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76
밥만 먹고 레벨업 1077화
든든하게 개밥(?)으로 배를 채웠던 기둥심사관들.
그들은 이제 고작 첫 번째 후보를 만났을 뿐이다.
후보로 오를 만한 자들, 혹은 후보이나 그 자격이 적합한지에 대해 판단해야 하는 자들은 아직 많았다.
그들이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후보에 오를 만한 적임자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보게 될 후보로 오를 만한 자들 중 가장 별 볼 일 없는 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그분께서 이 여인을 선택한 이유가 있겠지요.”
그들은 기대되었다.
이번에 자격을 증명받고, 또 새롭게 후보가 되어 추후 자격을 인증받은 자들.
이들은 모두 8기둥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분은 이번에 새로운 방식으로 8기둥을 선정한다고 하셨죠.”
그 새로운 방식이란 8기둥 후보들의 대결이 될 확률이 높다.
루바가 벌써부터 즐겁다는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 세상을 주무르는 자들의 대결이라.’
물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의 이야기다.
아무튼 그들은 또 다른 후보를 만나기 위해 걸음했다.
“이제야 좀 편해지겠군요.”
“그렇지.”
민혁이란 자가 특이한 경우지, 이제까지 백이면 백. 대접을 받았던 그들이다.
그들은 이곳에선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좀 쉬다 가고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여인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기둥의 심사관. 그대가 기둥의 후보에 오를 만한 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왔다.”
“오냐.”
“……?”
잠깐, 루바는 무언가 이상함을 알았다.
아니, 왜 계속 예상했던 시나리오에서 벗어나지?
당황한 루바는 더 이상 호통은 치지 못했다. 혹여 그분이 지켜보고 있을까 봐.
단지 작게 으르렁거릴 뿐.
“왜 말이 짧은가?”
“네가 먼저 짧게 했길래, 나도 했다. 문제 있냐?”
“…….”
아, 맞는 말이다.
루바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붉은색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품에 검을 끌어안고 있는 여인.
검의 대제 엘레였다.
* * *
심사관들에게 켈베로스의 밥을 던져줬던 민혁.
그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후보로 적합하다는 판정 알림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혁은 궁극의 요리를 성공시킴으로써 ‘가장 높은 곳에 닿은 자’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이 칭호의 효과에 따르면 민혁이 하는 모든 요리의 등급은 최소 에픽등급으로 나타난다고 되어 있다.
즉, 민혁이 끓인 라면은 에픽 등급이 되며, 5분이면 만드는 계란 볶음밥 또한 에픽 등급으로 나온다는 거다.
심사관들과의 소동이 끝났으니 민혁은 이제 초월자들과의 남은 이야기를 끝마쳐야 했다.
민혁은 벤더로부터 그와 대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까.
그러나 영특한 민혁은 그저 ‘대련’만 하는 것이 아닌 성장의 발판도 얻고자 했다.
‘698에서 699에 닿기 위한 필요 경험치가…….’
말도 안 되는 수준까지 늘어났다. 이제 680에서 698까지의 레벨업을 위한 필요 경험치 총량과 비슷했다.
‘700레벨이 되어야만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민혁이 생각하는 그 한계는 강함이 아니다.
요리, 손재주와 관련한 한계다.
민혁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나는 먹는 자들의 기둥이 되고자 한다.’
먹는 자들의 기둥은 손재주, 요리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그리고 이제까지 총 셋의 후보를 만나본 그다.
몬스터의 주인 바바리안, 가르치는 자 베라든, 만능손 로카더다.
사실 그들 모두를 떠올리면, 해당 분야에서 지금 민혁의 수준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자들이었다.
‘현재 그 기준이 어느 정도 하향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터무니없이 그 벽이 높다는 거다.
민혁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한다.
만능손 로카더는 자신과의 대결에서 수만 번 이상을 승리했고, 자신은 고작 한 번 승리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민혁은 그들에게 닿기 한참이나 부족하다는 거다.
그런데 만능손 로카더는 영원한 안식에 들기 전 민혁에게 선물을 주었던 바 있다.
[700레벨 달성 시 로카더의 힘들을 찾을 수 있는 1차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이는 8기둥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만능손 로카더가 가진 힘들이 이 부족한 힘들을 채워줄 가능성이 높았다.
대신에.
‘700레벨이 되어야만 한다.’
민혁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더 높은 경지의 요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더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음을 의미하니까.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둘러 700레벨을 달성해야 했다.
때문에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를 벤더에게 적용시키려 한다.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는 베라든이 민혁에게 남겨준 힘.
스스로 퀘스트를 자체생성할 수 있는 이 힘은 자그마치 8기둥의 재앙과 맞먹는다.
대신에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는, 발동 시 레벨 1 하락의 페널티를 가진다는 거다.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가, 당신에 의해 퀘스트를 생성하기 시작합니다.] [퀘스트의 내용과 보상, 실패 시 얻을 페널티 등을 설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퀘스트 난이도 대비하여 과도한 보상을 설정할 시, 시스템 스스로가 보상을 설정하게 됩니다.] [과도한 보상 설정에 의해, 시스템 스스로 보상을 설정할 시, 그 보상은 기존보다 훨씬 안 좋아질 것입니다.] [레벨이 하락하였습니다.]성장을 만들어가는 자 페널티를 받아 기껏 올려놓은 698레벨에서 다시 697까지 레벨 하락을 겪게 되었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 최소 ‘2레벨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선.
‘현재 내 말도 안 되는 경험치량을 감안하면, 난이도는 턱없이 높아야 한다.’
그래야 보상을 높일 수 있다.
언급했듯, 벤더는 베라든이 가졌던 ‘인정 시 경험치를 올려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힘을 가졌다.
‘벤더에게 세 번의 공격을 성공시키고. 대신 2레벨업. 그리고 벤더에게 검술 지도보상.’
민혁이 홀로그램을 보며 빠르게 난이도와 보상을 설정했다.
그런데.
[난이도 대비 보상 설정이 너무 높습니다.]민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루바와 겨루는 벤더를 보며, 자신이 벤데에게 ‘압도’를 사용해 총 여덟 번 볼펜을 빼앗았던 것이 운이 좋았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3번 공격 성공으로 잡았지만 알림은 거절했다.
‘퀘스트 생성에 3번 모두 실패하면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가 스스로 보상을 설정해 버린다.’
그것도 민혁이 기대하는 것보다 현저히 낮은 보상을 설정한다.
더불어, 난이도 역시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가 만들지도 몰랐다.
때문에 신중해야 했다.
‘2레벨업을 보상으로 받기 위해선…… 그래, HP량 5%를 깎는 걸로.’
벤더의 몸은 강철과 같고 회복력 자체도 사기적이다. 그를 감안해 설정했으나.
[레벨업을 위한 필요 경험치량이 너무 높은 편에 속합니다.] [난이도 대비 보상 설정이 너무 높습니다.]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필멸과 같은 것을 사용할 것을 의식한 건가?’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는 사용자 자체도 인식한다.
민혁이 사실상 필멸을 사용하면 5% 정도는 깎을 것을 안 것이다.
마지막을 민혁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설정했다.
벤더의 HP량을 총 25% 깎는 것으로.
그런데도.
[레벨업을 위한 필요 경험치량이 너무 높은 편에 속합니다.] [난이도 대비 보상 설정이 너무 높습니다.]민혁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그만큼 민혁의 레벨 대비 2레벨업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시스템이 판단하고 있는 거다.
민혁이 긴장했다. 이제 시스템 스스로가 난이도와 보상을 설정할 것이다.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가 난이도와 보상을 설정하여 퀘스트를 생성합니다.]띠링!
[퀘스트: 벤더의 HP량 50% 미만으로 하락시키기.]등급: SSS
제한: 레벨 650.
보상: 2레벨업 및 벤더의 검술지도.
실패 시 패널티: 레벨 2하락.
설명: 과도한 보상 설정 대비 낮은 난이도에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가 스스로 난이도와 보상을 설정하였습니다.
“……?”
보상은 나빠지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데 실패 시 페널티가 자그마치 –2레벨 하락으로 바뀌었다.
더불어 벤더의 HP량을 50%나 하락시켜야 했다.
벤더도 그와 관련한 소리를 들은 듯 보였다. 그는 굉장히 재밌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때마침 넥을 비롯한 다른 초월자들이 들어왔다.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한 넥이 물었다.
“무슨 일 있나?”
“아, 별거 아니야. 그냥 민혁이가 나와의 대련에서 나에게 중상 정도는 입힐 수 있다는 식으로 내기를 제안했거든.”
“아, 아니, 제가 그런 게 아니…….”
“분명 내기에 그와 비슷하게 써 있거든. 하긴 얼마 전에 내 손에서 볼펜을 쉽게 빼앗았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나 봐.”
“제 말 좀…….”
모든 초월자들이 민혁을 ‘너 왜 그랬니?’라는 표정으로 보았다.
모든 초월자들은 벤더를 인정하고 있다. 그 강함은 신들조차 가뿐히 베어낼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민혁이를 몽환의 요새에 데려가려고.”
“……?”
민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벤더를 보았다.
“그곳에 있는 초월자의 수련의 방에 들어가면 민혁이는 죽어도 다시 부활하고, 또 오래도록 승부를 펼칠 수 있으니까.”
“…….”
민혁은 벤더의 눈에서 이글거리는 호승심을 보았다.
‘큰일 났다.’
민혁은 예상했다.
그가 전력을 다할 것임을.
* * *
초월자의 수련의 방.
이곳은 매우 특별한 힘을 가진 곳이다.
어떠한 자든 이곳에서의 죽음은 실제 죽음이 아니다.
죽어도 어떠한 페널티도 없이 곧바로 되살아날 수 있었으며 그 회수는 무한인 데다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의미.
이곳에 5분을 있어도, 30분을 있어도, 1년, 10년을 있어도 실제 흐른 시간은 5분이라는 거다.
사실상 초월자들의 무위가 무척 뛰어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초월자의 수련의 방 덕분이었다.
벤더는 무수히 많은 초월자들이 살아있던 시절 이 수련의 방을 통해 많은 자들을 키워냈다.
그리고 그가 수련시킨 초월자들 대부분은 공통점이 있었다.
‘오만하다는 것.’
초월자들은 인간과 다른 종인 알브라임족이다.
알브라임족 자체는 모든 종보다 몇 배는 강했고 그에 오만하던 이들투성이다.
벤더는 특이한 경우였는데, 인간인 줄 알고 살았다가 자신이 초월자임을 자각하게 된 경우다.
때문에 오만한 초월자들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그에 벤더는 오만한 자들을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알아냈다.
‘압도하는 것.’
그들의 무력함을 깨닫게 하고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비로소 잡아주는 거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랬군.”
민혁이 걸었던 내기. 거기에 있던 내용이 그가 설정한 것이 아니라는 오해를 푼 벤더였지만 그래도 그는 압도할 생각이었다.
급할 게 없었기에 몽환의 요새에 오자마자 하루를 푹 잔 두 사람이다.
“시작하지.”
초월자의 수련의 방에 민혁과 함께 선 벤더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벤더는 신들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였고, 신들이 헬레냐에 의해 위험에 빠졌을 땐 그에게 달려와 도움을 청한 적도 있는 최강자다.
그랬기에 신들은 그에게 ‘하늘조차 죽이는 자’라고 부르기도 했고, 벤더는 그 호칭이 마음에 들어 자신의 힘을 그에 본떴다.
그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
“천살연.”
민혁과 마주 선 벤더의 검이 단숨에 그를 수백 회 찢어발겼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민혁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방인들은 고통을 실제로 느끼진 않으니 다행이구나.”
때문에 벤더는 그를 수백 번도 더 죽이고 진짜 수련을 해볼 생각이다.
푹-
HP가 거의 밑바닥까지 하락한 민혁을 벤더가 단숨에 베어냈다.
민혁이 뒤로 넘어갔다.
곧바로 빛이 되어 다시 나타난 민혁이 깜짝 놀랐다.
‘도대체 뭐였지?’
보이지 않는 강한 힘이 민혁을 몇 초 만에 수백 회 찢었다.
그리고 그의 목을 벤더의 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데 곧바로 이어지는 천살의 다른 장이 민혁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폭음이 퍼진다. 다행히 민혁은 죽지 않았으나.
파, 파파파파파, 파파파팟-!
자욱한 흙먼지 안의 민혁을 벤더가 미칠 듯이 베어냈다.
민혁이 고작 30초도 버티지 못하고 두 번째 로그아웃을 당했다.
그리고 세 번째.
푹, 푸푸푸푸푹-
네 번째.
푸우우우우우욱!
다섯 번째.
푸푸푸푸푸푹-
이를 지켜보는 넥이 말했다.
“정말 전력을 다하고 있군.”
“벤더 녀석 민혁이가 해명해서 푼 것처럼 보이지만 엄청나게 속 좁거든.”
그렇다. 벤더는 속이 좁다.
초월자들은 순식간에 여섯 번 이상을 로그아웃 당한 민혁을 보며 안타까운 탄식을 자아냈다.
“그래도 너무 기죽이는 것 같은데.”
“앞으로 한 스무 번은 더 죽일 것 같군.”
벤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계속, 반복하여 민혁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그는 헬레냐를 죽인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블렌’의 힘을 빌려서였음을 자각시켜야 한다.
‘그 오만을 벗어라, 그래야 인정하고 더 나아가는 법이다.’
열 번째 민혁을 죽였을 때 벤더는 상당량의 마력을 소진했다.
그럼에도 벤더는 자신 있었다.
‘이 정도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면, 내가 마력이 없어도 수십 회는 더 죽일 수 있겠지.’
그리고 아직도 여러 번 스킬을 시도할 수 있는 벤더였다.
그가 천살의 힘 중 하나인 속(束)을 사용했다.
거대한 초월자의 힘이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7초 움직임을 통제한다.
꼼짝 못 하게 된 민혁에게 다가간 벤더가 곧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상대방이 당신의 속(束)을 저항합니다!]이미 민혁은 벤더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힘이 저항되자 당혹한 벤더에게 민혁이 씨익 웃었다.
“기다렸어요.”
“……!?”
“마력을 대부분 사용하기를.”
그 순간 벤더는 깨달았다.
오만했던 것은, 민혁이 아니라 자신이었음을.
“초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