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64
밥만 먹고 레벨업 465화
아르드 산.
본래는 바라스 왕국이었던 곳의 수도의 뒤쪽에 위치해 있는 산이다.
아르드 산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 이유, 아르드 산은 영하 20도를 웃도는 날씨였으며 그와 동반되어 등장하는 설원 몬스터들이 강했기 때문이다.
아르드 산의 몬스터들은 굳이 수도로 내려와 백성들을 괴롭히거나 하지 않았기에 방치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꾸울, 꿀꿀꿀.”
한 마리의 아기 돼지가 등 뒤로 이불에 겹겹이 쌓인 아기 드래곤 루나를 업은 채 눈 내린 아르드 산을 오르고 있었다.
“끼헤에에에, 끼에끼에!”
루나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새하얀 눈이 내린 산맥.
나뭇가지와 풀에 내려앉은 새하얀 눈꽃들은 장관 자체였다.
내리는 눈이 볼에 닿으면 스르르 물이 되며 루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그리고 루나.
그녀는 레드 드래곤이었기에 몸의 체온이 항상 높았고 추위로부터 견뎌낼 수 있는 비늘을 두르고 있다.
어린 헤츨링의 부들부들한 갑각이라고는 하나 드래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꾸우우울, 꿀!”
그렇게 좋은 거냐? 정말 귀찮다, 꿀!
콩이가 심술 맞은 표정으로 홱 루나를 돌아본다. 루나의 큼지막한 눈동자가 끔뻑이자 콩이가 홱 고개를 돌렸다.
“꾸우울!”
뭘 배시시, 웃는 거냐. 꿀!
그렇게 말하며 콩이의 입가엔 미소가 한 가득이었다. 그리고 벌렁거리는 분홍 코에서 흘러내린 콧물이 고드름이 되어 있다.
콩이는 냉속성 저항력이 높지 않았기에 추위를 그대로 탔다.
하지만 콩이는 계속해서 산을 올랐다.
미끌-
주르르르륵-
“꾸우우울!”
한 번씩 발을 헛디딜 때마다 미끄러져 나가면 다시 힘을 내어 올랐다.
“끼헤에에에에에!”
힘들었으나 콩이에겐 지금 루나의 즐거워하는 웃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민혁이 루나를 돌봐줄 이를 콩이로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콩이는 장난기가 많고 심술을 부리는 듯한 펫이지만 누구보다 마음씨가 좋은 펫이기도 하였다.
또한, 자신이 지켜야 할 상대가 있다면 모든 것을 내걸고서라도 지켜내는 존재.
민혁은 이를 통해 ‘루나’가 훌륭히 자라날 것이라 확신했다.
“꾸우우우우울!”
작은 아기 돼지의 몸으로도 콩이는 계속 나아갔다. 거세게 부는 눈보라를 헤치며 루나의 머리를 이불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한 번씩은 얼음으로 이루어진 절벽도 올랐다.
‘꾸우우우우울-’
이곳은 오르기 힘들지만 가장 아름답게 뜨는 해를 볼 수 있는 곳이랬다, 꿀.
콩이는 루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네가 보았던 해는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꾸우우우우우울!!!”
“크라아아아악!”
“키헤에에에에엑!”
“크르르르!”
수십 마리의 설원의 몬스터들이 등장하고 콩이는 루나를 등에 업은 채 맞서 싸운다.
아무리 절대신수라 하나 루나를 지키며, 이 추위를 이겨내면서 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콩이는 몬스터들과 싸웠다.
루나는 그를 보며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꾸우우우우우울!”
루나, 손대지 마라! 꿀!
혹여 루나가 몬스터들에게 다칠까 싶으면 몸을 돌려 놈들을 공격하고 본인이 공격을 허용했다.
‘끼에에에에에?’
루나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리고 콩이에게 알림이 들려온다.
[루나가 ‘희생’이라는 정신에 대해 깨닫습니다.] [누군가를 위하여 희생할 때,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나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 그녀가 새로운 이치를 깨닫고 한층 더 성장합니다.] [루나의 모든 스텟 +10이 상승합니다.] [루나의 아버지. 민혁이 보상으로 힘+1 민첩+1이 상승합니다.]콩이의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민혁의 말에 따르면 루나는 앞으로 어떠한 이들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재앙’이 될 수도 ‘영웅’이 될 수도 있다 하였다.
자신이 이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하고 싶다.
그들은 계속해서 나아갔다.
마침내, 마지막 커다란 눈보라를 헤치고 얼음으로 이루어진 절벽의 꼭대기에 섰을 때.
“키헤에에에에…….”
루나와 콩이를 맞이한 것은 바로 코앞에 있듯 커다란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떠오르는 태양이 콩이와 루나를 비춘다.
“끼헤에에에에에!”
루나의 눈이 둥그레진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 태양!
그를 등에 업은 채 양 팔짱을 끼고 흐뭇하게 태양을 보는 콩이!
콩이는 산을 오르면서 몸 곳곳이 찔리고, 베이고, 피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콩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웃고 있었다.
콩이가 말했다.
“꿀꿀꿀, 꿀꿀꿀.”
떠오르는 태양 같은 아이가 되어야 한다. 루나.
지금 눈앞에 보이는 풍경.
그리고 콩이의 말.
[루나가 바른길로 클 수 있게 인도하고 있습니다.] [루나는 태양 같은 드래곤을 꿈꾸게 됩니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태양이 될 것입니다.] [루나의 모든 스텟이+5가 상승합니다.] [루나의 아버지. 민혁이 보상으로 힘+1을 획득합니다.]콩이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와 함께 갑자기 산 정상에서 콩이가 정체 모를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라면과 콜라였다.
그리고 루나는 라면이라는 음식을 맛보고는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루나가 ‘맛있는 것’에 대해 깨닫습니다.] [루나는 맛있는 것을 먹자 기분이 좋아짐을 깨달았습니다.] [루나의 모든 스텟이+3이 상승합니다.] [루나의 아버지. 민혁이 보상으로 힘+1을 획득합니다.]그날 아침.
콩이는 하산하자마자 소환의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잤다.
“우리 루나, 잘 자고 있니?”
밤 동안 있었던 일을 꿈에도 모르던 지니.
그녀가 방에 들어왔다가 경악하고야 말았다.
루나가 작은 헤츨링의 손으로 젓가락으로 뭔가를 집는 흉내를 낸다.
그러더니 그것을 후루루루룹 하고 맛깔나게 먹는 제스처를 취한다.
“끼헤에에에에에!”
꺄르르 웃다가 갑자기 자신의 앞에 잔이 놓여있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음료를 따른다.
“꼴꼴꼴꼴~”
콩이가 콜라를 따르며 냈던 효과음을 따라 하는 루나!
그리고 벌컥벌컥 들이키는 제스처를 취한다.
“키햐아!”
흡사 그 모습. ‘키햐! 취한다!’ 같다.
“…….”
지니의 목에 핏대가 세워졌다.
“콩이이이이이이!! 얘한테 이상한 걸 가르켜어어어어!?”
* * *
대해적 고르피도.
일본 서버에 위치한 바다를 점령하고 더 나아가 온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바다를 점령한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활동했던 수백 년 전, 고르피도의 기록서에 서술된 내용,
‘고르피도는 바다의 악마이다. 그를 바다에서 만난다면 피할 수 없다. 죽음뿐.’
이라고 서술되어 있다.
빼앗고, 약탈하고, 죽이며, 바다의 절대자가 되었다.
영원히 절대적일 것 같았던 고르피도 역시도 죽음을 맞이했다.
죽음을 맞이한 고르피도의 영혼은 곳곳을 떠돌았다.
여전히 바닷가에서 사람들의 것을 빼앗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절대신 중 누군가, 고르피도에게 벌을 내렸다.
그러나 고르피도는 그 벌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르피도는 계속 영혼 상태로도 빼앗고 죽이며 살아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특이한 소녀를 만났다.
고르피도는 배에 있는 모든 자를 죽였다.
그런데 살아남은 마지막 소녀는, 살려달라며 애원조차 하지 않았다.
‘꺼지거라, 재미없는 년이군.’
고르피도는 어쩐 일인지 그 소녀를 죽이지 않았다.
그리고 소녀가 말했다.
‘갈 곳이 없어, 난 처음부터 고아야. 이 사람들의 죽음. 관심 없어. 어디로 가야 할까?’
소녀가 물었다. 고르피도는 황당해졌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었다.
‘같이 가려면 가던가. 난 이제부터 온 바다를 절망에 빠뜨릴 거거든.’
‘좋아.’
소녀는 고르피도를 따랐다.
영혼 상태의 반투명한 고르피도였으나 그와 함께했다.
고르피도는 소녀를 신비로이 여겼다.
고아였고 해적들에게 잡혀서 고통받다가 해군들에게 구출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또다시 해적이 해군을 습격하고 그녀가 해적들 손에 넘어갔다.
그 해적의 배를 고르피도가 잔혹하게 학살한 것이다.
소지품처럼 돌아다니던 그녀에게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감흥은 없었다.
그녀와 함께 세상을 돌았다.
‘고르피도!!! 이것 봐! 이번에는 이렇게 많은 보물이 있어!’
‘미친년. 사람들이 죽었는데 기뻐하다니?’
‘넌 사람들을 죽이면서 할 말이냐? 해적 놈아!?’
대해적 고르피도를 무서워하지 않는 유일한 소녀.
그에게 반말을 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 웃는다.
‘네년 꿈이 있긴 한 거냐? 언제까지 나를 쫓아다닐 것이냐!’
고르피도는 어느 날 그녀에게 물었다.
‘하고 싶은 일? 상인. 아주 돈 많은 상인이 되어서 세상의 모든 고아를 살 거야,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거야.’
참으로 특이한 소녀였다.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약탈한 보물을 보며 좋아한다.
그리고 그 보물로 고아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단다.
그러던 어느 날. 고르피도는 깨달았다.
‘……지키고 싶다, 이루어주고 싶다. 네 꿈을.’
대해적. 약탈만을 아는 고르피도가 새로운 꿈을 품었다.
자신의 영혼이 소멸하는 한, 이 소녀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고.
그에 더욱더 강행군을 이어갔다.
죽이고 빼앗으며 약탈했다.
소녀의 꿈을 위해서 쉬지 않고 내달렸다.
세상의 모든 고아를 사들이려면 정말이지 많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시 살아난다면…… 멋진 아비가 될 수 있을까?’
해적 고르피도는 품어선 안 될 꿈조차 품었다.
고작 죽은 영혼에 불과한 그가 소녀를 보며 그녀의 아비가 되고 싶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소녀는 해적 고르피도를 누구보다 더 따랐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배의 갑판에 선 고르피도를 향해 손을 흔들며 웃어보였다.
‘고르피도! 이 못생긴 해적아!!’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응? 하하하하!’
두 사람은 함께 기뻐하고 행복해했다.
‘안들레. 오늘부터 네 이름은 안들레야.’
‘안들레? 촌스러!’
‘초, 촌스럽긴!? 아주 예쁜 이름이다!’
‘성의를 생각해서 안들레가 되어주지!’
그녀에게 안들레라는 이름 또한 지어줬다.
고르피도는 행복했다. 약탈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즐거움을 깨달았다.
매일매일 그녀와 함께하는 해적의 삶이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들레?’
그녀가 배에서 사라졌다.
고르피도는 그녀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바다의 곳곳을 헤집고 다녔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의아한 것은 그녀가 있던 흔적조차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안들레!!! 안들레에에!’
그는 안들레를 찾아 온바다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10년, 20년이 지났다. 그렇게 그녀만 찾아다니던 그.
번쩍-
갑자기 꿈에서 깨듯 그는 눈을 떴다.
그런 그 앞에 아주 오래전 자신이 침범했던 배가 보였다.
그리고 배 위에 살아생전의 자신이 있었다.
‘왜 내가 저기 있지?’
고르피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어째서 저기 있는가? 더 의아한 건 죽기 전의 모습이라는 거다. 살아있을 때의 대해적 고르피도!
그러던 때였다.
고르피도의 눈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함선에 있는 모두를 죽인 살아생전의 고르피도는 한 소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 소녀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사, 살려주세요…… 저, 저는 꿈이 있어요…….’
‘꿈이라? 한번 들어나 보자.’
‘도, 돈을 모아 고아들을 사들일 거예요. 그 아이들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니, 제발…….’
‘크하하하하하하!’
살아생전의 고르피도는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을 쳤다.
툭-
데구르르-
그녀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감기지도 못한 그녀의 눈이 원통함에 차 있다.
‘헛된 꿈이다. 크하하하하!’
천천히 안들레가 쓰러졌다.
그렇다. 안들레는 절대신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안들레는 본디 고르피도에게 오래전 목숨을 잃었던 소녀.
자신의 딸만큼이나 소중히 했던 소녀 안들레.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하겠다 다짐했던 고르피도.
그녀를 죽이고 비웃은 사람.
바로 ‘고르피도.’ 본인이었다.
‘끄아아아아악, 으흐흐흐흑! 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안들레…… 안들레에에, 으아아아!’
사실을 깨달은 고르피도.
그가 좌절하고 절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