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28
밥만 먹고 레벨업 1229화
신과 기사는 신이 가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안내한다.
그 안내 방식은 시스템이 임의로 설정하며 꽤 자세하게 알려주기에, 이제껏 민혁이 많은 기사들을 섭렵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안가라에게로 급작스럽게 발동된 신과 기사.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선 민혁의 눈앞이 변화했다.
빛을 흩뿌리는 나비와 같은 페어리들.
말의 하체를 가지고 근육질적인 상체를 가진 그라판.
귀여운 강아지 같은 모습에 기다랗게 자란 새하얀 털이 인상적인 푸르갠들.
수천 마리의 그 존재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의 언어였지만 민혁에겐 그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천 년 후 그녀는 죽게 될 거야.’
‘그녀를 이렇게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어.’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안가라는 글래드의 힘에 의해 죽는 게 아니라 원래 죽을 운명이었다……?’
그녀만 몰랐을 뿐. 숲의 모든 생명체들은 알고 있었다.
수천 마리의 존재들이 발소리를 지워 잠이 든 그녀에게 향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수천 마리의 페어리들의 힘이 그녀를 감쌌다. 많은 그라판들이 두 손을 모으자 검은 기류가 그녀에게 빨려 들어갔다.
귀여운 푸르갠들의 털이 살살 흔들리며 바람이 되어 그녀의 주변을 휘감았다.
‘우리도 널 지킬게.’
장면이 변화했다.
슬픈 미소로 떠나가는 안가라를 숲의 모든 존재가 마중하고 있다.
순수한 안가라를 보며 그들은 미소 짓고 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신들의 땅은 우릴 이용할지도 모른다고.
‘언제나 그녀가 돌아올 수 있게.’
페어리들의 몸에서 떨어진 빛의 씨앗이 땅에 떨어진다.
‘웃으며 그댈 맞이할 수 있게.’
그라판들이 땅에 박아넣은 창들이 빨려 들어간다.
‘너와 언제나 함께할 수 있게!’
푸르갠들이 뽑은 한 가닥의 털들이 스며든다.
‘우리 모두 여기 있을게!’
그와 함께 민혁의 시야가 돌아왔다.
민혁의 몸에 거대한 전율이 일어났다.
그녀가 숲의 존재들을 지키기 위해 떠났던 것처럼, 숲의 존재들도 그녀를 지키기 위해 준비한 어떠한 것이 있던 것.
울고 있던 안가라는 민혁이 과거를 보는 동안 산채비빔밥을 모두 먹어치우고 있었다.
모두 먹어낸 그녀는 더 이상 미련없는 표정으로 민혁을 보고 있다.
[맛있었어요…….]이제 그만 가도 좋다는 듯 그녀는 말하고 있다.
[당신을 돕겠어요.]복수하겠다던 그녀는 결국 여린 마음에 다시 신들의 땅을 돕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죽지 않아, 안가라.”
민혁은 자신이 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안가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전…….]그녀는 죽어가고 있던 때였다. 그러다 의아함을 느꼈다.
죽어가던 몸에 다소 생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글래드에 의해 빼앗긴다고 생각했던 그 힘들이 다시 차오르는 것 같다.
민혁은 의아한 점 한 가지를 더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자신이 현재 그녀에게 요리해 주기 위해 받은 재료들은 과거 로카더가 그녀에게 해주었던 요리의 재료들과 흡사했다.
‘탄생의 콩나물, 기력의 새싹, 부활의 달걀, 체력의 참치.’
자신은 이것들을 통해 요리했다. 단지 로카더가 해냈던 업적이라기에 같은 재료로 요리했을 뿐이다.
이 재료들은 한데 어울려 전설등급의 새싹 비빔밥이 나왔다.
로카더가 만들어냈던 것처럼 약 20년을 배고프지 않게 할 수 있는 요리다.
민혁은 그가 남긴 업적과 같은 업적을 남기는 데 실패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가라가 로카더가 남겼던 요리와 당신이 만들어낸 요리를 드셨습니다.] [로카더가 숨겨두었던 특별한 힘이 발동됩니다.] [그녀의 생명력이 충만하게 차오릅니다.] [그녀는 곧 있을 죽음 후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두 시간 후 과거 로카더의 요리와 당신의 요리가 만나 특별한 일이 벌어집니다.]“하…….”
민혁은 로카더에게 미운 마음이 들었다. 그는 그녀가 이용당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배고프지 않은 요리를 만들어준 그가 납득되지 않았다.
평소의 로카더를 떠올려본다면 자신이 그를 의심한 거다.
로카더는 어쩌면 요리하기 전 페어리, 그라판 등과 이야기를 나눴을 거다.
그는 알고 있었던 거다.
천 년 후, 자신을 대신한 누군가 그녀에게 비슷한 재료로 요리해 주기 위해 올 것을.
그 비슷한 재료가 닫힌 상자를 여는 열쇠였을 것이다.
“천 년 전부터 준비되어 왔어.”
안가라의 눈이 부르르 떨렸다.
“당신을 구하기 위한 숲의 존재들, 그리고 어떠한 이방인의 계획이.”
그녀가 입을 막고 울음을 흘렸다.
쿠구구구구구구-
거대한 힘이 그녀에게서 폭사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민혁은 크게 흔들리는 거미줄의 벽을 보며 안가라에게 말했다.
“안가라, 이제 나와 함께 싸워줘.”
안가라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 * *
화가 치민다.
[검에 깃들었던 페어리의 힘이 필사적으로 누군가를 지킵니다.]몰려오는 백만의 몬스터 군대.
하늘 위에 떠 있는 오만 개의 빛.
그 빛은 산 채로 날개가 뜯기고, 재생되면 다시 뜯겼던 페어리들의 힘이다.
천군을 덮치기 전 하늘에 떠 있던 그 수만 개의 빛이 화살처럼 쏘아져 몬스터들에게 꽂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그들의 두꺼운 피부를 부수며 파고드는 빛들은 필사적이다.
[갑옷에 깃들었던 그라판의 힘이 필사적으로 누군가를 지킵니다.]울화가 치민다.
하늘에 떠오른 검은 기류들이 천군의 앞에 검은 기류의 벽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역시 산 채로 잡혀 입에 재갈 하나 물고 피부가 벗겨지는 고통을 당했던 그라판들이다.
[활시위에 깃들었던 푸르갠의 힘이 필사적으로 누군가를 지킵니다.]귀여운 강아지 같은 푸르갠의 기다랗게 자라났던 털들.
활시위에서 뽑혀 나온 그 털들이 채찍처럼 변하여 기류의 벽과 충돌하는 몬스터들에게 채찍질한다.
역겹기 그지없다.
화가 나는 이유는 그런 그들을 신들의 땅은 이용했다는 것이고, 울화가 치민 건 우리가 지금 그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거다.
역겹기 그지없는 것은 그들의 도움에 기생하여 버티고 있는 자신이다.
물론.
‘그들은 우릴 지키는 게 아니다.’
자신들이 등진 그녀를 지키는 거다.
페어리는 검이 되었고, 그라판은 갑옷이 되었고, 푸르갠은 활시위가 되었다.
그러한 고통의 과정에서도 그들은 자신들을 사랑했던 그녀를 지켜주고자 했다.
콰작, 콰자작, 코작-!
[페어리의 힘이 물러서지 않습니다.]그 빛은 몬스터들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산산이 흩어지거나 짓밟혔다.
[그라판의 힘이 물러서지 않습니다.]검은 기류는 거대한 충돌에 크게 흔들렸으나 최대한 버텨냈다.
[푸르갠의 힘이 물러서지 않습니다.]휘둘러지던 채찍들은 그대로 잡혀 두 동강 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필사적이다.
고작 무기나, 갑옷, 활시위에 깃든 작은 힘이었기에 그들은 시간 끌기밖에 되지 않았다.
그를 보며 여러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천군들이 달려 나갔다.
페어리의 힘을 짓밟으려는 놈들을 베었고, 그라판을 밀어내려는 녀석들의 머리통을 부쉈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거대한 해일 앞에 뛰어드는 작은 배 한 척과 같다.
어떠한 곳 한 군데를 잃은 군신의 다섯 장군이 선봉에 선다.
미약한 힘으로나마 그녀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그들처럼, 그들은 뒤에 선 민혁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쿠르르르르릉-!
먼 곳에서 날아온 화살이 눈이 먼 펠로드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헉!”
비틀거리며 쓰러진 펠로드는 곳곳에서 들리는 다섯 장군의 비명을 들었다.
[폭군의 권능.] [모든 무기를 빼앗아 갑니다.]펠로드는 자신이 꽉 쥐고 있던 검을 빼앗겼다.
빼앗긴 무기들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천군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손을 이용해서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하지만 곧 그들은 포위되었고 그 앞으로 글래드가 걸어왔다.
다섯 장군들은 그의 교활함에 치를 떨었다.
천군 중 중상자는 많았으나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페어리의 빛은 흐릿해져 가고 있었고, 검은 기류는 힘을 잃고 땅 위에서 넘실거리고 있다.
축 늘어진 푸르갠의 털들은 꿈틀거리기만 할 뿐이다.
글래드는 필사적인 천군들을 보며 혀를 찼다.
“군신은 어디 가고 조무래기들인 너희밖에 없는가.”
글래드는 어째서 그들이 군신과 동행하지 않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백만이 넘는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인 리에드가 말했다.
“우린 군신과 함께이다.”
“……아까 그놈?”
글래드는 황당했다. 군신에겐 자체적인 이펙트 효과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에게선 그런 이펙트 효과는 없었다.
“아아…….”
글래드는 눈치챘다. 그는 진짜 군신이 아닌 차세대 군신이다.
군신 수업을 받는 녀석에 불과하다는 거였다.
“그런 애송이가?”
“네깟놈이 애송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리에드는 민혁과 짧은 시간 함께하며 많은 걸 느꼈다.
비록 진짜 군신에 비해 아직 조무래기에 불과하나 그를 통해 배운 것은 너무도 많았다.
리에드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절대군주의 재목이시다.”
“……!”
절대군주의 이름을 글래드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닿고자 했던 마지막 종착지다.
전대 군신들이 모두 승인해야만 그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또한 군신은 절대신들의 우두머리이다.
“재밌는 희망 사항이군.”
글래드는 그를 비웃었다.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절대군주라니.”
하지만 리에드는 웃었다. 다른 모든 천군들도 작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리에드는 어느 날, 군신께 물었다.
-어째서 민혁 님을 차세대 군신으로 선택하셨습니까?
그녀는 이해되지 않았다. 민혁보다 뛰어난 신은 세상에 많았다.
그렇기에 군신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았다.
-불가능 앞에서도 나아가는 자이기에.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낼 수도 있는 자이기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믿기에, 선택했다.
리에드는 믿음 가득한 군신의 미소에 물었다.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후회하지 않는다.
리에드도 마찬가지다.
이곳에 오기 전, 민혁이 했던 말을 곱씹는다.
-나는 너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걸 약속한다.
모두의 포기 속, 그는 우릴 포기하지 않았다.
글래드가 제안했다.
“모두를 살려주겠다. 단, 오늘부터 나를 섬겨라.”
죽어가는 천군과 다섯 장군을 회유하면 글래드는 강군을 얻는 거다.
특히나 그들이 수긍한다면, 천천히 그들을 세뇌시켜 완전한 자신의 군대로 부릴 생각이다.
리에드가 모든 천군을 돌아봤다.
다섯 장군들이 마지막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피식했다.
“약속하겠다.”
리에드가 하늘을 바라봤다. 숨이 가늘게 떨렸다.
글래드는 그녀의 숨과 그들의 미소에서 짙게 웃었다.
“그래, 나와 함께하는 걸 약속한다면……!”
“죽어서도 그분만을 섬기겠다고.”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
활시위조차 당길 수 없게 된 몸.
그러나 리에드는 자신의 스킬을 발동하여 가장 거대한 화살을 소환해 냈다.
그 화살이 글래드를 겨눴다.
글래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가 몬스터 군단에게 명령을 내렸다.
당장 앞에 선 거대한 오우거의 우악스러운 손이 리에드의 목을 비틀기 위해 뻗어졌다.
그때.
“나 또한 약속한다.”
그들의 믿음에 누군가 답했다.
“지지 않는 군신이 되겠노라고.”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황량했던 대지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땅에서 빠른 속도로 풀잎이 자라나고 나무가 솟아난다.
죽어가던 페어리의 빛이 활기를 찾으며 날아오른다.
땅에 떨어져 꿈틀거리던 푸르갠의 털이 다시 창처럼 빳빳해졌다.
힘없던 검은 기류들이 하늘을 향해 폭주해 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숲이 만들어졌다.
그 숲의 안에 있는 천군들이 걸음 소리를 들었다.
뚜벅뚜벅-
[안가라의 힘이 로카더와 민혁의 요리의 힘에 의해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경고.] [경고.] [신의 일곱 번째 괴물 안다라가 일시적으로 모든 신의 괴물들의 힘을 뛰어넘…….] [정정됩니다.] [신의 일곱 번째 괴물. 안다라는 민혁의 가신입니다.] [주인 민혁이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을 하사합니다.] [그녀의 새로운 이름. 천외제국의 숲의 신 안가라입니다!]숲이 되어버린 황량했던 대지.
그 숲에서 뻗어 나온 수십만 개의 나무줄기들이 창이 되어 모든 몬스터들을 관통하고 있다.
모든 천군들과 다섯 장군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자신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이 뜨거운 심장으로 답했다.
[군신의 다섯 장군이 당신에 대한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고 있습니다.] [5만의 천군들이 당신을 위해 불기둥 속에라도 뛰어들 것입니다!]-나는 너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걸 약속한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