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76
밥만 먹고 레벨업 1177화
골로디스 왕국의 왕 안톤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소식을 접했다.
‘미식가와 척살대가 두 번 다시 골로디스 왕국에 오지 못한다.’
골로디스 왕국은 오랜 시간 그분들의 입맛을 만족시켜 줘야 한다며 착취당해 왔던 바 있다.
‘문제는 그분들이 이 사태를 과연 방관하고만 있겠냐는 것이다.’
안톤의 개인적 생각으론 아니다. 그분들은 대륙의 인간들을 아끼지 않는다.
‘다행히도 미식가와 척살대에게 직접 손을 대지는 않았다.’
한숨이 깊어진다. 안톤은 걸음을 옮겼다.
그가 걸음을 옮긴 곳에는 관 안에 누워 있는 여인이 있었다.
바로 안톤의 딸이자 이 나라의 공주였다.
안톤은 그 앞에 놓여 있는 동상 앞의 빈 접시를 보았다.
원래 저 빈 접시에는 이 가이아 대륙 전체를 대표하는 수호신의 요리가 놓여 있었다.
수호신의 요리는 가이아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요리다.
놀라운 사실은 현재 이 땅을 이끄는 그분들께선 모든 수호신들을 봉하였다는 것.
수호신들은 봉인되기 전 마지막 힘을 내어 각각 다른 형태로 힘을 남겼다.
한 가지는 요리.
다른 한 가지는 검.
다른 한 가지는 광물.
또 다른 한 가지는 나무였다.
‘이 가이아 대륙은 본래 수호신들의 가호를 받고 있었다.’
그들의 보살핌 아래, 평화로이 살아갔다.
그러나 아주 오래전 그분들의 등장과 함께 모든 상황이 변해 버렸다.
수호신들이 봉인 전 각각의 형태로 변화한 것은 마지막 순간에나마 가이아 대륙의 백성들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전설을 들었던 바 있다.
그러나 그분들께선 그마저도 빼앗거나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저 빈 접시 위에 있던 그것을 지키라고 골로디스 왕국에 명했다.
실상은 아니었다.
골로디스 왕국이 요리를 지킨 지 10년이 되던 해에 그 요리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요리는 일반적인 힘으로 통제할 수 없었으며, 가져갈 수도 없었다.
안톤은 알고 있다.
그것을 가져간 것은 그분들이다.
그래 놓고 말했다.
-골로디스 왕국은 요리를 지키지 못한 죗값을 치르라.
그와 함께 그들은 자신의 딸 아이를 관에 넣고 잠에 빠져들게 하였다.
그 기간은 10년.
이제 며칠 후면 아주 여리고 귀여운 공주가 다시 깨어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늙지 않는 모습의 가녀린 공주.
그녀를 쓰다듬던 안톤은 갑자기 날아든 까마귀 한 마리를 보았다.
까마귀는 그분들이 보낸 새다.
그들은 까마귀를 통해 명령을 내리곤 했다.
녀석의 다리에 묶여 있는 돌돌 말린 양피지를 꺼내 읽은 안톤은 신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결국 이렇게 되는가.’
안톤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편지에는 ‘다시 한번’ 수호신의 요리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죗값을 묻겠다고 적혀 있다.
깨기로 하였던 딸아이는 계속 잠들 어 있을 거라 한다.
또한, 수호신의 요리에 필적하거나 그와 같은 요리를 5일 내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골로디스 왕국 전체를 고립시키겠다고 한다.
고립시킨다는 것은 의식주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말이다.
즉, 골로디스 왕국 전체를 무너뜨리고 굶겨 죽이거나 얼려 죽이겠다는 의미다.
‘보복이다.’
미식가를 잃은 것도 모자라, 척살대까지 사라진 것을 확인한 그들은 분노하고 있는 거다.
더불어 미식가가 사라진 마당에 골로디스 왕국의 존재 의의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쿨럭!”
기침을 토하는 안톤의 입에서 피가 묻어 나왔다.
10일 정도 남았을까.
그는 죽기 전 딸아이가 깨어났으면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마저도 앗아가려 한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사실들이 몇 가지 있었다.
해당 요리로 변화한 수호신이 그들이 해당 요리를 억압할 걸 과연 몰랐을까?
‘아셨겠지.’
그랬기 때문에 대대로 내려져 온 ‘수호신의 요리’ 레시피가 안톤의 손안에 있었다.
그들이 모르는 두 번째 사실.
그 사실은 바로 자신의 작고 가녀린 딸아이에게 있었다.
안톤은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병사에게 말했다.
“골로디스 왕국의 가장 뛰어난 요리사들과 기사들을 불러주게.”
“예.”
무언가 생각난 안톤이 서둘러 움직이려는 병사에게 말했다.
“그 대식가(大食家)도 함께 불러주시게.”
* * *
민혁은 12%에 이르는 탐사율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도를 펼치자 골로디스 왕국의 약 12%가량이 개척되어 있었다.
‘미식가를 몰아낸 건 분명 엄청난 일이다.’
어지간한 하이랭커들도 미식가를 어쩌진 못했을 거다.
그런데 그만한 업적에도 12%밖에 개척되지 않았다.
민혁은 그걸 보고 탐사율을 높일 무언가가 있음을 눈치챘다.
곧이어 요리사들과 함께 왕과 마주하게 된 민혁은 그에게 현 상황에 대해 들었다.
‘몰살?’
민혁은 놀랐다.
안톤이 말하는 그분들은 가이아 대륙의 신과 같은 자들일 터다.
그런데 신이란 자들이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 왕국을 몰살시키려 한다?
‘뭐 이딴 대륙이 다 있지?’
아테네의 기존 대륙도 신들이 오만한 것은 사실이나, 그들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은 법과 규율 자체가 오로지 신들에 의해 형성되고 심판되는 느낌이다.
민혁은 일단 안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게 바로 수호신의 요리 레시피일세.”
“수호신의 요리 레시피!”
“누군가 먹는다면, 혹은 요리가 만들어진다면 왕국을 지킨다는 그 요리!”
요리사들이 감탄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하, 우리가 과연 이 요리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재료들이 필요합니까?”
“대륙 10대 보물 재료 네 개가 필요하네.”
“5일 만에 대륙 10대 보물 재료 네 개를 모은단 말입니까?”
“그 무슨…….”
요리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 10대 보물 재료라 불리겠는가?
그만큼 구하기 어렵고 힘든 재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고작 오 일 만에 얻는다?
불가능하다.
이 자리엔 골로디스 왕국 최고의 정예기사들인 광룡대도 와 있었다.
광룡대는 수백 년간 골로디스 왕국의 왕실을 지켰던 기사들이다.
민혁은 그들의 레벨을 보고 실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광룡대장 안카스 Lv 804.]‘무슨 레벨이 이렇게 높아?’
그는 미식가의 레벨을 떠올렸다. 미식가는 자그마치 레벨 900대였다.
생각해 보면 신대륙이기에 당연했다.
신대륙이란 콘텐츠는 기존보다 훨씬 퀄리티 높은 곳을 의미한다.
더 강한 몬스터, 더 강한 NPC들, 더 수준 높은 자들과 그만큼 더 특별한 보상 말이다.
‘왕국 최고 기사여도 저 정도라면 거의 100레벨 이상 차이가 난다.’
변방 작은 나라의 최고 기사가 근래 680레벨대까지 올라왔다.
물론 그가 변방의 기사치곤 강한 걸지도 모른다.
광룡대장 안카스가 말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재료들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안톤은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인 방법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왜 우리 골로디스 왕국이 요리사의 왕국이겠는가.”
그가 그 자리의 사람들을 둘러봤다.
“바로 요리를 위한 특별한 것들이 많기 때문일세. 우리가 이 수호신의 요리 레시피를 가진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
안톤이 품에서 번개 문양이 그려진 돌을 꺼냈다.
“수호신은 우리에게 이것 또한 남겼네.”
“이게 뭡니까?”
“그분은 이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계셨던 걸지도 모르네. 그 때문에 이걸 남겨놓으신 거지.”
그가 돌을 들어 보인다.
“이 돌은 발동과 함께 특별한 힘을 내보이네. 돌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는 곧바로 레시피에 적힌 재료들이 있는 곳의 정보를 알 수 있지. 매우 이례적인 경우로는 그 재료를 가져다줄지도 모르네.”
“……자격을 갖춘 자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광룡대장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 돌이 인정한 자, 그리고 요리에 관한 다양한 것에서 인정을 받은 자일세. 그렇기에 이 자리에 그대들을 불러 모았네.”
이 자리의 이들은 요리로써 어떠한 경지에 이르렀거나, 요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자들이다.
모두가 꽤 상기된 표정이다.
그 위치만 알아낸다면 재료를 구하는 데 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이 과연 수호신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안톤 전하는 수호신조차 인정할 것입니다.”
안톤은 왕이자 요리사다. 그가 이룬 경지는 이 자리의 그 어떤 요리사보다 뛰어났고, 요리를 사랑하기까지 했다.
어쩌면 지금의 골로디스 왕국은 그에 의해 만들어졌다 할 수 있다.
곧 안톤이 민혁에게 말했다.
“자네를 이리 부른 것은 고마움의 뜻을 전하기 위함일세.”
안톤은 삐뚤어진 왕이 아니다.
비록 미식가의 횡포를 막진 못했으나, 누구보다 백성을 존중한다 말할 수 있다.
왕국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든 못하든.
‘나는 결국 죽는다.’
그 전에 그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민혁은 작은 웃음만을 지었다.
“먹은 것밖에 한 게 없습니다.”
안톤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곧 광룡대장이 말했다.
“자네는 이만 물러나 주시게. 이제 이 자리는 우리들만 있어야 할 것 같군.”
민혁은 결국 외부인이다. 수호신의 돌을 통한 힘을 보지 않았으면 했다.
“저도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남고 싶습니다.”
그 말에 광룡대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광룡대장.
그는 바로 이 나라의 왕자였다. 그런 그는 속으로 작은 실소를 머금고야 말았다.
민혁은 미식가가 경악한 대식가라 들었다.
그러나 대식 말고는 특별함이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의 발언은 오만이자 오지랖이다.
왕께선 예의를 갖추었으니 이 정도면 되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두시게.”
안톤이 그를 제지했다.
“음식을 그만큼 많이 먹는다는 건 음식을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어쩌면 정말 그의 말처럼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은가.”
“하지만 전하.”
“돕고자 하는 선한 마음을 가진 자를 내쳐서야 쓰나.”
“후.”
광룡대장은 아니꼬웠으나 입을 다물었다.
모두의 긴장 속에서 안톤 왕이 그 돌을 양손에 꼭 쥐고 기도를 올리듯 하였다.
그러자 그 안에서 밝은 빛이 서서히 퍼져 나갔다.
그 밝은 빛은 이내 주황색이 되어 두둥실 허공에 떠올랐다.
[수호신의 요리의 돌이 발동됩니다.] [수호신의 요리의 돌은 요리와 관련된 특별한 힘이나 그가 걸어온 길, 다양한 것 등에 따라 반응합니다.] [수호신의 요리의 돌의 인정을 받은 자는 어쩌면 대륙 10대 보물 재료의 행방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천천히 떠오른 노란빛 구.
그 앞에 가장 먼저 선 것.
그것은 안톤의 눈짓을 받은 발바크였다.
발바크.
오랜 시간 푸른잎 레스토랑을 지켜온 그는, 배고픈 자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기도 했다.
또 오로지 요리에만 집중하여 놀라운 경지에 이른 요리사다.
그 돌이 미약하게 공명한다.
[수호신의 요리의 돌이 꽤 대단한 경지에 이른 요리사를 보며 반응합니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나 미식가를 만족시켜 온 대단한 요리사입니다.] [그러나 수호신의 요리의 돌은 그를 온전히 인정하진 않고 있습니다.]“…….”
발바크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 안드레이에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하나둘씩 돌은 모두가 아니라고 했다.
마침내 안톤 왕 앞에 선 빛.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누군가 수호신의 요리의 돌에 알 수 없는 힘을 심어두었습니다.]“……!”
“……!”
“……!”
그 자리의 모두가 경악했다.
[수호신의 요리의 돌 안에 잠들어 있던 ‘번개’의 힘이 폭주하려 합니다.]안톤은 깨달았다.
“어, 어찌!”
그분들은 우리가 희망을 가지게 하고, 짓밟으려 하는 거다.
어쩌면 레시피도.
또 어쩌면 이 돌도, 그들에 의해 이미 망가져 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 애초에 이것들은 이미 그분들의 손을 탄 물건인 거다.
[번개의 힘이 폭주합니다.] [끊임없이 내리치는 번개가 왕국 전체에 있는 요리와 연관된 모두를 공격할 것입니다.] [왕국의 요리와 연관된 모두를 죽인 수호신의 돌은 봉인된 존재와 함께 소멸하게 될 것입니다!]파지지지지지직-!
거대한 스파크가 튀며 성이 크게 흔들렸다.
그때 돌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피해……!]그것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힘의 폭주를 막고 있는 수호신이다.
그는 그들 모두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3초 후 만뇌(萬雷)가 내리칩니다!] [만뇌(萬雷)를 막을 방법은 누군가 진짜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인정받아 요리의 수호신의 돌을 진정시키십시오.]쿠르르르르르르르르-!
왕국의 하늘이 어둡게 물들었다.
떨어지는 만뇌(萬雷)가 왕국의 요리와 관련한 인구 수십만을 단숨에 잿빛으로 소멸시킬 것이다.
“아, 아아아…… 빌어먹을, 신이시여!”
처음이었다. 안톤은 그분들을 입에 담으며 그들을 저주했다.
그와 함께 천둥이 울리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르르-
[1초 후…….]그 자리의 모두가 아찔해졌다.
그때.
뚜벅.
누군가 한 걸음을 떼었다.
뚜벅뚜벅-
빠르게 걷는 그가 스파크를 튀기는 그 돌 위에 손을 얹었다.
스파크가 튀기는 돌에 손을 얹었으나, 그는 조금도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되레 발버둥 치는 그것을 쓰다듬었다.
그것은 마치 수호신을 안고 보듬는 어미와 같았다.
“저 어리석은!”
광룡대장이 눈을 부릅떴다.
들려오는 소리는 말했다.
인정받지 못하면 결국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런데.
[거대한 요리의 힘이 수호신의 돌에 깃든 더러운 힘들을 몰아내기 시작합니다.] [그 거대한 힘은 그들이 감히 대항할 수 없는 그의 ‘요리’에 대한 모든 것들입니다.] [돌을 더럽힌 자들이 인간의 탐욕을 이용해 유혹합니다.] [그는 그 유혹 앞에서 한 치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감히 돌을 더럽힌 자들의 힘이, 그 앞에서 그 힘을 드러내지 못합니다.]쑤화아아아아악-!
폭주하던 모든 힘이 다시 돌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호신의 요리의 돌이 진정됩니다.]놀라운 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그 돌을 쓰다듬는 민혁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버텨내 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