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48
밥만 먹고 레벨업 449화
“후퇴하라! 후퇴!!”
“신속히 후퇴하라!!!”
세상은 놀랐다. 자신들의 1/30에 불과한 전력에 의해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치는 바라스 왕국군을 보면서 말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먹자교 길드와 도움을 주기 위해 당도한 자들이 하늘 높이 무기를 치켜들며 열렬히 환호한다.
그 함성이 그들이 말도 안 되는 싸움에서 승리했음을 보여준다.
3만의 생존한 대군이 서둘러 후방으로 빠지고 있었다.
아테네에 길이길이 남을 명대사를 만들어낸 지니가 빙긋 웃음 지었다.
“우리는 곧바로 바라스 왕국의 수도로 진격하여 국왕 그레린을 끌어내린다.”
3만의 대군은 후퇴하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는 법이다. 반대로 먹자교의 핵심적인 병력 스무 명이 왕국의 수도에 더 빨리 도달한다면 그레린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수도를 집어삼킬 수 있다.
그렇다.
이제 민혁은 왕이 될 것이다.
‘민혁아.’
잠깐 모습을 드러냈던 그가 주고 간 엄청난 요리들.
지니는 새삼 대단함을 느낀다.
옆을 돌아보는데, 그곳에서 엘피스가 자리에 앉아 허겁지겁 민혁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 있었다.
* * *
엘피스.
그는 전쟁이 끝나자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아싸…… 호랑나비…… 한 마리가…….”
아름다운 노래의 선율!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주다니! 고독한 호랑나비의 비행. 이 얼마나 아름답단 말인가.
엘피스는 민혁이 준 요리를 보면서 활짝 웃었다.
‘민혁…… 고맙다…….’
그의 입가에 걸쳐진 미소. 과거 소악마라 불렸다고 말한다면 그 누구도 믿지 못할 모습이다.
그는 가슴이 지끈지끈해졌다.
자신을 위해서 요리해 준 민혁.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그가 이번에 해준 요리는 다름 아닌 마늘빵과 스프였다.
엘피스의 집은 어린 시절 가난하여 좋은 음식들을 자주 접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 번씩 어머니가 해주던 이 마늘빵과 스프는 별미 중의 별미였다.
이 요리에서 민혁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엘피스. 맛있게 먹어.’
그가 없는데, 앞에서 말하는 것 같다.
그때 누군가 그 앞에 마주 앉았다.
“맛있게 드시게. 영주님이 우리를 위해 몇 날 며칠을 잠도 한숨 자지 않고 준비하셨다더군.”
그 말에 그를 바라봤다. 바로 먹자교의 검 브로드였다. 브로드도 자신을 위해 준비된 음식을 펼치고 있었다.
“맛……있게…… 먹어…… 브로드 경.”
브로드는 그저 작게 웃음 지어줄 뿐이었다.
브로드와 엘피스, 민혁. 세 사람은 이러한 전쟁이 벌어지기 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통해 그 셋은 더욱더 돈독해졌다.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함성 속.
엘피스는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오로지 앞에 놓인 뜨뜻해 보이는 마늘빵과 스프에 집중한다.
스프를 한입 떠먹어본다.
짭쪼름하면서도 진득하게 묻어나는 풍미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감돈다.
‘맛……있어…….’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
아니, 사실 그 맛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이번엔 마늘빵을 집어 든다. 마늘빵의 겉면에 파슬리 가루가 뿌려져 있다.
한입 베어 물면 뜨뜻하면서도 ‘바삭-’소리가 날 것 같다.
그리고 예상처럼.
바삭-
즐거운 소리가 피어오른다. 한 입을 베어 물고 두 입을 베어 물어본다.
바삭바삭하고 짭조름 달콤한 그것이 입안에 들어올 때마다 행복한 미소가 감돈다.
이번엔 스프에 마늘빵을 찍어본다. 마늘 빵으로 진득하고 연노란 스프가 잔뜩 발려져 올라온다.
그것을 입에 넣자 엘피스가 진심으로 행복한 미소로 웃어 보인다.
그와 함께, 다른 이들이 들었던 것과 같이 엄청난 버프 알림이 그를 강타한다.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운 엘피스.
그가 행복한 미소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의 하루는 언제나처럼 푸르고 아름답다. 푸른 하늘로 새하얀 구름들이 떠다니며 새들이 지저귄다.
이 행복, 이 즐거움, 언제까지고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나, 그 행복을 누군가 송두리째 빼앗아가려 하고 있었다.
* * *
후퇴하는 3만의 대군들.
그들에게로 먹자교 길드의 함성이 강타한다.
이벨론 후작은 믿을 수 없었다.
‘어찌…… 어찌…… 하나의 왕국이 고작 저런 길드 하나를 무너트리지 못하고…….’
이벨론 후작은 알았다.
바라스 왕국은 끝이다.
병력을 출정시킨 왕은 백성들에 의해 저절로 땅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그를 먹자교 길드가 집어삼키며 새로운 왕국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3만이라도 살렸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벨론 공작이 개차반의 귀족이라 하나 3만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사실은 알았다.
질 싸움을, 모두가 죽을 걸 알면서 할 순 없는 법이다.
그런데 때였다.
갑자기 정체 모를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이벨론 공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하늘로 시선을 올렸다가 눈을 부릅떴다.
“허어어어억!?”
그가 경악한 이유.
하늘로 집채보다도 더 커다란 검은 팔 두 개가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그 거대한 검은 팔은 하나의 거대한 양피지를 양손으로 잡고 있었다.
마침내.
부우우우우우욱-
양피지가 찢겨졌다. 찢겨진 양피지로 거대한 불이 타오른다.
그리고 그 검은 불은 지상에 위치해 있던 자신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푸화아아아아아악-
불은 피할 수 없었다. 지상에 떨어지는 순간 빛의 속도로 빠르게 번져나가며 병사들을 소멸시켰기 때문이다.
“허어어억!?”
이벨론 공작은 그 불길이 단숨에 병사들의 살을 태워 해골의 모습으로, 해골을 단숨에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불길은 이벨론 공작의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이 이벨론 공작을 집어삼켰다.
푸화아아아아아악-
살이 태워지고, 해골이 남았다.
그리고 이벨론 후작의 뼈가 스르르 허공에 흩어져 사라지고 있었다.
정체 모를 재앙이 3만의 대군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 * *
ATV의 김대국 PD는 먹자교의 승리에 함께 기뻐하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
하나, 그는 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모니터를 보던 직원들의 비명 때문이었다.
“저, 저게 도대체 뭐야!?”
“저게 뭐지……!?”
김대국 PD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도망치던 3만의 대군을 거대한 화마가 휩싸인 것이 보였다.
고작 불 정도라면 놀라지 않는다.
그 대군 3만이 단 3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잿빛이 되어 스르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그 위에 떠 있는 정체불명의 검은 팔.
그 검은 팔이 드디어 형상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는 말 그대로 거대했다.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그것은 검은 팔에서 형상이 갖춰지기 시작하여 몸통, 하체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얼굴의 형상을 만든다. 눈은 도마뱀의 것처럼 좁고 노랬으며 얼굴은 흉악하기 그지없다.
머리에는 두 개의 커다란 뿔이 달려 있으며 등으로 거대한 검은 망토가 휘리릭 감겨있다.
그가 하늘 위에 서서 무심하게 사라진 3만의 대군을 바라본다.
그리고 곧 충격적인 알림이 온 대륙을 강타했다.
[대악마 베로스가 지상에 강림합니다.]“대악마…… 베로스……?”
그와 함께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단숨에 대악마 베로스로 장악된다.
세계 곳곳에 퍼진 알림이었기에 세계 곳곳에서 중계를 시작한다.
* * *
세상이 시끄럽다.
[갑작스럽게 대악마 베로스가 바라스 왕국군 3만을 집어삼키고 지상에 강림했습니다.] [대악마 베로스는 이제까지 한 번도 완전한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마계의 대군주입니다.] [대악마 베로스는 블랙 드래곤 보르몬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존재입니다. 그러한 그가 지금 승리의 함성을 터뜨리는 먹자교 길드를 향해 접근하고 있습니다.]세상 곳곳에 빠르게 그 음성이 울려 퍼진다.
먹자교와 바라스 왕국군의 전투 영상을 보던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대악마를…… 인간이 어떻게 이겨…….”
먹자교의 승리에 방금까지만 해도 뜨겁게 타오르던 무수히 많은 사람이 당혹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아테네에 항의하는 이들도 속출한다.
유저라면, 대악마가 인간이 현재 어찌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즐거움의 회의실.
다급하게 간부진들과 임원들이 달려 들어온다.
사장 강태훈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사장님…….”
박민규 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왔는가. 모두 침착해야 하네.”
하나, 정작 그리 말하는 강태훈 사장의 목소리도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민혁이 디아블로를 자신의 휘하로 두었다.
디아블로는 본래 그렇게 쓰여질 운명이 아니었다. 하나, 유저가 NPC의 운명을 바꾸고 그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했다.
그것이 지금 재앙이 되어 먹자교에 도래하고 있다.
“다행히도 지금 베로스는 재앙의 서를 사용해 강림했어.”
재앙의 서를 사용하면 본래의 힘의 1/2밖에 발현하지 못한다.
하나, 그마저도 말이 안 될 정도로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소환시간은 1시간일세. 그리고 베로스가 바라는 건 먹자교의 파멸은 아니야, 디아블로지. 그가 베로스와 함께한다면 재앙은 내려지지 않을걸세. 베로스도 무리해서 이곳에 오랜 시간 강림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 테니까. 또 자칫 봉인될지도 모를 노릇이니.”
그 말을 듣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안도할 수 있는 사실이다. 베로스는 디아블로만 다시 데리고 간다면 사라질 것이다.
그때, 박민규 팀장이 말했다.
“사장님. 그는 디아블로가 아닙니다. 엘피스입니다.”
“…….”
강태훈과 간부진, 임원들은 모두 말문을 잃었다.
그가 한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사장님도 즐거워하시지 않았습니까. 아니, 이 자리에 있던 모든 분이 꽤 즐거워하지 않았습니까.”
즐거워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불운한 인공지능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자신들 스스로에게 놀랐고 가상현실이라는 곳이 어떠한 곳인지 알려준 그에게 고마웠다.
결국 가상현실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강태훈도 그를 바라보며 기뻐했다.
불운한 삶을 벗어나 행복하게 사는 그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났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떠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강태훈은 속으로 말한다.
‘가지말거라, 엘피스.’
* * *
“이겼다!!”
“와아아아아아아!”
먹자교 길드와 그 동맹국들은 뛸 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엘프의 왕 고든이 용왕에게 악수를 권한다.
“과거의 일은 잊고 엘븐하임에 한 번 놀러오시죠.”
“그거 좋습니다.”
창술사들을 이끌고 온 발라드 후작.
그가 귀신창 밴의 앞에 섰다.
“낄낄~ 어린 줄만 알았던 네놈도 쓸모가 있구나.”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들 모두가 승리의 기쁨에 취할 때였다.
갑자기 유저들이 일제히 얼음이 되어 멈춰섰다.
[대악마 베로스가 지상에 강림합니다.]그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대악마 베로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그런데 그가 지금 지상에 강림했다.
“뭐, 강림할 수도 있지.”
“하하, 그렇지 뭐.”
그들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자신들이 즐거워해야 할 때였다. 어디에선가 강림한 그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그때.
“어? 저, 저기…….”
누군가가 뱉어낸 목소리였다.
거대한 검은 형상이 하늘 위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그제야 그들은 자각했다.
대악마 베로스가 강림한 곳.
다름 아닌, 이곳이라는 사실.
그리고 엘피스. 그의 온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먼 곳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베로스.
‘이제야…… 행복해졌는데…….’
엘피스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그리고 대악마 베로스의 거대한 손가락이 퉁겨지는 순간이었다.
쿠우우우우우웅-
쿠우우우우웅-
쿠우우우우우웅-
쿠우우우우웅-
“크하아아악!”
“커허억!”
“으아아악!”
즐거워하던 먹자교 길드와 그 아군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고통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대악마 베로스의 출현!] [대악마 베로스의 강대한 마기가 공포로 다가옵니다.] [오금이 저리며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모든 스텟 20%가 하락합니다.] [사기가 크게 하락합니다.] [일반적인 인간들은 그에게 전의를 상실할 것입니다.] [베로스의 마기가 일반적인 인간들의 숨통을 조입니다.] [베로스의 분노.] [베로스의 분노가 3분 동안 움직임을 제한합니다.] [3분 동안 대악마 베로스 앞에 만인이 평등해집니다.]“크하아아악!”
“크허어어어억!”
“으아아아아악!”
엘프의 왕 고든도, 용왕도, 발라드도, 귀신창 밴도, 그리고 모든 병력.
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쿠웨에에에에엑!”
“우웨에에에엑!”
병사들은 귀에서 피를 흘리거나 혹은 입에서 토해낸다.
모두가 무력화된 그곳. 엘피스만이 우두커니 서서 다가오는 베로스를 바라보고 있다.
베로스가 말한다.
[나의 품으로 오너라, 그렇지 않다면 모두 죽이겠다.]“…….”
엘피스의 걸음이 한 걸음, 그를 향해 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