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24
밥만 먹고 레벨업 525화
라르도의 꿈속에 들어가는 것을 시도한 민혁에게 많은 알림이 들려온다.
[라르도의 꿈을 엿봄으로써 그가 찾고자하는 것을 쫓게 됩니다.] [라르도의 인생의 일부를 볼 수 있게 되며 라르도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라르도가 찾고자 하는 것이 없을 시, 당신은 ‘기억의 꿈’의 패널티를 받게 되며 상대방의 스텟 능력치와 업적에 따라 패널티가 달라집니다.] [라르도는 무신이라 불린 자입니다! 그가 남긴 업적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이 없을 때, 당신의 패널티는 사망. 이후 모든 스텟 2% 하락. 3일 접속 불가입니다.]“…….”
신음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패널티였다. 이 패널티가 더 극악으로 느껴지는 건, 꿈속에 들어가는 걸 시도하기 전엔 자신이 어떠한 형벌을 받을지 알 수 없다는 것.
‘제발…….’
라르도가 찾고자 하는 것이 있었기를.
그러던 때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
어떠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너무도 매력적인 중저음이었다.
“난 아버지를 죽이고 아버지의 비급을 탐했다.”
“……!”
민혁은 그 목소리를 듣고 은연중에 눈치챘다.
목소리의 주인은 패왕 라르도가 분명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그의 비급을 탐했다?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 이유. 라르도는 ‘성군(聖君).’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자한 왕이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무신의 나라가 강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백성들의 믿음.’도 있었으며, 라르도가 그만큼 백성들을 자애롭게 다스리며 그들을 보듬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라르도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다.
‘왕좌를 탐하기 위함인가?’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섣부른 판단을 하긴 일렀다.
곧 어둠이 걷어지며 첫 번째 장면이 나타났다.
허름한 복장을 한 건장한 중년 사내와 어린 소년이 함께 높은 산의 정상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마도 산을 오른 것이리라.
어린 소년의 머리 위로 ‘라르도’라고 표기되어 떠올랐다.
“아버지! 저 또한 아버지 같은 훌륭한 기사가 되고 말 거예요!”
“허허허, 라르도. 무슨 소릴 하는 거냐. 훌륭한 기사라니? 기사가 되어선 안 된단다.”
“에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라르도에게 그의 아버지가 인자하게 웃으며 머리 위에 손을 얹는다.
“라르도. 너는 이 땅의 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아비가 그리 만들어 줄 것이다.”
그와 함께 알림이 들려온다.
[루마이 왕국의 15대 국왕 라반베르크의 어미는 천한 자였다. 왕족인 그는 다른 왕자들과의 서열 다툼에서 밀려나 루마이 왕국 깊숙한 곳에 은신한 채 살아가며 아들 라르도를 홀로 키워내고 있었다.]지금의 장면을 보여주는 설명이 들려온다.
[라반베르크는 좋은 아버지였고 라르도는 그를 존경하는 꿈 많은 아들이었다.]라반베르크가 아들 라르도를 목마를 태워 산을 하강하며 함께 웃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스르륵- 두 사람이 허공에 흩어져 사라진다.
[라반베르크의 아버지인 국왕은 폭군과 같았다. 높은 세금과 귀족들을 배불리는 정책. 잦은 전쟁으로 백성들이 피폐해졌다. 또한, 왕자들은 국왕을 쏙 빼닮으니 많은 자가 슬퍼하였고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그리고. 반란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장면이 바뀌며 그곳이 보여진다.
12살의 라르도가 넓은 대지를 향해 허리춤에 검을 찬 채 내달리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당도한 곳. 라반베르크가 싸우고 있는 처절한 전쟁터였다.
2만의 반란군과 30만의 왕국군.
누가 봐도 열세인 숫자였으나 그 틈에서 라반베르크가 하늘 높이 검을 치켜들고 외친다.
“썩어버린 국왕을 몰아내고 나라를 구원하라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
라반베르크를 따르는 반란군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그리고 라반베르크의 검이 강력한 힘을 머금고 넘실거린다.
“패, 패왕도다!!”
“라반베르크의 패왕도!!”
‘패왕도?’
민혁은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패왕도라는 힘이 ‘비급’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반베르크가 앞에서 몰려오는 대군을 바라본다.
그의 검에 검은 화염이 일렁인다.
그가 검을 내리친 순간.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앙-
대지가 격동하며 그의 검에서 일어난 폭발이 앞에서 몰려오든 모든 적을 집어삼킨다.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검은색의 폭발이 커다란 해일처럼 적들을 집어삼키며, 그 안에 있던 적들 3만을 단숨에 잿더미로 만들어 소멸시켜 버린 것이다.
‘미친……!?’
3만의 병력이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 모습을 먼 곳에서 바라보는 소년 라르도.
‘아버지…….’
그리고 라르도의 감정이 민혁에게 고스란히 유입되어 온다.
라르도가 느끼는 감정.
존경심과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었다.
혹시 아버지가 위험할지 몰라 12살 소년인 라르도가 달려왔음이 그가 얼마나 아비를 아꼈고 그 아비가 얼마나 라르도를 아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든 장면이 스르르 흩어지고, 새로운 장면이 보여진다.
라반베르크가 화려한 왕관을 쓴 채 루마이 왕국 백성들을 바라본다.
“라반베르크 전하 만세!!”
“라반베르크 전하 만만세!!”
백성들이 힘껏 그를 찬양하고 소리친다.
라반베르크가 자신에게 씌어져 있던 왕관을 아들 라르도에게 빙긋 웃으며 씌워준다.
라르도가 코를 비비며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백성들이 찬양하고 라르도가 웃는 그 장면에서 멈춘다.
[루마이 왕국은 안정을 찾아갔다. 라반베르크는 성군이었고 피폐해졌던 백성들은 그를 따라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루마이 왕국은 강성해져 갔다. 작은 영토를 지녔으나 그들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를 노리는 다른 왕국들과 제국이 있었으나 그들은 루마이 왕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라르도의 성장은 매우 뛰어났다.]나라를 바로 잡은 라반베르크.
그의 아들 라르도.
[라르도는 열여섯이란 어린 나이에, 라반베르크가 스물아홉이란 나이에 올랐던 경지를 넘어섰다. 스물이란 나이엔 라반베르크를 제하고 왕국에서 그를 이길 자가 없었다. 라르도 또한 라반베르크를 닮아 성군이 될 재목이었으며 루마이 왕국의 기둥이었다. 그리고 라반베르크가 쉰이란 나이를 넘었을 때, 라반베르크가 변하기 시작했다.]장면이 다시 시작되었다.
황급히 달려가는 라르도가 보인다.
그가 문을 열어젖혔을 때, 말도 안 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왕좌에 앉아 있는 라반베르크가 피에 절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그를 아끼던 충신들이 죽어있었다.
“저, 전하…….”
“……라르도.”
민혁은 라르도의 감정을 그대로 느꼈다.
그것은 혼란이었다.
성군이자 인자한 왕인 라반베르크가 자신의 손으로 충신들을 죽였다.
라르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나섰다.
“라르도……!”
그리고 왕국에서 라반베르크의 손에서 죽어 나가는 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이게…….”
라르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침실의 발코니로 나와 정원을 내려다보자 아버지가 아끼던 기사들이 무더기로 죽어있었다.
그대로 라르도는 아버지를 찾아갔다.
“전하, 결국 죽음의 신에게 정신마저 먹히고 계신 겁니까!!”
“라르도…….”
손에 흥건한 피를 묻힌 채 잠들어 있던 라반베르크.
그는 슬픈 눈으로 라르도를 보았다.
죽음의 신.
라르도는 들었다.
라반베르크가 태어나기 전, 그를 뱃속에 밴 어머니는 라반베르크가 버림받을 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의 어머니는 자신의 영혼을 팔아 라반베르크에게 죽음의 신의 힘이 깃들게 하였다.
패왕도의 힘.
그것이 바로 ‘죽음의 신.’의 힘이 담긴 것이었다.
절대신 중 하나라 칭송받는 죽음의 신은 이토록 장난질을 좋아하는 악질적인 신이다.
“라르도…… 난…… 난…….”
“전하를 증오할 것입니다!”
라르도는 왕실을 떠났다.
그 와중에도 라반베르크가 미쳤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왕실에서 그를 찾아온 공신들이 라르도에게 청했다.
“라반베르크 전하는 폭군이십니다. 라르도 왕자시여, 당신이 흔들리는 루마이 왕국을 바로 잡으셔야 합니다.”
“라르도 왕자시여, 당신이 왕위에 오를 때가 되었습니다.”
“난 그럴 수 없네. 미안하네.”
라르도는 이를 거부했다.
자신을 찾아온 이들은 건국 이래 계속 함께해 온 자들이었다.
그들조차 라반베르크가 미쳤다 말할 정도였으나 라르도에겐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과 그가 다시 과거처럼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자신을 찾아왔던 공신들이 모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라르도의 생각이 변화했다.
‘어찌 그들을 죽이나이까…… 무의미한 살생을 죽음의 신이 시켰나이까!’
라반베르크는 더 이상 패왕도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국과 왕국은 패왕도에 의해 그를 두려워해, 왕국을 공격하지 않는다.
그러나 라르도는 이미 아버지를 뛰어넘을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라르도가 복면을 쓴 모습으로 장면이 변화한다.
라르도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라반베르크가 있는 침실로 걸음 했다.
라반베르크가 쥐었던 검을 자신이 쥐며, 잠든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당신은 죽어야 하는 왕이십니다!’
라르도의 검이 거침없이 라반베르크의 복부를 비집고 들어간다.
푹-
소리도, 비명도 없었다.
천천히 라반베르크의 눈이 떠진다.
부르르르 떨리는 몸의 라반베르크가 말한다.
“라르도.”
손을 뻗어 라르도의 뺨을 쓸며 인자하게 웃어 보였다.
“아…….”
라르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들의 손에 죽어가면서 어찌 라반베르크는 항상 보였던 아버지의 미소로 웃어 보이는가?
그리고 라반베르크가 축 늘어졌을 때, 라반베르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강대한 핏빛의 기류가 라르도의 몸속에 빨려 들어왔다.
스으으으으으으-
‘패, 패왕도의 힘?’
라르도는 그 순간 깨달았다.
라반베르크를 죽이자 그에게로 패왕도가 계승되었음을.
라르도는 그대로 도망치듯 달아났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왕위에 올랐다.
‘저는 이 나라를 지킬 겁니다.’
왕위에 오른 라르도는 웃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버지를 죽인 고통, 후회, 절망까지.
그를 잊기 위해서라도 라르도는 더욱더 성군이 되고 강한 루마이 왕국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는 패왕도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쉰이란 나이가 되었을 때.
그는 아버지가 미쳐가기 시작했을 때처럼 자신의 머릿속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오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나 또한 아버지처럼 폭군이 되는가?’
이제 그는 아버지를 미쳐버린 폭군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말하였던 그 비급만 있다면…….’
폭군의 길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라르도는 기억나지 않았다.
자신이 고작 세 살, 네 살 때 그것이 숨겨진 위치에 대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후로 몇 년 동안 미친 사람처럼 비급을 찾아다녔으나 결국에 찾지 못했다.
그 비급은 ‘죽음의 신’의 저주를 풀어줄 것이라고 하였다.
결국에 그는 왕좌에 앉아 대검을 땅에 힘껏 꽂았다.
“나는 당신처럼 되지 않을 것이오.”
그는 아버지를 증오했고 그처럼 폭군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깊은 잠에 빠져드는 길을 택하였고 영원히 깨지 않을 것 같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라르도가 스스로 잠들었다라…….’
민혁은 마지막 라르도의 증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미쳐버린 폭군에 대한 증오.
한때는 누구보다 존경했고 사랑했던 자가 증오의 대상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
드디어 기억의 꿈의 원하던 효과가 발동되었다.
[라르도의 어린 시절 기억. 비급에 대해서 추적합니다.]노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에메랄드 산의 두 개머리 바위의 밑에 숨겨두었다. 라반베르크. 네가 나중에 왕이 되면 꼭 그 비급을 사용하여 저주로부터 해방되거라.”
그것이 바로 라르도가 어린 시절 라반베르크와 함께 들었던 비급의 위치.
‘찾았다.’
민혁의 눈이 반짝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라르도는 어렸다 치지만 라반베르크가 그 중요한 비급의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을까?’
아니, 절대 아니다.
그의 어머니는 라반베르크에게 몇 번이나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라반베르크는 그 비급을 사용하지 않은 것일까?
그러던 때였다. 또 다른 알림이 들려왔다.
[기억의 꿈의 특수능력이 발동됩니다.] [진실을 찾기 위해, 라반베르크의 과거를 볼 수 있습니다.] [보시겠습니까?]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장면이 변화되었다.
이번엔 라반베르크의 시점으로 보여지기 시작했다.
* * *
루마이 왕국의 수호자 에반을 비롯한 천외국의 사람들과 병력.
그들은 민혁이 생각보다 오랫동안 깨어나지 않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어째서 이렇게 오랫동안 잠들어 계시는 거지?”
“전하께서 또 다른 진실을 찾기 시작하셨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진실?”
“저도 정확한 것은 알지 못합니다.”
키메리에스의 말에 사람들은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때. 잠들어 있는 민혁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
“……!”
모두가 깜짝 놀라며 민혁에게 집중한다.
민혁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라반베르크는 미치지 않았었다…… 라르도를…… 구하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