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28
밥만 먹고 레벨업 629화
전성기 시절의 발렌.
그는 일개 대륙신에 불과했으나 태어났을 때부터 신이었던 자들조차도 쉬이 할 수 없었던 강자이다.
신들의 무덤인 어비스엔 본래 열두 신이 있었으나 발렌이 잠듦으로써 총 열세 신이 잠들게 되었다.
그중 발렌은 열세 번째 관문에 잠들었다.
그 이유, 늦게 잠들어서일까?
아니다.
검신 발렌은 창조의 신이나 불멸의 신. 동물의 신이나, 식신조차도 뛰어넘는 상위급의 신이었다.
본디 검이란 많은 자가 가장 선호하는 무기이다.
그러한 검의 신이 된 발렌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민혁아, 나를 베거라.’
밥 먹고 합시다를 발현하여 배리어 뒤에 있는 민혁을 보며 발렌은 속으로나마 웃었다.
눈빛이 살아난 민혁을 보며, 그는 머리에 손을 얹어주고 싶었다.
대견하다고.
네가 참 자랑스럽다고.
어비스의 관문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한두 개도 깰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그 의미.
처음 만났을 당시, 허수아비를 때리며 활짝 웃던 이 아이가 ‘진정한 신’의 자리에 오를 재목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나를 베면 진정한 신의 길을 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발렌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민혁이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거나, 혹은 이곳에서 자신이 그의 손에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다.
하지만 그것이 ‘제자’의 손이기에 되려 기쁜 발렌이다.
또한.
‘넌 나를 이기지 못한다.’
애석하게도 발렌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민혁의 성장은 분명 놀랍고 뛰어나다. 그러나 전성기 시절의 발렌은 창신 밴이 어쩌지 못할 정도의 강자임이 사실이다.
“수작질을 부린다고 달라질 것 같으냐?”
발렌.
그는 계속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적’이라면 대부분 이러할 테니.
“그렇다고 해서 하찮은 졸개 따위인 네가 날 상대할 순…….”
“아이씨, 조용히 좀 해요. 옛날 교관님.”
“……?”
“엄청 시끄럽네. 쫑알쫑알. 예전엔 말이 많으셨나.”
“…….”
그렇다. 민혁에겐 지금의 발렌은 남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모습이고,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컨셉이니.
그렇기에 발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기, 기분이 좀 나쁘구나. 미, 민혁아…….’
서운하다.
* * *
민혁.
그는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지니와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지니에게 설명하였고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뱀의 신 엘리자베스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있었다.
뱀의 신 엘리자베스의 능력은 상당히 하향되었다. 그럼에도 천외국의 NPC 중 창신 밴과 동급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점은 뱀의 신 엘리자베스의 시스템을 통제하는 능력은 전에 그녀가 가졌던 힘만큼 1회 정도에 한해서는 사용이 가능했다.
엘리자베스와 지니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 한참이나 답변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니의 대답이 들려왔다.
[지니: 가능하기도, 불가능하기도 한 것 같아.] [민혁: 그건 무슨 의미야?] [지니: 시스템을 바꾸는 것에 관여를 할 수 있긴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바뀔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해.] [민혁: 이유는?] [지니: 신들의 무덤인 어비스는 여러 신의 힘이 있는 곳이야. 아무리 뱀의 신 엘리자베스라고 할지라도 그곳의 시스템을 완전히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지.]민혁은 충분히 이해했다.
뱀의 신 엘리자베스는, 아테네가 아니다.
시스템을 통제하는 힘을 가졌다고는 하나 지금 굉장히 멀리 있는 그녀가 좌표만을 가지고 시스템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혁: 곧바로 시행해 줘.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지니: 빠르게 할 순 없을 거야. 그동안 네가 발렌 교관님을 잡아놓는 수밖에 없어.]그렇다.
서로를 죽이기 전에 시스템을 통제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버프 요리가 필요하다.
‘식신은 열세 신 중 하위권에 속하는 신.’
민혁은 그리 판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식신의 힘’만을 놓고 봤을 때의 이야기다.
민혁은 비전투직 클래스이나, 전투직 클래스들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강자이다.
두 힘이 콜라보되면 식신은 최강의 신이 될 수 있다.
대신에.
‘단순히 강해지는 것만으로는 안 돼.’
민혁은 요리재료 등을 사용함에 따라 버프 요리를 만들 때, 그 효과를 조절할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른 상태이다.
스킬을 극대화 시킬까?
아니면 모든 스텟을 올려 효율적인 밸런스를 만들어낼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간만에 잠들어 있던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게 뭐?’
녀석의 목소리가 반갑다. 항상 삐뚤어진 듯한 목소리로 옳은 말만 하는 녀석이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본 너 또한 단순한 검의 천재완 달라.]그렇다.
민혁은 검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카르와 호각을 겨루는 최강의 검술 실력자였다.
또한.
[너에겐 살인귀의 갑옷도 있지.]그 역시 사실이다.
민혁은 현재 단순히 발렌을 이기는 것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전투를 해야만 한다.
민혁에겐 살인귀의 갑옷이 존재한다.
물론, 이 살인귀의 갑옷도 상대방에 따라 그 힘을 다르게 발휘한다.
검신 발렌과 같은 자에게는 ‘반사스킬’ 자체 저항력이 매우 높은 편이다.
무조건적으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러나.
‘단순히 평타 데미지만을 올린다면, 한가지 능력쯤은 추가로 올릴 수 있다.’
그렇다. 평타 데미지를 올리기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상대방의 저항력을 무시하는 힘도 함께 올리면 이는 가능해진다.
‘시작한다.’
민혁은 요리를 시작했다.
이번 요리는 엽기스런 떡볶이다. 하지만 그것만 먹느냐? 아니다.
이번에는 특별한 요리를 하나 추가해볼 생각이다.
바로 ‘명랑한 핫도그 고구마’ 맛이다.
이 조합은 민혁이 SNS를 하면서 ‘개꿀조합’이라는 콘텐츠를 볼 때마다 먹어보고 싶었던 조합이다.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떡볶이에, 함께 먹는 달짝지근한 설탕이 가득 발린 고구마 핫도그.
그가 요리를 시작한다.
“이렇게 헤어질 순 없어요.”
어떻게 만났는데 우리가 다시 헤어지는가?
물론 기억을 잃은(?) 교관님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교관님에게 지지 않을 겁니다.”
‘그래, 그렇구나.’
민혁의 말을 들으며 발렌은 속으로 쓰게 웃었다.
하지만 그러는 한편.
‘목소리는 비장한데, 얼굴은 설렘으로 가득 찼군.’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녀석, 맛있는 걸 먹을 생각에 설레는 게 분명하다.
민혁이 요리를 시작한다.
발렌은 계속 중얼거린다.
“이 졸개 놈아, 빨리 그 비겁한 짓을…….”
“닥쳐. 옛날 교관님.”
“감히 이 위대한 나를 옛날 교관이라…….”
“아니, 닥치라니깐?”
“…….”
마치 그것 같다.
이때다 싶어, 직장 상사에게 욕하는 것 같은 모습.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지려는 발렌이었으나 그는 애써 참아낸다.
그리고 민혁이 어느덧 엽기스런 떡볶이를 완성해낸다.
그와 함께 고구마 핫도그를 튀기기 시작했다.
촤르르르르르르르-
황금빛 기름 안에서 아름다운 빛깔의 황금 핫도그가 익어간다.
3~4분 정도 지나서 꺼냈을 때, 핫도그 표면에서 지글지글 기름이 끓고 있다.
그 기름을 탁! 탁! 하고 털어내 준다.
그다음에 한 일?
바로 핫도그 위로 설탕을 눈꽃처럼 살살살, 뿌려주는 것이었다.
“헤…….”
방금 전까지 ‘헤어질 수 없어요’라고 했던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민혁이 히죽 웃는다.
그러나 발렌은 그것이 밉지 않다.
‘내가 없어도 계속 그렇게 살아가거라.’
그랬으면 진심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민혁.
그는 ‘호오’하는 표정을 지었다.
엽기스런 떡볶이와 고구마 핫도그의 조합에 따른 버프 효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먼저는 엽기스런 떡볶이의 그 뚜껑을 열어젖힌다.
자신이 만들었으면서도 일회용 용기 뚜껑을 여는 이유?
진짜 가게에서 먹는 느낌을 내기 위함이다.
뚜껑을 열자 눈꽃처럼 녹아내린 새하얀 치즈가 보인다. 그 바로 밑으로 용암처럼 매운 떡볶이 국물이 보인다.
떡 하나를 집어 들자 치즈가 함께 쭈우욱-늘어난다.
그 상태에서 민혁은 단숨에 떡볶이 하나를 입에 넣었다.
입에 넣자마자 달콤한 매운맛이 느껴지며, 뜨겁고 쫄깃쫄깃한 떡의 식감 또한 느껴진다.
우물우물 씹어주다가, 또다시 떡 하나를 먹는다.
그다음엔 비엔나 소세지를 입에 집어넣는다.
민혁은 개인적으로 엽기스런 떡볶이의 이 비엔나 소세지를 좋아했다.
뭔가 덜 매운 느낌이라 해야 할까?
우물우물 씹어주는데, 이제 슬슬 그분이 오기 시작한다.
입안을 채우는 매운맛 말이다.
또 하나를 입에 넣자 ‘허어~’ 하는 소리가 절로 입에서 뿜어진다.
송글송글 이마에서 땀이 맺힌다.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아내 준 뒤에 곧바로 불그스름한 오뎅을 집어 들어 입에 넣는다.
우물우물-
“하아, 매워.”
혀의 짜릿함에 자신도 모르게 손 부채질을 한다.
그러다가 이번엔 설탕이 한가득 묻은 고구마 핫도그를 집어 든다.
심지어 이 고구마 핫도그. 통모짜 핫도그이다.
즉, 그 안에는 통모짜렐라 치즈가 가득하다는 사실이었다.
한입을 베어 물어본다.
바사사삭-
황홀한 소리가 피어오른다. 바삭한 식감을 지나, 치즈에 닿아 당겨보자 쭈우우욱- 하고 늘어난다.
입으로 날름날름 새하얀 치즈를 먹어준다.
이번엔 통모짜 고구마 핫도그를 떡볶이에 푹 찍어본다.
그다음 입에 넣는다.
바사사사삭-
아아아, 단짠의 최고의 경지에 이르른 맛이다!
민혁의 입가에 즐거움의 미소가 피어오른다.
계속해서 떡볶이를 먹던 민혁이 순식간에 두 가지 음식을 모두 먹어치웠다.
그러고는 시원한 쥴피스를 들어 올려 단숨에 벌컥- 벌컥- 들이킨다.
역시 쥴피스는 복숭아 맛이다.
시원한 복숭아 맛 쥴피스가 목을 씻겨나가게 해주며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리고 알림이 들려온다.
입가를 닦아낸 민혁.
그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사라져가는 배리어를 바라본다.
* * *
발렌.
그는 민혁이 요리를 다 먹어내자 조금 긴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조금일’ 뿐이었다.
발렌은 민혁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지만 현실은 확실히 한다.
아직 민혁은 전성기 시절의 자신과 싸우기에는 부족하다.
[검신의 가호.] [물리 방어력 및 마법 방어력이 45% 상승합니다.] [총 HP량이 1.5배 상승합니다.] [상대방의 데미지량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검신의 가호는 검신 발렌만이 가진 고유의 스킬이다.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데미지량’을 계산할 수 있다는 거다.
이 데미지량은 간단하다.
검신 발렌이 싸워봤던 적이 있던 몬스터, 사람, 악마 등등의 데미지와 비슷할 시 그를 비교해준다.
예를 들어 평범한 어린아이가 발렌을 가격한다면?
[평범한 타격에 의해 313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고블린과의 데미지량이 비슷합니다.]이러한 데이터가 떠오른다.
이게 중요한가?
중요하다.
이 데이터를 통해서 검신 발렌은 그에 따른 대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그리고 발렌이 상대해 본 최정상의 존재는 바로 ‘고락’이었다.
물론 그의 분신이었을 뿐이나, 그 자체만으로도 대악마 베로스가 강림했을 때와 비슷한 힘을 낸다 할 수 있다.
곧바로.
민혁이 스킬을 발현한다.
“폭풍 같은 검.”
수백 개의 칼날이 허공에 떠오르며 발렌을 향해 쇄도한다.
발렌의 검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의 검 한번, 한 번에 수백 개의 검날이 그에게 닿지 못하고 튕겨 나간다.
그 틈으로 민혁이 쇄도한다.
발렌.
그는 이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또한, 무조건 ‘죽어줄’ 생각도 없다.
물론 자신이 패할 상황을 만들 것이지만 민혁의 자질을 스승으로서 확인하고 싶다.
곧바로.
민혁의 검이 발렌을 벤다.
푸시이익-
콰아아아아아아앙-
헌데, 베었을 뿐인데 이상한 소리가 난다.
베이면서 터지는 듯한 소리.
밑을 내려다보자 갑옷이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쿨럭……!?”
그와 함께 발렌이 뒤로 퉁겨 날아간다.
‘이 무슨……?.’
그리고 알림이 떠오른다.
[평범한 타격에 의해 19,676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분신의 고락과 데미지량이 비슷합니다.] [경고합니다!] [당신이 상대했던 이중 가장 강력했던 자와 동일한 힘을 내고 있습니다.]튕겨 나가는 발렌을 쫓아 민혁이 바람 같은을 사용.
파하아아아아앙-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찍고, 발렌이 검을 들어 방어한다.
쿠화아아아아앙-
[평범한 타격에 의해 19,376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분신의 고락과 데미지량이…….]그리고 이어진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평범한 타격에 의해 19,176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분신의 고락과 데미지량이 비슷합니다.]지금 민혁의 평타.
고락의 평타와 맞먹는다.
그리고 현재.
“큭, 억, 컥, 으억!!!”
민혁의 스승이자 발렌.
그가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자, 잠깐……!”
“딱 기절만 시키겠습니다.”
발렌 그가 당혹했다.
‘아, 아니 민혁아…….’
아까 전에 엄청 울었던 민혁은 어디 갔는가?
지금 앞에 있는 이는 스승 발렌을 두들겨 패는 민혁뿐이었다.
언제는 보고 싶었다며?
“억! 윽! 악! 커억!!!”
갑자기 서러워지는 발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