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88
밥만 먹고 레벨업 1189화
민혁은 패랭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 수 있었다.
헤라클에 대한 설정의 약 80%가 헤라클레스와 비슷하다는 걸.
“헤라클 님은 자신의 아내와 셋의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셨습니다.”
패랭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민혁의 가슴이 아려왔다.
“물론 헤라에 의해 벌어진 일입니다. 하지만 헤라클 님은 자신이 아내와 아이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셨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다른 점이 존재한다.
본래 헤라클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테세우스의 제지에 살아난다.
하지만 여기선 패랭의 제지에 의해 그가 살 수 있었다.
“헤라클 님은 열두 가지 과업을 받으셨고 하나하나 완수해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열한 개의 과업을 끝내셨을 때, 영악하게도 헤라는 이런 말을 했죠.”
“그런다고 네 죄가 씻어지지 않는다. 너를 모자란 갓난아이로 만들어 다른 대륙에 떨어트리겠다. 그곳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돌이 되어 이 하늘을 죽어서도 떠받치게 만들겠다.”
이해되지 않는 게 있었다.
“돌아오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헤라는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지옥에 있는 딸들과 아내의 영혼을 평생토록 괴롭히겠다고 했죠.”
민혁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렇다면, 헤라클은 꼼짝없이 하늘을 받치며 돌이 되어 죽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민혁에게 헤라클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헤라클, 몽둥이 견뎌라!
몸만 다 큰, 어린아이 같은 헤라클이다.
-헤라클 오늘 이만큼 팔았다!
그러면 코니르는 깜짝 놀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와, 헤라클 대단하다.
-나 대단하다! 우와!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자 괜스레 가슴이 아리다.
“방법이 없을까?”
“방법은 딱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뭔데?”
“헤라의 던전을 클리어하는 겁니다.”
“헤라의 던전?”
“헤라의 던전은 그녀가 헤라클 님이 해내신 열한 가지 과업을 보고 만들어낸 겁니다.”
헤라클레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그 과업들을 모두 해냈기에 가장 큰 영웅신이 되었다.
이곳에선 조금 다르다.
“헤라는 이 던전을 깬 자가 가장 큰 영웅신이 될 거라 하죠.”
“내게 영웅신이 되라는 거야?”
패랭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사실 헤라의 이 말은 거짓말입니다. 그녀가 포장해 놨지만 사실 헤라의 던전의 끝엔 ‘그’가 있습니다.”
“그?”
“헤파이스토스.”
민혁도 잘 알고 있는 신이다.
가이아 대륙의 대장장이의 신이며 헤라의 자식이다.
헤라는 그가 태어났을 때, 그저 ‘못생겼다’라는 이유로 그를 하늘에서 떨어트렸고 그로 인해 절름발이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헤파이스토스는 헤라의 던전 깊은 곳에서 신들을 위한 아티팩트와 보석만을 영원토록 만들고 있습니다. 그 안에 갇혀서지요.”
“설마 헤라가 가둔 건가?”
패랭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는 헤라의 자식이었다.
한데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헤파이스토스를 가둔 게 바로 헤라란다.
“그분은 헤라클 님과 친우셨습니다. 어쩌면 유일한 방법을 알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민혁의 목적지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패랭이 말했다.
“헤라의 던전을 깬 자는 황금사과를 얻는다고도 합니다.”
민혁도 황금사과에 대해 알고 있다.
“황금사과는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켜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그것은 스킬일 수도 경험치일 수도 있을 것이었다.
“또 세상에서 가장 맛이 좋은 사과라고도 합니다.”
평소였다면 군침이 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선순위는 황금사과보다 헤라클을 구하는 것이다.
더불어 던전엔 재밌는 사실이 있었다.
“헤라는 도전자들을 조롱하는 걸 좋아합니다. 또 자신이 가장 위대한 신이라고 믿습니다.”
오만, 질투.
헤라를 대표하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안에 들어온 자에게 말합니다. ‘네가 아는 가장 뛰어난 자의 힘을 빌리게 해주겠다’라고. 그 힘을 빌려 던전을 클리어하면 자신이 가진 장신구 중 하나를 줄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목숨을 앗아가 그 영혼을 하데스에게 넘겨 영원히 노예로 부리도록 한다고 합니다.”
‘아는 자’라는 말에 민혁은 여러 명이 생각났으나, 역시 단 한 명이 떠올랐다.
민혁은 떠나기 전 패랭에게 물었다.
“헤라클은 어떤 자였지?”
패랭은 그를 떠올리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저는 기간스지만 기간스들을 경멸합니다. 과거 헤라클 님과 저는 기간스 일곱에 둘러싸여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민혁은 그와 헤라클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저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헤라클 님도 크게 위험에 빠져 있었습니다. 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제 어깨에 손을 얹은 헤라클 님이 곧은 눈빛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말이었을까.
어떠한 말이 패랭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게 만들었을까.
패랭이 작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나 튈 테니까, 시간 좀 벌어.”
“……?”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저를 기간스 사이로 던져놓은 헤라클 님이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는 그 X새끼를…… 아니, 헤라클 님이 괘씸해서 죽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살아나왔죠.”
그걸 왜 추억을 회상하듯 말하는 건데?
“그리고 돌아온 저를 꽉 껴안아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역시 패랭은 작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래, 헤라클이 그렇게 나쁜 애는…….
“강하게 키우려고 그랬다.”
“……?”
아무튼 민혁은 헤라의 던전으로 향했다.
* * *
본래 가이아 대륙의 하늘은 아틀라스가 떠받치고 있었다.
그러나 지칠 대로 지쳐 버린 아틀라스는 이제 물러났다.
이제 이 하늘을 받쳐야 하는 이는 헤라클이 되었다.
하늘을 처음 짊어진 헤라클은 순간 ‘억!’ 하는 소리가 나올 뻔했다.
엄청난 무게감에 입에서 신음이 절로 흘러나올 뻔했다.
절로 굽어진 무릎에 신음이 나왔다.
“헤라클. 네 힘으론 하늘을 받치기 벅찰 거다. 그러니 조금씩 돌이 되는 걸 받아들여 영원히 이곳에서 돌을 받치면 될 것이다.”
“어머니를 강하게 키우고 싶군요.”
“?”
헤라는 이해할 수 없는 소리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어미고 지가 자식인데 무슨 헛소리인가.
아무튼.
“다른 대륙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어미에게 어떠한 말도 해주지 않을 거냐?”
헤라클은 답하지 않았다.
“서운하구나. 모자랐던 네가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았을지 궁금한데.”
헤라는 피식 웃음 지었다.
“너무 험난한 삶을 살았기에 말하지 않는 것이냐?”
헤라는 일부러 헤라클이 다른 대륙에서 겪었던 기억을 지우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헤라클은 보이지 않는 미소를 머금었다.
너무 아름답고 과분했던 삶이었다. 그랬었기에 말하지 않는다.
헤라는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다.
12신은 절대신이라고 볼 수 있었다.
“신도 인간도 그렇다. 자신보다 약하고 자신보다 보잘것없으면 짓밟고자 하지. 어떤 삶을 살았을지 뻔하구나.”
헤라클은 묵묵히 하늘만을 받쳤다.
그때 헤라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어떤 어리석은 자가 내 던전에 오는구나.”
그녀가 손을 휘릭 젓자 천천히 땅부터 시작해 걸어오는 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뚜벅, 뚜벅, 뚜벅.
걷는 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린 헤라클은, 이내 동공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폐하, 어째서……?’
그가 어째서 헤라의 던전에 온 것인가.
헤라클은 알고 있다.
이방인이 헤라의 던전 공략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엄청난 페널티를 감당해야만 했다.
마침 그가 그에 관한 알림을 들은 듯하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아니했다.
위풍당당하게, 그 누구보다 굳건한 눈빛으로 헤라의 던전 안으로 들어왔다.
“타대륙의 이방인이로다. 골로디스 왕국에서 온 자 중 하나인가.”
헤라도 그 이야기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다.
“황금사과에 대한 소문, 내 장신구 중 하나를 얻을지도 모른다는 욕심, 자신이 영웅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환상에 빠져 왔구나.”
헤라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수천 명의 가이아 대륙 강자들이 이 던전에 도전했다. 하지만 실제로 열한 가지 과업과 관련한 것을 해낸 것은 너밖에 없구나.”
사실 그랬다. 헤라는 헤라클의 그 힘이 두려웠다.
더불어 헤라클은 실제 헤라의 자식이 아닌바.
“재밌겠구나. 탐욕에 눈이 먼 또 다른 자가 그 과업을 해내지 못하고 죽어갈 모습이.”
“과연 그럴까요?”
헤라클의 말에 헤라는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황금사과를 드시러 오셨습니까?’
헤라클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그가 좋았던 헤라클이다.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했다.
이렇게나마 그를 보게 되어 헤라클은 기뻤다.
매일 그렇게 맛있는 것을 드시길.
매일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시길.
매일 그렇게 많은 사람들 틈에서 사랑받으시길.
그러다 문득 헤라클은 가슴이 아려왔다.
얼마 전까지 자신은 그 안에 있었으니까.
웃고 울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헤라는 말했다.
가진 것 없는 자.
부족한 자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도 불쌍하기 그지없다고.
하지만 헤라클이 받은 것은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
과분할 정도로 큰 사랑이었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한 걸음씩 들어오던 자.
민혁이 말했다.
[헤라. 듣고 있나?]“……감히!”
헤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이 가이아 대륙에서 가장 위대한 신 중 하나다.
그런 자신의 이름을 부르다니?
[나는 헤라클의 친우다.]“……!?”
헤라의 눈이 번뜩 뜨였다.
그녀가 홱 하고 헤라클을 돌아보았다.
헤라클은 민혁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한 걸음, 한 걸음을 떼며 던전 안쪽에 들어오는 그가 마침내 멈춰 섰다.
그에게 알림이 들린다.
[헤라의 던전의 열한 가지 과업과 관련된 시련이 시작됩니다.] [열한 개의 시련을 하나둘씩 해낼 때마다 보상을 받습니다.] [과업을 중복해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과업을 모두 완수한 자는 ‘영웅신’의 칭호를 얻습니다.]그는 그 알림을 무시했다.
[네가 헤라클에게 상처를 줬다고.]헤라클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사과 때문에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헤라클의 손으로 그 가족을 죽이게 했다고.]헤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열한 가지 과업을 해낸 그에게 영원히 지구를 받치게 하려 한다고.]“하찮은 다른 대륙놈이! 헤라클, 저 벌레 같은 놈은 무엇이더냐!”
던전 안의 민혁이 검을 꽉 쥐었다.
그는 지금 헤라의 곁에 헤라클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헤라클은 민혁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알았다.
왜라는 질문이 수차례 든다.
민혁에겐, 자신을 제외하고도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수십의 가신들이 있다.
자신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 중 한 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힘이 너무 강해 자신도 모르게 천외제국의 많은 것을 부수기 일쑤였고, 모자랐기에 그 유능한 가신들 사이에 잘 섞이지도 못했다.
그런데 민혁이 말했다.
[백 배, 천 배, 만 배로 갚아주마.] [네가 그 녀석 앞에서 싹싹 빌게 해주마.]그와 함께, 민혁이 말한다.
[1차 시련을 시작한다.]그리고.
“……!”
“……!”
헤라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헤라클의 눈에서 어느덧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것들이냐? 네가 헤라클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것들이?]불사의 네메시스의 사자, 머리 아홉 개의 히드라, 아르테미스의 사슴, 에리만소트의 맷돼지, 스팀팔로스 호수의 괴조, 크레타의 황소.
모두 가이아 대륙의 골칫거리 네임드 몬스터들이다.
민혁의 기세에 놀라던 헤라가 곧, 박장대소하고야 말았다.
“아, 아하하하하하하! 헤라클, 뻔하구나. 저런 자를 섬겼던 것이냐!? 저렇게 멍청하고 아둔한 자를 말이더냐!? 역시 넌 내 예상대로 다른 대륙에서 아주 험난한…….”
“틀렸습니다.”
헤라클이 눈물 흘리며 말했다.
민혁이 한 걸음을 뗀다.
불사의 몸을 가진 네메시스의 사자는 레벨 840에 이르는 5m 체고의 강한 이빨을 가진 놈이다.
놈이 민혁에게 크게 날아오른다.
그러나, 놈의 몸은 금방 갈가리 찢기며 허공에 피가 솟구친다.
“그는 한 제국의 황제입니다.”
헤라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진다.
“그는 식신입니다.”
“그는 다른 대륙에서 가장 위대한 신인 ‘군신’이며.”
그와 함께.
스무 명에 이르는 불멸의 기사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헤라클은 ‘자신이 따르던 군주입니다’라는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곧, 민혁이 먼저 말했다.
[내 동생 건드린 새낀, 가만 안 둬.]“…….”
한참이나 말없이 그를 바라보던 헤라클이 말했다.
“그는 내 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