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46
밥만 먹고 레벨업 847화
아르도 제국의 콘스티누 황제.
그는 유저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루브앙 제국 이전에 가장 강국이었던 제국을 이끌던 사내였다.
그런 사내가 이끄는 제국과 전쟁을 치르고 무너질 천외제국을 보며, 어떠한 자들은 안타까워했고 또 어떠한 자들은 열등감에 의해 즐거워했다.
그런데 지금, 모두의 예상을 비트는 일이 벌어졌다.
콘스티누 황제가 천외제국을 향해 크게 절했다.
사실 천외제국이 아닌, 아마칼 경에게 하는 절이었다.
황제는 절대 다른 자들에게 절하지 아니한다.
그것이 ‘신’이나 혹은 자신들의 제국을 무너뜨리고 목에 검을 겨눈 ‘적’이라면 모를까.
아테네 역사서를 찾아봐도 황제가 신하였던 자에게 절을 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크게 절한 콘스티누 황제는 울고 있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또 한 번 말한다.
“나는 그대에게 매번 도움만 받는구려.”
아마칼은 아르도 제국을 배반하고 천외제국의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도움을 받았다고?’
민혁이 옆에 선 아마칼을 돌아봤다. 주먹을 꽉 쥔 아마칼이 쉴 새 없이 눈물을 쏟으며 자신이 섬겼던 사내의 초라한 등을 바라본다.
아마칼을 잃게 된 아르도 제국의 성장력은 매우 더뎌질 것이다.
이제는 ‘성장한다’는 개념보다는 아르도 제국의 있는 것을 ‘지켜야 한다’는 개념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콘스티누 황제가 아마칼에게 고마워하는 이유.
‘네 덕분에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제국으로 돌아갔던 콘스티누 황제는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아 넋이 나가 있었다.
그 충격 속에서 아마칼의 말을 떠올렸다.
-어떤 백성도 강하기만 한 제국을 원한 적 없습니다. 눈을 뜨십시오. 세상을 바라보십시오. 백성들이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 과거와 현재. 무엇이 다른지 말입니다.
그에 콘스티누 황제는 백성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빛에 깃든 것.
자신이 바라보자 그들의 눈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공포’였다.
그다음에는 ‘굴복’이었다.
전대 황제페하가 서거하시고 자신이 황제가 된 후 3년.
모든 백성들은 자신을 바라볼 때 즐거움의 미소를 지었고 존경의 눈빛을 보내왔다.
아마칼의 말처럼이었다.
그 어떤 백성도 ‘강하기만 한 제국’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흔들리지 않으며 모두가 큰 아픔 없이 사는 제국을 원할 뿐이었다.
루브앙 제국조차 제치는 강한 제국을 바랐던 것은 콘스티누 황제와 많은 귀족들뿐이었다.
“닫혔던 나의 눈과 귀가 열렸네. 이제야 다시 내가 바랐던 제국, 황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바로 보게 되었어.”
땅에 머리를 박은 황제.
그가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깨우침을 준 아마칼을 바라봤다.
아마칼이 콘스티누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폐하, 변하지 마소서. 그 마음 변치 마소서.”
민혁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아마칼이 천외제국과 민혁에게 호감을 느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아마칼이 천외제국으로 넘어온 진짜 이유는 누구보다도 콘스티누를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을 콘스티누와 함께하며 깊은 유대감을 나눴던 인물이다.
‘루브앙 제국에 의해 콘스티누는 다급해졌을 것이다.’
힘들게 일구었던 제국이 크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에 의해 콘스티누는 자신이 원하던 제국의 본질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본질을 잊은 콘스티누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마칼.
그는 콘스티누의 진짜 ‘본질’을 알았다.
그랬기에 그를 떠났고, 이제까지 콘스티누의 행동에 대한 ‘벌’이 되었으며 ‘마지막 가르침’이 되었다.
콘스티누가 이끌고 왔던 800여만의 병사들이 술렁이고 있었다.
아마칼이 자신들을 배신했다.
그에 ‘콘스티누가 천외제국을 멸망시킬 것이다’라고 생각하던 그들이었다.
그들도 처음엔 분노했다.
우리와 평생 함께할 것 같았던 아마칼 사령관이 우릴 배반했다.
‘어째서?’
‘천외제국에서 더 많은 돈을 약속한 건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약속받았나?’
그들의 분노는 컸다.
좋은 감정이 있을수록 이런 일이 있을 때, 배신감은 큰 법이다.
그러나 병사들도 깨우친다.
자신들이 아는 아마칼은 오로지 아르도를 위한, 아르도만을 아끼는 자였다.
특히나 가장 충격이 컸던 사냥개 기사단원들.
사냥개 기사단원의 부단장이 콘스티누를 따라 크게 절했다.
이를 시작으로 사냥개 기사단이 하나둘 아마칼에게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장관입니다.] [비록 이는 민혁에게 하는 절이 아니나, 보고 있기만 해도 감동의 전율이 솟구쳐 오르고 있습니다.] [아마칼. 그는 아르도 제국의 역사에 가장 크게 남을 인물일 것입니다.] [또한 일개 신하 앞에 절을 한 콘스티누 황제 역시, 대륙의 많은 황제와 왕들의 귀감이 될 것입니다.] [어떠한 자들은 황제의 권위가 떨어졌다며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이로운 효과가 작용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아르도 제국의 황제가 ‘신하와 백성’의 소중함을 안다를 보여주는 결과물이 될 것이고 세계 대륙의 많은 자들이 아르도 제국을 우러러보게 될 테니까요.]사냥개 기사단이 올리기 시작한 절은 빠르게 번져 나갔다.
병사들이 하나둘 절을 올린다.
지금의 아르도 제국이 있게 한 영웅.
그리고 흔들렸던 아르도 제국과 황제의 생각을,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르도를 떠나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자.
그것은 존경.
‘이런…….’
민혁은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목도하고 숨이 멎을 뻔했다.
800만에 이르는 군대, 그리고 그 가장 앞의 굳건한 제국의 황제가 아마칼에게 절하고 있다.
‘내가 품을 수 있는 그릇일까?’
그 정도의 의문이 들 정도로 아마칼은 위대하고 대단한 자였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맙습니다. 아마칼 경.”
“우리는 아르도 제국을 지키겠습니다.”
“당신이 바라는 제국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아마칼 경, 행복하십시오.”
“당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아르도 제국이 있었습니다.”
“아르도 제국과 폐하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국과 폐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더 노력할 것이고, 더 강해질 것을 약속드립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마칼에 대한 병사들의 진심이 담긴 인사였다.
그리고 그 여러 인사들이 뭉쳐져 하나의 커다란 외침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수백만 명의 외침에 아마칼의 가슴이 지끈거렸다. 이제까지 아르도 제국에서 살아왔던 자신의 행보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지금 이 자리에서 증명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또한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했던 그들.
그들은 자신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에 어찌 보면 배신자인데도 헤아려 주고 있는 것이다.
아마칼의 시선이 다시 콘스티누에게 향했다.
콘스티누는 알았다. 변질되었던 자신에 의해 아마칼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미 그는 다시 천외제국의 사람이 된바.
그런데.
다시 고개를 땅에 파묻은 콘스티누의 몸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대를 보내줘야겠다, 나에게 깨우침을 주어서 고맙다, 여러 번 생각해 보지만.
“나는 이제 누구와 차를 마시오…….”
그는 아마칼이라는 인재를 잃었다는 사실보다 친구가 떠났다는 것에 슬펐다.
초라하게 우는 황제의 뒷모습.
“나는 이제 누구와 걱정거리를 나누오…….”
콘스티누는 행복한 제국을 만들고자 또 한 번 다짐했다.
나의 제국은 과거처럼 변화할 것이라고.
그런데, 자신은 그와 있었을 때 가장 행복했었다.
“나는, 이제 누구와 함께 웃어야 한단 말이오.”
이젠 그 사람이 자신의 곁에 없었다.
오열하는 콘스티누 황제의 몸이 크게 떨리고 있다.
그의 신하들 중, 차마 그 누구도 다가가 위로하거나 일으켜 세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르도 제국 병사들은 콘스티누가 얼마나 아마칼을 아꼈는지 알고 있었다.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콘스티누를 위로할 수 없다.
그러나 딱 한 사람.
끼이이이이이익-
성문이 거칠게 열렸다. 오열하는 콘스티누의 고개가 들려 그곳을 바라본다.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민혁이 군신의 목소리를 발동시켰다.
하늘 위로, 꾀죄죄한 어린아이와 그를 인자한 웃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젊은 황제의 그림이 그려진다.
[그와의 첫 만남 당시 소년은 다짐했다.] [이자를 위해 살아가리라.]스르륵, 그림이 흩어지며 다른 모습이 보인다.
검술 대회에서 우승한 아마칼.
청년이 된 사내가 황좌에 앉은 자에게 절하며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황제도 그를 보며 생각했다. 이자와의 인연이 매우 뜻깊을 것 같다고.]스르르륵, 또 한 번 그림이 흩어진다.
성문을 바라보는 콘스티누.
그의 시선 끝에 다급해 보이는 사내가 있었다.
숨을 헐떡이던 그는 자신을 바라보며 첫걸음을 떼었다.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다.
몬스터들에 의해 위험에 빠진 청년을 보고 사색이 되어 달려가는 황제의 모습이었다.
[황제는 그를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첫걸음을 뗀 사내 아마칼.
그는 하늘 위에 그려진 그림 속 황제와 닮아 있었다.
황제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황제가 있는 곳을 향해 내달리는 그는, 황제의 슬픔이 자신의 죽음보다 두려운 표정이었다.
달려가는 아마칼의 위로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살아남은 청년과 그를 구한 황제.
그리고 기사단이 두런두런 앉아 수프와 빵을 먹는 모습.
[살아남은 청년은 일개 기사에 불과한 자신과 앉아 수프를 떠먹으며 농을 던지는 황제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또 한 번 다짐했다.] [오로지 이자를 지키기 위해, 이 제국을 부흥시키리라.]어느덧 내달린 아마칼이 콘스티누의 앞에 당도했다.
그를 바라보던 콘스티누가 몸을 일으켰고, 그 앞에 아마칼이 무릎을 꿇고 외쳤다.
“폐하!”
거칠게 달려와 숨을 헐떡이는 아마칼이 말한다.
“그런 걱정하지 마십시오.”
“…….”
“폐하께서 차를 마시고 싶을 때, 폐하께서 함께 담소를 나눌 사람이 필요할 때, 폐하께서 슬픈 일이 있으실 때 언제든 폐하를 웃으며 맞이할 겁니다.”
콘스티누가 무릎 꿇은 그를 보며 울며, 웃었다.
그리고 말하는 아마칼도 웃으며, 울었다.
“그리고 허락해 주십시오.”
아마칼이 입을 연다.
“제가 폐하와 차를 마시고 싶을 때, 슬픈 일이 있을 때, 폐하와 함께 담소를 나누고 싶을 때.”
아마칼이 무릎 꿇은 상태에서 그의 발을 작게 감쌌다.
“폐하를 만나러 가도 될 것을.”
그와 함께, 또 다른 그림이 허공에 그려진다.
그 그림은 천외제국 전체와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그림이었다.
수백만 이상의 백성들 앞에 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황제의 모습과, 그 옆을 지키는 청년의 모습이었다.
[꾀죄죄한 소년과 젊은 황제의 만남은 한 시대의 전설이 되었다.]그에 콘스티누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윤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