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35
밥만 먹고 레벨업 1236화
범의 전쟁은 신들의 땅의 치욕의 역사로 기억된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천군의 검 한 자루를 빼앗아든 사내는 혼자서 당시의 대장군과 천대장들을 가뿐히 도륙해 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대장군 아자카스가 말하길, 그와 절대 적이 되어선 안 되고 반드시 친우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만큼 초월자 벤더가 가진 힘은 막강했다.
실제로 벤더는 신들의 땅의 그 어떤 신이 와도 이길 수 없는 자다.
물론 존경받음의 척도라는 것 자체가 꼭 강하다고 되는 것만은 아니나 모든 종족과 존재를 아울러 정점에 선 이는 그런 모든 것을 무시한다.
[초월자 벤더가 군신의 백만대장이 되길 요청하고 있습니다.]양손에 쥔 검을 땅에 박아넣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민혁을 올려다보는 벤더.
쩌, 쩌저저저적, 쩌저저저저저적-!
고작 성의 한 틈에 박아 넣은 검 때문에 번져 나가는 균열.
그 균열을 본 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초월자의 예의.] [초월자의 정점에 선 자가 당신께 예의를 갖춥니다.] [초월자의 복종.] [초월자의 정점에 선 자가 당신께 복종합니다.] [초월자의 존경.] [초월자의 정점에 선 자가 당신을 존경할 것입니다.]제넬은 믿을 수 없는 모습에 뒷걸음질 쳤다.
대장군의 후손에 불과한 그였으나 전해져 오는 이야기로 그 힘에 대해 알고 있는 자.
그의 안색이 식은땀을 흘리며 창백해졌다.
민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벤더 님……?’
벤더가 측은지심 한 눈빛으로 ‘이제 내가 왔으니 괜찮다, 힘들었지?’라는 표정으로 인자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왜 이렇게 과장하시지……?’
벤더는 거대한 쇼를 좋아하는 인사가 아니다.
한 번씩 특이하고 괴짜 같은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화려한 등장을 좋아하는 자는 아니었다.
벤더가 이렇게 크게 과장하는 이유가 있었다.
* * *
30분 전.
슬피 우는 신화 속의 새는 백만장군 소환에 응할 자들을 모두 한곳에 모았다.
모인 자들은 민혁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서로를 적대하지 아니했다.
그리고 한 무리가 굉장히 상기되어 떠들고 있었다.
“관심을 받기 위……. 아니, 민혁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가장 멋진 등장을 할 수 있을까?”
“신들의 땅에서의 관심받…… 아니, 신들의 땅에서 무시 받는 민혁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등장해야지.”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싶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중심엔 한 여인이 있었다.
귀를 기울였던 벤더는 그들이 최대한 화려하게 등장하고자 함에 의아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는가?”
벤더의 질문에 여인 엘레가 친절히 설명했다.
“선배님, 생각해 보시죠. 지금 우리의 민혁이가 신들의 땅에서 군신이 되었음에도 대장군이란 놈에게 짓밟혔다 합니다. 민혁이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입니까.”
엘레는 그 앞에서 내색은 안 했지만 그를 정말 아끼고 사랑했다.
이 자리의 모두가 같다.
“그 작고 가녀린(?) 아이가 그 험상궂은 신들 사이에서 겁을 먹었을 모습을 생각하면…….”
작고 가녀린 부분에서 부정하는 이는 없다.
왜냐고?
그들에게 민혁은 작고 가녀린 존재가 맞았으니까.
곧 벤더는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다.
“정말 그렇긴 하군……. 두 번 다시 우리 민혁이를 무시 못 하게 확실히 밟아놔야겠어.”
“선배님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대부분 이 자리의 이들은 따분합니다.”
이 자리의 이들은 어떠한 곳의 정점에 이른 자들투성이다.
더 이상 유희라 할 만한 것도 없다.
절대자들의 삶이란 게 그렇다.
이룰 수 있는 게 더 이상 없기에 회의감을 느끼곤 한다.
“이때에 관심받는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입니다.”
“관심받는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신들의 땅에서 화려한 등장을 한 우리를 보며 신들의 땅은 엄청난 관심을 줄 겁니다. 그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아테루야…….”
성녀 로이나가 그 짜릿함에 황홀함을 표현하듯 하늘을 보며 양손을 모았다.
성녀 로이나의 희열 어린 표정에 모두가 더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소환요청과 들려오는 알림.
[소환에 응한 자들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신들의 땅의 시스템이 소환에 응한 자들을 신들의 땅에 위험이 되는 재앙급이라 판단하여 그를 제지하고 있습니다.]엘레가 화색을 띠었다.
“선배님, 기회입니다!”
“…….”
“가장 많은 관심…… 아니, 화려하게 등장하여 민혁이를 무시하는 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는 기회란 말입니다.”
“호오, 그래?”
벤더가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쓸었다.
“어떻게 해야 관심을…… 아니, 더 멋지게 등장할 수 있을까.”
엘레가 말했다.
“결계를 찢어버리십시오.”
“……나쁘지 않군.”
가장 먼저 벤더가 결계를 찢기 위해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는 ‘엘레와 관종들’은 확신했다.
오늘 엘레와 관종들 멤버에 꽤 많은 자들이 추가될 것임을.
그 모습을 본 가르치는 자 베라든과 만능손 로카더의 표정도 심각했다.
“초월자의 등장에 우리도 뒤처질 순 없는 법.”
“맞습니다. 우리는 관심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민혁이를 위해서잖습니까!”
그들도 벤더에게 뒤처지지 않을 등장방법을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 * *
벤더는 희열에 휩싸였다.
등 뒤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
경악과 감탄을 넘어서 질려 버린 군대가 벌벌 떠는 소리.
초월자들의 정점.
헬레냐와 대항 가능했던 유일했던 자.
그런 헬레냐가 죽고 더 이상 벤더는 어떠한 목표도 정할 수 없었다.
인간의 원동력은 결국 ‘목표’에 있다.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그 부를 쌓았을 때 희열하는 인간들.
하지만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벤더의 인생은 그저 따분하고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신들의 땅에서 크게 받게 되는 관심이 전율로 다가왔다.
검을 다시 뽑아 군좌에 앉은 민혁의 옆에 벤더가 섰다.
씰룩씰룩-
주체되지 않는 그의 입꼬리를 민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성벽에 기대고 있던 제넬이 뭔가 말하려 했다.
그 전에.
[누군가 신들의 땅의 결계 앞에 섭니다.] [태초의 신 아테네가 당황합니다.]“……?”
“……?”
그 자리의 모두가 얼어붙었다.
태초의 신이신 아테네께서 왜 당혹하시지?
[결계 앞에 선 자가 말합니다.] [문 열어.] [아테네가 어쩔 줄 몰라 합니다.] [태초의 신 아테네가 버선발로 마중 나갑니다.]“……?”
“……?”
“……?”
[결계 앞에 선 누군가 마중 나온 아테네를 꾸짖습니다.] [아테네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굽니다.] [뒷짐을 진 누군가 열린 문을 넘습니다.]“……!”
“……!”
“……!”
[경고.] [경…….] [아테네가 신속히 모든 경고 알림을 해지시킵니다.]하늘 위. 활짝 열린 결계 너머 뒷짐을 진 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
모두가 귀를 의심했다. 사내는 그저 ‘문 열어’라고 말했을 뿐이고 아테네가 황급히 뛰어가 말 그대로 그 문을 공손히 열어줬다.
허공을 밟고 내려오는 노인이 성벽 위에 사뿐히 섰다.
휘청거리는 몸을 바로잡으려던 제넬이 곧 들려온 알림에 또 한 번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가르치는 자. 베라든의 출현!]그저 얼어붙었다. 모두가 숨마저 죽여 그 어떤 소리도 없이 고요해졌다.
벤더는 초월자 중 가장 강하다는 평만이 있을 뿐.
가르치는 자 베라든은 신화이고 동경의 대상이다.
아테네와 헬레냐의 스승이자 8기둥이 될 뻔한 자.
정확히는 8기둥이 될 수 있었으나 일부러 그를 마다한 자.
지혜의 상징이자 세상 모든 이들의 스승이 될 수 있는 자.
“부족하나마 네가 원한다면 백만장군 중 하나가 되어 천군들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한다만.”
제넬이 전율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벤더와 베라든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벤더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대인가? 그대가 민혁이를 괴롭혔는가?
“듣기론 수치스러워하는 민혁이 뒤에서 침도 뱉었다며?”
“아니, 저는 그런 적이…….”
“다 들었네.”
“우리 가녀리고 연약한 민혁이를.”
“아니, 저게 어딜 봐서 가녀리고 연약…….”
“자네 엉덩이를 머리 위에 얹어줄까?”
“…….”
“가르침을 줄 수 있네, 천국으로 가는 가르침을. 아, 지옥으로 가는 가르침을 줄까?”
“…….”
늑대 사이에서 어린양 제넬이 벌벌 떨고 있다.
제넬은 억울했다.
그리고 놀람은 끝이 아니다.
베라든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충신이 되어야 할 거네. 그 이유를 알려줄까?”
제넬은 베라든의 그 눈빛을 마주하며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게 있거든. 관심받길…… 아니, 민혁이를 위하는 자들은 벤더, 그다음 내가 간 후.”
[누군가 신들의 결계에 손을 얹습니다.]“더 큰 파장을 일으키기 힘들 것을 눈치챘다네, 그래서.”
[신들의 땅 전체를 감싼 결계는 대장장이의 신, 결계의 신, 방패의 신등이 함께 만들어낸 최강의 결계입…….] [결계가 붕괴됩니다.] [거대한 손재주 앞에 그 어떤 결계도 그를 막을 수 없습니다.] [경고.] [경고.] [결계가 완전히 해지됩니다.]처음이다. 누군가 결계의 일부를 찢거나 부수고 들어온 적은 있으나 완전히 부서지는 것은.
제넬이 뒤를 돌아봤다.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결계가 푸른색을 띤다.
그 푸른색의 결계가 완전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우린 짧고 굵게 가기로 했다네.”
[모든 결계를 해치고 백만대장 후보들이 동시에 소환됩니다.]수백여 명에 이르는 자들이 신들의 땅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르치는 자 베라든이 말했다.
“저기 전대 대장군도 보이는군.”
제넬의 숨이 넘어갔다.
“저기 전대 절대신들도 보이는군.”
제넬의 눈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저기.”
수백 명의 나타나는 사람들 사이, 가장 화려하게 등장하는 이가 있다.
결계를 녹여 버린 사내의 주변에서 수백 개의 도구들이 촤라락 움직이고 있다.
“손재주의 기둥이라 불리던 사내도 있군.”
베라든이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아 고개를 틀게 했다.
먼 곳에서 한 여인이 붉은 머리카락을 질근 묶고 걸어오고 있다.
[패황 엘레의 출현!]그 바로 옆에는 신들도 탐내던 힘을 가진 무신의 나라의 왕 라르도가 거대한 풍채를 뽐내며 걸어온다.
[패왕 라르도의 출현!]그치지 않았다.
대악마 그레모리.
수백만 마물의 주인이 등 뒤로 마물들을 이끌며 화려한 황금마차 위에 올라 채찍을 들고 서 있다.
또 누군가.
[용왕의 출현!]거대한 해일 위에 타고 있는 메기의 모습에 용포를 두른 사내가 삼지창을 들고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신들과 견줄 만한 외모의 새하얀 피부를 가진 사내가 등 뒤의 활을 손에 쥐고 묵묵히 걸어온다.
[엘프의 왕 아르곤의 출현!]끝나지 않았다.
신들의 뺨을 세 번 때린 후 멱살까지 쥐어질 법한 아름다운 여인이 기도를 하듯 양손을 모으며 걸어온다.
걸어오는 그녀의 주변에서 아테네를 상징하는 환한 신성력이 폭주하고 있다.
[기둥후보…… 출현!] [기둥후보…… 출현!] [기둥후보…… 출현!]그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그 모습을 보는 민혁은 의아하다.
‘아니, 고마운데 왜들 이렇게 오바들을…….’
그의 시선이 엘레에게 닿았다. 민혁은 눈치챌 수 있었다.
‘누, 누나……?’
그들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가 있다. 그 미소는 그들이 관심받기에 성공했을 때 짓는 미소다.
‘엘레와 관종들이 또 한 건 했…… 잠깐만, 그 관종들에 벤더와 로카더, 베라든 스승님까지 합류시켰다고!?’
민혁은 말문을 잃었고 제넬은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
흡사 불쌍한 어린양을 둘러싼 늑대들과 같은 모습이다.
“네가 우리 민혁이 엉덩이를 걷어찼다며?”
이야기란 과장되는 법이고.
“우리 민혁이를 부츠 발로 짓밟았다고?”
“달궈진 꼬챙이로 막막 지졌다고?”
“군신이 되자마자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이렇게 천군들을 모았다고?”
“내일은 아테네를 친다고?”
제넬은 전혀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들에게 둘러싸인 제넬이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었다.
벤더가 의아한 표정으로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
“기절했는데?”
그 모습을 보며 그 자리의 모두가 뿌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곤 민혁이를 보며 이런 표정을 지었다.
‘헤헤, 우리 잘했찌!?’
민혁이 중얼거렸다.
“이 관종들이 진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