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49
밥만 먹고 레벨업 1350화
[반복적 행동에 따른 정신적 피로감과 육체적 피로감이 모두 회복됩니다.]60일이 지났다.
아직까지 민혁과 요리의 신은 멈추지 않았다.
탁 탁 탁 탁-
의지의 신도 규칙적으로 목탁을 두들기고 있다.
분명 그들은 육체와 정신적 피로가 회복된다.
‘인간이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하여 힘들어지는 이유는, 잠을 자지 못해서다.’
그러나 그들은 잠을 자지 않아도 잔 것처럼 정신이 개운하고 육체도 회복된다.
‘그래도 힘든 일이야.’
잠을 자는 게 아니라 힘든 또 다른 것.
그것은 60일간의 반복된 행동이다.
10일 동안 가만히 앉아 가나다라마바사만 해도 미치는 게 사람이다.
정신적 피로함, 육체적 피로함을 모두 빼도 그 ‘반복’ 행동은 인간을 미치게 한다.
인간을 미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건 오직 딱 하나다.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인간을 움직이게 한다.
‘훌륭한 투지야.’
의지의 신이 민혁과 알레네를 보며 흐뭇한 시선을 보냈다.
그 흐뭇한 시선 뒤로, 의지의 신의 등 뒤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말하지 않은 사실 하나가 있었다.
무한한 의지와 노력, 용기에 적힌 내용 중에 이런 게 있다.
‘의지의 신이 지정한 자들은 지치지 않으며 어떠한 반복적인 행동을 하여 입은 피해량에서 100% 회복합니다.’
‘의지의 신이 지정한 자들은 반복되는 행동에 따른 정신적 피해에서 계속 회복합니다.’
지금도 그들은 약 10시간 주기로 한 번씩 회복되고 있었다.
그들이 모르는 것.
바로 위에 적힌 내용은 ‘의지의 신’이 지정한 대상들에 한해서라는 거다.
무한한 의지와 노력, 용기 효과로 그 힘이 회복되는 건 오직 그들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왜 목탁을 두들기냐고?
반복하여서 할 수 있는 것 중 그나마 제일 가벼웠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어서다.
그마저도 신의 의지가 끊임없이 발동되며 잠을 쫓게 해주는 ‘잠을 잊은 신’이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그들보다 지금 몇 배는 더 힘든 상태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지의 신은 내색하지 않고 계속했다.
의지의 신이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었으니까.
아테네는 많은 신을 낳으셨다.
신의 여섯 괴물과 같은 자들도 있었으나, 절대신급으로 성장한 자들도 많았다.
그중 의지의 신도 포함되었다.
모두가 하나씩은 특출난 어떤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의지의 신만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그들보다 백 배, 천 배, 만 배 노력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절대신이 되었다. 의지의 신이 작은 미소로 그 둘을 바라본다.
둘은 멈추지 않고 요리했고, 자신 역시 두들긴다.
탁 탁 탁 탁-
40일.
50일.
60일이 지난다.
70일.
80일.
100일이 지난다.
110일.
120일.
130일이 지난다.
그 안에서 휘청거리는 둘에게, 의지의 신은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올리고 스킬을 사용함으로써 그들이 쓰러지지 않게 버티게 해주었다.
재밌는 사실이 뭔 줄 아는가?
놀랍게도 ‘의지의 신’에겐, 남이 아닌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힘 자체가 패시브를 제외하고 없다는 것.
오직 의지의 신이니 의지와 노력으로 해내라는 개 같은 일이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의지의 신은 그들보다 더 혹독하게 싸워갔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에.
* * *
중앙광장.
술렁임이 갈수록 커져간다.
“세상에…….”
“벌써 160일째야.”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 수 있는 거지!?”
“의지의 신뿐만이 아니라 요리의 신, 군신님도 동참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분들을 어찌 절대신 자리에서 박탈시킨단 말인가!?”
“인간을 초월해 일반 신조차 초월했음을 보였으니, 그 자격은 충분하지 아니한가!”
레이커가 바뀌어 가는 군중을 보며 놀랐다.
[170일째 반복 중입니다.]또다시 숫자가 넘어갔다.
‘어찌 이런……!’
레이커는 깨달았다. 어쩌면 정말 그들은 이 신들의 땅에 꼭 필요했던 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자신이 인정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건 그들이 끌어내려지고 자신과 그 수하들이 절대신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었으니까.
‘이대로면 많은 반대표가 생긴다.’
그는 해선 안 될 짓을 저질렀다.
“선동의 신.”
“예.”
그의 파벌 중엔 선동의 신이 있다.
선동의 신의 힘 중엔 ‘선동꾼의 말대로’란 스킬이 있었다.
이 힘은 선동꾼의 말을 들은 자들이 매혹되듯이 홀리게 된다.
그러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선동꾼의 말을 해지할 수 있을 정도라면 풀릴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신의 힘이다.
일반 천민들에게 그 정도 충격을 주는 건 쉽지 않다.
‘그 정도 충격을 주려면 정말 엄청난 요리여야 할 거다.’
이 자리의 모두를 만족시키고 최소한 그 이전의 요리보다 2배 정돈 뛰어나야 할 터다.
“시작해.”
“뭐, 대단하긴 하군! 하지만 지략의 신이신 레이커 님이 절대신이 되신다면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걸세! 그가 노력했다고 하여 자네들의 어떤 것이 변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하긴, 그렇긴 하지?”
“새로운 절대신들은 자네들의 삶을 부흥시켜줄 것이 분명함을 명시해야 할 거야.”
“흐음…… 일리 있는 말이긴 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선동에 따라 많은 이들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개돼지 새끼들.’
레이커가 히죽 하고 웃음 지었다.
* * *
‘이제 그만하고 싶어…….’
[175일째 반복 중입니다.]육체적, 정신적 피로도라 말하긴 힘들다.
단지 어떠한 것을 반복하는 행위를 170일 이상 하게 되자, 요리의 신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녀가 옆을 돌아봤다.
“으으…….”
민혁도 신물이 나는 표정으로 떼어지지 않는 손을 억지로 떼고 있었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
그때 이명이 그녀의 머릿속을 채웠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번져 나가는 이명을 들으며, 이제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여기까지만 하자란 말을 하려던 때였다.
갑자기 자신의 스승님과 어린 시절의 자신의 모습이 회상되었다.
* * *
알레네 역시 태초의 신 아테네의 딸이다.
의지의 신과 다르게 그녀는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흡사 아테네와 닮아 어린 시절 그녀가 두 번째 아테네가 될 거라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소녀 알레네는 아니었다.
“저도 요리의 신이 되고 싶어요!”
스승이자 당대의 요리의 신이셨던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알레네는 요리보다 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니?”
그러나 알레네는 힘차게 도리질 쳤다.
“알레네. 어째서 요리의 신이 되고 싶은 거니?”
알레네는 그 질문에 한참이나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하게 생각해 보고 반지르르한 말을 찾아봐도, 너무도 쉬운 결론이 나왔다.
“모두가 제 요리를 먹고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맛있는 걸 먹으면 행복하거든요!”
그녀가 입을 막고 웃었다.
한참이나 웃던 그녀가 알레네에게 말했다.
“쉽지 않을 거란다. 많은 신들이 자격을 의심할 거다.”
“군신처럼 군대의 선봉에 서 적들을 일망타진할 수도 없을 거고.”
“죽음의 신처럼 지옥을 다스릴 수도 없을 거다.”
“심판의 신처럼 규율과 심판의 힘을 휘두를 수도 없을 거다.”
“그런데도 요리의 신이 되어주겠니?”
“네!”
알레네는 힘차게 답했다.
무릎을 낮춰 그녀와 눈을 맞춘 스승님이 말했다.
“알레네. 나도 항상 바라왔단다. 모두가 먹고 행복해할 수 있는 요리를.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더구나.”
그녀를 천천히 끌어안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언젠간, 네가 나를 대신해 그 요리를 만들어주겠니?”
알레네는 이날. 요리의 신에게 요리를 배울 수 있음을 깨닫고, 그저 신나서 답했다.
“네에-!”
* * *
삐이이이이이이이-
회상에서 깨어난 알레네의 눈이 번쩍 떠졌다.
‘나는…….’
죽음의 신처럼 지옥을 다스릴 수도.
군신처럼 모든 군대를 이끌 수도.
심판의 신처럼 규율과 심판의 힘을 휘두를 수도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그리고 스승과 자신이 꿈꿨던 궁극의 목표.
스승은 그녀에게 남기셨다.
미완성의 요리의 신의 힘을.
하지만 섣불리 그를 완성시키고자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스승님의 손끝에서 수천 번도 더 시도되어 창조되지 못한 그 스킬은, 이제 한 번의 기회만이 남았고, 그 한 번을 실패하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민혁아.”
“네.”
“나하고 함께 스킬을 만들자.”
반복해야 하는 이곳에서 그 ‘반복’은 무엇이 되든 상관없었다.
“……알겠습니다.”
민혁은 그녀의 의도를 알지 못했으나 수긍했다.
곧바로 알레네가 스킬의 창조를 시도하며 공유한다.
[요리의 즐거움 스킬의 창조를 시도합니다.]유저는 자신이 스킬을 창조하고자 시도하려 해도 마음대로 창조할 수 없다.
그러나 NPC들은 다르다.
이들이 ‘검술’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어떠한 조건만 부합한다면 스킬 창조가 가능하다.
[스킬의 창조 난이도가 상식을 벗어납니다.] [당신이 이 스킬을 창조하는 데 성공할 확률은 0.0001%도 되지 않습니다.]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물론 알레네가 아닌 보조를 맡은 민혁에게 들려온 알림이다.
하지만 민혁은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난 먹는 자들의 기둥이다…….’
또 식신이었으며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손재주 스텟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스펙을 가졌음에도 불가능하다 여기는 건, 알레네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일지도 몰랐다.
“알레네 님.”
목이 막힌다.
이건 포기하는 게 어떤가란 생각이 든다.
파아아아아아아앗-
그러나 뜨겁게 타오르는 알레네가 움직인다.
마치 검술을 만드는 기사처럼.
그 손엔 식칼이 들려 있다.
그녀의 앞으로 수만 개의 붉은 점과 수십 개의 푸른 점이 나타난다.
수만 개의 붉은 점 중 수십 개의 푸른 점.
그녀의 식칼은 그 푸른 점을 스쳐야 한다.
문제는 그 푸른 점이 수시로 위치를 바꾸어가고 있다는 거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목이 막힐 정도지만, 다시 말해보려 한다.
“이건 포기…….”
그때.
수화아아아악-
그녀가 식칼을 휘두른다.
수만 개의 붉은 점보다 훨씬 작은 푸른 점을 정확히 갈라낸다.
그녀가 그것을 갈라내자 수백 그릇의 요리에 대한 환상이 하늘로 솟구친다.
[요리의 신이 첫 번째 구간을 완성해냅니다.] [두번째 구간이 시작됩니다.] [당신이 이 스킬을 창조하는 데 성공할 확률은 0.0001%도 되지 않습니다.]여전히 알림은 민혁에게 불가능하다 말하고 있었고, 그녀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자루의 식칼을 쥐고 도마를 자신 있게 두들기는 신난 요리사 같았다.
수천 년 동안 그저 품어왔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다.
[요리의 신이 두 번째 구간을 완성해냅니다.] [요리의 신이 세 번째 구간을 완성해냅니다.] [요리의 신이 네 번째…….] [다섯…….] [여섯…….] [당신이 이 스킬을 창조하는 데…….]나는 불가능한 확률이나 그녀는 나아가고 있다.
[마지막 구간에 들어섭니다.]그제야 민혁은 깨달았다.
그것은 고작 ‘시스템’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그녀보다 시스템적으로 우위에 섰다 해도, 그녀는 수천 년 동안 자신을 아득히 초월하는 수만 개의 요리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자.
“혹시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하려 했니?”
그녀가 또 한 번 식칼을 휘두른다.
[요리의 즐거움 스킬의 창조가 성공합니다.]결국 완성해 낸 그녀가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난 요리의 신이란다.”
깨달았다.
그녀는 ‘요리’에 한해선 어떠한 상식도 깨부수는 천재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