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14
밥만 먹고 레벨업 1315화
초월자의 삶은 따분하기 그지없다.
신들보다 강하며 무의 정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기둥에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은가?
초월자들은 기둥의 조건과 다르다.
어떠한 분야에서 특별난 것이 아니라 그저 강할 뿐.
그랬기에 초월자 벤더의 삶은 따분함의 연속이었다.
그 따분함을 민혁이 해준 요리로 채워냈다.
그가 해주는 맛있는 요리를 매번 손꼽아 기다렸다.
그가 올 날을 떠올리며 하루하루 설레했다.
하지만 초월자도 지성을 가진 만큼 반복된 어떠한 것에 흥미를 잃어가게 마련이다.
이때 벤더는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았다.
그것은 ‘관심받기’다.
관심을 받는 순간 굳었던 피가 온몸을 타고 흐르며 순환하는 느낌이다.
가슴이 쿵쾅쿵쾅 띠며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즐겁다. 재밌다. 짜릿하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
그리고 본래 ‘엘레와 관종들’이란 이름에서 ‘벤더와 관종들’이란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즉 이제 벤더가 그들을 이끄는 리더가 된 거다.
벤더는 리더로써 필요로 했다.
우리 ‘관종들’을 빛내고 영광스럽게 해줄 이를.
그러나 그 조건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첫 번째. 강해야 할 것.’
‘두 번째. 악인이 아닐 것.’
벤더와 관종들이란 무리 안에서 이 조건을 채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 특별한 일이 벌어졌다.
천외제국에서 민혁이 ‘한계의 벽’에 도달한 자들에게 요리를 해줌으로써 그들을 깨우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벤더가 먼저 한 일은, 유저들에게 ‘히든 퀘스트: 벤더와 관종들의 멤버 영입’을 발발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론 그들을 집결시키는 게 먼저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한 일.
그것은 바로 각성하고 있는 천외제국의 누군가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벤더가 첫 번째로 찾아간 곳.
그곳엔 검신 코니르가 있었다.
‘검신 발렌의 힘을 흡수하면서 진짜 검신으로 거듭났다.’
발렌이 망연한 표정으로 코니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 벤더가 자리를 함께했다.
슬쩍 고개를 돌렸던 발렌은 다시 코니르를 보았다.
벤더 역시 마찬가지였다.
벤더는 수천 년을 최강자의 자리에 군림해온 ‘지존’이다.
비록 지금 민혁이 턱없이 강해졌다 하나 지금조차도 벤더를 상대로 승리할 수 없으리라.
그런 벤더가 어째서 발렌이 떠나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키는지 알 수 있었다.
‘유연하지만 단단하고.’
‘단단하지만 부드럽다.’
‘휘둘러지는 검은 정교하기 그지없으며.’
‘이어지는 검로는 새로운 검의 길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백 개의 검로를 만들어내고 그 검로 안에서 가장 뛰어난 몇 가지 동작을 정확히 찾아낸다.
소년을 보며 전율하는 벤더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합격!”
“나는 코니르! 초월자 아저씨, 안녕한가!”
집중하고 있던 소년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벤더가 의미심장한 미소로 말했다.
“소년이여. ‘관심’이란 것을 아는가?”
“코니르! 민혁 형아가 벤더 아저씨, 엘레 누나랑 친하게 지내지 말랬다!”
이 새끼가……?
악의 근원체인 민혁이 우리 관종단에 소년이 들어오지 못하게 철저히 세뇌시킨 듯하다.
“아니, 그렇지 않다. 소년이여. 잘 들어보거라. 새로운 심검을 완성할 너를 보며 모두가 환호하면 너는 기쁘기 그지 하지 않겠는가? 민혁도, 천외제국 모두도 너를 우러러볼 거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화려함’과 ‘연출.’이다. 가장 멋지고 아름답게 등장하는 거지.”
“코, 코니르! 멋지게 등장하면 좋다!”
“후후후후, 그래. 소년이여. 이미 그대는 차고 넘치는 재능을 가졌다. ‘일 초. 너를 베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란 대사부터가 그렇지. 이번 심검을 완성하면 더 멋있게 등장하며 더 높이 도약하는 거다. 우리 일원으로서.”
“우왓! 코니르! 이제 나도 관종단 일원이닷!”
“후후후, 그래.”
“코니르, 기분 좋다. 진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코니르의 검술은 황당하게도 본인의 기분에 따라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것은 벤더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기뻐진 코니르가 더 빠르게 심검의 마지막 장 끝에 도달해간다.
‘진짜 천재인가?’
벤더조차도 인정할 경지다.
그런데 갑자기 코니르가 기습 질문을 했다.
“그런데 초월자 아저씨! 내가 이걸 익혀도 어디에 써먹지!?”
“…….”
어, 그러게?
생각해 보니 그렇다. 뜬금없이 허공을 가르며 ‘일 초. 너를 죽이는 데 걸린 시간이다’라고 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는다.
이제껏 관종들의 역사를 거슬러 보면 항상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이었다.
가장 최근에는 신들의 땅에서 대장군 제넬이 민혁을 고문하고(?) 짓밟고 침을 뱉었다 하여 벤더와 관종들이 그 힘을 낱낱이 드러내며 세상에 그 강함을 알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전혀 달랐다.
어떠한 일도 없고 어떠한 적도 없다.
심지어 곧 유저들도 해당 퀘스트를 받고 관심받기를 얼마나 잘해내는지 증명해야 했다.
문제는 그 대상이 없었다.
심오한 표정의 벤더는 대답하지 못했고 다시 코니르는 마지막 검술의 끝을 완성해 갔다.
벤더는 막대한 책임감을 느꼈다.
‘어디 아주 실한 놈 없으려나…….’
* * *
지옥의 무저갱에서 빠져나온 악귀가 천외제국에 숨어들었다.
악귀는 전성기 시절의 75% 정도만의 힘을 가졌었다.
하지만 크로노스 덕분에 현재 85%에 가까운 힘을 가졌다.
그러나 그마저도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신들의 땅에서 모든 신들과 싸웠던 자가 악귀다.
악귀는 천외제국을 둘러보았다.
특이하고 이상한 제국이다.
[제국은 결국 인간의 지배와 권력 속에서 유지된다만.]백성은 제국의 높은 자들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야 했고, 혹여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강자들이란 때론 그들을 심판하여 자신들의 권위를 지켜야 했다.
그러나 천외제국은 달랐다.
강자와 백성, 그저 서민과 귀족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
황제란 자가 하고 있는 행위가 더 가관이다.
주변인들의 벽을 허물어주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요리한다.
악귀는 하늘 위의 수호신을 보며 들리지 않을 질문을 했다.
[고작 이런 것을 위해 스스로를 버렸는가?]수호신이 되면 약화된다.
그것을 알면서도 이런 길을 걷는단 말인가.
크로나드에게 배신당했고 수천만이 넘는 인류가 그의 목에 검을 겨눴다.
그런 네가 이곳에서 어째서 그런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악귀는 또 한 번 질문했다.
[고작 이딴 것인가.]수호신이 높은 곳에서 민혁이란 자를 내려다보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몇 날 며칠이 지나도록 천외제국을 위해 굳건히 버티고 선 그.
수호신은 그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너로 인해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데.]어둡고 컴컴한 지옥의 무저갱의 무덤 안에서 자신은 아파하고 고통받고 있다.
우리의 살육은 ‘함께’였으나 지금 죄는 자신만이 받고 있다.
인간은 언제든 인간을 배신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과거에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모든 힘을 버리고 이 제국의 개가 되어버린 오블렌을 증오한다.
그랬기에 생각한다.
[천외제국의 모두를 말살시키겠다.]악신의 살기가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 * *
기둥의 손재주를 각성한 민혁은 희열했다.
‘이러다 정말 아테네를 영향도로 이길 수 있게 되는 거 아냐?’
물론 맥없는 생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것은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란 바로 시청자들에게 약속했던 ‘100개의 신등급 요리’ 만들기다.
그리고 영향도 2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 힘일지도 몰랐다.
민혁에게 기둥의 손재주와 관련한 끊임없는 알림이 강타하고 있었다.
그를 보며 기대했다.
‘애초에 이 요리의 시작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 도전엔 기둥급 재료 세 개를 동시에 요리하는 것에 있다.
바로 낙곱새다.
‘100개의 신등급 요리 만들기를 끝내면 바로…….’
그때.
[경고.] [경고.] [오블렌의 죄. 악귀의 출현!] [오블렌의 죄. 악귀를 사냥한 자는 보상을 획득합니다.]갑자기 들려온 알림이 민혁의 시선을 돌아가게 만든다.
그곳에 오블렌과 같으나 전혀 다른 존재가 있었다.
[오블렌의 죄. 악신 Lv 1205.]놀란 민혁의 숨이 크게 토해졌다. 곧바로 놈의 시선이 민혁에게 닿았다.
[사라져라.]빠르게 소환된 악신의 서 수만 권이 오로지 민혁을 노리고 있었다.
수만 권에서 떨어진 낙뢰가 민혁에게 동시에 떨어진다.
[경고.] [모든 낙뢰에 직격 시 무조건 강제 로그아웃 당합…….]갑자기 벌어진 일에 민혁은 대응조차 못 했다. 또 들려오는 소리가 그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고작 공격 한 번에 내가 무조건 강제 로그아웃 당한다고?’
요리를 하다 맞이하는 봉변이었다.
그때.
[수호신의 배리어.] [수호신이 당신을 지켜냅니다.] [단 당신은 수호신의 배리어 안에서 누군가를 공격할 수 없습니다.] [수호신의 배리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쿠콰콰콰콰콰쾅-!
푸른 배리어가 민혁에게 내려서며 모든 낙뢰로부터 그를 지켜냈다.
민혁은 오블렌이 지옥의 무저갱에서 다소 늦게 돌아온 이유에 대해 들었다.
그곳에서 만났던 또 다른 자신에 대해서도.
그것이 이런 화근을 만들어낼 줄은 몰랐다.
수호신 오블렌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자 했다.
“막아라, 악신강림을 발동하면 우리는 전…….”
하지만 악귀가 한 발 더 빨랐다.
민혁은 오블렌에게 그의 재앙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의 재앙은 왕국 혹은 제국 내에서 발동될 시 5분 후 ‘멸망’의 길을 걷게 한다 했다.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인데, 나의 HP를 단시간에 50% 미만으로 하락시켜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이론적으론 불가능하다.
-불가능하다고? 왜?
-내 힘이 강림한 순간, 그 자리의 모두는 전투불능 상태가 된다. 발동되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다.
민혁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천외제국 전체에 그 힘이 내려앉았다.
[상태이상 악귀의 공포가 발동됩니다.] [악귀의 공포가 숨을 쉴 수 없게 합니다.] [숨이 조이기 시작합니다.] [수호신의 배리어가 당신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수호신의 배리어 안에서 2분 동안 벗어날 수 없습니다.]민혁은 곧바로 주변을 둘러봤다.
이 자리의 모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오로지 자신만이 멀쩡했다.
오블렌, 밴, 엘피스, 그리고 엘리자베스를 비롯한 모두.
그저 구경 온 유저들과 백성들도 포함이었다.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자신의 목을 부둥켜 잡기 시작했다.
[악신강림이 그들을 더욱더 짙은 공포 속으로 빠트립니다.]인간이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때는, 물에 빠질 때다.
발이 닿지 않는 물속에서 아무리 숨 쉬려고 해도 쉬어지지 않는 그 고통에, 인간은 엄청난 고통과 공포를 느낀다.
그 공포에 질린 자들을 구하기 위해 배리어를 나가려 했으나 나가지지 않았다.
오블렌은 이러한 때를 대비해 자신이 나올 수 없게 막은 거다.
악신강림이 끝나기 전 자신이 배리어를 벗어나면 자신도 죽을 것을 아니까.
[10초 후 모두가 질식합니다.] [9초 후 모두가 질식합니다.]들려오는 알림이 민혁의 얼굴을 질리게 한다.
갑자기 벌어진 재앙에 그의 머리가 새하얗게 질려간다.
[그대는 막을 수 없다. 나의 본체를 수호신으로 전락시킨 인간아.]악신이 웃었다.
[두 눈 뜨고 똑똑히 지켜보거라. 너는 수호신의 힘 때문에 그 안에서 절대 나를 벨 수 없겠지.]악신이 소름 끼치게 웃었다.
[8초 후 모두가 질식합니다.] [7초 후 모두가 질식합니다.]그때.
민혁이 희열했다.
그가 지평선 너머의 어떠한 곳을 바라봤다.
오블렌은 말했다.
단시간. 고작 10초 정도의 시간 안에 자신의 HP를 50% 미만으로 하락시켜야만 이 힘을 멈출 수 있다.
피이이이이이이잉-
검의 울음이 천외제국을 채웠다.
그 아름답고 청아한 울음소리 뒤로.
[만리검(萬里劍).]심검의 마지막 장이 악신을 베어 넘겼다.
서거억-!
[쿨럭……!]악신이 놀란 표정으로 사선으로 뿜어지는 선혈을 바라봤다.
몸에서 뿜어지는 피를 보면서도 그는 웃었다.
그때. 또 한 번 민혁이 지평선 너머를 바라봤다.
오로지 그의 주인인 민혁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검신 코니르가 심검의 마지막 장을 창조해 내는 데 성공합니다.]악신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지평선 너머를 바라봤다.
[어디서 벤 거지? 거리의 개념을 무시한다? 놀라운 힘이군.]악신이 지평선을 바라봤다.
[179㎞ 서쪽 지점. 그곳에서 나를 벤 건가? 재밌군.]그는 단번에 코니르의 위치를 파악했다.
곧, 알림을 들은 민혁이 입술을 비틀었다.
“코니르. 찢어버려라.”
피이이이이이잉-
피이이이이이이잉-
피이이이이이이잉-
피이이이이이이잉-
또다시 검이 울었다.
한 번의 검의 울음이 아니었다.
악신이 그 방향으로 몸을 서둘러 틀며 날아오는 검기를 방어하려 했다.
[3초 후 모두가 질식합니다.]그러나 곧 악신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1초.”
[……!?]소년이 179㎞의 공간을 넘어서 그 앞에 나타나 있었다.
무릎을 낮춘 소년의 주변에서 수십 개의 검이 울고 있다.
“널 찢는데 걸린 시간이다.”
여러 개의 울음을 토하는 검들이 악신을 찢는다.
[악신강림이 해지됩니다.]그의 HP가 50% 미만으로 하락한다.
코니르가 창조한 새로운 심검.
[만리변형검(萬里變形劍.)]공간을 초월하고 사용자가 나타나 적을 찢는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