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394
밥만 먹고 레벨업 395화
1만 마리의 돼지들이 콩이를 선두로 달려나간다.
그 틈에 있는 콩이. 일부러 갑옷과 황금 왕관, 모든 것을 숨기고 달린다.
영락없는 1만 마리의 돼지 중 한 마리.
“아아아아……! 돼지들이 우리 왕국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려 한다!”
“돼, 돼지들아아아아!!! 고맙다. 크흐흐흑!”
그에 로카드 왕국의 농부들은 감동했다. 실제로 ‘콩이한테 혼날까 봐’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그리고 로리드 후작 또한, 그들의 목소리에 동요되었다.
가슴이 크게 흔들린다.
‘이 왕국…… 돼지들조차 지키려 하는가!?’
그러나 곧 그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랬기에 싫었다. 냄새나는 돼지들을 수도에서 키우며 매일 같이 밭에 나가야 하는 숙명.
어차피 돼지들은 별 힘이 안 될 터!
어느덧 돼지들 1만 마리가 왕국 병사들과 성문에서 비집고 나온 언데드들과 함께 충돌한다.
“꾸이이이이이이이익!”
“꾸이이이익!”
“꾸에에에에엑!”
돼지들의 소리가 전장의 소리를 집어삼킨다.
그러던 그때.
“……!?”
“꾸우우울…….”
로리드 후작은 돼지들이 큰 힘이 되지 못할 거라는 판단에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밑.
그 밑에서 어떠한 정체 모를 아기 돼지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쪼르르르 백마를 타고 올라온다.
로리드 후작 앞에 강아지처럼 앉아 다시 한번 그 똘망한 눈망울로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뭐, 뭐냐, 네놈.”
신비한 돼지로다.
백마를 타고 올라온 것도 모자라, 자신의 앞에 마치 사람처럼 앉아 있다.
한데.
‘귀, 귀엽다……!’
저 통통한 뱃살을 눌러보고 싶을 정도. 심지어 그 아기 돼지가 시무룩한 이유!
“꾸울, 꾸울…….”
로리드 후작 또한 몸 곳곳이 다쳐있었다. 아기 돼지가 그곳을 보며 가슴 아파한다.
가슴이 철렁한다.
“돼, 돼지야. 나를 걱정하는 것이더냐?”
“꾸우울……!”
아기 돼지가 맹렬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에 로리드 후작은 결심했다.
‘그래, 모두가 나를 욕할 것이다. 하나, 이 돼지만큼은 나를 항상 아끼고 존중하겠구나.’
돼지이지만 로리드 후작은 다짐했다. 이 돼지는 기필코 살려서 이곳을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 돼지와 함께 부귀영화를 누리리!
“이리 오너라.”
그가 돼지에게 손을 뻗어 그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꾸우우우울!(훼이크다, 꿀!)”
푹-
콩이가 재빠르게 로리드 후작의 품에서 뺏은 단도로 ‘폭주하는 검’을 사용.
그의 몸이 강력한 타격을 받으며 말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천천히 감기기 시작하는 로리드 후작의 눈!
그리고 콩이는 말의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녀석이 엉덩이로 떨어진 곳은 다름 아닌, 로리드 후작의 얼굴이었다.
뿌지지지직-
콩이가 흔히 말하는 똥 방귀를 뀌었다.
“크허어어어억!”
로리드 후작은 지독한 냄새에 순간, 온몸의 고통보다도 후각적 고통이 더 컸다.
이는 살면서 맡아본 적이 없는 어마어마한 냄새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일어선 아기 돼지 콩이!
씨익-
그가 사악한 미소로 로리드 후작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네 발로 다른 귀족들을 사냥하기 위해 움직인다.
죽음에 이르는 로리드 후작!
‘내, 내가 돼지한테 죽다니……!’
치욕적인 일이었다.
역사에 이렇게 기록될지도 모른다.
로카드 왕국의 로리드 후작. 돼지에게 잠들다.
* * *
성문 앞에서 민혁은 병사들과 함께 밀고 들어오는 언데드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고맙소!”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이 아름다운 왕국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입니다.”
“……!”
“……!”
“……!”
로카드 왕국의 사람들이 그를 돌아본다. 그들은 감격한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었다.
로카드 왕국.
민혁 기준으로 참으로 아름답고 위대한 곳이다.
왕국 내에서 아주 훌륭하게도 맛좋은 돼지들을 키우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모두 농부이기에 그들의 농작물 하나하나는 모두 뛰어날 터였다.
즉, 이 왕국 자체가 농작물의 천국과 같다는 의미였다.
“꾸이이이이이익!”
“꿀꿀꿀꿀!”
“돼지들아!!!”
“크흐흐흐흑, 고맙다. 돼지들아!”
1만 마리의 돼지! 그들이 틈에 뛰어들자 언데드들이 간혹 그 충격에 비틀거리거나 넘어지곤 했다.
피를 흩뿌리며 죽어가는 돼지들!
그 돼지들을 보며 로카드 왕국의 병력은 감동한다.
필시 이 전쟁이 끝난다면 돼지의 동상이 세워지리라.
그리고 민혁은 자신이 계획했던 일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음을 알았다.
1만 마리가 넘는 돼지의 틈.
그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아기 돼지 콩이.
그 틈에서 콩이는 ‘미인계(?)’를 사용하여 성문을 열라 명하는 귀족들을 일망타진하고 있을 것이다.
콩이는 절대신수가 되면서 이제 절대 약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어지간한 하이랭커 한 명 몫을 충분히 해낸다.
심지어 기습적으로 다가오는 콩이를 이길 자들은 많지 않을 터였다.
어느덧, 콩이가 잔당의 귀족들을 모두 사냥한 듯하였다.
더 이상 성문을 열라는 미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또한.
“로, 로리드 후작님!”
“카이노스 백작님!”
“아르나이 백작님!!”
“언데드들에게 당하신 건가? 놈들이 우리가 안 보는 틈을 타 귀족들을 집중타격 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
또한, 로카드 왕국의 병력은 한 번 더 슬픔에 잠겼다.
“이, 이토록 원통한 표정으로 잠드시다니……!”
“눈물? 죽기 전까지 왕국의 몰락에 눈물 흘리신 건가!! 크흐흐흐흑!”
“뭐, 뭐지…… 돌아가신 귀족분들의 시신에서 악취가 난다!”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이 한낱 아기 돼지에게 죽어, 그들이 비통해했다는 사실을.
“성문을 닫아라!!!”
드디어 웅장했던 성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웅-
성문이 닫히고 병사들이 언데드 잔당을 처리하기 위해 힘썼다. 그리고 민혁은 슬그머니 콩이를 다시 소환의 방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부기사단장 베드가 황급히 민혁과 알리에게 다가왔다.
“도움을 주신 건 감사합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베드는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한 사실이었다. 애초에 로카드 왕국의 이들은 종족 자체가 다르다.
그들은 인간과 교류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편이었다.
민혁과 알리는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퀘스트와 재료의 천국을 위해 당신들을 돕고 있다고 말하기는 꺼림칙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혁은 베드가 상당한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아봤다.
‘밴 어르신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 정도였다. 그런데 곧 민혁과 알 리가 들어오는 입구 앞에서 포션을 먹였던 이베로라는 자가 어느 정도 회복한 모습으로 서둘러 베드에게 속삭였다.
“뭐, 뭣이!? 보르몬을 사냥한 영웅들이라고!?”
“……!?”
“……!?”
“……!?”
그 말이 가지는 파장은 컸다. 왕국 전체에 남아 있는 병력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보르몬이 어떠한 존재인지는 그들도 항상 보아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베드도 그 말이 사실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애초에 인간이 이곳을 들어오기 위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면 그것밖에는 없을 테니까.
“허어, 두 분께서는 혹시 보르몬을 사냥하고 우리가 그에게 핍박받으며 살고 있다는 사실에 구하러 오신 겁니까!?”
“그…….”
사실은 아니었다.
민혁은 보르몬의 레어에서 값진 보상과 심지어 맛있는 재료를 찾아왔으니까!
하지만, 베드는.
“크흐흐흐흐흑, 감사합니다. 종족이 다름에도 우리를 위해 이렇게 나서주시다니.”
“그게…….”
베드가 덥석 민혁의 손을 붙잡았다.
“당신들을 우리는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함께 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
“…….”
알리와 민혁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잔학무도한 블랙 드래곤 보르몬! 그가 핍박한 종족. 당신들을 구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그에 알리는.
“아아아아아아, 당신들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미안합니다. 우리가 너무 늦었어요!!!”
눈물까지 글썽이는 알리의 연기!
“울지 말게, 이 친구야. 이렇게 늦지 않게 당도했으니 된 거 아닌가!”
“하, 하지만…… 크흐흐흑!”
알리가 결국에는 눈물 한 방울을 또르르 흘리고 민혁이 그를 살며시 껴안아 토닥여준다.
알리의 연기력은 최고였던 것이다!
두 사람의 환상적인 케미!
그에 몇몇 병력은 자신들도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도 잠시. 바깥에선 여전히 언데드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이 상황에 대해서 정확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예.”
베드는 설명을 시작했다.
“저 언데드들을 이끄는 자들은 ‘죽음의 인도자’들입니다. 이방인들이지요.”
그 말을 들은 알리와 민혁은 적지 않게 놀랐고 빠르게 결론에 도달했다.
‘보르몬의 사망과 함께 그들은 퀘스트를 받은 게 분명하다.’
‘그런데 저 정도 규모의 언데드들을 부리는 이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
‘비공식 랭커들?’
민혁과 알리는 이에 대해서 확신했다.
그들은 비공식 랭커들로 구축된 집단일 것이었다.
“상대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들이 부리는 언데드들은 살아생전과 비슷한 힘을 냅니다. 검술, 궁술, 마법까지도요.”
그래서 문제였다. 본래 언데드라는 존재들은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존재들이었다.
오히려 그러한 존재들을 상대하는 게 편하다. 그 이유는 ‘머리’를 쓰면 되기 때문.
하지만 적들도 머리를 쓸 줄 안다는 게 문제다.
“그리고 결정적 문제는 바로 그들이 데스나이트로 부리고 있는 자들이 한때 과거를 호령했던 자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초대 마법사의 탑장, 창술의 시초라 불리는 자, 그리고 히드라라는 괴수를 부리는 소환술사까지.”
상황을 전해 들은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때론 강력한 기사 1명이 병사 100명보다 나은 법이다.
그리고 저곳의 데스나이트들은 실제로 1만의 병사 몫을 해내고 있다.
그들의 검을 이곳의 이들이 견뎌 낼 리 만무하다.
“일단은 우리 측의 병력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오는데 얼마나 걸릴 진 알 수 없겠군요.”
“병력이요?”
“예, 저 또한 영지를 다스리고 있는 영주이며 작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귀, 귀족이셨군요!”
베드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병력이 당도하는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
“우리 왕국에서 키우는 특산물 중 하나로 먹는 즉시 자신과 종속된 자들을 불러들이는 힘을 품은 ‘종속의 아몬드’가 있으니까요.”
“……!”
“……!”
민혁과 알리가 동시에 경악했다.
농작물이 그러한 힘을 품는다?
즉, 일시적으로 ‘텔레포트’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농작물이라는 거였다.
‘이 왕국은 꼭 지켜내야겠어, 그리고 우리 먹자교 길드와 외교를 해야만 한다.’
로카드 왕국과 외교를 한다면 얻게 되는 이익은 측정 불가일 정도다.
심지어 이러한 특수한 힘을 가진 왕국이라면 더욱더 외교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민혁은.
“아몬드는 맛있죠.”
“아, 예…….”
베드는 고개를 갸웃했다가 곧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곧이어 병력이 서둘러 아몬드를 가져왔다.
아몬드는 일반적인 색이 아닌 황금색을 띠고 있었다.
“이 종속의 아몬드 자체는 많이 자라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아몬드의 숫자 자그마치 200개가 넘어섰다.
확인해 보자 확실히 아군을 부를 수 있는 힘을 품은 아몬드였다.
오독-
입안에 넣고 씹자 고소한 맛이 풍긴다. 다소 딱딱한 식감의 아몬드였지만 씹을수록 입안에서 고소한 맛을 낸다.
오독오독-
“처, 천천히 드시죠.”
오도독오도독-
민혁의 턱뼈가 빠르게 움직인다. 맛있는 아몬드!
그는 지금 병력을 부르는 것보다 맛좋은 종속의 아몬드 맛에 빠져 있었다.
* * *
베드, 그리고 로카드 왕국의 백성들은 기대했다. 보르몬을 사냥한 영웅!
그가 소환할 자들은 어떠한 자들일까?
설마 현재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최고의 존재들일까?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보르몬을 사냥할 수 있었을 터일 거다.
그들이 묘한 흥분감을 내보일 때였다.
거대한 빛에 휩싸이며 한 존재가 나타났다.
그 존재 바로 라면 소년 코니르였다.
“후루루룹, 짭짭 후루루룹 짭짭 맛 좋은 라면!”
앉은 자리에서 양은냄비 뚜껑에 라면을 먹고 있던 코니르!
그가 갑자기 이상한 곳에 와 있자 의아해하며 말한다.
“농부들! 라면 먹고 가라!”
“……?”
“……?”
“……?”
그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베드가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참으로 인자한 분이시다. 전장에서 부모를 잃은 고아를 거두신 게 분명해.’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이들을 기대할 때, 한 노인이 나타났다.
검은 머리카락의 테리우스의 노인 밴!
그는 방금 전까지 루왁 커피 추출을 위해 고양이의 항문을 확인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고양이도 뜻하지 않게 함께 워프 되었다.
“킁킁, 커피 향이 항문에서 진동하는구나. 낄낄~”
“……?”
“……?”
“……?”
베드는 침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다른 자가 나타났다.
“모두 머리카락 자랄 수 있습니다! 믿습니까!? 저를 믿으신다면 여러분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자라나게 해드립니다!! 그러기에 단돈 500만 골드에 모십니다!!! 아, 싸다, 싸!!!”
그리고 웬 이상한 기사가 하늘 높이 양팔을 들어 올리고 외쳐댔다.
“……?”
“……?”
“……?”
이어서.
피부가 검은 마족이 나타났다.
‘아, 아니…… 부리는 수하 중에 마족이 있다고!?’
‘세상에! 역시 우리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그런데 그 마족은 요새 새로운 작품 집필을 위해 노력 중이었다.
제목 ‘왕자님의 마법 도구’였다.
그의 손에 채찍이 들려왔다.
찰싹찰싹-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이걸 이렇게 자세하게 적으면……!”
채찍을 휘두르던 그가 땅에 주저앉아 글을 적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영감이 떠오른다. 영감이! 왕자님의 마법 도구에 반해버린 시녀 에르덴은, 끝내 그의 마법 도구를 훔치는 지경에 이르고!!!”
“……?”
“……?”
“……?”
그리고 마지막.
“헥헥헥헥헥헥.”
“크르르, 크르르.”
“헥헥헥-”
웬 거대한 세 개 머리 개가 나타났다. 그 개는 방금 전까지 로크의 쓰다듬음에 배를 까고 ‘황홀한 표정’ 그대로 누워 있던 그대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꼬리를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
“……?”
“……?”
“……?”
모두의 침묵 속.
베드가 중얼거렸다.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