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06
밥만 먹고 레벨업 1207화
파브로의 장기인 무기의 목소리가 발동되었을 때, 무기들은 주인과 닮은 자아를 형성한다.
파브로는 의아했다.
자신의 가슴팍을 베어내고 쥘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겠다던 검은, 자신이 그를 쥘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보겠다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자신은 모든 무기의 주인이다.
그 어떤 무기도 가장 뛰어나게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었다.
그러나 검은 말한다.
[나를 쥘 수 있는 자는 ‘저 아이’밖에 없음을.]파브로는 수치스러웠다.
그는 이 검을 쥐고 싶었다.
탐욕이란 감정을 에고소드에 집어넣어 버렸음에도, 갈증처럼 느껴지는 욕망이 그를 몸부림치게 만들었다.
물었다.
‘어째서지? 나는 고독한 자. 오로지 너만을 품어줄 수 있는 자다.’
파브로는 믿고 있다.
고독한 자만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무기를 휘두를 수 있다.
다른 이들이 검을 소홀히 할 때, 그가 검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이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혔을 때, 그가 검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독은 가장 완벽하고 가장 아름다운 천재를 만들어낸다.
모든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었을 때, 파브로는 자신이 혼자이고 고독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파브로가 힘을 끌어올린다. 더 강하게 끌어올려지는 힘.
그와 함께 민혁의 가신들이 쥐었던 무기가 파브로의 주변으로 두둥실 빨려온다.
그들도 드디어 자신을 인정한 건가?
고독을 곱씹는 삶의 자신이 그들을 휘두를 수 있다는 걸?
그러나 틀렸다.
[나는 저 아이를 지켜야만 해.]파브로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새하얀 백신을 가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창.
노인을 닮은 그 창이 땅에 꽂혔다.
[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물러나지 않아.]늑대를 닮은 사내가 쥐었던 검이 파브로의 목을 겨눈다.
[더 이상 저자를 괴롭히는 걸 그만둬라. 안 그러면 베겠다.]이해할 수 없다.
대악마가 쥘 법한 마기가 출렁이는 검도 그를 매섭게 겨눈다.
[손대지 마라.]모든 무기들.
태초부터 자신의 손에 쥐어지는 게 당연시되어야 할 그 무기들이 말하고 있다.
그 틈에서 가장 위대한 검.
자신을 베어낸 검.
그 검이 말했다.
그들의 굳건한 의지는 무너지지 않았다. 도리어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파브로를 겨눈다.
‘고독하지 않은……!’
파브로는 다시 외치고 싶었다.
오로지 고독한 천재만이 너희를…….
하지만 검이 말했다.
[고독한 아이였다.] [방 안에 숨어 누군가 자신을 욕할까 흉볼까 경멸할까 숨어 있었다.] [그는 온 세상의 고독을 끌어안았다.] [또 고독한 천재였으며.]천재. 그 말을 듣고, 파브로의 눈이 떨렸다.
자신이 영겁의 검의 진가를 알아봤던 때, 저 검도 자신의 진가를 봤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리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고독하지 않게 된 천재이기도 하다.]고독하지 않게 된 천재이다?
빨려 들어온다, 무기들을 통해 본다.
그가 걸어온 무수히 많은 시간을 본다.
무기들의 목소리처럼, 그는 고독한 천재였다.
고독한 천재가 진짜 무기를 쥘 수 있는 이유는 아무도 만나지 않기에 외로움에 갇혔기에 더욱더 무기를 휘둘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브로가 20년을 살며 휘두른 검만큼이나 저 사내는 무언가를 휘둘렀다.
파브로는 부정했다.
왜?
그는 분명 고독한데, 어찌하여 이토록 많은 무기들이 지키고자 하는가.
왜?
그는 고독한 천재이면서 이토록 많은 무기들이 흔들리지 않는가?
또 왜.
그를 지키기 위해 무기의 주인들이 그를 감싸는가.
확인하고자 했다.
파브로가 돌발적인 행동을 했다.
[파브로의 과거를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갑자기 전 세계에 울려 퍼진 알림이었다.
방송을 보며 긴장하던 시청자들 모두, 파브로의 과거가 궁금한 건 당연했다.
꽤 많은 이들이 수락했다.
그리고 민혁에게도 비슷한 알림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 알림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직업 퀘스트: 파브로가 쥔 무기.]등급: A
제한: 파브로의 제안을 받은 자.
보상: 무기 마스터리 Lv 9씩 상승.
실패 시 페널티: 없음.
설명: 무기의 주인 파브로가 살았던 과거를 잠시 엿볼 수 있다. 당신은 그곳에서 대장간의 소년 파브로가 가지고 노는 무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무기들을 빼앗는다면 해당 무기의 마스터리 레벨을 상승시킬 수 있다.
민혁이 파브로의 과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즐거움은 예상치 못했던 전개에 당혹하고 있었다.
긴급하게 회의에 소집된 그들이 모니터를 보고 있다.
김대일 부장이 말했다.
“웨폰 마스터도 아닌데, 무기 마스터리 Lv 9씩이나 상승한다니, 심지어 등급은 A밖에 안 된다니.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실제로 말이 안 된다.
민혁이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파브로의 과거에서, 어린아이가 쥔 무기들을 약탈해 오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강태훈 사장은 그 사실을 철저히 부정했다.
“파브로는 차가울 만큼 냉정하고 계산적인 NPC일세. 파브로에겐, ‘마스터리 약탈’도 존재하는 걸 아는가?”
“……!?”
김대일 부장이 깜짝 놀랐다.
“애초부터 이 퀘스트는 파브로가 민혁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발발한 퀘스트일세. 지금 상황을 보자면 민혁은 마스터리를 얻어도 빼앗기게 되네.”
“…….”
김대일 부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다른 이들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나 싶었다.
방송을 시청하게 된 자들, 그렇지 않은 자들도 민혁이 ‘이러한 퀘스트’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과거 속에서 파브로와 함께 민혁도 보게 된다.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자들이 난리였다.
[야 이 ㈜즐거움 미친놈들아, 뭔 어린애한테 무기 뺏어서 가져오면 마스터리가 9레벨 상승하는 말도 안 되는 퀘스트가 발발하냐.] [와, 진짜 너무 민혁한테만 후한 거 아님?] [알고 보니, 소년이 당대의 지존이었던 거임ㅋㅋ.] [알고 보니, 겁나 셌던 거임, 엌ㅋㅋㅋ.] [세긴 뭘 세냐, 등급 A인 거 안 보이냐?] [A등급 퀘스트. 들어가서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걸로 마스터리? 개꿀딱이네…….]커뮤니티 유저들의 생각과 김대일의 생각이 똑같았다.
그들도, 또 자신도, 이 회의실 내의 모두가.
‘무기를 빼앗아 올 거다.’
하지만 무기는 실질적으로 ‘독약’이 될 것이고, 그 독이 민혁에게 퍼져 절망에 빠트릴 것이다.
* * *
소년 파브로의 일상은 똑같았다.
우악스러운 손바닥이 그의 뺨을 후려쳤다.
찰싹-!
“악!”
찰싹찰싹-
대장장이는 쉴 새 없이 파브로의 뺨을 때렸다. 바닥에 쓰러진 아홉 살 남짓의 소년 파브로는 몸을 웅크린 상태로 짓밟혔다.
“멍청한 새끼. 내가 제때제때 치우라고 했지!? 버려진 놈 먹여주고 키워줬더니 이딴 거 하나 똑바로 못해!?”
대장간의 잡일을 맡아 하는 파브로.
파브로를 짓밟은 술 취한 대장장이가 쓰러진 그를 뒤로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파브로는 반기를 들면 더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연신 그 말을 반복했다.
다리에 족쇄가 채워진 파브로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린 대장장이가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뼈가 앙상한 파브로를 경멸 어린 시선으로 보던 대장장이가 안주로 먹던 닭다리 하나를 땅에 던져줬다.
“이거나 처먹어라, 등신 같은 놈아.”
배고픔에 취한 파브로가 멍이 가득한 몸으로 기어가 닭다리를 입에 욱여넣었다.
허겁지겁 닭다리를 먹어치우는 그를 보며 대장장이들이 낄낄 웃어댔다.
“꼴도 보기 싫으니 썩 꺼져라.”
파브로가 족쇄를 질질 끌며 대장간 옆의 돼지우리로 들어가 잠을 잤다.
노예. 그것도 버려진 아이가 받는 흔한 대접이다.
그러나 파브로는 오늘은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며 안도했다.
파브로의 나날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기어가는 파브로를 보며 낄낄대며 웃는 대장장이들과 울면서도 꺽꺽 참아내며 버티는 파브로.
여느 때와 마찬가지다.
그는 밤의 돼지우리 바깥에 망가져서 팔지 못하게 된 수십 가지의 무기들 앞에 있었다.
파브로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휘둘렀다.
그렇게 하면 모든 외로움이 눈 녹듯 사라지는 듯했다.
무기에 대해 이해하고 무기에 대해 알게 되고 즐겁고 재밌었다.
그리고 지금 어린 소년 파브로에겐, 현재의 무기의 주인 파브로가 깃들어 모든 상황을 보고 있다.
나였기에, 내 어린 시절이었기에, 모든 감정이 스며든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한참 무기를 휘두르다 지친 파브로가 허름한 창을 쥐고 헤헤거리며 웃었다.
“난 고독하고 싶어. 고독하면 너희와 이렇게 지낼 수 있잖아.”
고독하고자 했다.
고독해야만 내가 언젠간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믿었다.
“난 천재야, 나중에 저자들도 내가 천재라는 걸 알면 이렇게 대하지 않겠지.”
그들이 나를 고독하게 하는 게 아니다.
나 스스로가 고독하고자 하는 것이다.
불빛이 들어온다.
한 불 켜진 저택에서 생일을 맞이한 파브로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가 갖은 음식들 앞에서 행복한 미소로 부모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파브로는 웃었다.
“난 고독하고 싶어.”
저런 거 원하지 않아.
“난 천재야.”
모든 무기를 다스리는 천재.
흘러내린다. 고독이.
그의 몸 전체를 감싸 안는다.
그가 간헐적으로 몸을 떨며 울음을 참지 못한다.
그때.
끼이이익-
한 사내가 들어왔다.
과거의 자신을 통해 사내를 보는 파브로는, 그가 자신이 시험을 제시한 대상이라는 걸 알았다.
너무도 가까운 곳에, 당장 손만 뻗으면 뺏을 수 있는 수십 자루의 무기들.
소년 파브로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가 천천히 다가온다.
진짜 파브로는 어째서 모든 무기들이 그를 지켰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파브로가 끌어안고 울던 창에 손을 뻗었다.
결국 같은 사람인데.
대장장이나 이 사람이나 같은 사람인데 왜 그들은 그랬을까.
파브로가 생각할 때.
창신을 어루만지는 민혁이 말했다.
“멋진 창이야.”
“……?”
이해하지 못하는 소년에게 그가 말한다.
“고독해할 필요 없어.”
파브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는 어떤 무기도 빼앗지 않고 파브로를 안아줬다.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들 필요 없어. 나 또한 그랬었는데…….”
사내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검이 말했었던 그의 고독의 이야기들.
그 고독의 이야기는 자신의 것만큼이나 아프고 슬픈 것이었다.
“고독하지 말고 고독한 천재 말고.”
민혁이 소년 파브로와 눈을 맞췄다.
“그냥 강한 파브로가 돼.”
소년 파브로는 울었다.
울며 선물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에게 검을 내밀었다.
사내는 받지 않았다.
창을 줘도 받지 않았다.
그 어떤 것을 줘도 받지 않았다.
여전히 진짜 파브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사내는 그를 이끌었다.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한 끼를 선물했다.
파브로가 가보고 싶다던 바다도 데려다줬다.
어린아이처럼 놀아보고 싶어 했던 파브로와 숨바꼭질을 하고 인형놀이를 해주었다.
그리고 파브로는 사내와 함께 다시 대장간으로 돌아왔다.
행복하게 웃는 소년 파브로를 보며 사내가 말했다.
“고독하지 않으니까. 행복하잖아.”
“그리고.”
민혁이 웃고 있는 파브로에게 손을 흔들며 걸어간다.
여전히 진짜 파브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민혁이 말했다.
“넌 혼자가 아니야.”
곧바로, 모두가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갔다.
* * *
진짜 파브로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그가 했던 말.
그가 했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울고 있었다.
민혁이란 사내와 닮은 검이 말했다.
[넌 외롭지 않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군.]이해되지 않는 말이다.
자신처럼 외로운 삶을 걸어온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직접 봐라.]파브로는 영겁의 검이 뿜어내는 힘에 모든 걸 맡겼다.
수십만 자루의 무기가 하늘 위에 별처럼 떠올랐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 무기의 별들이 파브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오로지 고독한 천재이기 위해 휘둘러야 한다 믿었던 무기들.
자신이 쥐었던 그 무기들에 처음으로 ‘무기의 목소리’를 발동한다.
그 순간 하늘을 바라보는 파브로에게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무기 중 하나는 내가 대장간에서 쥐었던 창.
[파브로, 사랑해.]“…….”
또 다른 무기는 내가 대장간에서 쥐었던 검.
[파브로, 널 지킬게.]또 다른 무기는 내가 처음으로 샀던 검.
[파브로, 너와 함께여서 다행이야.]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 개의 무기들이 파브로에게 말하고 있다.
많은 이들 앞에서 우는 파브로가 어린 소년의 모습으로 울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사내가 한 말처럼.
마치 사내처럼.
그의 자아를 본뜬 것처럼 닮은 검이 말했다.
무기의 목소리. 약탈자가 해지된다.
그와 함께 알림이 들린다.
띠링!
[직업 퀘스트: 파브로가 쥔 무기가 실패합니다.]띠링!
[무기의 주인 파브로가, 진짜 무기의 주인의 의미를 깨닫습니다.]띠링!
[8기둥 중 하나. 무기의 주인 파브로가 모든 기둥들이 보는 앞에서 선언합니다.] [무기의 주인 파브로가, 먹는 자들의 기둥 후보. 민혁을 강력히 지지합니다!]띠링!
[무기의 주인 파브로가 당신께 보상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