나게 만들어내니.
“먹는 자들의 기둥으로도 손색이 없군요.”
“확실히 비빔밥은 맛있었습니다.”
“또 먹고 싶군. 근데 원래 비빔밥이란 요리가 그렇게 바닥에 국물이 있던가요?”
알샤드의 말에 루바가 쯧, 혀를 찼다.
“먹는 것을 모르는군. 비빔밥에 맛좋은 국 몇 수저로 적셔준 후 비비면 더 맛있는 법이다. 그는, 먹는 방법을 알고 있던 거지.”
“오호…….”
“또 먹고 싶군요.”
“다시는 상종하고 싶진 않은 자이지만 그 비빔밥은 또 먹고 싶습니다.”
그들이 입맛을 다시었다.
* * *
벤더는 굉장히 의외였다. 그가 아는 민혁은, 백성에게 피해를 입힌 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줄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민혁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아까워, 우리 애들 주려고 특제식으로 잘 비볐는데. 좋은 재료들도 넣고 말이야.”
그 의아한 중얼거림 뒤로 벤더가 말했다.
“그래도 그들에게 정성스러운 한 끼를 대접했군.”
때마침 민혁은 황실로 돌아와 그들이 먹는 자들의 기둥 후보로 인정했다는 알림도 들었다.
그런 민혁이 한숨을 쉬었다.
“정성스러운 한 끼요? 아, 정성스레 만들긴 했죠. 우리 애들 보양식이라.”
“응? 자네 애들도 있었나?”
벤더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민혁이 답했다.
“아, 그거 우리 사랑이, 소망이, 행복이 밥이었습니다. 아까워 죽겠네요. 그래도 나름 맛깔나게 비벼준 건데.”
“사랑이, 소망이, 행복이가 누구지?”
“켈베로스들이요.”
“…….”
“?”
켈베로스라면?
‘개?’
불현듯, 벤더의 머릿속으로 밥상 앞에 앉아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개밥을 먹던 심사관들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