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27
밥만 먹고 레벨업 628화
발렌에 의해 가슴이 베여진 민혁.
그의 입에서 울컥하고 피가 흘러나왔다.
[HP가 92% 미만으로 하락합니다!]한 번의 공격에 민혁이란 아테네 최고의 랭커의 HP를 8%나 깎아내었다.
만약 공격 스킬이었다면? 또는 연계 공격이었다면? 민혁을 단 몇십 초 만에 죽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데미지의 두려움보다 민혁은 의문이었다.
“어째서…….”
민혁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발렌을 바라봤다.
발렌.
그는 가까이서 보니 민혁이 평소에 보던 모습과 달랐다.
훨씬 젊었고 눈매는 매서웠으며 그 표정은 민혁이 알던 온화함이 없었다.
“대악마 고락의 졸개야.”
젊은 발렌의 목소리가 이 상황을 추론시키게 도와준다.
‘젊은 시절의 교관님…….’
그렇다.
지금 앞에 있는 이 사내. 바로 젊은 시절의 발렌 교관이 분명했다.
민혁이 들었던 바에 따르면 검신 발렌은 그레모리의 힘을 이어받아 대륙신의 힘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당시 그가 가졌던 힘은 자신의 전성기였다고 했다.
‘그때의 나는 강했지, 지금은 그때의 일 이후로 신력을 서서히 잃었지만 검신이란 이름 앞에 부끄러움이 없었어.’
발렌의 그 말을 곱씹어본다.
그리고 발렌이 하는 말.
“감히 지상에 내려와 인간들을 해하려 하는가?”
척-
발렌의 검이 민혁의 목을 겨눈다.
또 한가지 추측할 수 있는 사실.
‘발렌 교관님은 지금 과거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교관님께 나는 그저 대악마 고락의 수하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나.
민혁은 발렌의 등 뒤에 꽂혀있는 검으로 시선을 돌린다.
저 검에는 ‘진짜’ 발렌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민혁의 가슴이 지끈거린다.
‘이 관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민혁은 입장과 동시에 이러한 알림을 들은 바 있다.
‘검신이 깃들었던 검’을 획득할 수 있다.
잠들었던 검이라면, 자신이 이 앞의 발렌 교관을 이긴다면 저 안에 잠든 발렌 교관님은 이제 완전히 사라짐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제대로 된 인사도 못 하고.’
처음으로 ㈜즐거움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는 민혁이었다.
그와 반대로 발렌에게는 민혁이 그저 대악마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지옥으로 꺼지거라.”
싸늘하게 뱉어내는 발렌.
그저 검 한 자루를 쥐고 있을 뿐이나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투기가 민혁의 숨통을 조인다.
곧바로.
쿠쾅!
“……!”
민혁을 강력한 힘이 찌르고 들어왔다. 분명히 발렌은 그저 가볍게 검을 휘둘렀을 뿐.
그러나.
“크하아아아악!”
[HP가 69% 미만으로 하락합니다!]엄청난 HP가 감소했다.
전성기 시절의 발렌. 과연 검신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사내였다.
“호오, 제법.”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 발렌이었다.
곧바로 연속적인 그의 공격이 이어진다.
검의 공격 한번 한번이 매섭다.
그리고 빠르며, 강력하다.
파아아아앙-
민혁의 검을 후려치며, 곧바로 쫓아온 발렌의 검이 옆구리를 노렸다.
가까스로 허리를 비튼 민혁.
곧바로 반동을 이용, 회전하며 스킬인 ‘폭주하는 검’을 발현하려 했다.
하나.
멈칫-
그 순간 민혁은 멈추고야 말았다.
발렌의 가슴에 검을 꽂아 넣는 일.
너무도 무섭고 싫은 일이다.
자신이 그를 죽이면, 검에 있는 그도 완전히 사라지며 실제 죽음이 된다.
푸우욱-
멈칫한 찰나에 민혁의 오른쪽 가슴이 꿰뚫린다.
“교, 교관님.”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발렌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민혁의 표정은 너무도 슬펐다. 당장이라도 울음이 울컥하고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때.
푸화아아아악-
발렌이 거칠게 검을 뽑아낸다.
뒤로 민혁이 한 걸음 물러서며, 서둘러 초코바 하나를 꺼내어 입에 구겨 넣는다.
치이이이익-
HP 36%가 단숨에 차오르며 그의 상처들이 회복된다.
“역시 고락의 졸개답게 잡기술을 쓰는구나.”
발렌.
그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그는 인정 사정 따위 봐줄 생각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교관이란 이상한 말로 날 부르며 현혹시키려는 건가? 그전에 널 죽여주마.”
그 순간.
민혁은 느꼈다.
주변의 공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진짜 신격인가?’
창신 밴은 아직 완전한 신이 된 것이 아니다.
또한, 자신이 보았던 발렌 교관은 대부분의 신격을 상실하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때와 다르게 전성기인 발렌.
그는 단순히 기세만으로도 공기를 진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다.
그리고 그가 말한다.
“신검.”
“……!”
민혁.
그는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발렌의 신검은, 이미 직접 보았고 써보기도 했던 바 있다.
그는 신검을 이용하여 단숨에 거대한 뱀의 신 엘리자베스를 절단 낸 바 있었다.
그리고 발렌이 말한다.
“백 자루의 검.”
그 순간 민혁은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거대하게 파도치는 엄청난 기세의 검 백 자루가 민혁에게 쇄도해 온다.
[백 자루의 검이 파도처럼 뻗어집니다.] [검의 파도에 빠질 시 초당 추가 공격력 7,000% 데미지를 입힙니다.]그렇다. 그 모습 말 그대로 파도와 같았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콱-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파도 말이다.
그리고 강력한 적을 인식한 민혁의 ‘패왕의 마력’은 빠른 속도로 차오른 상태였다.
검의 파도에, 민혁이 검의 화마를 사용한다.
“패왕도.”
쿠화아아아아아아앙-
패왕의 마력이 차오르다가 사용한 힘이었으나 그 힘은 엄청난 것이었다.
두 힘이 충돌한다.
쿠화아아아아아악-
‘미친……!’
그러나 파도의 기세가 더 강했다. 단숨에 화마를 집어삼키고 민혁의 몸 곳곳을 난자하기 시작했다.
“크흐으으으읍!”
서둘러 품속에서 포션을 꺼내 마시기 시작하는 민혁이었다.
그의 신검. 백자루의 검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힘이었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민혁.
그는 거의 넝마 꼴이 되어 있었다.
그러한 상태의 민혁을, 발렌은 처참히 유린하기 시작했다.
민혁은 그에게 공격당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버텼다.
갖은 스킬을 사용하며, 또는 최대한 막아내거나 피해내며.
그는 필사적이었다.
퍼억-
“크흡!”
복부를 걷어차인 민혁이 뒤로 퉁겨 날아갔지만 곧바로 일어섰다.
옆구리가 베인 그였으나 그는 반격하지 않고 물러났다.
바람 같은.
거리를 단숨에 좁히는 스킬을 사용하며, 발렌에게서로부터 최대한 멀어지려 노력했다.
“……이해할 수 없는 놈이군.”
그리고.
콰자아아아악-
그의 그립에 맞고 나가떨어졌을 때 그는 한참이나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민혁의 머리가 무거워진다.
그 와중에도 슬픔은 밀려온다.
이 관문.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차라리 교관님을 위해 깨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때, 흐릿한 시야 속. 발렌이 깃든 그 검이 진동한다.
정확히는.
진동하지 않았다.
그저 민혁에게 그리 보였을 뿐이다.
숱한 고통 속. 그는 평소의 발렌이 있었다면 어떠했을지를 상상했고, 그것은 그의 눈앞에서 환상이 되고 환청이 되어 들려온다.
[잠들어 있는 검신이 힘껏 싸우라 말합니다.] [잠들어 있는 검신이 검을 쥐라 말합니다.] [잠들어 있는 검신이 최선을 다해달라 말합니다.]그리고 그 환청 속.
“……알았어요.”
민혁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머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며 검을 힘껏 쥔다.
그 순간.
쿠화아아아아-
발렌이 뛰어오르며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 한다.
그 전에.
“밥 먹고 합시다.”
투명한 배리어가 민혁의 주위로 발현된다.
민혁.
그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한다.
“교관님 기억해요?”
처음 발렌을 만나고 그의 허름한 집에서 식사를 끝낸 후 민혁이 나서기 전.
발렌은 이러한 말을 했었다.
‘강해지게. 나중에는 이 나와 검을 맞부딪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서 나와 대련이나 해보지.’
그때의 그 약속. 이제 지킬 생각이다.
“이제 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여드릴게요.”
밥 먹고 합시다를 통해 하려는 일.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만들어낼 것이었다.
그리고 그 요리로 ‘중첩되는 즐거움’을 사용할 것이었다.
중첩되는 즐거움의 효과를 받는 민혁.
그는 평소보다 몇 배는 강하다.
“교관님을 이기겠습니다.”
그의 눈빛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 * *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관문.
㈜즐거움 내에서도 이는 커다란 관심사였다.
다양한 부서에서 특별 유저 관리팀으로 모여들어 이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 질문한다.
“전성기의 발렌과 현재의 식신이 전력으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발렌일 걸세.”
등 뒤에서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로 사장 강태훈의 목소리였다.
식신 민혁은 다양한 업적을 남긴 인물.
그러한 그보다 전성기 시절의 발렌이 더 뛰어나다 확신하는 이유?
“그는 신이었네, 대륙신 중에서도 가장 뛰어났고 강인했던 신이었지. 전성기 시절의 그는 악마들조차 쉬이 하지 못하는 대륙의 수호자였어.”
“아…….”
살아생전의 발렌의 레벨은 몇 정도였을까?
약 640 정도로 추정된다.
하나, 전성기 시절은?
800을 넘어설지도 모른다.
정확히는 강태훈도 측정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검신이란 이름에 어울리게 그는 레벨뿐만이 아니라 검술 실력조차 최고였기 때문이다.
“역시 신인가…….”
고객센터팀 직원이 한 말이다.
그에 박민규 팀장이 말했다.
“하지만 식신 민혁은 전투직 클래스가 아니라는 거지.”
그렇다.
검신은 전투직 클래스.
식신은 비전투직 클래스이다.
“식신의 힘을 이용하면 누가 우위일지 완전히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던 중 고객센터 직원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런데 발렌 교관을 이기면 어떤 보상이 주어질까요?”
그 질문에 강태훈 사장은 답해주지 않았다.
물론 강태훈 사장은 어떠한 보상을 얻을지에 대해서 얼추 알고 있다.
‘신검.’
그렇다.
발렌은 나이를 먹어 교관으로 살면서는 ‘신검’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민혁을 빌어 1회 신검 중 한 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위대한 신검의 주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바쁜 일이 있어 이제야 스토리팀 팀장이 도착했다.
“팀장님, 이거 스토리가 너무 슬퍼요.”
“슬프긴 하지. 하지만 만약 민혁 유저가 당도했던 게 아니라면 슬플 일은 없었을걸?”
사실이다.
다른 유저에게 발렌을 베어 넘기는 일은 그저 보상을 얻는 일일 테니까.
그리고 이민화 사원이 말한다.
“민혁 유저를 보며 더 가슴이 아픈 건, 발렌 교관이 기억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응? 그건 뭔 소리래?”
그에 스토리팀의 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발렌은 전성기 시절의 육체로 돌아갔지만 온전한 기억을 가지고 있어.”
“……!”
“……!”
“……!”
바보가 아니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그는 민혁을 위해 연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