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81
밥만 먹고 레벨업 882화
민혁의 가슴이 먹먹해진다.
베이론. 그로 인해 많은 자들이 웃었다.
신들의 땅을 힘겹게 지켜낸 신들이 웃었고 살아남게 된 신민들도 함께 웃었다.
비록 베이론은 눈도 감지 못한 채로 물에 잠겨 죽었으나, 그로 인해 많은 자들이 웃게 되었다.
‘진정한 영웅.’
민혁은 만약 자신이 베이론이었다면, 그처럼 미소를 지으며 질문할 수 있었을까 싶다.
아무리 죽음을 각오했다고는 하나, 결국 자신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몰려올 충격과 공포는 오히려 그를 더 도망치게 만들지도 몰랐으니까.
그러나, 베이론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을 희생해서도 저리 행복할 수 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히든피스. 영웅의 가르침을 달성하셨습니다.]예상치도 못한 알림이었고 접한 적도 없는 히든피스다.
그저 가르침을 받았다고 히든피스를 달성한다?
‘베이론은 신들의 땅에서도 영웅이 된 자다.’
그렇기에 그로 인해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놀랍고 위대할 것이다.
민혁의 귓가에 음성이 들려온다.
그것은 따뜻한 어미의 목소리와 같았다.
[희생으로부터 얻는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그대의 꽃다웠던 어머니는 10개월간 당신을 품었다. 불어나는 살과 흉측하게 튼 살은 그녀의 희생이고 고통이다.] [마침내 10개월의 시간이 지나 당신을 낳았을 때, 그대의 어머니는 그대를 증오하지 아니했다.] [그대를 바라보며,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희생하였으나 행복했다.]민혁에게 그 가르침이 와닿는다.
그렇다. 알림처럼 정말 가까운 곳에 있다.
희생하여 행복할 수 있는 것.
고작해야 스물한 살. 아직 어린 민혁에게 새로운 가르침이 되고 가슴의 울림이 된다.
‘나 또한 희생하여 웃을 수 있는 자가 될 것이다.’
출산의 고통 후에도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 지으셨던 어머니처럼.
이윽고 알림이 들려왔다.
[칭호 작은 미소를 짓는 자를 획득합니다.] [모든 스텟+1을 획득합니다.] [명성 200을 획득합니다.] [카리스마 1,000을 획득합니다.]당장 민혁에게 확인할 시간은 없었다.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베이론도 감정을 추슬렀다.
지금은 타이탄들을 막아야 할 때였다.
비록 베이론이 미래를 알게 되었다고는 하나, 현 상황을 방관할 생각은 없었다.
미래는 미래일 뿐이고, 현재는 현재일 뿐이었다.
지금의 베이론은 타이탄들을 막고 최대한 신민들의 피해를 줄여야 했다.
콰, 콰콰콰콰콰콰콰쾅-!
신민 마법사들의 마법이 타이탄을 수리하려는 검은 드워프들에게 쏟아지며 계속하여 방해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수시로 신력을 뿜으며 폭격하는 신의 대포가 타이탄들의 진격을 막고 있었다.
간혹 신의 대포와 마법들을 무시하고 돌진하는 자는 신민들이 우르르르르 붙어 최대한 막아냈다.
그리고 전쟁의 신 베이론이 번쩍 날아올라 한 손에 쥔 창으로 투명 유리를 관통해 검은 드워프를 죽였다.
타이탄의 또 다른 약점은 바로 ‘조종사’를 죽이면 된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드워프들이 탑승하여 운용할 수 있지만, 그 틈 자체를 주지 않으면 된다.
적절한 전술전략을 이용해 신민들이 타이탄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급기야 타이탄들이 하나둘 폭발하기 시작했다. 타이탄들의 폭발은 주변 타이탄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연료를 이용해 운용되는 타이탄들의 특성 때문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타이탄들의 계속된 폭발을 바라보며 베이론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길 수 있다.’
신민들과 자신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여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쿵, 쿵쿵쿵쿵-
정체를 알 수 없는 땅의 울림이 퍼졌다.
울림이 심상치 않았다. 베이론의 시선이 그곳으로 돌아갔다.
작은 절벽. 그 위로 베이론의 시선이 올라갔다. 그리고 절벽 위로 거대한 타이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
타이탄이 땅으로 내려선다. 일반 타이탄보다 두 배는 거대한 녀석이 내려서며 쓰러진 타이탄을 밟았다.
콰자자자작-!
짓밟힌 타이탄이 스파크를 튀기다가 이내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폭발에 휩쓸린 거대한 타이탄이 화염을 비집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함께 상황을 지켜보던 민혁도 화염을 비집고 나온 타이탄을 바라봤다.
[파괴의 타이탄 Lv 813.] [던전의 신 벤틀리 Lv 771.]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설명에 벤틀리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 뜻은 즉 던전의 신 벤틀리가 기존의 아르갈리소 던전을 무시하고 난입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를 알림이 증명한다.
[던전의 신이 임의로 전장에 난입하였습니다!]같잖으며 옹졸해 보인다.
‘내가 아르갈리소 던전을 공략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규율을 어겼다.’
황당한 신이다.
그토록 비웃고 조롱하다가 자신이 궁지에 몰리자 곧바로 반칙을 하는.
바로 그때였다.
[돌발 퀘스트: 식신의 이름으로.]등급: SSS
제한: 아르갈리소 던전 두 번째 공략자.
보상: 아르갈리소 던전 3~5번째 관문스킵.
실패 시 페널티: 아르갈리소 던전에서 있었던 모든 일이 감춰짐.
설명: 던전의 신 벤틀리가 임의로 아르갈리소 던전의 규율을 깨고 난입했다. 벤틀리를 막아내고 두 번째 관문을 무사히 통과할 시 모든 관문을 스킵하고 보상을 얻는다. 대신 실패할 시, 아르갈리소 던전에서 있었던 모든 일이 함구될 것이다.
모든 퀘스트는 대부분 ‘유저’가 선택할 수 있다.
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관문 스킵은 매우 달콤한 보상이다.
‘어차피 여기서 강제 로그아웃 당하면 밖에 나가 내가 떠벌려도 믿어줄 이가 없지.’
페널티는 수락하든 하지 않든, 벤틀리의 뜻대로 된다.
그렇다면 수락하는 쪽이 낫다.
퀘스트를 수락한 민혁이 긴장했다.
‘레벨이 800을 넘는다라.’
심지어 그 안에는 던전의 신 벤틀 리가 탑승하고 있다.
어떠한 변칙수를 일으킬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옆에선 베이론이 쓰고 있던 투구를 벗었다.
잘생긴 중년의 남성인 그가 민혁을 바라봤다.
“자네가 이곳을 벗어날 방법은 없는가?”
“예?”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치게. 남은 것은 우리의 몫이니.”
베이론은 다시 댐을 바라봤다.
‘확실히 그렇긴 하다.’
아무리 벤틀리가 탑승한 타이탄이라고 할지라도 수십 미터 높이의 댐이 무너지고 쏟아지는 강물은 감당할 수 없을 터다.
물론 최후의 보루일 것이다.
“자네 같은 생산직의 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닐세.”
“…….”
그 말에서 알았다.
베이론은 민혁이 ‘전쟁의 신’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미래에서 왔음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전쟁의 신이 그렇게 훌륭한 망치질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거든.”
민혁의 아둔함이다. 전쟁의 신 앞에서 ‘당신의 후예다’라고 한 것은.
“당신은 어떤 신인가.”
“식신입니다.”
베이론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다른 멍청한 신들과는 달랐다. 신들은 해당 분야에서 특별한 힘을 발휘하는 자들이다.
식신은 자신의 힘을 발휘할 곳이 있는 법.
“자네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빛을 발하겠군.”
솔직한 의견이었다. 민혁이 일반 신들에 비해 약할 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하려 했다.
그전에, 파괴의 타이탄이 한발 더 빨랐다.
끼이이이익-!
철컥, 철컥, 철컥
파괴의 타이탄의 몸 곳곳이 열리며 축소형 대포들이 수십여 개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서 수십여 개의 미사일이 뽑혀 나오며 요새 곳곳에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하나의 미사일이 반경 50m 이상을 집어삼켰다.
시작된 폭격이 순식간에 신민들 상당수를 죽였고 요새의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요새의 틈에는 두 개의 신의 대포 또한 무너져 있었다.
민혁이 균형을 잡아내고 베이론을 돌아봤을 때, 이미 그는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때, 민혁에게 알림이 울렸다.
[던전의 신 벤틀리가 규율을 어김으로써 특혜가 주어집니다!]* * *
등 뒤에는 활을 차고 왼손에는 창을, 오른손에는 검을 쥔 베이론이 날아올랐다.
‘도망쳤으면 좋겠네, 먹기를 좋아하는 신이여.’
그가 신의 대포를 수리해 준 것만으로도 무척 고맙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났으나 이것 또한 감내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 파괴의 타이탄을 막지 못한다면, 그 선택은 원점으로 돌아가 댐을 무너뜨리는 것이 될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마지막 전투를 직감한 신민들이 무너져내리는 요새의 틈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일반 타이탄들로부터 방해받을 베이론을 지키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전쟁의 신.’.
전쟁터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전우의 함성.”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세상을 흔든다. 그 함성이 내달리는 신민들에게 물러서지 않는 용기와 강인한 힘을 내린다.
“전쟁의 신.”
신력이 폭주한다. 환하게 빛나는 신력이 그의 모든 무기에 깃든다.
끼이이이익-
파괴의 타이탄이 창을 쥔 손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힘껏 전쟁의 신에게 던졌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륵-!
공기를 찢는 파공음, 그 파공음처럼 빠른 거대한 창이 베이론을 노렸다.
콰아아아아아앙-!
베이론 또한 창을 내질렀다. 거대한 창과 인간이 쥔 작디작은 창이 만나 거대한 파동을 일으켰다.
쿠호오오오오오오오오-!
힘 차이에서 밀리기 시작한 베이론이 몸을 비틀어 창을 피해냈다.
창끝에 연결된 쇠사슬 위에 올라탄 그가 달리며 휘두른다.
“적군 학살.”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그의 검에서 뿜어진 수백 개의 검기가 파괴의 타이탄의 몸 곳곳을 난도질한다.
까가, 까가가가가가강-!
신들의 땅에서 기생하는 용의 뼈로 만들어진 파괴의 타이탄의 몸 곳곳이 갈라졌다.
“…….”
던전의 신 벤틀리가 경악했다.
‘어지간한 신들도 데미지를 입히기 힘들건만.’
과연, 신들의 땅의 영웅이었다.
어느덧 접근한 베이론이 승기를 잡았다 생각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륵-!
그가 검을 검집에 넣고 양손으로 창을 쥔다.
창끝이 맹렬한 회전을 일으킨다.
“전장 가르기.”
그의 장기이자 가장 강한 스킬이었다.
30,000%의 추가 데미지로 단숨에 적장의 몸을 관통시킨다.
꽈아아아아아아-!
찔러지는 창이 위로 치솟는다. 정확히 밑에서 꽂아 관통할 생각이었다.
그 전에 파괴의 타이탄이 더 빨랐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베이론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찍은 것이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베이론의 머리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동시에, 쏘아지던 창의 힘도 사라졌다.
강렬한 통증에 베이론의 눈앞이 빙빙 돌았다.
“…….”
휘청이는 베이론의 머리통을 타이탄이 잡아챘다.
‘나는 군신이 될 것이다.’
벤틀리가 이를 악문다. 그 또한 베이론을 누구보다 존경했다.
전대 던전의 신보다도 더.
그러나 그의 욕심과 탐욕이 존경심마저 버리게 만든다.
쾅쾅쾅쾅쾅쾅쾅-!
그의 주먹이 미친 듯이 베이론의 머리통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베이론의 몸이 종이 인형처럼 비틀거렸다.
신민들이 타이탄들의 틈을 뚫고 베이론을 구하기 위해 달리려 했다.
사실, 베이론의 파괴의 타이탄과의 전투는 무모했다.
베이론은 몇 날 며칠을 전투했고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만약 그가 온전한 때였다면 파괴의 타이탄을 부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치고 다친 맹수는, 하이에나 떼의 먹이가 될 수 있다.
“허억허억.”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베이론의 눈앞이 까마득하다.
그가 품속에서 스위치를 꺼내 든다.
부들부들, 손을 떠는 그가 뒤의 신민들을 바라본다.
“베이론 님!”
“베이론 니이이이임!”
울며 내달리는 그들도 품속에서 스위치를 꺼내 들고 있었다.
한 사내의 등장에 더 많은 신민들이 살고 자신도 살지 모른다는 작디작은 희망이 생겼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부서졌다.
그럼에도 베이론은 웃었다.
울며 달려오는 신민들도 베이론의 웃음에 그 의미를 알아챘다.
‘그래도 나는 미래를 알고 있다.’
베이론은 진심으로 행복했다.
나로 인해, 죽어간 신민들로 인해 신들의 땅은 지켜지고, 많은 자들이 웃을 수 있게 된다는 미래를.
그 미래를 위해, 스위치를 누르려던 때였다.
파지지지지지지직-
파괴의 타이탄에서 뻗어진 파동이 모든 스위치의 작동을 멈추게 만들었다.
딸칵!
스위치를 눌렀으나 작동되지 않았다.
베이론과 신민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벤틀리는 그 와중에도, 자신의 파괴의 타이탄이 침수되어 부서지는 걸 원치 않았던 것이다.
탐욕어린 벤틀리가 탑승한 파괴의 타이탄의 우악스러운 두 개의 손이 베이론의 머리통으로 향한다.
영웅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자기 위안을 하는 벤틀리가 그의 목을 비틀어버리기 위함이었다.
“베이론 님!”
“안 됩니다!”
베이론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최후까지 싸웠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미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무력감이 그를 휘감았다.
그의 머리에 파괴의 타이탄의 차가운 감촉의 손이 닿았다.
서서히,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손을 느끼며 죽음을 인지하려던 때였다.
차르르르르르르륵-
정체불명의 낫이 날아왔다.
그 낫에는 쇠사슬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쇠사슬이 파괴의 타이탄의 목을 잡아채 뒤쪽으로 끌어당겼다.
끼이이이익, 쿠우우웅-
중심을 잡으려는 파괴의 타이탄. 그리고 베이론은 자신의 앞을 막아선 자를 보았다.
“아직 제 말 안 끝났는데, 그렇게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는 ‘식신’이라는 신이라고 한다.
모든 신들이 알고 있는 ‘생산직 신’이다.
“저는 식신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넓은 등과 큰 키를 가진 그가 베이론을 돌아보며 말했다.
“군신입니다.”