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25
밥만 먹고 레벨업 426화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온 세계인이 환호한다.
거대한 스타디움의 중심.
그곳에 검은색 슈트를 차려입고 앞머리를 쓸어 올린 민혁이 있다.
스크린 속의 모습이 아니다. 현실의 민혁 그 자체의 모습이다.
그 혼자서 거대한 경기장 내에 서 있는 모습.
그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
아직 폭식 결여증이라는 병마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75㎏이 되긴 하였지만, 약물의 힘 또한 있다고 할 수 있다.
방심한다면 다시 100㎏대로 진입할지도 모른다.
완치란 더 이상 민혁의 머리에서 누군가 ‘먹어라’라고 외쳐대는 그것까지도 사라지는 순간이다.
그러한 것까지 사라진다면.
‘나는 계속 달려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민혁도 사람이다. 때론 욕심 없어 보이며 때론 권력이라고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나누는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그 또한 사람이었다. 세상의 중심에 서고 싶으며 때론 누군가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싶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민혁은 그러한 존재가 되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그가 있는 힘을 다해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린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의 왼쪽 손목에 그려져 있는 태극기. 그것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을 더 뜨겁게 달궈놓는다.
그리고 그때, 민혁이 휴대폰과 연동시켜놓은 아테네에서 알림이 울린다.
띠링!
알림이 울리자 곧바로 휴대폰 화면을 확인해 봤다.
[아테네:세계전 첫 번째 MVP의 칭호를 획득하시는 데 성공했습니다.] [금메달 우승국인 대한민국의 출전 선수들에게 2주일 동안 경험치 25% 버프가 주어집니다.] [아스간 대륙 서버의 모든 유저들이 2주일 동안 경험치 10%의 특별한 혜택을 받게 됩니다.]민혁은 곧바로 MVP 칭호를 확인해 봤다.
(첫 번째 세계전 MVP)
유일칭호
칭호효과
⦁모든 스텟 4%가 상승합니다.
⦁물리 공격력과 물리 방어력이 300씩 상승합니다.
칭호 단기효과
⦁‘신들의 토지’를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명성 2,000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0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확인을 끝낸 민혁. 그가 스타디움 내의 관중들을 둘러봤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 심지어 인도나 베트남까지.
세계의 어떠한 국가를 막론하고 무수히도 많은 사람이 관중석에서 그를 보며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작게 웃음 지은 민혁이 천천히 경기장 내에서 내려가자 미국의 알렉산더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축하드립니다.”
알렉산더의 말에 민혁이 작은 웃음을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추후 세계전에선 PVP 종목도 추가된다던데, 재밌겠지요?”
“재밌겠네요.”
그때 민혁이 출전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때가 된다면 민혁과 한번 붙어보고 싶기도 했다.
“앞으로 더 많은 적이 생기실 겁니다.”
“그렇겠죠.”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테네의 MVP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실질적인 공식적인 최강자.
하지만 이는 공식적 최강자일 뿐이다. 실제로 세계의 숨어 있는 강자 중 누군가는 자신들을 보며 이런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그처럼 숨겨진 지존들이 일부러 참가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데스’처럼.
그 이유 간단하다. 세계전에 참가한다면 전력이 드러날 위험이 있다.
상대방의 스킬과 보유 아티팩트를 알게 된다는 사실은 매우 이로운 효과로 적용된다.
반대로 참가자들은 다른 선수의 것을 알지 못하니 대비하기 힘들어진다.
때문에 유명세는 얻을 수 있으나 많은 리스크 또한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의 숨어 있는 지존 중 민혁을 노리는 자들 또한 많아질 것이다.
“어쩌면 신의 아이들이 당신을 경계할지도 모릅니다.”
“……그런가요?”
신의 아이들.
그들의 정체는 크게 밝혀지지 아니했다. 비밀리에 활동하지만 아주 극소수의 최상위 랭커들만이 그들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다.
그리고 신의 아이들.
그들 또한 신클래스였다.
“정확히 몇 명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의 아이들은 ‘절대신’의 반열에 든다고도 합니다. 또한, 저는 한 명의 신의 아이와 싸워본 적이 있지요.”
쓴웃음을 짓는 알렉산더.
그가 말했다.
“6분.”
“……?”
“제가 무릎 꿇는데 걸린 시간이었습니다.”
민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알렉산더는 세계의 지존이라 불리는 사내.
“그들은 모두 신의 아이들이라는 하나의 명칭에 불리지만 개인들이라는 거 아실 겁니다.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자가 실제 아테네 비공식 랭킹 1위일지도 모르죠.”
“왜 제게 그 이야기를 해주십니까?”
그 말에 알렉산더는 쾌활하게 웃었다.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 말에 민혁은 빙긋 웃었다. 알렉산더가 비추는 것은 그저 호의였다. 그 호의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언제 한 번 우리나라에 놀러 오세요. 함께 식사는 하지 못하겠지만요.”
“네, 꼭 가겠습니다.”
알렉산더가 빙그레 웃음 지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몸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렇다. 신의 아이들이라는 존재들이 있는 것처럼, 아직 민혁은 ‘지존’이 아니다.
* * *
대한민국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식신이 대한민국을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더 나아가 MVP의 자리를 쟁취했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식신이나 일화그룹 등이 실시간 검색어 등에 오르고 있다.
쉴 새 없이 기사들이 쏟아진다.
[일화그룹 주가 대폭 상승 중. 아테네가 현실에 미치는 영향의 힘.] [회장님의 아들 강민혁. 무수히도 많은 광고 제의 쏟아지지만 모두 거절. 그 이유 ‘치료에 중점을 두기 위함’.]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 소개팅에 나와줬으면 하는 남자 1위, 어린아이들의 우상 2위. 어린아이들의 우상 1위는 콩이. 결국, 민혁도 콩이는 이기지 못했다.]매일이 시끄럽다.
그리고 한 청년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푸른 고아원.
민혁이 어린 시절부터 드나들었던 고아원이다.
컴퓨터 앞에 앉은 청년이 자신의 삐뚤어진 뿔테 안경을 맞췄다.
‘형, 축하해.’
그리고 키보드를 두들긴다. 그가 써내려가는 이야기, 민혁과 자신의 이야기이다.
많이 망설였다. 자신은 고아이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밝혀야 사람들이 마케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테니.
민혁에게 입은 과거의 은혜에 답변하기로 한다.
그 이름 임재석. 그는 올해 한국대학교 의과대학에 수석 입학을 해낸 모든 사람의 관심을 사고 있는 이였다.
민혁은 항상 그를 친동생처럼 보살펴주었고 아껴주었다.
그리고 그가 해준 말.
‘넌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야. 재석아, 무너지지 말고 나아가.’
그 말 한마디에 임재석은 한국대학교 의과대학 수석이라는 타이틀을 얻어냈다.
타악!
그의 손가락이 경쾌히 엔터를 친다.
글이 올라간다. 이제 자신이 보답해야 할 때였다.
그리고 대한민국 곳곳.
곳곳에서 많은 사람이 키보드를 두들긴다.
과거의 민혁에게 은혜를 입었던 사람들.
임재석을 시작으로 그들이 올린 글이 더욱더 커다랗게 불씨를 지핀다.
“후아.”
의자에 등을 기댄 재석.
“아테네 최고 축하해. 형.”
그가 빙긋 웃음 지었다.
* * *
대한민국 전체가 다시 한번 뜨거워진다.
포털 검색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식신이 며칠간 고정된다.
뉴스에선 그의 선행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리고 한국대학교 의과대학 수석 합격자의 인터뷰가 사실을 덧붙인다.
‘진짜 식신은 최고다!’
‘갓식신 만쉐이!’
‘키햐! 우리 식신 형님 착한 거 보소!’
‘진짜 가식 없는 이 시대의 훈남 아님니까?’
몇몇 있던 안티들조차도 그 화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묻힐 정도였다.
그리고 고요해야 할 일화그룹 이사진 회의.
이사진들이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 쏟아지는 기사와 주가 상승률을 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얼굴 없던 천사. 민혁의 선행이 계속 알려져 많은 사람이 일화그룹 전자제품 및 식품 구매운동 벌이는 중…….] [TV도 일화, 식품도 일화, 건설도 일화. 항상 바른길만 걷던 일화. 그 아들 민혁도 바른길만 걷는 중.] [일화그룹 주가 최고치 달성. 그 뒤에 있던 대한그룹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 대한그룹 회장. 현재 병원 응급실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이유, 배가 아파서?]“이의 있는 사람 있는가?”
강민후 회장의 말에 평소, 아들 민혁을 데려와 후계자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던 이들이 말문을 닫았다.
“크흠…….”
“흐음…….”
여기에 있는 자 중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었다. 그것도 폭식 결여증이라는 커다란 병을 안고서.
“없군.”
강민후 회장이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이사진들은 감탄한다.
‘대단해…….’
‘어떻게 그렇게 청렴하게 살면서…… 이것이 강씨 부자가 가진 힘인가?’
‘이젠 아들을 거론하며 후계자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도 없게 되었어.’
그렇다. 모두 민혁이 일궈낸 일이었다.
강민후 회장이 일어서 뒷짐을 지고 창문을 열어 창밖을 바라본다.
“이제 후계자 수업을 시작하실 겁니까?”
그 질문에 강민후는 빙긋 웃음 지었다.
“아니, 그저 난 아들이 게임을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할 걸세.”
강민후는 진심으로 기뻤다.
자신이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준 민혁에 의해.
“단지, 응원하며 그 아이를 지켜보다 보면 더욱더 큰 성장을 해나가겠지.”
그의 부드러운 웃음, 그리고 후계자가 게임만 하게 두겠다는 말.
그 말에도 어떤 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그저.
“응원하겠습니다.”
“저 또한 강민혁 군을 강력히 지지하겠습니다.”
“강민혁 군이야말로 일화그룹의 차기 회장 자리가 어울리는 재목입니다.”
강민후는 이사진들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 허허하고 웃으며 창밖만을 바라봤다.
‘아들아, 이제 커다란 돌풍이 불겠구나. 견뎌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최고의 자리에 섰다는 건 그만한 무게를 견뎌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커다란 돌풍이 민혁을 향해 휘몰아치려 하고 있다.
* * *
아틀라스 영지로 이주하게 된 디아블로, 아니 이젠 엘피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사내.
민혁이 세계전을 마치고 돌아온 후, 아직 임무를 부여받지 않고 아틀라스 영지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다시 살기 위해 적응기에 나서고 있다.
그런 그에게 악마 같은 한 존재가 다가왔다.
“꾸울!”
거만한 표정의 돼지가 그를 올려다본다.
참으로 독특한 돼지다.
“이상한…… 돼지…… 거만하게…… 생겼다.”
“꾸울!!!?”
거만하다는 말에 심술이 난 콩이가 주먹으로 잽잽 하고 그의 다리에 원투를 먹인다.
그러더니, 쪼르르 그의 어깨 위로 날아올라 어깨를 툭툭 두들긴다.
“꾸울, 꿀꿀!(앞으로 나만 믿어라, 꿀!)”
뭘 믿으란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엘피스.
그러다 문득 콩이의 귀에 꽂혀 있는 정체 모를 것에 시선이 향한다.
그것은 바로 ‘이어폰’이었다.
아테네는 유저들에게 음악 듣기 기능을 제공한다. 그리고 콩이는 매일 민혁의 이어폰을 빼앗아 음악 듣기를 즐겼다.
“꾸우우울!(내가 특별히 음악 들려주마, 꾸울!).”
콩이가 그의 귀에 이어폰을 꽂아줬다. 그리고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름다운 선율이 그의 귓가에 퍼져 나간다.
엘피스는 근래 ‘행복’을 찾아다녔다.
어떻게 해야 앞으로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까?
그리고 그는 알았다.
이것이다.
음악.
참으로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귓가에 퍼지는 소리. 놀랍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효과가 일어난다.
어색하게 웃음 짓던 엘피스.
그런 그에게 콩이가 무언가를 속닥였다.
“꿀꿀꿀! 꿀꿀!(음악을 들을 땐 이런 말을 해야 더 멋져 보인다. 꿀!)”
이어폰을 넘긴 콩이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속닥였다.
* * *
지금 다급히 엘피스를 찾아 움직이는 한 사내가 있었다. 바로 민혁이다.
오랫동안 엘피스에게 부여할 임무를 골똘히 고민하던 민혁.
그가 해답을 찾아낸 거다.
그렇게 달려오던 그가 엘피스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은 상태로 황홀함에 취해 있다.
그리고 말한다.
“음악……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그러면서 흘리는 한 방울의 뜨거운 눈물!
“…….”
콩이가 알려주고 간 말이었다.
그렇다.
엘피스도 빠르게 ‘민혁화’, 아니, ‘콩이화’가 진행 중으로써 잘 적응하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