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25
밥만 먹고 레벨업 526화
진실을 엿보는 것을 선택한 민혁.
그는 이젠 라르도의 시점이 아닌, 라반베르크의 시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마도 라반베르크의 그 감정마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리라.
곧바로 라반베르크의 시점에서 장면이 펼쳐졌다.
라반베르크가 처음 자신의 신하들을 죽이기 전의 장면들이었다.
충직한 신하들이 말한다.
“전하, 라르도 왕자의 성장이 무섭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라르도 왕자께서 전하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 분명합니다!”
“라르도 왕자를 미리 치셔야 합니다. 라르도 왕자가 전하의 자리를 노린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그를 단죄하여 왕좌를 지키소서!”
그와 함께 설명이 들려온다.
[라반베르크. 그에게로 죽음의 신은 살육을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라반베르크의 정신은 죽음의 신조차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뛰어났습니다.]민혁은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죽음의 신마저 이겨낼 정도의 정신력이라고?’
신하들이 계속 재촉한다.
“전하, 어서 빨리 라르도 왕자를 단죄하소서!!”
“그를 죽여야 전하가 삽니다!!!”
“닥쳐라!!! 내 아들의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못할 것이다!”
신하들은 라르도를 죽이기를 청한다.
이때 라반베르크는 강한 정신력으로 죽음의 신을 밀어내고 있었으나 그 자리에서 그 신하들을 모조리 죽이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는 곳곳에서 라르도를 죽여야 한다는 핏대를 세우는 신하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느 날은, 자신의 승낙 없이 기사들이 라르도를 기습하여 죽일 것이라는 이야기 또한 듣게 되었다.
라반베르크는 그대로 달려가 그자들을 모조리 참하였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라르도를 죽여야 한다며 자신들끼리 꿍꿍이를 가지는 모든 자를 죽였다.
나의 아들을 죽이려는 자들을 아들을 지키기 위해 죽인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폭군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라르도에게 이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아비에게 위험이 되기에, 너를 사람들이 죽이려 한다. 그것이 라르도에게 얼마나 큰 고통으로 다가올지 알았기 때문이다.
라반베르크는 그 짐을 혼자서 거머쥐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라반베르크의 충신들이 왕국을 떠난 라르도를 찾아가 자신을 치라 말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나 라르도가 거절하자, 그들은 돌아오는 길 라반베르크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사실에 역으로 라르도를 죽이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들 또한 라반베르크는 단칼에 죽여버렸다.
그리고 라반베르크가 죽기 전 그날 밤.
라반베르크는 라르도가 반란군을 모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라반베르크.
그는 창가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정원을 통해서 은밀히 들어올 때, 아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나를 폭군으로 기억해라, 아들아. 나를 그리워 말고 증오하며 진짜 왕이 되어 살거라.”
그는 잠든 척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 마지막 말을 중얼거렸다.
“사랑한다. 아들아.”
라르도가 검을 들어 올렸지만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라르도. 내가 죽어야, 네가 살 수 있다.’
그의 복부에 라르도의 검이 꽂혔다.
푹-
라반베르크는 안심했다.
자신이 죽음으로써 라르도는 더 이상 목숨을 위협받지 않아도 되겠구나.
내가 죽음으로써 이 왕국은 더 단단해지겠구나.
하지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비급.
그는 죽음의 신의 저주가 아들 라르도에게 계승될 것을 알았다.
그랬기에 스스로가 그를 사용하지 않고 라르도를 위해 남겨두었다.
그 말을 전하기 위해 그의 볼을 쓸며 부른다.
“라르도.”
하지만 차마 마지막 말을 뱉지 못하고 그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와 함께 모든 장면이 스르르 흩어졌다.
“…….”
민혁은 말문을 잃었다.
라반베르크는 폭군이 아니었다. 민혁의 감정이 울컥하고 치솟아 올랐다.
아들의 손에 죽기를 선택한 비운의 왕.
마지막까지 아들이 자신에게로부터 이어질 저주를 벗어나게 하기 위해 비급을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왕.
그는 절대적인 왕이었으나 평범한 아버지처럼 아들을 위한 길을 선택했다.
그때 당시 라반베르크가 느꼈던 아픔이 민혁의 가슴을 후벼팠다.
그에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라반베르크는 미치지 않았었다…… 라르도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알림이 들려왔다.
[기억의 꿈에서 깨어납니다.]* * *
에반을 비롯한 천외국 이들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민혁에게 다가갈 때. 눈물 흘리던 민혁이 눈을 떴다.
“후우.”
눈물을 훔쳐낸 민혁은 잠들어 있는 라르도를 돌아보았다.
라반베르크가 원했던 바는 모두 이루어졌다.
라르도는 과거 존경했던 아버지를 폭군으로 기억하며 그를 증오하고 원망하고 있었으니까.
“괜찮으십니까?”
에반의 질문엔 민혁을 걱정하는 것도 있었지만 해답을 찾았냐는 것도 포함된다.
“네, 괜찮습니다. 그리고 방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민혁은 곧바로 천외국 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에메랄드 산으로 가서 두 개 머리 바위의 밑을 파헤쳐보면 책이 나올 것이다. 당장 그곳으로 가라.”
“예!”
천외국의 간부진들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에메랄드 산은 루마이 왕국 내에 있었기 때문에 찾아오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에메랄드 산으로 향했던 칸이 머지않아 무척이나 오래된 상자를 민혁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민혁은 천천히 열어젖혔다.
그 안에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비급이 들어 있었다.
비급을 꺼낸 순간 민혁에게 알림이 강타했다.
[해방의 비급을 획득합니다.]민혁은 곧바로 해방의 비급을 확인해봤다.
(해방의 비급)
재료등급: 신
특수능력:
⦁사용 시 어떠한 신의 저주에서라도 벗어날 수 있다.
⦁신과의 계약을 통해 받게 된 저주의 경우 커다란 위험과 부딪쳐야 할지도 모른다.
신의 저주를 받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신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에 그의 저주를 받는 경우.
혹은 신과의 계약을 통해서 그의 저주나 혹은 오랫동안 그와 연결된 족쇄를 차야 하는 경우.
비급의 설명대로라면 후자의 경우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신의 힘이 탐났기에 그의 힘을 빌었으나 대가를 치르기 싫다? 말도 안 되지.’
그랬기에 커다란 위험과 부딪쳐 이겨내고 그 족쇄를 풀어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위험일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그런 생각을 하던 때 곧바로 알림이 들려왔다.
[히든 퀘스트: 잠든 무신 라르도 완료.]띠링!
[연계 퀘스트: 무신의 저주]등급: SSS
제한: 라르도가 잠든 이유에 대해 알아낸 자.
보상: 패왕도.
실패 시 패널티: 무신의 폭주.
설명: 죽음의 신에 의하여 폭주하지 않기 위해 루마이 왕국의 왕 라르도는 스스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를 저주로부터 해방시키고 잠에서 깰 수 있게 도와줘라.
“……!”
민혁이 새롭게 연계된 퀘스트창을 보고 경악한 이유.
‘패, 패왕도라고!?’
패왕도.
꿈속에서 민혁은 똑똑히 본 적이 있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약 3만에 가까운 병력을 쓸어버린 말도 안 되는 극강의 공격기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한 스킬을 자신이 얻을 수 있다고 되어있다.
문제는 실패 시 패널티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었다.
무신이 폭주한다.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병력이라면 무신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가 폭주한다면 그를 죽임으로써 막아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다양한 변칙요소가 천외국과 민혁에게 해가 되어 다가올 확률이 높았다.
‘해방의 비급의 위험 또한 나는 알지 못한다.’
해방의 비급에 적혀있는 커다란 위험과 맞서야 한다는 내용.
그 또한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그래도 그 문제를 다 제치고서도 무신의 저주를 해방시킨다면 그가 얻게 될 것들이 무척 많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은 쉽사리 나지 않았다.
심상치 않은 민혁의 표정에 에반이 말했다.
“저는 천외국의 왕인 당신을 원망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래 주면 고맙긴 하겠는데?”
민혁이 에반의 말에 부드럽게 웃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루마이 왕국의 다른 이들 역시 그를 동감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민혁이 최소한 자신만을 위해 라르도를 깨우려 하는 것은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민혁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곧 해방의 비급을 사용할 거다. 문제는 해방의 비급을 사용하면 커다란 위험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 위험이 무엇인지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겁니까?”
“그래.”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을 비롯한 천외국 이들이 경계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민혁이 천천히 걸음을 떼어 라르도에게 다가갔다.
[라르도에게 해방의 비급을 사용하시겠습니까?]해방의 비급이 질문해왔다.
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사용한다.”
곧바로 해방의 비급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환한 빛이 터져 나오던 비급이 펼쳐지며 촤르르르륵- 책장이 넘어가기 시작한다.
그 빛은 라르도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고 잠들어 있던 라르도의 고개가 들어지며 정면을 바라봤다.
번쩍-
그의 눈이 떠지는데 흰자 검은 자 구분 없이 칠흑처럼 검기만 했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아-
라르도에게서 검은 기류가 솟구쳐 나오기 시작했다.
“설마…….”
민혁은 자신이 생각했던 ‘위험’의 최악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 최악.
바로 무신 라르도와 싸우는 것이다.
곧바로 알림이 강타한다.
[저주받은 패왕 라르도가 깨어납니다!] [해방의 비급을 사용함에 따라 죽음의 신의 저주가 라르도를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라르도를 굴복시켜야만 그를 해방시키실 수 있을 것입니다.] [라르도를 굴복시켜야 하는 자는 비급을 사용한 한 사람뿐입니다.]곧바로 민혁의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바깥으로 빨려 나가기 시작했다.
“크흐으으읍!”
“어어억!?”
패왕의 스승이었던 에반조차도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깥으로 빨려 나갔다.
곧바로 유일하게 존재하는 하나의 문에 투명한 벽이 생성되며 안으로의 진입을 통제했다.
“미, 민혁아!!”
“전하!!!”
“천외국의 왕이시여!!!”
모두가 투명한 벽에 막혀 그를 불렀다.
민혁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곧바로 또 다른 알림이 들려왔다.
[라르도를 굴복시킨다면 반쪽짜리 패왕도를 얻을 수 있으며, 라르도 또한 반쪽의 패왕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 *
박민규 팀장과 이민화 사원.
특별 유저 관리팀에서 두 사람은 손에 땀을 쥔 채 민혁과 무신 라르도의 대치를 바라봤다.
“팀장님, 패왕도를 나눠 갖는 이유는 뭐죠?”
“간단한 이치야. 패왕도는 신의 힘을 빌어서만 사용할 수 있는 힘. 그 힘을 반씩 나눔으로써 패널티를 벗어나고 대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패왕도를 얻는다. 그만큼 패왕도는 약해지지만 패널티는 벗어나는 거지.”
“반쪽짜리 패왕도라고 할지라도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 않나요?”
“그렇지. 그 어떤 유저가 사용하는 스킬보다 훨씬 더 위대하고 강한 힘을 거머쥘 수 있지.”
박민규 팀장의 목이 탔다. 그리고 입가엔 어색한 미소가 감돌고 있다.
그가 생수를 따서 목을 축이고 말했다.
“그런데 패왕도보다 민혁은 더 큰 것을 거머쥘 수 있어.”
“더 큰 거라고요?”
이민화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패왕도를 얻는 것보다 더 큰 힘을 민혁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민규 팀장이 모니터 속 라르도를 보며 말한다.
“반쪽짜리 패왕도라고 하나 그를 사용하게 되는 라르도는 어떻게 될 것 같아?”
“……!”
이민화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그러고보면 라르도는 패왕도를 계승받고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그 의미.
“라르도가 절대지존 NPC에 오르는 건가요?”
“맞아, 그리고.”
박민규 팀장의 말을 이민화가 이었다.
“민혁 유저의 또 다른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