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9
밥만 먹고 레벨업 129화
순간, 방에 있는 이들이 모두 얼음이 되었다.
그들이 오는 게 놀라워서가 아니다.
숨어 지내듯 했던 민혁이, 다시 세상으로 나가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혁아……!”
창욱이 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그는 뛸 듯이 기쁜 표정이었다.
안에 있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 같은 느낌!
“저도 매일 방에 혼자 있을 수는 없잖아요.”
루마드의 등 뒤를 공격했을 때, 이미 확실히 결정했다.
이젠 당당해지기로.
그에 창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마!”
“참, 우리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식단 관리사 혜진이 길길이 날뛰었다.
“민혁이를 꾸며줘야죠! 친구들 만나는데, 이대로 갈 거예요?”
“아하!”
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청담동의 한 미용실 앞.
하얀색 벤틀사의 스포츠카가 멈춰섰다.
“야야, 저거 200대 한정 생산한 벤틀사 스포츠카 아니냐?”
“헉? 저거 차 한 대에 10억 넘는데……”
아무리 부자들이 많은 청담동이라고 할지라도 벤틀사가 야심 차게 내놓은 스포츠 차량에 모두가 감탄했다.
그 안에서 한 여인이 내렸다.
165㎝ 정도의 키, 선글라스가 얼굴의 반을 넘게 가릴 정도로 작은 얼굴, 화끈한 몸매까지.
그녀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청순하다.
아름답다.
딱 그 말이 어울려 주변의 남성들의 모든 시선이 오로지 그녀에게 향했다.
“자, 잠깐만, 저 사람 혹시……!”
“레전드 길드 마스터!?”
주변의 유저들이 그녀를 알아봤다.
연예인보다 유명한 게 현 랭커들이었다.
그중 요새 가장 화제의 인물.
바로 지니, 임지혜였다.
“꺄아악, 언니 너무 이뻐요!”
“와, 진짜 이쁘다!”
“돈 많아, 예뻐, 레전드 길드 마스터야, 게임 잘해, 세상 다 가졌네, 부럽다…….”
그런 그녀는 미용실 안으로 들어갔다.
연예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헤어샵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지혜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녀가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 물음에 벗은 선글라스로 입술을 톡톡 두들긴 그녀가 작게 웃음 지었다.
“오늘 조금 특별한 사람 만나러 가거든요.”
“아, 썸남인가요?”
“……네.”
그녀가 작게 웃음 지었다.
그리고 미용사의 현란한 손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지혜는 민혁과 게임 안에서 만나 로그아웃하기 전에 물었다.
‘네가 가진 그 사연…… 우린 듣고 싶어 민혁아, 이제까지 숨어 있던 거 모두 용서할게.’
그에 곰곰이 생각하던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지금 밖에 나가기 힘든 상황이야. 그래서 말인데, 너희들이 우리 집으로 와줄 수 있어?’
‘너희 집?’
‘응.’
‘그래, 알았어.’
‘그곳에서 나를 만나면 내 사연에 대해 알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민혁은 주소를 알려줬다.
때마침 지수와 석태가 안으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지수가 말했다.
“강동원빈처럼 해주세요.”
“가, 강동원빈이요……? 그, 그게…… 손님…… 그…… 있잖아요…… 그건 성형외과로…….”
미용사가 당혹했다.
안절부절못하는 표정!
“네 얼굴이 길에 놓인 짱돌인데, 어떻게 머리만으로 원빈을 만드냐…….”
“다, 닥쳐.”
둘이 또 티격태격한다.
그러다가 지수가 말했다.
“근데 민혁이 집 주소…… 경기도 가평이네? 여기 되게 오지 쪽 아닌가?”
“……그치? 숙박업 하나?”
그에 지수가 말했다.
“민혁이네 집 형편 좀 어렵잖아.”
“……그랬지.”
“아, 맞다…….”
“으음…….”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예전에 지수가 고아원으로 들어가는 민혁을 보았기 때문이다.
또 학교 반 아이 중, 민혁이 고아원 아이들과 함께 등교하는 걸 본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민혁은 그 흔한 메이커 신발과 같은 것도 잘 입거나 신지 않았다.
또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예전에 부모님들이 하는 일에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지수와 석태, 지혜가 아차 했다.
민혁은 고아원에 있으니 부모님이 두 분 다 계시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예상외로 민혁은 아버지가 계시다고 했다.
그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 민혁은 고아원에 있고 아버지가 열심히 일하신다 생각했다.
그리고 아버지 일 이야기가 나왔을 때 민혁이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저것 하셔. 그냥 뭐 건설업도 하시고 식품 같은 것도 팔고 아, 전자제품 같은 것도 파시고. 요샌 우유 쪽도 하시는 것 같던데…….’
그때 세 사람은 알았다.
아! 먹고 살기 위해 민혁이의 아버님은 뭐든 하시는구나!
건설업은 막노동으로 생각했고 식품 판매는 식품코너의 정육 코너 같은 걸 생각했다.
또 전자제품은 판매사원 아르바이트 같은 것으로 생각한 것, 그리고 아침엔 우유배달을 하시는 거다.
아아아아! 참된 가장!
먹고 살기 위해 뭐든 하는 아버님!
그리고 민혁도 그 아버지 밑에서 참 바르게 자란 친구다!
친구였기에 그들은 한 번도 가난한(?) 민혁을 무시한 적이 없었다.
“근데 우린 이렇게 외제차 끌고 꾸미고 가도 되나?”
석태의 말에 지혜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오랜만에 민혁을 만날 생각에 설레서 자신도 모르게 꾸미고 있었다.
그 앞에서 한없이 아름답고 싶어서.
“그, 그치? 우리만 화려하면 좀…….”
“야, 근데 민혁이 이번에 돈 많이 벌었잖아, 그거 팔면 돈 좀 될 텐데.”
“다 뭐 사 먹는다고 하잖아.”
“흐음…….”
곧 지수는 고개를 갸웃했다가 끄덕였다.
곧 지혜가 말했다.
“저기 죄송한데, 언니.”
“네.”
“화려하게 말고요…… 평범하게, 그 뭐라고 해야 하지?”
“……?”
“그냥 취준생이 면접 보는 것처럼 단정하게 해주세요.”
“네? 써, 썸남 만난다면서요.”
“그, 그냥 그렇게 해주세요.”
예뻐 보이진 못하더라도 지혜는 그래야 속이 편할 것 같았다.
친구 앞에서 외제차 끌고 화려한 외모로 구두를 또각이는 거?
자신은 그런 거 필요 없다.
그리고 이어 지수가 말했다.
“아씨, 전 백수처럼 해주세요.”
“이, 이미 충분히…….”
“헐? 누나! 제가 어딜 봐서 백수……!”
지수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거울을 봤다가 끄덕였다.
“전 메이크업 안 받아도 되겠군요.”
“헤, 헤헤…….”
그렇게 그들은 오로지 민혁을 위해 메이크업 스타일을 가난하게 바꿨다.
평범한 모습으로 메이크업을 한 그들이 밖으로 나서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자, 가 볼까?”
“참, 차는 어떡하지?”
“택시 타고 가자.”
“그래.”
그러던 중, 지혜에게 문자가 왔다.
[민혁이: 미안한데, 약속 장소 좀 바꿔도 될까? 우리 아버지가 너희들을 꼭 보고 싶으시다네. 이야기도 하고 싶으시다고 하시고. 아버지가 너희 데리러 가신대.]“애들아, 약속 장소 바뀌었어.”
“진짜네? 그보다 민혁이 아버지를 만난다니, 좀 떨린다.”
“그러게, 민혁이 아버지 같은 분이 정말 멋진 분이시지.”
혼자서 그 고된 일을 하시면서 민혁이를 키워낸 분!
정말 멋지고 대단한 분이다.
그들은 제법 옳은 생각이 박혀 있었다.
사람이 꼭 부자여야 멋진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
곧 그들이 택시에 올랐다.
“아저씨, 주소 좀 찍어주세요.”
곧 택시기사가 주소를 찍었다.
[경로 탐색을 시작합니다.]네비게이션에 목적지가 떴다.
‘일화그룹 본사.’
“일화그룹 본사? 여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건물이잖아? 왜 여기로 되어 있지?”
세 사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지수가 말했다.
“원래 강남 쪽 가면 ‘일화그룹 본사 앞에서 만나’라는 말 많이 하잖아, 거기서 만나기 편해서 정하셨나 보지.”
“아하.”
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꿈에도 모른 채 택시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민혁은 ‘음…….’ 하는 소리를 냈다.
분명히 혜진이 누나가 그를 멋지게 꾸며줬다.
머리를 다듬어줬고, 향수도 손목에 칙칙 뿌려줬다.
옷도 나름 세련되게 입혀주었다.
한데, 거울을 보니 정장을 입은 뚱땡이가 있었다.
그러다 아차 했다.
“맞다, 나 이제 뚱보 아니었지? 통통이야. 자신감을 가지자! 아자!”
그는 여전히 그 사실을 믿으며 거울을 둘러봤다.
그에 창욱이 지혜에게 속삭였다.
“무슨 코디를 저렇게 해놨어! 저팔계가 정장 입은 거 같잖아…… 저기에 선글라스만 차면……!”
“…….”
죄인이 된 혜진은 말을 잃었다.
그러다 민혁은 투덜거렸다.
“아이참, 아버지도! 친구들 오신다는데,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시는 건지.”
어떻게 아신 건지, 아버지가 친구들이 온다는 말에 곧바로 연락을 하셨다.
현재 민혁과 이진환을 비롯해 오창욱 등등은 가평의 인근에 총면적 500평이 넘는 집에서 거주 중이었다.
공기가 좋은 곳에서 치료해야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얼마 전에 옮긴 것이다.
“하하, 아버지도 좋으시겠죠. 5년 만에 민혁 군이 친구들과 만나는데, 얼마나 기쁘시겠어요.”
뒤에 다가온 진환의 말에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 언제 죽을지 몰라 어둠 속에 갇혀 살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한데, 이제 서서히 다시 세상에 나가려 한다.
그리고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
아버지로서, 또 강민후로서 그는 누구보다 기쁜 사실이었을 거다.
“왜 굳이 자기가 태워다 드린다고 하신 건지…….”
“먼저 친구들을 보고 싶으신 거겠죠. 아버지 마음인데, 다 이해합시다.”
민혁은 뚱한 표정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 * *
일화그룹 회장 강민후.
그는 지금 민혁보다 더 흥분한 상태였다.
“박 비서, 나 어떤가?”
“아주 멋지십니다. 회장님!”
“정말 떨리는군. 내 아들의 친구들을 만나다니, 하하.”
강민후는 호쾌하게 웃었다.
아들이 친구들을 만난다.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다.
어떠한 자식의 부모에겐 흔하디흔한 일일 것이다.
또, 어떠한 부모는 ‘공부에 방해되니까, 그 친구랑 놀지 마!’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민후는 아니었다.
혼자 지내는 아들 민혁을 만나기 위해 친구들이 친히 놀러 온다.
이보다 더 기쁜 사실이 있겠는가?
그는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냈다.
그때, 전화가 왔다.
“험험.”
목을 가다듬은 그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민혁이 친구 임지혜라고 합니다!]“하하, 네. 안녕하세요. 지혜 양.”
[지금 거의 다 도착해서 전화 드렸어요.]“아, 그래요? 이제 곧 내려가겠습니다.”
[네에, 앞에서 뵙겠습니다. 아버님.]강민후는 전화를 끊고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 곧 78층의 꼭대기 층에서 자신의 전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1층을 누르고 내려갔다.
* * *
지혜와 지수, 석태는 일화그룹 빌딩 앞에 도착해 올려다봤다.
“여긴 진짜 올 때마다 건물이 너무 멋있다니까?”
“건물만 멋있냐? 일화그룹 회장인 강민후 회장님도 멋있잖아.”
“크! 회장 자리에 있으면서 한 번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으신 청렴하신 분!”
그들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러다 지혜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민혁이 아버님, 목소리가 되게 익숙하신 것 같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별거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지수와 석태가 경악한 소리를 흘렸다.
“헉!”
“가, 강민후 회장님이시다!”
“와, 진짜 멋있다! 우와우와! 와, 저기 있는 거 보여? 밴사에서 오로지 세계의 오십 명의 부자들한테만 판매한 60억짜리 리무진!”
지수와 석태, 지혜도 부자였지만 강민후 회장에 비해서는 새 발의 피, 아니, 발톱의 때와 같았다.
건물 밖으로 나온 강민후 회장은 중후한 멋이 있었다.
그는 휴대폰을 귀에 대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듯 보였다.
그때 지혜의 전화벨이 울렸다.
뚭뚜르르뚜뚜- 아기 상어, 뚜뚜르두뚜- 엄마 상어, 뚜뚜르뚜, 아빠 상어~
“전화벨이 그게 뭐냐?”
“남이사.”
지혜가 흥! 해주고는 전화를 받았다.
“예, 아버님, 저희 도착했어요. 아, 네네. 인상착의요? 전 청바지에 가디건 입고 있고요, 다른 친구 둘은 캐쥬얼 정장 입고 있어요. 저희 보이신다고요?”
지수와 석태가 서둘러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단추를 잠그고 아버님께 인사드릴 준비를 했다.
“어디 계세요?”
지혜는 계속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으셨다.
그러다 이어 석태가 말했다.
“야야, 지수야, 왜…… 왜 강민후 회장님이 손을 흔들면서 이쪽으로 오시는 거지? 야, 뭐야…… 되게 함박웃음 지으시는데?”
“헉…… 뭐, 뭐지? 우리가 뭐 잘못했나? 아, 아니면 뒤에 남화그룹 회장님이 계신 건가……?”
그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놀란 가슴으로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강민후 회장이 뚜벅뚜벅 걸어와 그들 앞에 섰다.
“예, 아버님. 어디 계…….”
[바로 앞에 있습니다. 하하.]지혜와 석태, 지수가 말문을 잃었다.
강민후가 휴대폰을 종료하며 부드럽게 웃으며 악수를 권했다.
“반갑습니다. 민혁이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세 사람은 얼어붙었다.
그리고 지수는 알 수 있었다.
‘마, 막노동이 일화건설이고 우유 한다는 게 일화유통에, 전자기계 판다는 건, 일화전자…… 그리고 식당은 노뚜기였어……? 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