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82
밥만 먹고 레벨업 883화
신들의 땅에서 가장 존경받는 신은 아테네일까?
아니다. 아주 먼 옛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들의 가장 큰 존경을 받고 있는 신은 군신이었다.
아테네는 실질적으로 신들의 땅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군신은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 때 모든 신들을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신이었다.
신들을 다스릴 수 있는 신.
“군…… 신이라고?”
정작 그 이야기를 들은 베이론은 믿기 힘들었다.
그는 분명 본인의 입으로 ‘식신’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어찌 군신이기도 하단 말인가?
‘군신께서 식신이란 자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었다는 건가?’
그 또한 믿을 수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군신 그 자체의 이름만으로도 고귀하고 위대하다.
그런데 식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에게 말인가?
그때, 목이 묶인 파괴의 타이탄이 양손으로 쇠사슬을 잡아챘다.
[자아의 쇠사슬의 사용시간은 1분입니다!]꽈아아아아아악-
자아의 쇠사슬을 잡아챈 파괴의 타이탄이 힘으로 그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가슴 부분이 열리며 커다란 대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네놈 때문이다!”
벤틀리는 뼛속까지 소인배였다. 자신에 의해 틀어진 일을 식신 때문이라며 비난했다.
“피하게!”
베이론이 다급히 외쳤다.
그러나 벤틀리보다 민혁이 더 빨랐다.
단숨에 거리를 좁힌 민혁의 영겁의 검이 파괴의 타이탄을 가격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1회 가격한 순간, 하늘에서 떨어진 ‘멸(滅)’의 낙뢰가 파괴의 타이탄에 충격을 줬다.
민혁이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두를 때마다 파괴의 타이탄에 멸의 낙뢰가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파지직, 파지지직-
파괴의 타이탄 곳곳에 스파크가 튀었다.
파괴의 타이탄이 균형을 잃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멈추지 않고 민혁이 최강의 스킬 중 하나를 발동한다.
꽈르르르르르르르륵-!
“……!”
베이론이 신음을 흘렸다.
민혁의 검에서 끓어오르는 강대한 화마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속전속결.’
빠르게 끝내려 한다.
“패왕지존도.”
패왕의 화마가 파괴의 타이탄에게 뿜어졌다. 그런데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철컥-
파괴의 타이탄이 한쪽 손을 펼치자 손바닥에 있는 둥근 원형의 텅 빈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원형의 작은 공간이 패왕의 화마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민혁은 빨려 들어가는 화마를 보며 적지 않게 당황하였다.
‘패왕지존도를 완전히 빨아들인다고?’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힘겹게 중심을 잡던 타이탄의 손이 민혁을 겨냥하고 있었다.
“설마…….”
민혁의 불길함이 현실이 되었다.
작은 원 안에서 뜨거운 화염이 끓어올랐다.
곧, 응축된 패왕지존도의 힘이 민혁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HP가 8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7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5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직접 겪는 패왕의 화마는 강렬했다. 빠른 속도로 온몸을 불태우며 눈 깜짝할 사이에 HP가 10% 미만으로 하락했다.
또한 패왕지존도가 스킬 발동이 끝난 후에, 불의 잔재에 의해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는 것처럼 파괴의 타이탄이 쏘아 보낸 힘도 동일했다.
‘심지어 반경은 훨씬 적어졌으나 그 위력 자체는 더 뛰어나졌다.’
말도 안 될 정도의 위력이었다.
민혁이 던전 초입에서 획득한 먹거리로 HP를 회복시키려 했으나 그보다도 HP가 바닥을 곤두박질치는 게 더 빨랐다.
[HP가 1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물러서지 않는 신.] [당신은 모든 신들을 발밑에 두어 신 위의 신이 될 재목입니다!] [HP 및 MP가 50% 회복되며 모든 스텟 4%가 상승하고 스킬 쿨타임 10% 감소 및 MP 사용량이 10% 감소됩니다!]패왕의 화마는 그 와중에도 민혁의 HP를 지속적으로 갉아먹고 있었다.
[HP가 13%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온몸이 화상에 그을려 이질적인 느낌을 받습니다!]실제 뜨거운 고통을 느끼진 않으나 기분 나쁜 이질감이 온몸을 감쌌다.
“끄으으…….”
민혁의 몸 곳곳이 그을렸다.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타이탄들이 ‘생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상처를 회복시키기도 힘들어.’
민혁이 지치지 않는 딜량 폭격기인 이유는 바로 ‘살인귀의 갑옷’에 있는 살인귀의 흡수 때문이다.
적들을 공격할 때마다 그들의 피를 흡수하여 HP를 회복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불가능에 가깝다.
즉, 엄청난 회복력을 잃은 셈이다.
툭-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전시간이 종료된 자아의 쇠사슬이 땅바닥에 떨어지더니 스르르 사라졌다.
온몸이 그을린 민혁에게 던전의 신 벤틀리가 말했다.
“신들의 땅에 사는 용의 뼈로 만들어진 이 녀석은 그 어떤 것도 가를 수 없다.”
실제로 파괴의 타이탄은 계속된 멸의 핏빛낙뢰 폭격에도 커다란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그리고 파워는 어지간한 신들도 주먹으로 때려죽일 수 있는 수준이지.”
벤틀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민혁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내가 받은 특혜. 그 특혜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가능할까?’
그리고 또 다른 생각.
‘파괴의 타이탄은 벤틀리의 말처럼 파괴가 힘들 수도 있다. 지금도 내 공격에 내구도는 고작해야 3% 하락했다.’
멸로 가격했음에도 말이다.
필살검과 다양한 스킬들로 최대한 내구도를 깎아야 한다.
파괴의 타이탄이 가진 단점은 바로 ‘회복불가’다.
현재 민혁과 거의 동등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민혁은 등 뒤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는 베이론을 느꼈다.
그는 주먹으로 두들겨 맞았음에도 온몸의 뼈가 아스러진 듯 보였다.
민혁이 작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가 전장에 난입하지 않는 것이다.
베이론의 입이 달싹였다.
무어라 말하려다가 그는 풀썩 주저앉았다.
‘나는…… 방해만 된다.’
지금의 자신은 도움을 줄 수 없다.
베이론이 말했다.
“미래에, 나는 영웅이라고.”
자신을 희생하여 죽어간 영웅.
그러나 지금은 너무도 나약한 존재이다.
“이런 내가 영웅이라면, 그대 또한 영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민혁이 고개를 돌렸다. 알 수 없는 가슴의 두근거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은 민혁 스스로가 전율하는 것도 있었으나, 시스템이 그의 가슴을 더 빠르게 뛰게 하는 것도 있었다.
[가장 큰 영웅이, 또 다른 영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날, 가장 위대한 영웅의 이름을 이을지도 모릅니다.]아테네는 정해진 시스템도 있지만, NPC들의 행동에 따라 새롭게 발발되는 시스템도 있다.
그랬기에 아테네가 즐거운 것이다.
‘해보자.’
민혁은 계획을 정리했다.
“식신은 영웅이 될 수 없습니다.”
벤틀리가 치아를 뿌드득 갈았다.
“그는 가장 별 볼 일 없는, 신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던전의 신 에바스가 그리 말했다.
처먹기만을 좋아하는 신.
자신도 그리 생각한다. 그는 처먹는 것만을 좋아하는 신이다.
그 따위에게 영웅의 이름은 가소롭기 그지없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파괴의 타이탄 몸 곳곳에서 나타난 작은 대포가 민혁에게 미사일을 폭격한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콱-!
미사일을 비집고, ‘절대무적’을 발동한 민혁이 나아간다.
야수와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적을 노리는 민혁.
그가 폭주하는 검을 발동한다.
그가 노리는 곳.
그곳은 다름 아닌 하단의 무릎을 잇는 이음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폭주하는 검이 무릎에 꽂히며 강한 폭발을 일으킨다.
그때에, 타이탄의 거대한 대검이 민혁의 머리를 찍었다.
꽈아아아아앙-!
그러나 절대무적의 효과가 그를 보호한다.
“필살검,”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콱-!
하늘에서 떨어지는 첫 번째 낙뢰가 타이탄에 꽂히고.
쩌어어어엉-!
“……!”
벤틀리의 눈이 부릅떠졌다.
타이탄의 내구도가 5%나 하락했을 정도로 놀라운 딜량이다.
연이어 수백 개의 낙뢰가 미친 듯이 타이탄을 폭격했다.
쿠콰콰콰콰콰콰콱-!
그 와중에도 민혁이 도망치지 못하게 타이탄의 우악스러운 손이 그의 멱살을 붙잡고 있었다.
“무형검.”
콰르르르르르르르르-!
붙잡힌 상태에서 스킬을 발동.
방어력을 무시하는 강대한 힘이 타이탄을 난자한다.
[내구도가 85%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내구도가 84%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내구도가 83% 미만으로 하락합니다!]타이탄은 방어력을 무시한다 해도, 그 내구도 자체가 신들 몇을 합쳐놓은 것만큼이나 높은 수준이었다.
“그딴 개짓거리를 해도, 타이탄은 부서지지 않는다!”
쾅쾅쾅쾅쾅쾅-!
절대무적 스킬에 따라 공격이 허용되지 않음에도 벤틀리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미친 듯이 민혁의 머리를 두들겨댔다.
그러던 벤틀리가 곧 이성을 되찾았다.
“…….”
어차피 이 전투는 자신이 이긴 싸움이다. 굳이 이를 이끌어갈 필요는 없다.
벤틀리가 민혁의 멱살을 쥐었다.
비록 데미지를 입힐 순 없으나 이러한 행동은 할 수 있는바.
그를 멀리 던져 버렸다.
“식신은 영웅이 될 수 없습니다. 가장 비루한 신이며, 나약한 신입니다. 영웅은 당신뿐입니다.”
벤틀리가 베이론에게 한 말이다.
그 또한 동경했던 영웅에게, 더 이상 못난 꼴을 보이고 싶지 않다.
민혁을 먼 곳으로 던져 버렸던 벤틀리는 민혁이 허겁지겁 어딘가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을 개의치 않아 했다.
이 전투는 끝났다.
그가 스위치를 꺼내어 붉은색 버튼을 눌렀다.
꾸욱-!
그러자 곳곳에 있던 타이탄들이 베이론이 있는 곳을 향해 내달려 오기 시작했다.
달려오는 타이탄들이 이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 폭발은 핵폭탄처럼 거대했다. 반경 수백 미터를 집어삼키며 신민들을 삼켰다.
이윽고 하나둘 폭발들이 곳곳을 덮치기 시작했다.
콰아앙, 콰앙, 콰앙, 콰앙, 쾅쾅!
곳곳에서 이어지는 폭발을 보며 베이론은 벤틀리만을 보았다.
그는 아직도 ‘영웅’이 되었다던 자신이 낯간지럽다.
그렇지만 한 가지, 자신이 생각하는 영웅에 대해선 말할 수 있다.
“어리석은 신아.”
“…….”
“영웅은 꼭 강해야만 하던가?”
“…….”
그 질문에 벤틀리는 말문을 잃었다.
영웅은, 꼭 강하고 위대하다 해서 영웅이 아니다.
곳곳에서 이어지는 폭발 속에서 벤틀리는 잠깐, 자신의 난입을 후회하고 있었다.
* * *
쾅쾅쾅쾅쾅쾅-!
타이탄들은 순차적으로 폭발하며 주변의 모든 것을 휩쓸고 있다.
베이론은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불길을 보며 하늘을 바라봤다.
‘미안하다.’
나와 함께 싸운 신민들이여.
우리는 영웅으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 결과도 이루어내지 못하고 죽게 된다.
너희의 이름을 기억한다.
렐슨, 풀로, 카르오, 에드벤, 히드오.
그들은 고작 신민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진짜 영웅이라 한다면, 그들이 영웅이다.
그리고 곳곳에서 이어지는 폭발 속에, 포기하지 않고 내달리는 또 다른 영웅이 있다.
폭발에 휩쓸려 옆으로 튕겨 나갔던 그가 다시 벌떡 일어서 내달린다.
그가 힘겹게 도달한 곳에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그는 타이탄과 흡사한 신의 병기.
많은 생산직 신들이 모여 제작한 최강의 병기이다.
농사의 신, 대장장이의 신, 조각의 신, 요리의 신, 재봉의 신, 화가의 신, 음유시인의 신.
다른 신들보다 나약했고 다른 신들에게 무시당했던 그들은, 신들의 땅을 지킬 수 없는 자신들을 질타하여 ‘블레스’라는 신의 병기를 만들어내셨다.
블레스의 발동조건은 간단하다.
바로 ‘높은 손재주’ 스텟이다.
손재주는 생산직들을 대표한다.
그러나 신들은 다른 어떠한 신이 자신들의 동의 없이 블레스를 독단적으로 운용할 수 없게, 손재주의 필요량을 무척 높게 잡았다.
최소 셋 이상의 생산직 신들이 모여야지만 발동될 수 있게 말이다.
그로 인해 수천 년 동안 블레스는 단 한 번도 깨어나지 못했다.
민혁이 블레스에 손을 얹었다. 그것을 보며 베이론이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하다, 생산직 신 한 명이 운용하는 것은.’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그 모습을 차마 다 보지 못하고, 베이론이 타이탄의 폭발에 휩쓸려 튕겨 날아갔다.
베이론이 절벽으로 날아가 처박히려 한다.
그러면서도 베이론은 생각했다.
‘나 또한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고 하지 않은가.’
35만의 신군과 자신이 나흘 동안 수백 기의 타이탄의 발을 묶었기에 신들의 땅의 영웅이 되었다.
“…….”
가까워지는 절벽을 보며 무조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은 어리석었던 것이지 않은가 했다.
그때.
와락-
거대하고 차가운 무언가가 베이론을 잡아챘다.
까드드드드드득-
그는 절벽을 한 손으로 잡아내려서는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쿠우우우웅-
땅에 완전히 내려선 그가, 베이론을 천천히 내려놨다.
그 순간 거대한 무언가를 조종하는 이에게 알림이 울려왔다.
[식신의 업적 60%를 돌파하셨습니다!] [신의 병기 블레스를 운용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신의 병기 블레스는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기에 1분밖에 운용할 수 없습니다!] [운용이 끝난 블레스는 부서지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가장 위대한 영웅, 베이론이 지목한 또 다른 영웅입니다!] [식신의 업적 60% 달성에 따라 그가 이루어낸 업적이 신들의 땅에 알려집니다.] [먹는 것을 좋아했던 신.] [많은 신들이 비웃던 신.] [그 신이, 신의 병기 블레스의 주인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