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69
밥만 먹고 레벨업 770화
민혁은 과거에 대악마 고락과 마주한 적이 있다.
대악마 고락은 ‘재앙 아티팩트’를 제작해 낸 괴짜 악마이다.
그를 처음 만났을 당시 고락은 민혁에게 있어서 닿을 수도 없는 아주 높은 곳의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불에 휩싸여 사라져 가는 숲을 등진 민혁은 고락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었다.
고락의 다리가 작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대악마로서 참아보려 하지만 그는 다리의 떨림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음을 느꼈다.
[돌발 퀘스트: 고락의 시험 완료.] [고락이 당신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두려워하게 만들었습니다.] [고락에게 필요로 하는 보상을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터무니없는 보상의 경우 들어주지 않으며, 보상을 얻을 기회가 사라지게 됩니다.]파아아아앗-
파아아아아앗-
파아아아아앗-
민혁은 모든 신하들을 그 자리에서 돌려보내며, 새로이 얻은 칭호를 확인해 봤다.
(대악마가 두려워한 유일한 인간)
유일칭호.
칭호효과:
⦁레벨 400 이하의 마족들의 전의 상실.
⦁마족 혹은 악마에 대한 물리 공격력 및 마법 공격력 15% 상승.
⦁마족 혹은 악마에 대한 물리 방어력 및 마법 방어력 15% 상승.
마족들이나 악마들을 상대하기에 있어서 무척이나 유용한 칭호이다.
말문을 잃은 대악마를 민혁이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셋의 대악마 중 하나인 고락.
가장 괴팍한 악마 고락은 마른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창신에 신의 여섯 괴물 악신과 그들마저 넘어서는 현시대의 최강자를 신하로 부린다.’
그러나 중요한 맹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역시나 군신(?)이란 것인가? 엄청난 힘이다.’
방금 전 민혁이 발휘했던 패왕도.
고락이 보기에 군신이라고 하기에 충분한 힘이었다.
민혁이 질문한다.
“아직도 착각하는가?”
“…….”
“함께할지 말지를 정하는 게 당신이라고.”
“…….”
“아직도 망설이는가?”
“…….”
“당신의 후예가 될지도 모르는 자가 내 신하임에도?”
그렇다. 민혁의 말처럼.
엘피스가 시험을 통과한다면 그는 이제 자신을 잇는 대악마가 될 것이다.
사실상 고락의 영혼은 조각조각 내어져 세계 곳곳에 뿌려져 있다.
어쩌면 고락은 지금 죽음을 맞이한 상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한 그에게 그 뒤를 잇는 대악마가 탄생하게 되는 것일 터다.
또한 그 대악마는 저처럼 강한 왕과 엄청난 동료들을 거느리고 있다.
‘내 이름을 뛰어넘는 대악마가 탄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엘피스가 대악마가 되는 자격?
사실 아직 미흡하다.
그러나 고락은 바란 바 있다.
조금 시간이 흘러 엘피스가 더 성장했을 때, 자신의 후계가 되는 것을 말이다.
그에 대악마 고락이 말했다.
“함께하고 싶군. 엘피스의 시험을 승낙하겠소.”
민혁은 보이지 않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어떻게든 시험을 치러보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엘피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리고 나의 이 무례를 용서하시오. 그저 용서해 달라는 것이 아니오. 당신이 말하는 것 두 가지를 들어주겠소이다.”
본래 고락의 시험 퀘스트 보상은 한 가지를 들어주는 것이었다.
이는 고락이 얼마나 민혁을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괴짜 고락은 3대 대악마 중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이다.
그런 고락에게 청할 수 있는 두 개의 부탁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첫 번째 부탁은.
“나는 인간 세상에서 제국을 건설하고자 하오. 지금보다 더 빠르게 제국을 건설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싶군.”
만약 고락에게 ‘제국을 건설하게 해줘’라고 했다면 그 기회는 소멸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부탁은.
“굉장히 배가 고픈데 당신만이 알고 있는 ‘특별하고 맛있는’ 무언가가 있는 곳을 알려주시오.”
그렇다.
역시 민혁스러운 청이었다.
고락은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제국건설에 도움이 되며, 맛있는 것이 있는 곳. 한 곳 알고 있는 곳이 있지.”
고락은 자신의 턱을 쓸었다.
고락은 아테네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마계의 현자라 불렸었던 아르벨?
아르벨은 고락과 비할 바가 못 된다.
그 정도로 고락이 가진 정보는 무궁무진하며, 아테네 제작진이 만들어낸 추후에 오픈할 것들의 정보 상당수도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고락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먹을 것을 찾는 것으로, 나에게 청할 기회를 사용해도 되는 거요?”
고락의 정보는 하이랭커들이 돈으로도 살 수 없다.
그런 걸 고작 먹을 걸로 쓰다니?
대부분의 이들이라면 ‘신등급 무기’나 혹은 ‘신등급 스킬’ 등이 있는 장소를 원했을 터다.
‘물론 그곳에 가면 그만큼 특별한 재료도 존재한다마는.’
약간은 생소하다.
그때 민혁이 카리스마 있는 표정으로 말한다.
“세상에 먹는 것 말고 중요한 게 어디 있단 말인가. 신이나 사람들은 결국 먹고자 사는 것 아니겠나?”
뭔데, 묘하게 설득력 있는가?
“좋은 무기, 강한 힘을 얻었다 한들, 배고프다면 무슨 소용인가.”
정말 묘하게 설득력 있다.
민혁에게 말려든 고락이었다.
“환락도.”
고락이 짧고 굵게 말했다.
“그곳에 간다면 당신이 원하는 특별하고 맛있는 것도. 그리고 제국을 건국하기 위한 더 빠른 길도 있을 걸세.”
그러나 고락은 덧붙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당신이 해내야 얻어내는 것들이지.”
대가 없는 보상은 없는 법이다.
고락이 그 길에 대해 안내해 줬으니, 이 모든 것은 민혁이 쟁취해야 한다.
단.
“환락도는 그 누구도 찾아내지 못한 미지의 섬일세. 그 섬에서 내 힘들이 어느 정도 안내를 도와줄 거야.”
민혁은 고락이 생각보다 더 섬세하게 신경 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민혁이 엘피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머지는 엘피스 스스로 이겨내야 할 것이다.
“환락도로 바로 가겠는가?”
민혁은 고락의 질문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르르, 빛이 되어 민혁이 사라져간다.
* * *
[환락도에 입장하셨습니다.] [환락도는 아스간 대륙에서만 입장할 수 있는 섬입니다.] [환락도에 최초로 발걸음하신 유저이십니다.] [환락도는 47만의 인구수를 보유한 특별한 섬입니다.] [환락도는 1,359.02㎢의 면적입니다.] [명성 300을 획득합니다.]눈을 뜬 민혁은 넓게 펼쳐진 자연을 바라봤다.
마치 아름다운 섬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이다.
또한, 환락도라는 곳이 섬이기 때문인지 가슴이 뻥 뚫리게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 역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곳에 오니, 배가 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여행의 남는 것은 사진과 먹는 것뿐이라고 하였다.
물론 민혁은 이곳에서 제국에 도움이 될 것들과 맛있는 것을 겸사겸사 얻어가려는 참이다.
“그런데 이곳에선 어떻게 이동해야 하지?”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별다른 이동수단이 없었다.
일단은 이곳 섬에 사는 주민들을 만나봐야 할 것인데, 그마저도 가는 길을 모르는 상황이다.
그때.
[고락의 힘이 환락도에 도착한 당신을 안내합니다.] [고락의 힘은 특별하고 맛있는 것을 원하는 당신을 안내하며, 이는 순차적으로 안내될 것입니다.]곧바로 민혁의 눈앞으로 어떠한 요리인지에 대해서 떠올랐다.
그를 본 민혁의 얼굴에 희열 어린 미소가 자리매김했다.
처음 환락도에 입장하고 들었던 알림에 따르면 이곳은 ‘아스간 대륙’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즉, 한국서버를 위한 특별한 곳이다.
또한, 이곳은 넓게 펼쳐진 바다가 아름답다.
심지어 지금 떠오른 ‘요리’에 대해서 보자면, 민혁은 이곳이 어떠한 곳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섬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고락의 안내가 가르쳐 주는 특별하고 맛있는 요리.
바로 ‘고기국수’다.
고기국수.
제주도의 향토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제주도는 과거에는 왕래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 섬만의 고유의 음식들이 존재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고기국수다.
고기국수는 특별하게도 흑돼지를 우려내고 그 위에 흑돼지 수육을 얹어 먹는다.
그 국물은 담백하고 깔끔하기 그지없다고 알고 있다.
심지어 민혁도 과거에 어머니가 살아계시던 아주 어린 시절 제주도에 가서 고기국수를 먹어봤던 추억이 있다.
“꿀꺽.”
그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그리고 부드럽게 씹히던 수육의 맛이 잊히지 않는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그 국수를 한껏 들이켜고 아삭아삭한 김치와 함께 먹으면?
“크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민혁이 반짝거리는 ‘고기국수’ 글씨를 클릭했다.
그러자 고락의 안내가 시작되었다.
[에블린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곧바로 지도가 펼쳐지며, 에블린이 있는 위치에 대해 안내해 주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민혁이 에블린이 있는 곳으로 걸음하기 시작했다.
* * *
특별유저관리팀.
박민규 팀장과 이민화 사원이 끙하는 소리를 냈다.
“눈치챈 거 같지?”
“그런 것 같아요.”
민혁 유저는 눈치가 매우 빨랐다.
환락도.
그곳은 민혁의 예상처럼 ‘제주도’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섬이었다.
물론 모든 것이 제주도와 같진 않다.
그렇지만 제주도에서 많은 것을 따왔다.
그리고 식신이라는 직업을 가진 민혁의 경우 그곳에서 얻어갈 것이 매우 많은 편이었다.
“앞으로 1년 후에 이벤트성으로 오픈할 섬이었는데.”
“많은 것이 달라지려나요?”
한 명의 유저가 개입되어서 특별한 일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스토리는 크게 변함없이 흘러간다.
그러나 민혁 유저의 경우, 너무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저이다.
특히나 그들이 가장 경계하는 게 있었다.
환락도에는 모든 주민들이 섬기는 ‘신’이 존재한다.
또한 환락도의 신은 흉포하고 모든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신이다.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이것에 존재한다.
“환락도의 신이…….”
“흑돼지라는 것.”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며 동시에 한숨을 뱉어냈다.
* * *
섬 환락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에블린.
그녀의 식당은 망해가고 있었다.
고기국수만을 수십 년 이상을 만들어온 그녀의 집안.
본래 이곳의 주인이었던 아버지가 얼마 전 돌아가시고 더 이상 흑돼지를 구할 수 없게 되었다.
환락도에서는 흑돼지를 사냥해야 한다.
이를 대신해주는 이들이 ‘사냥꾼’들이었는데, 에블린의 경우 기사 출신이셨던 아버지가 손수 흑돼지를 사냥하시곤 하셨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다른 사냥꾼들에게 흑돼지 유통계약을 맺자고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푸르인 상단이 이미 손을 썼겠지.’
에블린의 가게는 무척 작았지만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손님이 방문하던 곳이다.
때문에 힘 있다는 상인들이 힘을 써서 그녀를 망하게 하려는 셈일 것이다.
직접 사냥을 가면 되지 않냐고?
이곳 흑돼지는 매우 강하다.
때문에 사냥꾼들은 기사 출신이었던 자들이 대부분.
흑돼지 따위가 바위를 부순다면 믿겠는가?
그런 놈들이 바로 이 환락도의 흑돼지들이다.
‘그렇다고 백돼지를 이용해 고기국수를 만들 수도 없고.’
백돼지와 흑돼지는 분명히 다르다.
흑돼지의 경우 지방과 살의 함량이 일반 돼지에 비해 훨씬 더 뛰어나기에 맛이 훨씬 더 좋다.
때문에 백돼지를 사용하면 고기국수의 맛이 달라진다.
‘방법이 없을까?’
에블린은 아버지가 남긴 이 식당을 지키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똑똑-
누군가 가게 문을 두들겼다.
현재 재료가 없는 상태로 영업을 하지 않는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섰다.
그곳에 웬 남성이 환락도의 특산물인 오메기떡을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메기떡, 맛있어……!”
해맑은 미소로 눈물 한 방울을 흘리는 사내를 보며 에블린의 얼굴이 의아함에 물들었다.
그리고 그 오메기떡이 바로 에블린 옆의 가게에서 구매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옆 오메기떡집을 운영하는 부인 할슨이 말했다.
“오메기떡 827개를 선 자리에서 먹어치우다니…….”
“…….”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