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278
밥만 먹고 레벨업 279화
콩이가 분명했다. 미묘하게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콩이가 쓰고 있는 황금 왕관과 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민혁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검은 기류가 스며들어 각인되어 가는 그림.
그 그림을 본 민혁이 중얼거렸다.
“드래곤……?”
드래곤이 분명해 보였다. 아버지가 데리고 다니는 브레트니나 혹은 데스티니, 암바카와는 분명히 생김새가 달랐다.
지상 최강의 존재인 드래곤!
그러한 드래곤을 황금 왕관을 쓴 콩이는 노려보고 있었다.
그 순간 알림이 울려 퍼졌다.
[식탐의 화신을 펫으로 거느리고 있는 주인이십니다.] [식탐의 화신의 황금 왕관조각 퀘스트 열람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식탐의 화신의 탄생 (1)을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치 않을 시 ‘거절’이라고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민혁 또한 궁금했다.
아기 돼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콩이.
그리고 그러한 콩이가 식탐의 화신이라고 민혁은 알고 있었다.
‘혹시 몰라…….’
식탐이라는 말이 붙는 만큼 콩이에 대한 비밀에 맛있는 게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콩이라는 존재에 대한 것도 무척이나 궁금했다.
“수락.”
[영상시청을 수락하셨습니다.]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 캐릭터가 ‘무적’상태가 됩니다.]민혁의 몸을 빛이 휘감았다. 그리고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나왔다.
껍데기만 남은 캐릭터가 풀썩 쓰러져 깊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민혁의 영혼이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 * *
[500여 년 전. 세상은 혼돈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대륙전쟁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빛이 되어 나타난 민혁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하얀 바탕 위로 떠오르는 붉은색, 피로 물든 듯한 문구들이었다.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열 개가 넘는 대륙들. 아스간 대륙, 폴리콘 대륙, 카르비아 대륙, 베일 대륙, 비레이 대륙 등등이 전쟁으로 인해 무수히도 많은 자가 죽어 나갔다. 이 전쟁의 발발 원인이 되는 것은 바로 ‘흉포해진 제국의 수호자들’이었다.]수호자.
현재 민혁이 있는 우리나라 서버인 아스간 대륙의 두 개의 제국에도 수호자가 존재한다.
이필립스 제국의 수호자는 미노타우르스와 피닉스였다.
그리고 콜로디스 제국의 수호자는 와이번이라고 알려져 있다.
[수호자들은 ‘유토피아.’에서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갔다. 하지만 어느 날 수호자 중 하나인 론트리 제국의 수호자 그리핀이 다른 수호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아크든 제국의 수호자 흑표범 에든이 사망하게 된다.]‘흠…….’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수호자들과 일반 몬스터는 엄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서 피닉스가 있다고 가정한다.
피닉스는 대표적인 이필립스 제국의 수호자였다.
하지만 수호자로 분류된 피닉스와 아닌 피닉스는 확연히 달랐다.
수호자로 분류된 피닉스는 일단은 ‘제국의 수호자’라는 특별함에 의해 일반 피닉스보다 훨씬 더 강력하였다.
즉, 수호자로 분류되는 녀석들은 피닉스들의 황제라고 말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그러한 흑표범 에든이 사망했다?
이는 단순히 수호자들 간의 문제가 아니다.
당연하게도 이로 인해, 제국 간의 마찰이 발발하게 될 터.
그리고 다시 설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재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 다른 수호자인 아이론 제국의 수호자인 다크베어 또한 흉폭해져 수호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수호자들 또한 흉포해져갔고 분노한 제국들은 서로가 배를 타고, 마법을 사용하며,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타 대륙을 넘어가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대륙전쟁’의 발발 원인이다.]그리고 민혁은 계속해서 설명을 들었다.
제국 간의 전쟁은 대륙 간의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와중에, 대마법사 멀더런이 한 가지 사실을 공표했다.
[수호자들은 아주 강력한 세뇌 마법에 걸려 싸움을 시작한 것이 분명하다.]수호자들은 기본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높은 마법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유토피아라는 곳은 어지간한 마법들이 그 힘을 발현하지 못한다.
그에 많은 이들이 그러한 마법을 발현한 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였다.
하지만 이미 발발된 전쟁에 의해 대륙전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전쟁은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신수들의 싸움으로까지 번져가기 시작했다.
많은 피가 흘렀고 많은 자가 죽었다.
그리고 최후의 전쟁까지 치닫고 있었다.
그리고 영상이 변화되었다.
“신수들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막아야만 한다.”
변화된 화면으로 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늑대 머리 형상의 투구를 쓰고 있었으며 그 옆으로는 엄청나게 커다란 하얀 색 털을 가진 늑대가 함께였다.
그리고 곧 그의 머리 위로 정보가 떠올랐다.
[화신의 사자. 베로그.]‘화신의 사자?’
영혼 상태로 그를 보고 있는 민혁은 단번에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바로 과거의 ‘화신의 사자’였다. 즉, 카이스트라가 가진 직업의 본래 주인.
그리고 그때, 누군가 들어왔다.
그의 몸 곳곳에는 용으로 된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아버지하고 비슷한 느낌이잖아?’
민혁은 그의 몸 곳곳에 그려진 용의 문양들을 보며 생각했다.
그 순간, 또다시 그의 정보가 떠올랐다.
[용군주 바로니클.]‘용군주……? 얼마 전에 아버지한테 용군주 클래스에 관련한 직업 퀘스트를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곧이어 용군주가 입을 열었다.
“베로그. 드디어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을 알아냈다. 바로 블랙 드래곤 보르몬이다.”
“블랙 드래곤 보르몬?”
“그래,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어렸을 적부터 파괴적인 성향이 강했다더군, 한데 놀라운 것은 고작 어린 헤츨링일 때에 드래곤 로드 또한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마법과 힘을 구사했다고 한다.”
“그 녀석이 도대체 왜…….”
“이유는 모르겠지만 놈이 수호자들을 조종하고 대륙간의 전쟁을 발발시킨 원흉이다. 놈을 죽이고 우리가 이 전쟁이 더 이상 피로 물들지 않게 막아내야만 한다.”
또다시 문구가 떠올랐다.
바로니클이 말했다.
“놈이 있는 위치는 내가 알아냈으니, 곧바로 쳐들어가지.”
그리고 곧바로 영상이 변화되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블랙 드래곤 보르몬에 의해 3대 신수의 주인들과 신수들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서른의 신수들이 합쳐도 이기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는 3대 신수들.
그들이 무력하게 블랙 드래곤 보르몬에게 패배하고 목숨을 겨우 부지한 채 도망친 것이다.
“이대로라면 우린 최후의 전쟁을 막지 못한다…….”
최후의 전쟁.
승자와 패자로 나뉠 것이다.
전쟁은 끝날 테지만 그 어떤 때보다 큰 피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대마법사 멀더런이 입을 뗐다.
멀더런이 그들과 함께 하는 이유는 그가 소환마법으로 신수 중 하나인 포식뱀을 부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법이 하나 존재한다.”
방법이란 말에 모두가 귀 기울였다.
“절대신수를 깨우는 것이다.”
“……!”
“……!”
[절대신수. 3대 신수들보다 강력하며 신수들의 사이에서도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설명이 지나가고 화신의 사자 베로그가 말했다.
“하지만 절대신수는 위험하다. 놈은 둘 중 하나이지 않은가.”
그에 용군주가 말했다.
“그래, 엄청난 대재앙, 아니면 평화.”
둘 중 하나였다.
깨어날 성격에 따라 다를 것이다. “확실한 건, 이 난관을 해결할 유일한 해결책이지.”
그 말에 그들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결정했다.
그를 깨우기로.
그들은 어두컴컴한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세워져 있는 관이 있었으며 그 주변에는 커다란 쇠사슬들이 칭칭 감겨 있었다.
“아테네 신께선 절대신수가 세상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봉인해놓으셨다고 전해지지, 때문에 만년한철을 이용해 놈을 깨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막았다고 하네.”
만년한철의 앞에 선 4대 신수의 주인들.
그리고 그 넷이 모이면 이 만년한철을 끊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들이 거느리는 신수들이 힘을 발현했다.
펜루스와 포식뱀, 그리고 4대 용들의 입에서 하얀빛이 뻗어 나가며 만년한철을 부식시켰다.
치이이이익-
탱그랑!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식된 만년한철이 스스로 부서져 땅에 뒹굴었다.
멀더런이 강력한 마법들을 캐스팅했다.
그리고 화신의 사자가 동물의 뼈로 구축된 창을 소환하였고 펜루스 또한 그와 함께 전투준비를 했다.
그리고 4대용과 포식뱀 또한 만약의 상황을 바로 대비했다.
끼이이이이익-
쿠우우우웅!
거대한 소리와 함께 관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존재.
그 존재는 다름 아닌 잠을 자고 있던 아기 돼지였다.
“뭐, 뭐야……!”
“돼지가 절대신수라고?”
“컥!!”
그들은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래도 절대신수다!!!”
“모두 경계를 늦추지 마라.”
“만약 놈이 재앙을 원한다면 이 자리에서 기필코 죽여야만 한다!!”
모두가 경계할 때 그 존재가 천천히 눈을 떴다.
꿀꺽-
누군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였다.
그와 함께, 안에서 나타난 아기 돼지가 활짝 웃음 지었다.
“꾸울!!!”
그 웃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 상태로 모든 화면이 정지했다.
그리고 알림이 들려왔다.
[식탐의 화신의 탄생 (1)의 영상이 종료됩니다.] [식탐의 화신의 일기장 (1) ‘나는 누구일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기장 1을 읽으시면 퀘스트가 발동됩니다.]민혁은 고개를 갸웃하며 앞에서 나타난 찢어진 일기장을 볼 수 있었다.
그 일기장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일까?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나는 물음표를 던졌다. 나의 주위로는 단 한 존재만이 있었다. 그는 ‘아테네’라고 하였다. 아테네는 내게 말했다. 너는 세상의 재앙이 될 수도, 평화가 될 수도 있다고. 그러면서 나를 차갑고 어두운 관 속으로 밀어 넣으셨다. 그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답답하지는 않았다. 아테네 신께선 이 관 속이 나의 유일한 세상이라고 하셨고 나를 배려해 이 안에 많은 것을 두셨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고. 나는 이 안에서 맛있는 것을 먹었다.
맛있는 걸 먹는 게 좋았고 행복했다. 시간이 흘러도 이렇게 맛있는 거만 먹을 수 있다면 좋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눈물이 났다.
왜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눈물이 나서 울었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왜 이 안에서 혼자 있어야 하는 걸까?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다.
수십 년 동안 나는 매일매일 울었다.
이 안에는 책이란 것도 있었다. 책을 보며 알아갔다.
세상엔 친구라는 것도 있구나.
가족이라는 것도 있구나.
원래 세상은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자 외로움은 더 커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정체 모를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정체 모를 목소리들은 커다란 쇠사슬을 끊었다.
그리고 나를 혼자 두게 하였던 그것을 열리게 만들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보았다.
팔과 다리가 길쭉하고 두 개의 눈, 털이 거의 없는 정체 모를 자들이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아, 저게 책으로 보던 인간이구나?
그리고 털이 듬성듬성하고 무섭게 생긴 자와 몸통이 기다랗고 콧수염이 자라난 길쭉한 정체 모를 존재들.
난 그들을 보자마자 너무도 반가웠다.
그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이날,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웃는다는 걸 배웠다.]
거기서 ‘나는 누구일까?’라는 일기장이 끝나 있었다.
곧이어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파아앗-
그와 함께 민혁이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다시 캐릭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모든 영상과 일기장까지 본 민혁.
그는 말문을 잃은 표정이었다.
그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았다.
나는 원치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폭식 결여증이란 병을 원하지 않았다.
내가 나쁜 짓을 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내가 태어나 그러한 병에 운이 안 좋아 걸렸을 뿐이다.
그때 세상을 저주했다. 나를 외톨이로 만들고 모든 걸 앗아간 세상에.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민혁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바로 그때.
콩이가 스스로 소환의 방에서 빠져나와 민혁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꾸울?”
콩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콩이를 매일 장난처럼 ‘비상식량’이라고 하긴 하지만 그는 장난에 가까웠다.
자신을 지켜주려고 하는 그를 먹는 존재가 어딨겠는가?
또한, 함께 지내오면서 콩이는 각별한 존재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앞의 콩이는 엉덩이도 씰룩여 춤도 춰보고 코도 파며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
하지만 민혁은 웃기엔 콩이의 일기장을 보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러자 콩이는 그의 어깨에 쪼르르 올라왔다.
그리고 볼을 콕 눌렀다.
“……응?”
“꾸울!”
민혁이 고개를 돌리자 콩이가 조금 전에 보았던 그 영상 속의 행복한 미소로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