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58
밥만 먹고 레벨업 559화
왕좌전에 대한 공지사항은 서버통합 4일 전에 공식화됐다.
항상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2주 정도의 텀을 두고 발표했던 ㈜즐거움의 행동과는 달랐다.
그만큼이나 유저들에게도 다급하게 다가왔다.
세계 각 길드들은 왕좌전 참여자들을 선출해내며 왕을 선별하기 위해 발벗고 뛰어다녔다.
하지만 대한민국만큼은 왕이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세계인들이 다급히 움직이는 또 다른 이유.
바로 ‘성’의 설계도에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고작해야 4일.
세계 각국 정부들은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간과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성은 ‘전쟁’을 위한 성이다.
대부분의 현실에서 화려한 건축물들은 아름다움과 건축가의 혼을 표현한다.
물론 그 뛰어난 건축가들은 그 어떤 건축가들보다 더 뛰어난 건축물을 만들어낼 것이지만 전쟁을 위한 성이기에 그를 뒷받침해 줄 이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바로 지금 천외국이 만드는 성처럼 말이다.
황금망치 드워프 란트의 수제자 오르골!
그는 온 대륙의 드워프의 왕이라 불렸던 란트가 아끼던 천재 드워프이다.
그리고 아테네 닉네임 로아돌.
그는 일화건설 사장으로써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전설이다.
또한, 전쟁영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과거 중세시대의 성들을 가상으로 설계도 만들기를 수천번도 더 반복해봤다.
거기에 대장장이의 신의 후예 혜민아빠.
그리고 마지막.
지식의 별. 전술가 알로드가 설계도 제작에 함께 참여했다.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4일.
그들은 잠 한숨 자지 않고 밤낮을 지새웠다.
“모든 적들은 우릴 겨냥할 겁니다.”
지식의 별 알로드가 말하고 모두가 수긍한다. 그들은 예측하고 있었다.
천외국은 모든 왕국들의 타겟이 될 것이다.
“거대한 강이 둘러싼 성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적들을 강 밑으로 떨어트려 더 큰 피해를 입게 만드는 겁니다.”
“거대한 강에 쌓인 성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하나의 기다란 다리를 놓으면 좋을 것 같군요.”
“하나의 기다란 다리로 통행함으로써 적들의 진군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한 개의 다리를 성안에서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시스템도 넣을 것입니다.”
“성에 적용시킬 수 있는 마법 능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애초에 무한함은 불가능할 겁니다. 우리는 가능해도, 그들이 우릴 제지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왕의 동상의 주위로 거대한 방어막을 형성하고 공격 반사 마법을 걸어두죠.”
“공중전에도 충분한 대비를 해두어야 합니다.”
그들이 제작하는 성은 오로지 ‘방어형’이었다. 또한, 성 제작이 중요한 이유는 적을 막는 것도 있었지만 아테네 측에서 보상을 걸었기 때문이다.
고작 4일. 가장 뛰어난 설계도를 제출한 국가의 성에는 특별한 ‘공성용 무기’가 비밀리에 지급되며 그 나라 서버가 보유한 영토 중 하나의 영토를 성 앞에서 2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즉, 어떠한 성이 가장 뛰어난지 알리지 않은 채로, 공성 무기와 추가영토 사용이 적용되는 것.
그리고 3일째.
지니는 설계도를 보며 참여자들을 둘러봤다.
“정말 최고입니다.”
황홀함에 취한 표정을 짓던 지니는 곧바로 민혁에게 보고를 올린 후, 이 설계도를 ㈜즐거움 측에 제출했다.
그리고 ㈜즐거움의 이벤트 진행팀.
무수히 많은 유명한 건축가들을 불러모은 그들은 국가들이 제출한 설계도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 틈에는 강태훈 사장도 함께였다.
“중국이 제출한 설계도는 만리장성처럼 거대하며, 만리장성보다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성의 크기를 키우고 멋지게 만드느라, 실용적인 효과가 떨어집니다.”
“미국의 설계도는 분명히 뛰어납니다. 하지만 자신들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공격형 성이라 방어에는 힘들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는 미국의 자만이겠죠.”
“일본의 성은…….”
그리고 여러 국가 중에서 의외로 꽤 많은 국가가 ‘아테네가 제작한 성.’에 의존하기로 결정지었다.
그들은 고작 3~4일에 걸쳐 자신들이 설계도를 제작하는 것보다 아테네의 성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었다.
실제 중국의 성은 아테네의 성보다 훨씬 뒤떨어져 보였으니까.
“이거 누구한테 노벨성 제작상을 주어야 하나.”
강태훈 사장이 턱을 쓸었다. 물론 자신들이 급하게 내놓은 공지사항도 있었으나 진정한 랭커들이라면 짧은 시간 안에 설계도를 내놓을 것이라 생각했다.
말 그대로 성을 ‘건설’하라는 것이 아닌, ‘설계도’만 요구했으니 말이다.
그때.
“대한민국의 설계도가 들어왔습니다.”
모든 건축가가 발 빠르게 몰려들었다.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설계도를 확인했다. 그러곤 한참이나 입을 떼지 못했다.
“어떤가?”
강태훈은 게임 제작자이지 건축가가 아니다.
그는 겉모습으론 미국의 성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놀랍습니다. 고작 3일 만에 제작한 설계도가 맞냐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지형을 이용하는 것도 그렇고 성에 탑재시킨 공성 무기들의 배열도 무척 좋은 편입니다. 마치 실제 중세시대의 건축 장인이 만들어낸 성을 보는 것 같군요.”
“단점을 찾아내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 어떤 성도 이 성을 쫓아가진 못할 겁니다.”
강태훈 사장.
그는 천외국에서 내놓은 성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걸 느꼈다.
그 또한 모든 세계 서버들이 평등하게 임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차별 따위 없었다. 그러한 와중에 대한민국이 이렇듯 앞서나가는 걸 보면 뿌듯하다.
“이번 노벨성 제작상은 대한민국이군.”
대한민국이 만반의 준비를 갖춰가고 있다.
그때 박민규 팀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사장님,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맞습니다.”
박민규 팀장의 표정은 심각했다.
“세 개의 국가에서 선출된 왕들이 곧바로 왕좌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세 개의 국가는 어디지?”
“프랑스와 일본, 그리고.”
박민규 팀장이 씁쓸한 표정으로 마지막 국가를 말한다.
“우리나라입니다.”
“…….”
왕좌전은 며칠동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왕좌전의 공식화는 고작 3일 전이었다.
중요한 퀘스트나 사냥, 혹은 무언가에 임하던 유저들은 당연하게도 그를 포기할 수 없다.
특히나 퀘스트 등을 임하고 있다면 그 퀘스트 도중에 그만두면 실패하게 될지도 모른다.
유저만 빼오면 되지 않느냐?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아테네의 흐름이 무너진다.
이것이 바로 급하게 준비된 왕좌전의 허점이라면 허점이다.
“중도 참가하는 왕들은 다른 유저들보다 덜 지치고 심지어 스킬 쿨타임도 없습니다. 많은 유저들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그렇다고 선별된 왕들이 아닌 다른 왕들을 세우느냐.”
그것도 힘들다.
현재 각 국가가 세우는 왕들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자들이다.
애초에 그 국가에서 거부할 것이다.
“이야기했던 대로 도중 투입되는 왕들의 경우 왕이 받는 특혜를 덜 받게 하는 수밖에.”
왕들은 평소보다 더 강한 힘을 거머쥐는 것으로 결정 났다.
하지만 중도 참가하는 왕들은 그 특혜를 덜 받는다.
즉, 아스간 대륙에서 출전하는 왕 민혁은 다른 왕들보다 더 낮은 특혜를 받는다.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대신에 사람들은 이에 대한 대처에 왕의 중도 참가를 두고 입을 닫을 것이다.
대신에.
“중도 참가의 패널티를 무시할 정도로 강한 힘을 얻어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 * *
민혁이 요리해 준 백숙을 먹음으로써 봉인이 잠시나마 풀린 알레네.
그녀는 전에도 말했던 바 있듯, 요리를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에 따라 민혁에게 요리의 재료를 얻어오라 말했다.
민혁은 몬스터와 싸우고 절벽에서 재료를 캐냄으로써 며칠 만에 그 재료들을 모아왔다.
‘괴팍한 할망구…….’
민혁은 참으로 자신을 굴린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절대신의 비기의 봉인을 풀 유일한 해결책이니 까라면 까야지 않겠는가?
이 재료들을 모으느라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심지어 내일이 바로 왕좌전이 오픈된다는 사실이다. 그전에 혹시를 몰라 ㈜즐거움 측에 중도 참가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빠른 시일 내에 절대신의 비기의 봉인을 푼 후 돌아가야 할 것이다.
“수고했어, 이제 요리해서 그에게 주기만 하면 돼. 그러면 넌 빌어먹을 그들이 봉인해놓은 비기를 해방할 수 있겠지?”
알레네는 모든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
“이제 요리를 시작해야겠지?”
“물론입니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기대되었다.
‘요리의 신의 요리 장면을 눈앞에서 목도하는가?’
이는 식신으로서는 무척 감개무량한 일이다.
또한, 그녀는 식신의 스승이기도 하지 않던가.
“그런데 말이야?”
알레네가 양쪽 입을 말려 올렸다.
그녀는 괴팍하며 장난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선의의 장난이다.
“이 요리는 내가 아닌 네가 해야 해.”
민혁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요리란 때론 해주는 이의 마음이 담긴다. 즉,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그런데 알레네는 스스로가 그에게 요리해주지 않고 자신에게 요리해주라고 한다.
“어째서죠?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인데, 왜 제가 요리를 하나요?”
또한, 알레네의 봉인은 정말 힘들게 풀어줬다.
그런데 그를 무시하고 자신보고 요리해라?
“네가 해야만 해. 너에게 더 소중한 사람일 테니까.”
알레네가 허공에 손을 그었다.
그 순간 반투명한 노인의 모습과 여인의 모습이 보여진다.
그 노인의 뒷모습을 본 순간 민혁의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가, 얼마나 그의 목소리가 그리웠던가.
투박하지만 부드러운 손길로 자신의 어깨를 어루만져주며 그는 말하곤 했다.
‘전하의 곁엔 제가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허허허!’
그는 나에게 너무도 큰 사람이었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그 한목숨 버린 데 이어, 영혼까지 죽음의 신에게 팔아먹은 인물이다.
곧바로 알림이 들려온다.
[절대신 중 한 명. 요리의 신이 왕과 신하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신하는 왕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싸우노니, 신들조차 두려워하고 있다더라.] [신하는 수천 번도 더 쓰러졌으나 그를 지키기 위해 창을 들고 있다더라.] [신하는 그를 그리워하며 그를 기다리더라.] [신하의 몸은 상처투성이지만 물러서지 않겠노라 말했다더라.]알레네가 말한다.
“봉인이 풀린 나의 힘으로, 네가 요리하는 거야.”
그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요리의 신 알레네가 당신께 힘을 빌려주려 합니다!] [요리의 신 알레네가 당신께 힘을 빌려주면 요리의 신의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주의하십시오! 요리의 신의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서 요리할 시 ‘신 등급’ 이상의 요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강제 로그아웃 패널티의 5배를 받게 될 것입니다!]신하의 이야기가 끝난 후, 왕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계속 들려오는 알림 속.
민혁은 밴만을 바라봤다.
정체 모를 창을 든 여인에게 속수무책 밀리는 밴이 울컥하고 입에서 피를 토해내지만 그는 창으로 몸을 지탱한 채 일어선다.
민혁의 치아가 꽉 물렸다. 그의 주먹이 힘껏 쥐어졌다.
다섯 배의 패널티 따위 상관없다.
나도 귀신창 밴과 함께 싸우겠다.
민혁이 말한다.
“알레네의 힘을 빌려 밴에게 요리해주겠다.”
그 순간 알레네가 들려주는 왕과 신하의 새로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왕 또한 신하를 위해 자신을 내던져 싸우겠다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