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34
밥만 먹고 레벨업 1235화
아주 간만에 여러 인사들이 모였다.
민혁이 칭하기를 ‘그레모리와 관종들’이라 명명한 자들.
이젠 그들은 ‘엘레와 관종들’이란 이름으로 모이곤 했다.
패황 엘레가 이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니까.
이 자리엔 성녀 로이나, 패황 엘레, 패왕 라르도, 용왕, 엘프의 왕 아르곤, 대악마 그레모리 등이 함께였다.
“따분하군요. 예전에 우린 많은 관심을 받았죠.”
“그땐 그랬죠.”
“정말 우리들만 보면 많은 관심들을 주곤 하였는데…….”
역시 엘레와 관종들다운 이야기들이다.
그들은 과거를 기억한다.
처음 이 ‘엘레와 관종들’이 창안된 날은 바로 슬피 우는 새가 나타났을 때다.
슬피 우는 새는 민혁이 위험에 빠졌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고, 놀란 그들은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날 깨달았다.
관심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짜릿하고 기쁜지.
그 이후로 여러 관심을 받기 위해 살아갔지만 근래는 재미가 없어졌다.
이미 자신들은 관심을 받을 만큼 받아서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한 새가 날아들었다. 과거의 그 신화 속의 슬피 우는 새였다.
“……!”
“……!”
새가 날아들자 생기를 잃어가던 그들이 화색을 띠었다.
슬피 우는 새가 상황을 설명하였고 막 울기 위해 눈물을 짜는 혼신의 연기를 펼치려던 때.
“뭐어어어어!? 우리 민혁이가 지금 백만대장 선정에서 엄청나게 무시당하고 있다고?”
슬피 우는 새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짹?”
“이런…… 아무리 신들이라 해도 우리 민혁이를 무시하다니, 내 기필코 가서 더 큰 관심을…… 아니, 민혁이를 증명하는 사람이 되어주겠다.”
“……짹?”
“뭐라!? 지금 민혁이가 그 대장군이란 놈한테 개무시를 당하고 있단 말이더냐!? 막 구둣발로 짓밟혔어!?”
“……짹?”
아직 슬피 우는 새는 울지도 않았다.
그리고 보았다.
그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엘레가 입꼬리를 씰룩이며 말했다.
“소환에 응합시다. 신들의 땅에서 관심받기 위…… 아니, 무시받고 있는 민혁이를 위해서요.”
그들이 엄청난 결의를 다졌다.
“짹……?”
그런 그들을 보며 슬피 우는 새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 * *
초월자들의 땅.
본래 초월자들의 땅엔 농작물이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민혁이 일주일을 넘는 시간 동안 곡괭이질을 함으로써, 초월자들의 땅에도 농작물이 열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민혁은 매 주기마다 천외제국에서 자라는 맛좋은 곡식과 요리들을 보내주곤 했다.
초월자 벤더.
어쩌면 현 아테네의 최강자라 할 수 있는 벤더는 새싹 비빔밥을 한 수저 크게 푸고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항상 민혁이에게 고맙기 그지없다. 자기 먹기도 바쁜 아이가 이렇게 우릴 챙기기 위해 노력하니.”
넥을 비롯한 모든 초월자들이 동감했다.
그들은 민혁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곤 했다.
그런데 그때.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이 초월자들의 땅에 어떠한 새 한 마리가 빛과 함께 날아들었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새에 의해 알림이 들려왔다.
[민혁이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슬피 우는 신화 속의 새가 민혁이 백만장군을 찾지 못해 무시당하고 있다고 말합니다.]슬피 우는 새가 눈물을 글썽이며 오열을 터뜨렸다.
“끼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에엑!”
차마 그 모습을 직접 보니 슬퍼서 울음밖에 안 나온다는 듯한 찢어지는 울음소리였다.
초월자들은 모두 동물과 실제로 대화가 가능했다.
“대장군 제넬이란 자가 민혁에게 인맥도 없고 친구도 없는 외톨이라고 했다고?”
대장군 제넬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뭐!? 그래서 민혁이의 백만장군 임명에 응할 자가 아무도 없을 거라고 했다고?”
넥이 음식을 먹다가 눈을 부릅떴다.
“천군들과 천대장들이 군신으로서의 자격마저 의심하고 있다는 건가!?”
그들에게 민혁은 은인이다.
그런 민혁이 그러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크게 분노했다.
“그곳에서나마 민혁이의 수하가 되어야 한다.”
민혁이 겪고 있을 상실감을 생각하면 그 정도쯤은 충분히 해줄 수 있었다.
“우리 여린 민혁이가…….”
지금 수천만 천군들 앞에서 겁에 질려 움츠러들었을 생각을 하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초월자 벤더가 말했다.
“넥.”
대장장이의 신. 그리고 가장 위대한 무기의 제작자 레오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 자다.
넥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가장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가장 멋있게.”
“끼에에에에에에!”
여전히 오열하는 슬피 우는 새를 보며 그들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라, 민혁이의 위상은 우리가 살려줄 테니. 너는 이만 다른 이들에게 가보거라.”
돌아서는 슬피 우는 신화 속의 새가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민혁이 줄 모이 생각에 기분이 좋은 신화 속의 슬피 우는 새였다.
* * *
이끄는 자들의 땅.
기둥후보들이 주를 이루어 살아가는 이곳엔 총 세 개의 파벌이 존재했던 바 있다.
파괴왕 룬달쿠의 파벌.
선왕 베라든의 파벌.
만물자의 왕 로카더의 파벌.
그러나 파괴왕 룬달쿠는 민혁의 도움을 받아 딸아이를 혼돈에서 무사히 구출했다.
당시 혼돈에서 전투에 참여했던 파괴왕의 파벌들은 민혁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그들은 자신들의 왕이었던 파괴왕 룬달쿠가 딸 아이와 만났으면 했고, 그를 이뤄준 것이 민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행복했던 룬달쿠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이제 그런 룬달쿠는 민혁의 가신이 되어 천외제국에 가 있기도 하다.
“룬달쿠 님은 행복하실까?”
“행복하시겠지. 민혁 님 같은 좋은 분과 함께 계시는데.”
“민혁 님도 잘 계시겠지?”
파괴왕 파벌의 이들은 이제 모두와 어울린다.
과거의 선왕의 파벌과 만물자의 왕의 파벌은 옛말이다.
이젠 모두가 어울리는 이끄는 자들의 땅이 된 거다.
모두 민혁 덕분이다.
그런 그들이 평화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역시 그들에게도 빛과 함께 한 마리의 새가 날아들었다.
울며불며 알 수 없는 비명을 토하는 새에 의해 심각함을 느낀 그들이 새를 데리고 베라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정체 모를 새의 등장에 이끄는 자들의 땅에 모든 이들이 모였다.
기둥후보만 해도 약 800여 명에 가까웠고 실제 기둥만 두 명이나 되었다.
곧 그들은 들려오는 알림을 들었다.
[민혁이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슬피 우는 신화 속의 새가 민혁이 백만장군을 찾지 못해 무시당하고 있다고 말합니다.]그 말을 들은 그들이 크게 격노했다.
베라든이 웃는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
“감히 어떤 자들이 내 제자를…….”
만능손 로카더가 치아를 뿌드득 갈았다.
“내 은인 민혁이를 개무시했다고? 그 대장군이란 놈이?”
신화 속의 슬피 우는 새가 닭똥 같은 눈물을 엉엉 흘리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기둥후보들은 한 시대를 이끌어간 주역들이다.
기둥후보들 중 강하지 않은 자들도 있었으나 그런 자들조차 어지간한 신과 견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모두 채비를 갖춰라.”
모두 베라든의 이러한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들의 땅을 엎어버리겠다.”
* * *
보좌관 벨슨이 우려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백만장군에 응할 자들이 있긴 한 건가?”
“모르겠습니다. 쌓아온 인연은 많지만 이곳에서 제 수하로 종속된다는 것 때문에.”
수하로 자처할 만한 자들은 모두 가신이 된 상황이다.
기둥후보들이나 초월자들은 많이 알지만, 민혁은 큰 기대는 할 수 없었다.
제넬이 알현실로 들어왔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민혁은 그 말을 따라 알현실 밖으로 나섰다.
알현실 밖은 성벽이었으며, 무수히 많은 천군들이 정렬하여 민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5만의 천군을 구하신 분.”
“심연에서 다섯 장군을 구한 영웅!”
천군들과 천대장들은 민혁의 활약을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
제넬이 말했다.
“이제 ‘소환’이라고 말씀하시면 백만장군의 요청에 승인한 자들이 모두 나타날 겁니다.”
제넬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성벽 위에 서서 수천만 천군을 바라보는 민혁이 긴장 어린 숨을 뱉어냈다.
그가 천천히 읊조렸다.
“소환.”
[백만대장 소환을 요청받은 자들을 소환합니다.]민혁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화 속의 슬피 우는 새를 모이로 크게 회유한 바 있다.
모두의 기대 속. 알림이 들려왔다.
[응답하지 않습니다.]“……?”
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보좌관 벨슨은 우려했던 상황에 직면했음을 깨달았다.
제넬은 민혁이 의심스러웠다.
‘많은 자들에게 덕을 베풀었다 들었건만…….’
이것이 지상에서 살아가는 인간 황제의 한계인 것은 아닐까?
대장군 제넬은 솔직히 말하면 실망스러웠다.
“소환.”
[응답하지 않습니다.]“소환.”
[응답하지 않습니다.]“소환.”
천군들이 술렁였다. 천대장들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단 한 명도 응답하지 않는 거지……?”
“이건 좀 이해할 수 없는데…….”
제넬은 서둘러 민혁을 다시 들여보내야 함을 알았다.
지금의 민혁은 그에겐 믿음직스럽진 못했으나, 그래도 지금은 자신이 지켜야 할 군신이었다
제넬이 말했다.
“군신이시여, 일단 알현실로…….”
[오류를 체크합니다.] [소환에 응한 자들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소환에 응한 자들의 격이 감히 신들의 땅의 시스템이 불러들이기에 쉽지 않아 시간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신들의 땅의 시스템이 소환에 응한 자들을 신들의 땅에 위험이 되는 재앙급이라 판단하여 그들의 소환을 막고 있습니다.]알 수 없는 알림 사이.
[경고.] [경고.] [소환된 대상 중 하나가 신들의 땅의 결계를 찢어발깁니다.] [신들의 땅의 결계막 중 일부가 잘려나갑니다.] [첫 번째 응답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쩌어어어억-!
하늘이 찢어졌다. 찢어진 하늘 사이를 비집고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경고.] [경고.] [경고!] [신들의 땅에 비상사태가 격상합니다.] [1단계로 올라갑니다.] [2단계로 올라갑니다.] [3단계로 올라갑니다.]쿠르르르르르르-
천지가 격동했다. 하늘에서 내려서는 그의 모습은 평소의 민혁이 알던 꾀죄죄한 모습이 아니다.
넥이 만들어낸 휘황찬란한 갑옷을 입은 그가 신화 속에 나올 법한 명마 위에 올라 내려서고 있다.
[4단계로 올라갑니다.] [군신이 경고음을 중단시킵니다.] [절대신들이 자신들을 아우르는 거대한 힘에 집결…….] [군신이 그를 중단시킵니다.] [첫 번째 응답자이자 백만대장 후보가 등장합니다.]말이 거대한 울음을 흘리며 멈춰 선다.
말 위에서 내린 벤더.
그저 선 것만으로도 번져 나가는 상태이상이 모든 천군들과 천대장들의 숨통을 조였다.
대장군 제넬이 서둘러 그를 해지시키려 했지만.
[감히 당신이 저항할 수 없는 자입니다.]“……!?”
현재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런 그가 주변을 훑어보더니 제넬을 발견했다.
민혁의 옆에 섰던 그가 차가운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신들의 땅의 대장군이라고.”
“……그렇소.”
“나도 그런 자들은 꽤 알지. ‘범의 전쟁’을 아는가.”
“알다마다요.”
그것은 신들의 땅의 수치로 기록되었다.
신들은 자신들이 초월자들보다 우월하다 했고, 초월자들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며 비웃었다.
그런 비웃음에, 당대의 대장군은 만 명의 천대장과 함께 초월자들에게 한판 붙자며 마음대로 약속을 잡았다.
당시 귀찮다는 듯 단 한 사내만이 무기도 쥐지 않고 온 적이 있다.
그는 한 천군의 병사의 검을 빼앗아 들고 어떠한 말을 뱉었다.
앞에 선 정체 모를 사내가 그 이야기를 읊었다.
“당시 그는 병사의 검을 어깨에 걸치고 하품을 하며 이리 말했다지.”
그가 제넬과 천군들을 바라봤다.
“한 마리의 범은 수만의 고양이도 물어뜯는다.”
“…….”
제넬이 식은땀을 흘렸다.
치욕의 역사가 귓가에 되새겨진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왜 굳이 그런 헛소리를…….
“그게 나다.”
“……!”
“……!”
“……!”
“수만의 고양이를 물어뜯은 한 마리의 범.”
“그런 내가.”
그는 들었다.
민혁이 무시 받고 있다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존중하며 고마워하는 은인이 대장군 앞에서 기세를 펼치지 못한다고.
그 기세를 펼쳐주고자 한다.
휘리리리리릭-
장난감 다루듯 검을 움직이던 그가 역수로 쥐었다.
[초월자의 예의.] [초월자의 복종.] [초월자의 존경이 시행됩니다!]그 검을 힘껏 땅에 꽂아 넣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민혁을 바라봤다.
“이분의 백만장군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