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26
밥만 먹고 레벨업 427화
헤이즈는 의자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곧 엘피스를 만나고 오겠다던 민혁이 돌아왔다.
그의 표정은 꽤 심각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영주님?”
그 질문에 민혁은 자신의 턱을 쓸었다.
“나하고 헤이즈를 제외하고 우리 영지엔 정상이 없는 것 같아.”
“…….”
“어떻게 엘피스마저……!”
민혁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헤이즈는 그 말에 생각했다.
‘엘피스를 어부 시킨다고 했던 생각부터가 이상한데요…….’
헤이즈의 관점에선 그러했다. 물론 민혁의 상황을 보아 임무 전달을 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이긴 하다.
‘영주님도 정상은 아니신데…….’
그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참아내는 헤이즈였다. 하나, 민혁이 한술 더 뜨기를.
“그나마 정상인 내가 잘해야지.”
그런 말 있지 않던가.
친구들 무리에서 자신이 유일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것이 바로 민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심각함은 잠시였다. 진중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민혁이 말문을 열었다.
“이제부터 갖가지 방법을 활용한 외부활동을 시작할 거야.”
“외부 활동이라하면?”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비해야 할 테니까.”
그 말에 헤이즈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헤이즈 또한 알고 있다.
그가 거머쥔 우승은 얻은 것도 많았지만 그만큼 경계해야 할 것도 더 많이 생기게 하였다.
왕국 건립에 더욱더 박차를 가한다는 의미이다.
“아르벨과 밴, 코루. 그 셋이 외부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나 또한.”
세 사람은 아틀라스의 핵심전력이라 말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이 빠진다면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단 두 사람.
그 두 사람이 그들의 존재가 잠시 이곳에 없어도 아틀라스를 어느 정도 지켜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바로 브로드와 엘피스였다. 두 사람은 아틀라스의 강력한 검이요, 단단한 방패였다.
그 둘이 있는 이상 아틀라스는 결코 쉬이 뚫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재료의 천국은?”
“로카드 왕국에서 이주해온 이브리드 종족의 영지민들이 말하기를, 수확량이 최소한 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들 또한 신들의 토지의 힘에 매우 놀라고 있습니다.”
“재료의 천국에서 자라나는 것들로 힘을 올릴 수 있는 건 일 인당 열 개가 한계야, 그것을 효율적으로 길드원들에게 제공하고 그 이후에는 병사들에게 배급해.”
각 병사의 어떠한 스텟이든 열 개씩 올라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될 정도의 전력 상승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참, 브로드 경은?”
“축산업에 힘을 기울이던 그는 영주님의 예상처럼 ‘영주님화’에 성공하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몰두하고 있는 나머지…….”
헤이즈는 그간의 일들을 설명했다. 가축들을 죽이는 것을 그가 제지했으며 ‘가축의 씨앗’을 가져왔다고.
“가축의 씨앗에서 자라난 고기들의 맛은?”
“일반 고기들보다 훨씬 훌륭합니다.”
“그렇다면 일단 문제는 없는 건데.”
민혁의 입장에서야 더 맛있는 게 자라난다면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민혁이 허락하자 이윽고 문이 열리며 브로드가 들어왔다.
“영주님. 영주님이 좋아하실 만한 것을 가져왔습니다.”
쿠우우웅-
그리고 브로드가 땅에 내려놓은 것은 붉은빛으로 번들거리는 알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민혁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며 목울대가 크게 들썩였다.
꿀걱-
“드래곤 레어에서 가져온 알인데, 영주님께서 보시면 기뻐하시리라 생각하고 가져왔습니다.”
“……!”
헤이즈는 그 말을 듣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 레어에서 가져온 알이라? 심지어 헤이즈가 책에서 읽은 내용대로라면 드래곤들은 각각의 속성에 걸맞게 알에서부터 표시가 된다 한다.
실버 드래곤은 은색, 블루 드래곤은 푸른색, 그리고 가장 흉포하며 강력하기로 소문난 레드 드래곤은 붉은색이다.
‘레드 드래곤의 알……!’
헤이즈는 희열했다. 레드 드래곤의 알이라면 녀석이 부화하고 성장한다면 아틀라스 전력에 크나큰 힘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민혁도 그 사실을 아는지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다.
그리고 허공에서 민혁과 브로드의 시선이 마주친다.
“이, 이거 톡 까서 계란 프라이 해 먹으면 맛있겠는데요?”
“허허, 소인 영주님의 그 마음을 헤아려 단숨에 챙겨왔습니다.”
“역시 브로드 경밖에 없군요.”
민혁의 눈을 본 헤이즈는 흠칫했다. 그의 눈, 배고픈 자의 눈이었다.
정말 민혁은 드래곤 알을 먹어 버리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다 생각 든다.
‘정말 먹을 수 있다면 엄청난 명약의 힘을 발휘하려나?’
그러나 문제는.
카아앙- 카아앙-
민혁과 브도르가 그 알을 깨려고 시도해 봤음에도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왜 눈앞에 있는데 먹지를 못하니, 왜!”
이것이 바로 김첨지의 설렁탕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브로드가 깨려고 해도 깨지지 않는다는 거면 그 누구도 깰 수 없음을 의미한다.
“내…… 드래곤…… 프라이…….”
글썽글썽 눈물까지 머금는 민혁을 바라보며 헤이즈는 생각했다.
‘역시 영지에선 내가 제일 정상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그녀.
발할라 영지에서 평범한 쌀을 식신 민혁의 가호를 받아 자라난 ‘무력강화’의 쌀이라고 속이며 한 가마에 3만 골드짜리를 3천만 골드에 팔아먹고 있다.
대상인의 재능과 함께 무엇이든 뻥튀기시켜 수백 배의 이윤을 챙기는 헤이즈.
전설의 사기꾼이 되어가는 그녀도 정상은 아니다.
* * *
미국 서버에 위치해 있는 레드 드래곤 브라카드의 레어.
그곳에 드래곤 장로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상 최강의 존재 드래곤!
블랙 드래곤 보르몬보다는 못한 힘을 발휘하는 그들이라고는 하나 그들이 마법의 절대적인 지배자들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브라카드의 레어로 드래곤들이 속속들이 모여드는 이유.
“드래곤 로드의 알을 도둑맞았다는 게 사실인가!?”
드래곤 장로 벨라크의 말에 이 레어의 주인 브라카드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허어~ 어찌 이런 일이!”
“큰일일세. 로드의 알을 훔쳐가다니…….”
전대 드래곤 로드 베이자스는 얼마 전 영원한 안식에 빠져들었다.
드래곤 로드들은 순수한 혈통을 가진 존재들이며 그 누구보다 뛰어난 마법뿐만 아니라 배우는 데에 말도 안 되는 속도를 보이는 존재들이다.
또한, 베이자스는 알을 낳고 예언했다.
‘나의 아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드래곤이 될 것이다.’
알을 낳은 드래곤 로드들은 자신이 낳은 드래곤의 힘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본 힘은 이제까지 보았던 그 어떠한 드래곤보다 뛰어났다고 한다.
심지어 드래곤 로드들마저 상대가 되지 않았던 블랙 드래곤 보르몬의 재능과 힘조차도 짓누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렇기에 드래곤 기사라 불리는 뛰어난 브라카드가 그 알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 누군가 훔쳐가고 말았다.
“너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
장로들의 목소리에 브라카드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은 숙면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그렇다고 자신이 알을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해놓았던 건 아니었다.
“잠을 자는 동안 그는 드래곤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함정과 술수들을 무력화시켰습니다. 또한, 드래곤 장로들께서 레어 인근으로 밀집시켜놓았던 강군들의 눈을 피해 들어왔습니다.”
“어, 어찌…….”
드래곤 장로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드래곤 장로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함정과 각종 술수! 그것들을 무력화시켰다?
또한, 수만 강군의 눈을 피해 레어로 잠입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이는 분명 드래곤 로드의 힘을 원하는 악한 세력이 벌인 일이 분명합니다. 로드의 알의 힘을 빌어 거대한 힘을 거머쥐려는 속셈입니다.”
“대륙을 손에 넣으려는가……?”
“어쩌면 대륙을 파괴하기 위함일지도 모르오.”
“허어…….”
“이런…….”
“어서 빨리 로드의 알을 찾아야 한다네!”
하지만 그들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있는 이곳이 아닌, 다른 대륙에 알이 가 있기 때문이었다.
“찾지 않으면 온 대륙이 불바다가 될 것이야!”
또한, 그들은 모르는 사실.
알을 훔쳐간 자와 얻게 된 자. 대륙 멸망이나 대륙을 손에 넣으려는 것에 큰 관심은 없다.
단지, 드래곤 프라이를 해 먹으려고 할 뿐. 그 사실을 안다면 그들은 눈이 뒤집혀 까무라치게 될지도 모른다.
* * *
드래곤 프라이를 해 먹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던 민혁.
그에게로 브로드가 청했다.
“영주님. 가축들이 병사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을 허락해주십시오.”
“가축들과 병사들이 함께 훈련한다고?”
그 말에 민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가축들은 결국에 ‘지능’이 낮은 존재에 불과하다. 어쩌면 브로드가 육체적으로나마 그들을 강인하게 할지는 모른다.
그렇다고 한들, 가축들을 그 이상으로 교육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또한, 민혁은 아직까지 ‘축산왕 브로드’가 만들어낸 기적에 대해 알지 못한다.
돼지와 소, 닭 등이 매일 훈련을 하며 능력치의 성장을 일구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힘들지 않을까? 가축들과 병사들이 훈련을 한다니. 경솔한 생각인 것 같은데.”
브로드는 가장 강력한 검이다. 그로 인해 아틀라스 영지에서 당연하게도 총사령관 직책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가축들과 병사들을 함께 훈련시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 줄이야?
그가 생각하는 것이, 민혁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축산업을 하며 그가 강군을 양성해주길 바랐다.
“제가 직접 증명하겠습니다.”
브로드가 자신만만해했다. 그와 함께 민혁이 아틀라스 영지의 연병장으로 향했다.
브로드는 이미 민혁이 반대할 것을 알았던 듯, 연병장으로 많은 것을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일동 차렷.”
“꾸이이익!”
“음머어어!”
“꼬꼬~”
“메에에에!”
제각각의 동물들이 일제히 오와 열을 맞춘다.
‘미친……?’
민혁은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그리고 브로드가 닭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닭 한 마리가 매섭게 달리기 시작한다.
“꼬꼬!”
“……!?”
민혁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닭의 뜀박질 속도가 타조 못지않다. 빛처럼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닭의 앞에 ‘과녁’이 존재한다.
심지어 그 과녁은 병사들이 궁수 스킬을 연습할 때 사용되는 과녁으로 구리로 만들어져 있어 나무 과녁보다 훨씬 더 단단하다.
그 순간, 닭이 매서운 기세로 날아올랐다.
“꼬꼬!”
그리고 닭의 부리가 일순간 밝은 빛을 머금었다. 마침내.
퍼엇-
“……!”
닭의 부리가 부드럽게 과녁에 틀어박혔다. 과녁에 매달린 닭이 부리를 빼내며 바닥에 부드럽게 착지한다.
‘미친……! 이게 말이 돼!?’
그런 생각을 하던 때.
이번엔 돼지였다.
마치 황소처럼 뒷발로 땅을 벅벅 파대던 놈이 매섭게 달려나간다.
“꾸이이이이익!”
그리고 그 앞에 병사 여러 명이 거대한 사각 방패로 대열을 유지하고 있다.
그 순간, 돼지의 온몸에 강력한 빛이 맺힌다.
‘닭도 그렇고 돼지도 스킬을 익혔다고?’
그런 생각을 하던 때.
콰아아아아아아앙-
돼지와 병사들이 충돌하자 요란한 굉음과 함께 병사들이 볼링핀처럼 날아갔다.
“…….”
그치지 않는다. 소가 한 명의 병사를 태운다. 그리고 그 앞으로 기마대가 위치해 있다.
기마대와 소가 마주 보고 내달리고 있다.
기마대가 창끝이 없는 창으로 소를 힘껏 찌르지만, 놈의 어마어마한 방어력에 창은 무용지물.
심지어 소는 그대로 말들을 들이받아 버렸다.
“히히히히힝!”
“키히히히히힝!”
말들이 소 한 마리를 이기지 못하니, 경탄스러울 노릇이다.
그러다 민혁의 시선이 또 한 번 돌아갔다.
“저건 또 뭐야?”
그곳에 웬 강아지들 수십 마리가 모여 있다.
종류는 다양하다.
푸들, 포메라니안, 스피츠, 진돗개, 골든리트리버까지.
그들이 일렬로 각 잡힌 군인처럼 군기 잡힌 모습으로 앉아있다.
“유기견들입니다. 탐색, 침투, 미인계(?) 등을 훈련할 것입니다.”
민혁의 눈이 끔뻑거린다. 그러다 그의 시선이 한곳에 머물렀다.
그가 이마에 손을 짚었다.
“사랑이, 소망이, 행복이는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
세 개 머리 켈베로스!
지옥의 수문장!
그러한 세게 머리 켈베로스가 민혁의 말에 앉은 자세로 일제히 고개를 갸웃한다.
녀석의 팔에 ‘견장’이 착용되어 있었다.
그리고 견장에 적혀 있는 내용.
[멍멍부대 반장]“…….”
민혁은 말문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