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70
밥만 먹고 레벨업 771화
오메기떡은 차조 가루를 이용해 만들어낸 떡 안에 팥앙금을 넣고 겉에 팥을 묻혀 먹는 떡이다.
요근래엔 훨씬 더 다양해진 편인데, 안에 팥앙금을 넣고 겉에만 ‘인절미 가루’, ‘흑임자’, ‘곡물’ 등을 묻혀 먹거나 한다.
팥이 묻은 오메기떡은 씹는 순간, 크게 달달하지 않은 팥이 겉으로 씹히며 쫄깃한 떡의 식감에 이르게 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베어 물면 안에 들어 있는 달콤한 팥앙금이 민혁을 춤추게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인절미 오메기떡.
“와구.”
민혁은 모든 떡을 단 한입에 먹었다.
인절미 오메기떡을 입에 넣는 순간 달콤한 인절미 가루의 맛이 느껴진다.
그런데 씹으면 인절미와 그 맛이 확연히 다르다.
더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달콤한 팥앙금이 느껴진다.
이처럼 민혁은 흑임자와 곡물이 묻은 오메기떡을 먹으며 감탄, 또 감탄하고 있었다.
‘환락도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구나…….’
민혁 기준에서 이 섬은 최고의 섬이었다.
이런 맛있는 떡이 있는 섬이라니.
송골송골 눈물까지 맺힌다.
심지어는.
[환락도의 특산물인 오메기떡을 최초로 드셨습니다.] [특별보상으로 체력 +1을 획득합니다.]놀라운 일이었다.
그저 최초로, 특산물인 오메기떡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체력 스텟이 영구적으로 상승했다.
‘이 환락도 도대체 뭐야?’
고락이 알고 있던 특별한 섬.
맛도 좋은데 스텟도 상승시켜 준다?
급기야 민혁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르르륵-
때마침 벌컥 하고 문이 열리며 한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여인은 민혁의 또래로 보였으며 지니나 아스갈과 견줄 만큼이나 아주 아름다웠다.
‘오메기떡도 이렇게 맛있었는데, 고기국수는 또 얼마나 맛있겠어.’
민혁은 고락의 안내에 의해 발걸음한 바 있다.
또한, 민혁은 주변 상인들에게서 고기국수 하나로는 에블린이 최고라는 이야기도 들었던 바 있다.
“여기 고기국수 50그릇이요.”
“…….”
에블린은 경악했다. 혼자서 고기국수 50그릇을 주문하다니?
심지어 오메기떡 ‘827개’를 먹어치웠다고 하니 거짓말인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문제는.
“죄송하지만 재료가 없어서요.”
“……!”
민혁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어떤 재료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돼지고기가 없어요.”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다. 볶짬면을 시켰는데, 볶음밥만 주문 온 것보다도 더 충격적이다.
고기국수를 파는 집에 돼지고기가 없다?
“그럼 구매하면 되지 않나요?”
“환락도는 처음이신가요.”
에블린은 단숨에 그를 알아봤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곳 흑돼지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들인지에 모를 수가 없었다.
민혁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에블린은 흑돼지와 유통계약에 대해 설명했다.
“……더 이상은 가게운영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음식을 참 좋아하는 사내 같다.
오메기떡을 827개를 먹어치우며 해맑게 웃고, 눈물마저 흘리는 모습이 이상하다고도 생각되지만 그 모습이 호감으로 느껴지는 사내였다.
“딱 한 그릇. 딱 한 그릇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남아 있어요.”
이 마지막 한 그릇을 만들 수 있는 재료.
이를 끝으로 알았다. 에블린은 이제 이 식당에서 고기국수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민혁은 딱 한 그릇의 국수를 만들어준다는 에블린의 말에 감격했다.
‘내가 흑돼지들이라도 왕창 잡아다 줄까?
어쩌면 그녀의 이 마지막 한 그릇은 정말 특별한 요리일지도 모른다.
많은 요리사들이 때론, 요리의 길을 포기하곤 한다.
빈약한 복지에 강도 높은 업무.
심지어 대부분의 요리사들의 경우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게 태반.
또는 돈이 되지 않기에.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요리하는 것을 멈추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에블린도 그와 비슷했고, 그녀는 그 마지막 한 그릇을 자신에게 선물해 준다 했다.
고작 한 그릇의 국수에 지나지 않으나 가장 정성이 담긴 한 그릇의 국수.
에블린의 요리가 시작된다.
흑돼지 머리고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재료들을 이용해 뽀얀 국물을 그녀가 우려내기 시작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주 즐겁다.
탁탁탁탁탁-
경쾌하게 이어지는 채 치는 소리가 민혁의 귓가를 자극한다.
화아아아아아아악-
그녀가 냄비 뚜껑을 열어젖히자 솟아오르는 수증기가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마침내, 면을 건져내어 탁탁 털어내는 모습을 보며 민혁은 고기국수를 먹을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드디어 에블린이 고기국수와 함께 잘 쪄진 만두를 내왔다.
“마지막 손님이니까, 돈은 안 받을게요.”
민혁은 자신의 앞에 놓인 고기국수를 바라봤다.
뽀얀 국물 안으로 에블린이 직접 뽑은 생면.
그리고 면 위에 얹어진 일곱 점의 수육과 흩뿌려진 계란지단.
민혁은 꼭 이 보답을 하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배고픔에 말보다 행동이 앞섰다.
먼저 그 뽀얀 국물을 그릇째 들어 올려 후, 후 불어서 맛보았다.
입안에 넣는 순간 담백하고 개운한 고기국수의 육수 맛이 퍼져나갔다.
‘비린내가 하나도 안 나.’
환락도에서 고기국수에 흑돼지를 사용하는 이유는 백돼지에 비해 비린내가 훨씬 덜 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젓가락으로 생면을 가득 퍼서 올린다.
그리고 단숨에.
후루루루루루룹-
쫄깃쫄깃한 면발이 입안에서 춤을 춘다.
즐거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이번에는 면과 수육을 함께 집어 든다.
수육은 비계와 살코기의 배율이 적당했다.
함께해서 입에 넣어 씹어본다.
“와…….”
감탄이 그치지 아니하는 맛이다.
에블린의 고기국수의 맛은 ‘초대 식신’이 살아 돌아왔다 해도 될 정도로 맛있었다.
또 한 번 그릇째 국물을 한번 들이켜주고, 이번엔 잘 익은 김치 하나를 면과 함께 들어 올린다.
‘국수의 묘미는 김치지.’
그렇다. 아삭하고 잘 익은 김치는 심심할 수 있는 국수의 맛을 환상적으로 바꾸어준다.
“후루루루룩.”
아삭아삭-
즐거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이번엔 에블린이 준 찐만두도 한입 넣어본다.
만두의 뜨끈한 육즙이 입안으로 번져나간다.
그렇게 민혁이 즐거운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쾅-!
에블린의 가게의 문이 요란하게 열렸다.
* * *
에블린의 가게의 문이 열리며 들어온 사람들.
그들의 가장 앞에 선 사내를 보며 에블린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푸르인 상단.
실질적으로 환락도 전체를 장악한 상단이었다.
이 상단은 환락도의 왕조차도 쉬이 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다.
그리고 그 가장 앞에 선 사내는 푸르인 상단에서 보낸 로이크를 비롯한 기사들이었다.
로이크는 푸르인 상단이 고용한 환락도의 뛰어난 기사인데, 악질적인 일을 도맡아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푸르인 상단 자체가 악질적인 상단이었다.
함께 들어온 기사들은 다섯이었다.
일개 여인의 가게에 총 여섯의 기사들이 함께 온다?
그 이유는 에블린의 미모가 너무도 출중했기 때문도 있으리라.
“꺼져요. 로이크.”
그런 절대적인 힘을 자랑하는 푸르인 상단의 로이크에게 에블린은 거침없이 으르렁거렸다.
“다짜고짜 꺼지라니.”
로이크는 체구가 거대한 장신이었다.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장사를 하지 말랬더니, 손님이 있네? 처먹던 거 냅두고 당장 꺼져라.”
그는 한곳에 자리를 잡고 식사 중인 사내를 흘끗 보더니 으르렁거렸다.
“자릿세가 밀려도 너무 밀렸어, 예정대로 오늘부터 에블린. 당신은 우리 푸르인 상단과 일해야 할 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에블린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의 가게가 자릿세가 밀린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사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빚 또한 있다.
그러나 매번 로이크는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푸르인 상단으로 올 것을 권유한다.
그녀의 특별한 힘을, 푸르인 상단은 원하고 있는 것이다.
“뭐, 안 되면 당신이 내 곁에 와도 좋고.”
로이크가 기분 나쁜 시선으로 에블린을 흩었다.
에블린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정말 역겹네, 당신네들.”
입술을 깨무는 에블린은 짐작했다.
“우리 아버지를 그렇게 만들고.”
그렇다.
사냥을 갔던 아버지의 죽음.
그것이 푸르인 상단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았다.
“여자 하나 데려가겠다고 이렇게 여러 명이 오고 말이야.”
에블린의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분하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싸우지 못하는 자신이 분하다.
그렇지만 이젠 할 말은 하고 싶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이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가망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인생 또한 오늘날 완전히 뒤바뀌게 될 것임을 알았다.
그러나 그러한 결과를 안다고 해도 에블린은 굴복만 하는 여인은 아니었다.
“역겹고 토 나와, 당신네들 얼굴만 보면. 특히나 로이크 당신은 얼굴이 오크를 닮아 오크 로이크라고 불린다지? 쪽팔리게, 여자 하나 마음을 사겠다고 악한 짓은 다 하고 다니고 말이야.”
“뭐, 뭣…….”
로이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다혈질적인 인물이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다.
로이크는 강했으나 너무도 못생겼었고, 매번 여인들에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푸르인 상단에서 힘을 거머쥔 그는 이렇게라도 에블린을 자신의 품에 안고 싶었다.
그가 에블린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 손길에 에블린이 힘없이 이끌렸다.
“악……!”
“나와 가면 모든 것이 좋아질 거다. 응? 흐흐, 돈도 많이 줄게.”
찰싹-
소름 끼치게 웃는 로이크의 뺨을 에블린이 때렸다.
손톱에 뺨을 긁힌 로이크의 볼에 핏방울이 맺혔다.
분노한 로이크는 그녀에게 손을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다른 기사들이 보는 눈도 있었다.
그랬기에, 그저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네 아비를 누가 죽였을까? 응?”
그 뜻이 무엇인지를 에블린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아비를 직접 죽인 것이 로이크다.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 오른다.
그러나 이끄는 손길에 끌려가는 그녀는 무력하기만 하다.
로이크 또한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황이다.
끌려가는 에블린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한다.
“자, 잠깐. 마지막 손님이라도 대접하게 해줘.”
에블린에게 이 가게에서의 마지막 손님은 너무도 소중했다.
그에 로이크는 고기국수를 먹는 사내를 심드렁하게 바라봤다.
분명히 아까 꺼지라고 이야기했던 그다.
로이크가 자신의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우지익-
테이블이 산산조각이 나며, 그가 먹고 있던 고기국수 그릇이 바닥에 떨어져 요란하게 깨졌다.
그와 함께 국수 그릇 안의 수육 한 점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챙그랑-
“…….”
“어이쿠, 빗나갔군. 다음엔 네 머리통을 터뜨려 주마. 썩 꺼지거라.”
에블린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손목이 붙잡힌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로이크의 뺨을 때리고 할퀴어댔다.
“어떻게, 어떻게 내 손님한테……!”
뺨을 맞던 로이크가 급기야, 에블린의 머리채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때, 자리에 앉아 있던 손님이 중얼거렸다.
“고기국수, 먹어봤냐.”
“……?”
로이크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 개소리지?
“국물은 시원 담백하고 면발은 쫄깃하며 그 위에 얹어진 수육은 비계와 살코기 비율이 환상적이다.”
“?”
“고기국수의 수육이 너무 맛있어서, 마지막에 먹으려고 마지막 한 점의 수육만을 남겨놨었다.”
어느덧 일어선 사내가 에블린의 손목을 잡아챈, 로이크의 손목을 도리어 잡아채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힘을 주었다.
빠드드드드드득-
그 순간, 로이크의 손목뼈가 아스러지기 시작했다.
사내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말한다.
“X발아, 내 수육 물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