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90
밥만 먹고 레벨업 1191화
㈜즐거움.
세계 각지에는 아테네 지부가 존재한다.
아테네가 새로운 대륙을 오픈한 만큼 떠났던 유저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세계 전문가들은 아테네의 이용자 수가 꾸준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던 바 있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운영진들이 일절 손대지 않고 운영하는 아테네는 정말 하나의 세계가 됨에 따라 이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떠났던 유저들마저 돌아오면서 현재 그 이용자 수는 절정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그만큼 세계 각지 지부에서 부서의 직원들을 추가로 뽑았고, 그 추가 직원들은 가장 업무 강도가 높으며 가장 일 처리가 뛰어나다 평가받는 한국 특별유저관리팀에 견학 왔다.
“모두 안녕하세요?”
해외에서 온 직원들은, 줄넘기를 해도 될 정도로 짙게 내려온 다크써클을 가진 여인 이민화를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그들은 오늘 이곳에서 박 팀장, 이민화 사원 등과 함께 12시간가량 함께 모니터할 생각이다.
수십 대의 모니터를 보며 이민화의 손이 키보드를 두들기는 솜씨는 예술 같았다.
심지어 중간중간 먹어대는 젤리와 간식량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견학 온 직원들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머리가 아프군.’
‘이렇게 모니터만 계속 보고 있는 건가?’
‘어떻게 사람이 다섯 시간 동안 자리에 내리 앉아 모니터만 보지?’
본디 한국은 업무의 나라라는 소문을 듣긴 했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밤 10시 퇴근이 당연한 나라.
야근수당 잘 안 주는 나라.
커피 중독자들이 넘쳐나는 나라 말이다.
곧, 박 팀장이 들어왔다.
박 팀장은 세계 지부에서도 전설로 치부되는 인물이다.
비록 팀장급에서 승진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박 팀장 스스로의 의지라 알고 있다.
하버드 수석의 영광을 거머쥔 그의 등장에, 견학 온 직원들이 몸 둘 바를 몰랐다.
견학 온 직원들의 시선은 어느 때부터 계속 한 모니터에 고정되었다.
그 모니터엔 민혁과 헤라의 던전이 있었다.
가장 열정적인 견학직원, 스미스가 말했다.
“NPC가 저렇게 마음대로 던전의 난이도를 상향하다니, 이건 버그 아닌가요?”
솔직히 보는 입장에선 그랬다.
유저는 분명 100레벨의 던전으로 알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150레벨 던전으로 상향된 거다.
박 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아테네의 자유도가 높다는 거일 겁니다. NPC들이 그만큼 자유롭기 때문에 이런 예상치 못한 일도 벌어지게 되죠.”
그에 스미스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저들이 받는 거잖아요?”
“물론 유저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되레 난이도가 상향된 만큼, 뜻하지 않은 보상을 얻게 될 수도 있겠죠.”
“전 좀 제어할 필요가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스미스는 최대한 공손히 말했다.
그의 개인적 의견이다.
박 팀장이 고개를 주억였다.
“하지만 우리 ㈜즐거움이 그런 NPC들의 자유도를 침범한다면, 과연 아테네가 지금처럼 재밌을까요?”
박 팀장의 짧고 굵은 답변에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이 이해했다.
운영자들이 마음대로 아테네를 조정한다면, 유저들은 흥미를 잃고 떠나갈 거다.
그리고, 모니터 속에서 나타난 포세이돈의 힘을 보며 그 자리의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두 발설금지에 관한 조항은 알고 있겠죠?”
이 자리에서 듣고 본 모든 것을 말해선 안 된다.
“뭐, 포세이돈에 대해 설명 안 해도 어느 정도 알 거라 생각합니다.”
포세이돈을 모르는 이는 없다.
올림푸스를 이끄는 주축의 신 중 하나이다.
해신 포세이돈은 기존 대륙의 절대신들과 조금 다르다.
절대신들은 꼭 강하다고 하여 그 자리에 오르는 게 아니다.
각자의 뛰어난 능력이 있는 자들이다.
요리의 신, 군신, 죽음의 신, 의지의 신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올림푸스의 포세이돈은 다르다.
제우스와 함께 미치도록 강하다.
물론 현재 헤라의 던전에 들어옴으로써 모든 능력치가 25% 하락했으나, 확실한 건 가이아 대륙 최강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곧 직원들은 또 한 번 입을 떡 하니 벌렸다.
민혁이 ‘벤더’라는 초월자를 소환했기 때문이다.
벤더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포세이돈을 베어낸 벤더를 보며 견학직원들이 웅성거렸다.
“아니, 일개 유저가 저런 자를 불러들인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요?”
“이거 밸런스 붕괴 아닌가요?”
“일개 유저가 군신보다 더 강해 보이는 초월자를 소환한다는 건 좀…….”
그런 상황에서 스미스가 총대를 멨다.
“박 팀장님, 저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개 유저가 저런 존재를 소환하다니요.”
그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게 진정한 밸붕 아닌가?
그에 박 팀장이 말했다.
“그럼 스미스 씨도 초월자랑 친해지던가요. 그와 만나고, 그와 친해지고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스미스가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아니, 저도 유저긴 하지만 제가 감히 어떻게 저런 자를 만나서 친해지고 할 수 있단…….”
그제야 스미스는 자신의 말의 모순을 깨달았다.
그에 박 팀장이 고개를 주억였다.
“무작위 소환이 아닙니다. 민혁이 청했고, 벤더가 승인한 겁니다.”
박 팀장이 견학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그가 만났던 ‘인연’도 그의 힘이며, 그 ‘인연’을 돈독하게 만든 것도 모두 그의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겁니다.”
* * *
영악한 헤라는 알고 있었다.
제우스와 포세이돈은 그 어떤 이도 감히 감당할 수 없는 강자다.
타 대륙애 ‘기둥’이라 불리는 자들이라면 모를까, 최소한 헤라의 상식선에서 포세이돈을 압도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랬기에 헤라는 마음 놓고 난이도를 상향하고 상대방이 알고 있는 자나 친분이 있는 자를 불러들일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지금 포세이돈의 입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더불어 거대한 기운이 헤라마저 옭아매고 있었다.
[초월의 격.] [초월자의 기운이 주변에 있는 모든 적을 압도합니다!]스무 명의 강한 병사들과 싸우던 무수히 많은 네임드 몬스터들이 그와 마주한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 꺽꺽거리거나 주저앉기 시작했다.
[초월자의 격이 모든 힘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킵니다.]더불어 투명화를 사용해 던전 내부에 와 있던 헤라의 힘도 일시적으로 풀려 버렸다.
당혹한 헤라의 모습이 드러난다.
헤라가 다시 투명화를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초월자의 통제.] [초월자의 힘이 해지되었던 힘을 다시 발동할 수 없게 억누릅니다!]헤라는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포세이돈도 온몸에서 피를 흩뿌리며 헤라를 돌아봤다.
그 눈빛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헤라.’
묻고 있었다.
헤라는 이 던전 안에서 많은 영웅들의 영혼을 하데스에게 바쳐왔다.
그 과정에서 매번 포세이돈의 힘을 빌렸다.
그러나 포세이돈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세상에 가장 강하다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젠 더 이상 그만했음 한다는 우려 섞인 말이었다.
헤라는 코웃음 쳤다.
-가이아 대륙에서 그대나 제우스보다 강한 자는 없어.
그리고 있다 한들.
-그만큼 대단한 자가 왜 약자를 위해 싸우는가.
강자는 오만하다.
결코 약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그 강자는 그에게서 큰 것을 얻었거나 그의 미래 가능성을 본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저 군신은 말도 안 되는 자를 불러들였다.
벤더가 흘끗 민혁을 보았다.
긴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민혁의 분노 어린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벤더가 말했다.
“전부 죽이면 되는 거냐?”
가소로운 말이다.
너무 같잖기에 헤라가 ‘하!’하고 웃음 지은 순간.
네미시스의 사자가 허공에서 수백 조각으로 분리되어 땅에 떨어졌다.
“이렇게 하면 불사가 아닌가?”
“……!”
헤라가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0.9초 만에 모든 머리를 떨어뜨려야 하는 히드라의 머리가 동시에 땅에 떨어졌다.
“이렇게 하면 재생 못 하나?”
곧바로 동시에 달려드는 거대한 멧돼지와 황소를 둘 다 반으로 갈라냈다.
“이렇게 하면 날 못 들이받고?”
곧바로 튀어나가는 벤더를 막기 위해 괴조가 실드를 겹겹이 둘렀다. 그 실드를 부순 벤더의 검이 괴조의 머리를 떨어트렸다.
“이렇게 하면 날 약하게 못 만드나?”
쓰러진다.
헤라클이 오랜 시간을 들여 해냈던 과업의 몬스터들이.
아르테미스의 사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발을 가진 사슴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벽을 밟고, 땅을 밟고, 허공을 밟으며 돌진한다.
터억-
그 목을 가볍게 낚아챈 벤더가 땅에 내리꽂았다.
콰아아아앙-!
“이렇게 하면 못 날뛰나?”
그와 동시에.
“이렇게 하면 이 신도 우리가 이길 수 있나?”
민혁과 벤더가 동시에 날아올랐다.
“흑룡갑.”
민혁이 흑빛 갑옷을 두르고 나아간다.
“학살자의 검.”
포세이돈을 베어내고.
벤더의 천살의 장이 펼쳐지며 베어낸다.
애초에 이 자리에서 벤더는 포세이돈급이다.
그 상황에서 ‘민혁’이란 수가 더해졌다.
포세이돈은 바보 같은 신이 아니다.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만약 헤라의 던전이 아니라면 둘 모두 압도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 헤라의 던전에 있으며 25%의 모든 것이 하향되었다.
이때, 신의 위상을 가진 포세이돈은 처절하게 싸우려 하지 아니했다.
그저 웃음 지었다.
“타 대륙엔 이런 강자들이 넘쳐나는가?”
벤더가 말했다.
“이렇게 하면.”
아니, 이번엔 조금 다르게 답한다.
“이런 식으로 개소리를 늘어놓나? 우리가 강한 거다.”
“……!”
평정심을 유지하며 그들의 공격을 순순히 받아들이던 포세이돈이 힘을 끌어올렸다. 그 발언이 자신을 순순히 죽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이미 민혁과 벤더의 공격이 그를 헤집어놓고 있었다.
힘을 끌어올리려 하면, 민혁이 압도와 절대군주를 적절히 섞었고.
벤더도 굴복기를 사용하며 포세이돈의 발을 묶어댔다.
포세이돈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흘끗, 뒤를 돌아본 포세이돈이 헤라에게 말한다.
“헤라, 넌 고통에 익숙하지 않지?”
“……!”
포세이돈은 일시적 소환이기에 여기서 죽더라도 진짜 죽음에 이르지 않는다.
헤라도 마찬가지다. 이 안에서 그녀는 죽어도 다시 올림푸스에서 되살아난다.
그러나, 포세이돈의 말의 숨은 뜻은 눈치챘다.
그것은 자신이 치욕 받은 대가를 받겠다는 것.
“기억하겠다.”
포세이돈이 민혁과 벤더를 보았다.
그와 함께 스르르 물이 되어 사라졌다.
벤더가 헤라를 향해 걸어갔다.
가이아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신 중 하나.
그러나 가장 영악한 여신 중 하나.
헤라가 뒷걸음질 쳤다.
헤라는 상기했다.
민혁이 했던 말을.
-백 배 천 배, 만 배로 갚아주마.
헤라는 여기서 죽으면, 다시 올림푸스에서 나타나지만 많은 것을 잃는다.
일단 이 뒤쪽에 있는 헤파이스토스에게 가는 길이 열리며, 그 죄 역시 헤라에게 물을 것이다.
그리고 포세이돈에 의한 대가도 치러야 한다.
더불어.
[가이아 대륙의 규율을 어겨 난이도를 상향한 대가를 치르셔야 할지도 모릅니다.]던전이 무너지면 무효화되는 페널티도 떠안는다.
그것보다 두려운 건,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다.
헤라는 전투하는 신이 아니다.
그저 우아한 신이었고 뒤에서 사람들을 조종하며 부려왔다.
살에 가시가 박히는 고통도 느껴본 적이 없다.
뒤로 한 걸음 한 걸음 물러나는 그녀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왜, 왜 당신 같은 자가 저런 나약한 자의…….”
“저 친구는 내가 잘 아는 친구인데, 저렇게 화내는 일이 없거든? 근데도 화가 나 있다면 확신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어.”
“…….”
헤라가 마른 침을 삼켰다.
“상대방이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짓을 했다는 거.”
벤더의 검이 움직인다.
헤라는 난생처음으로 가장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등을 벽에 기댄 채 몸을 감쌌다.
그러나, 벤더의 검은 헤라의 머리 옆 벽에 박혔다.
“이렇게 하면,”
벤더가 말했다.
곧바로 그가 스르르 물러나고 민혁이 헤라의 앞으로 나타나 그 마지막 말을 받았다.
“X된 게 실감 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