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13
밥만 먹고 레벨업 714화
암살자들 교육을 끝낸 루오는 천외국의 왕 민혁이 내줬다는 자택으로 걸음하고 있었다.
천외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기고 있었다.
‘……당신한테 계속 기대하고 싶어지잖아.’
그가 네르바에 비해 한없이 작은 소국의 왕이라는 사실은 알았다.
그가 지금 네르바에게 대항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도 알았다.
하지만 네르바와 민혁은 분명히 달랐다.
그리고 루오가 자택에 도착했을 때, 그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그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암살자인 루오는 표정과 감정변화 역시 누구보다 잘 숨기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숨길 수 없었다.
천부장인 파크가 자신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두 사람과 함께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의 아내와 아들이었다.
“전하께서 아벨을 보내어 제국에서 힘겹게 모셔왔습니다.”
“…….”
루오는 두 사람을 그저 바라만 봤다.
그의 아내는 노부인이다. 신의 검이 된 자는 늙지 않았다.
그의 늠름한 아들 역시 30대 중반 정도이다. 그의 아내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와 볼을 쓰다듬었다.
“짊어졌던 그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건가요?”
“…….”
그 커다란 짐은 무엇인가.
과거 함께 성장했던 기사단의 학살. 그를 통해 군신의 검이 된 네르바.
하지만 아내와 아들의 생명을 위협받으면서도 오로지 그 응어리를 품고 살아가던 루오였다.
“이제 당신한테 그 어떠한 감시자들도 붙지 않을 것입니다.”
파크의 말이었다. 그의 아내는 루오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손을 잡아주었다.
늠름한 아들은 그저 아버지라고 부르며 그를 껴안아주었다.
루오는 아들을 끌어안고, 아내의 따뜻한 손을 꽉 잡아줬다.
자택 안에 들어갔을 때,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입안에 절로 군침이 돌 정도의 냄새였다.
파크가 루오를 부엌으로 안내했다. 그곳에 원형의 불판에 먹음직스럽게 차려져 있는 닭갈비가 있었다.
“전하의 명이요.”
“…….”
“만백성은 자신이 만든 맛있는 한 끼를 먹을 것.”
“…….”
파크가 나섰다.
루오와 가족들이 식사를 시작했다.
“어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에요.”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데, 기분 좋은 매운맛이에요. 치즈에 찍어 먹어봐요, 아버지.”
루오가 닭갈비에 치즈를 한가득 찍어 올려 입에 넣는다.
“아니, 아버지. 너무 많이 찍잖아요. 내 거도 남겨줘요…….”
“하하하하하!”
웃음소리가 퍼진다.
왜일까, 루브앙 제국에 있었을 때보다 이곳에 있는 것이 더 편한 것은.
식사를 모두 끝낸 루오가 밖으로 나왔다.
산뜻한 공기가 느껴진다.
루브앙보다 훨씬 약국인 천외국에 있음에도 그가 이토록 편안한 이유.
그는 알고 있었다.
‘이게 당신이 가진 힘인가.’
어째서 천외국에는 루브앙 제국과 다르게 웃음소리로 가득했는지를 알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
“…….”
루오가 숨을 죽였다.
정체 모를 기척들이 빠르게 천외국의 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던 루오.
그가 그들을 쫓아 은밀하게 움직였다.
* * *
살신단.
신의 검 루오가 키워낸 최정예 암살집단이다. 그들의 임무는 왕족이나 황족, 또는 해당 나라에서의 강자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들이 움직이면 왕족이든, 황족이든 흔적도 없이 죽어나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르친 인물이 바로 루오였다.
그런 루오가 열네 명의 살신단들에게 말한다.
“나는 천외국의 개다.”
“……!”
“……!”
“……!”
“……!”
그들은 어떤 일 앞에서도 동요하는 법이 없었다.
감정이 변화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소리가 커진다.
암살자들은 작은 숨소리조차도 숨겨야 했기 때문에 그들은 그 어떤 일에도 감정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감정변화가 없을 수 없었다.
“혹시 흑마법에 걸리신 겁니까?”
“루오 단장님께서 세뇌에 당하신 건가…….”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다. 루오는 세뇌를 당하지 않았음을.
그들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세뇌당한 인물의 눈동자와 표정이 저러할 리 없었다.
그에 루오가 차갑게 말했다.
“그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말 것. 그 사실을 잊었는가?”
“…….”
“…….”
“…….”
진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루오 단장이었다.
루오는 얼마 전 마세르라티 왕국과의 전쟁 당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꿀꺽-
“단장님께서 어째서…….”
루오가 그들을 차갑게 바라봤다. 왼팔의 소매가 펄럭인다. 그저 단도를 늘어트린 루오가 복면 사이의 날카로운 눈으로 그들을 흩어본다.
“오라.”
“…….”
“…….”
그들은 알았다. 루오는 이제 천외국의 개가 되었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나, 그의 가르침.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무는 완수해야 한다.’
그랬기에 레본과 살신단원들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팔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본래 루오는 두 개의 단도를 사용했던 인물이었다.
곧바로.
휘리리리리릭-
공기를 가르며 여러 개의 암수가 튀어나와 루오에게 쏘아졌다.
태태태태태탱-
루오가 노련한 솜씨로 암수들을 가뿐하게 쳐낸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솜씨이다.
곧바로 암살단원 몇몇이 그가 자신들에게 가르쳐 준 ‘암살자의 춤’ 1장을 사용한다.
1장. 쾌속의 살.
푸화아아아아악-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세 명의 살신단원이 동시에 목, 명치, 등을 노린다.
그러나 암살자의 춤의 진짜 주인은 루오였다.
그 또한 암살자의 춤. 2장을 발현.
2장. 난무하는 살.
분신의 손을 열세 개 만들어 공격 및 방어를 해낼 수 있는 난무하는 살은 주변의 공격을 방어하거나 혹은 공격할 때 용이하다.
그리고 이 열세 개의 손은 0.5초에 모두 휘둘러진다.
콰콰콱-!
세 개의 급소를 노리는 단도를 막아내고, 나머지 분신의 손들이 그들의 몸 곳곳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크아아아악!”
명치를 노리던 이의 몸에서 피가 솟구칠 때, 루오가 그의 목에 단도를 찔러 넣었다.
“커헉-”
푸화아아악-
루오를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는 살신단원의 목을 단도로 찌른 그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뽑아냈다.
곧바로 목을 노리던 이의 목을 베어 지나치며, 뒤를 노리던 이의 목을 또 한 번 꿰뚫는다.
풀썩풀썩-
“……!”
압도적이다. 팔이 하나밖에 없었지만 살신단의 수장이었던 자이자 신의 검이었던 자.
적막이 찾아든다. 누군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퍼질 때.
끼이이익-
“무슨 소리가…….”
헤이즈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루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가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레본이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단장님의 가르침. 잊지 않고 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적과 목표를 암살할 것.”
“…….”
그 뜻을 루오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죽더라도 대상은 암살한다. 그리고 지켜야 할 자가 있는 자는 많은 제약을 받게 마련이다.
빛처럼 여러 개의 단도가 헤이즈를 향해 솟구친다.
“꺄아아아악!”
눈앞에 나타난 복면 쓴 암살자들과 그들이 내뻗는 단도에 헤이즈가 비명을 터뜨린다.
태에에엥-
그 순간 루오의 단도가 그들의 무기를 노련하게 하나둘 쳐내더니, 헤이즈를 힘껏 밀쳤다.
“……!”
뒤로 물러난 헤이즈는 보았다.
신의 검이었던 자이자, 살신단의 수장.
헤이즈는 누구보다 그를 반대해 왔다.
‘전하, 복종관계이기 때문에 그는 위험합니다. 또한, 전하를 거스를 시 사망하게 된다는 내용도 암살자들에게는 그렇게 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죽음을 감수하고 천외국의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간다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헤이즈는 진정으로 복종심을 가지지 않은 자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 민혁에게 말했다.
‘지켜보면 알겠지.’
그에 대한 민혁의 대답은 이러했었다.
헤이즈는 루오를 불신했고 위험한 싹이라고 판단했다.
그런 그가.
핏-
“…….”
헤이즈에게 뻗어오는 단도를 막기 위해 몸을 던졌고 베어졌다.
그의 몸 곳곳에 생채기가 늘어난다.
‘……대단해.’
헤이즈는 그에게 감탄했다.
열 명이 넘는 암살자들 사이에서 자신을 홀로 지켜내는 루오는 신의 무위를 보여준다 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위험하다.
그렇게 판단했을 때.
살수의 춤 최종장.
그 어떤 이들도 살수의 춤 최종장은 배우지 못했다.
루오가 가르쳐 주지 않아서?
아니,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이동속도를 5초 동안 5배 상승시키며, 초당 30회의 단도를 휘두르는 힘.
피피피피피피피피픽-
루오와 헤이즈의 주변 곳곳에 있던 그들에게서 피가 솟구친다.
그것은 마치 한 마리의 표범과 같았다. 빠르게 움직이며 적들의 목만을 물어뜯는!
털썩-
털썩-
털썩-
허공에 있던 적들이 떨어지고, 바닥을 굳건히 밟고 서 있던 자들이 쓰러진다.
“……아.”
지금 이 순간 헤이즈는 깨닫는다.
루오는 충성심만 산다면 암살. 그리고 누군가를 지키는 것에 있어서는 천외국의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거라는 것.
그런 생각을 품는 그 순간.
피이이이이잉-
살신단의 부단장 레본의 단도가 빠른 속도로 헤이즈에게 뻗어진다.
그때에.
그를 대신하여 루오의 옆구리에 그 단검이 꽂혔다.
푸우우우욱-!
그렇지만 비명조차 없었다.
“…….”
“……단장님.”
레본이 쓴 표정을 지으며 루오를 바라봤다.
누구보다 냉정하고 차가운 인물로 보이는 루오.
그러나 그는 레본이 본 신의 검 중 가장 인간적이었던 자이다.
그랬기에.
“당신이 제게 했던 가르침을 기억하십시오.”
콰지익-
루오의 단도가 레본의 목에 꽂힌다. 천천히 쓰러지는 부단장 레본의 눈은 여전히 그에 대한 존경심을 담고 있다.
루오가 했던 가르침 중 하나.
‘암살자는 누군가를 죽이든 또는 누군가를 지키든. 결심한 순간 모든 것을 버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 루오는 이 순간 모든 것을 버렸다.
루오는 쓰러지는 레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봐 줬다.
암살자로서의 긍지. 그것은 자신의 속을 내비치지 않는 것.
지금 루오의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
뒤에서 그를 보던 헤이즈는 경악했다.
‘어떻게 서 있는 거야?’
꿀럭-
루오의 복부에서 쉴 새 없이 피가 솟구쳤다. 그의 몸에서 흐르는 피가 검은 옷을 적시고 있었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는 굳건히 서 있었다.
그리고 헤이즈를 돌아봤다.
“기사들을 부르시오.”
그 말이 끝이었다.
그는 걸음을 옮겼다.
“다, 당신…… 서둘러 치료해야 해요. 멈춰요.”
그러나 루오는 멈추지 않았다. 그때, 복도 끝에서 한 인물이 다급히 걸어오는 게 보였다.
다름 아닌 민혁이었다.
민혁은 한눈에 보기에도 모든 상황을 알아챌 수 있었다.
아비규환과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헤이즈의 몸에는 아주 작은 생채기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
민혁은 작게 목례를 취하는 그를 바라봤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달싹였다.
그에 루오가 말한다.
“저는 천외국의 개일 뿐입니다.”
그 말이 끝이었다.
루오 그는 루브앙 제국의 사람이었던 자다.
네르바와 함께 죄 없는 많은 자들을 죽여왔다.
그 숫자가 손으로 헤아릴 수도 없다.
그중에는 누구보다 심성이 고왔던 자들도 많았고, 누구보다 좋았던 사람이었던 자들도 많았다.
이런 나는, 그저 천외국의 개면 된다.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그는 민혁을 지나쳐 걸어갔다.
그때.
“루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민혁이 있었다.
“넌 천외국의 개가 아니다.”
“…….”
“너에게 청하마.”
“…….”
민혁이 이를 드러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천외국의 그림자가 되어주겠는가?”
그림자.
가장 가까운 호위기사 또는 그를 지키는 돈독한 자를 의미한다.
그에 루오의 눈이 처음으로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쿠우웅-
루오.
그가 양쪽 무릎을 꿇었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강직한 눈으로 민혁을 보는 그가 말한다.
“당신의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루오가 당신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